갈무리한다는 것은 흐트러진 것을 정리해 주고 다음을 준비하게 한다. 행다를 하면서 다소 긴장된 마음과 손님을 접대한 뒤의 편안해짐은 다인들이라면 누구나 느끼게 된다. 이러한 느낌을 즐거움으로 이어주는 것이 차생활이고 차생활은 우리생활에 여유와 행복감을 주게 한다. 사발장은 차를 마시며 남겨놓은 이야기를 간직하는 또 하나 작은 다인들의 공간이다.
사발장 (茶碗欌) 찻사발을 쉽게 꺼내 쓰고 편리하게 갈무리하기 위해 나무로 만든 장(欌)을 사발장이라 한다. 사발은 쓰면서 감상하기도 하지만, 사발장에 정리해 놓은 것을 조용한 시간에 하나씩 꺼내 보며 저마다 갖고 있는 특성이나 아름다움을 찾아보고 그것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시간가는 줄 모르는 즐거움이다. 사발장은 현대에 만든 것은 잘 볼 수 없고 대부분 예전에 작게만든 부엌찬장을 그대로 쓰거나 개조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이것들은 8.15해방을 전후해서 만든 것들이 많은데 지금 쓴다해도 불편함이 없다. 요즈음 만든 사발장은 옛날 형식을 응용했고, 선반을 용도에 맞게 여러개를 넣었으며 여닫이문도 디자인을 세련되게 만들었다. 그러나 찻상, 다기함, 잔을 넣는 진열대 등은 얼마 전부터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형태나 질감도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 찻사발을 넣어둔 장(欌)은 차를 내는 팽주가 팔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어야 쓰기 편하다. 문을 열면, 몇 층의 선반 위에 사발이 여러개가 있어도 한눈에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행다를 할 때, 그날의 분위기나 기분에 따라 사발을 쉽게 선택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사발장에는 행다에 필요한 소품들을 넣어두는 서랍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지만, 있는 것이 쓰기에 편하다. 서랍은 위쪽이나 아래쪽에 있는 것이 많은데, 위쪽에 있는 것은 조형미는 있으나 앉아 쓰기에는 높아서 불편하다. 아래쪽에 있는 것은 앉아서 쓰기 편하기 때문에 행다에 자주 쓰는 것들을 넣어 두고 쓰면 좋다. 이것들을 만드는 나무재료는 오동나무, 배나무, 소나무, 단풍나무, 호도나무 등이 많이 쓰인다. 특히 오동나무는 가볍고 나뭇결이 좋아서 다인들이 가장 선호한다. 터짐이나 틀어짐도 거의 없고 가벼워 이동하기도 편하며 누구나 좋아하는 소박한 재료이다.
다구함(앵통)
행다에 필요한 다구를 야외나 다른 곳으로 간편하게 옮길 수 있는 통을 다구함 또는 앵통이라 한다. 다구함은 여러개의 다구가 적은 공간에 많이 들어가야 하고 이동하기 쉽게 가벼워야하며 견고해야 한다. 내부에 간을 막은 것은 다구를 분류해 넣는 의미도 있지만 흔들릴 때 서로 부딪혀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어떤 것은 뚜껑을 내려놓으면 간편한 찻상이 되는 것도 있고 다구함 그 자체가 찻상이 되는 것도 있으며, 이것 외에 다양한 형태의 다구함들이 시중에 개발되어 있다. 작은 행사나 들차회를 할 때, 다구를 넣어 들고 다닐 수 있는 다구함이 다인들에게는 꼭 필요할 것 같다. 다구함은 대나무를 잘게 쪼갠 것을 엮어 사각바구니 형태로 만든 것도 있고, 오동나무나 소나무를 소재로 함을 만들어 손잡이를 단 것도 있다.
받침대와 선등(立燈) 화분이나 도자기 등을 올려놓는 받침대는 조명등과 함께 차실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 차실의 소품들이다. 소나무 또는 오동나무를 인두로 지져 나뭇결을 오롯이 살리고 우리의 전통을 살려 현대에 맞게 만들었다. 언뜻 보면 화분 받침대는 일본 것을 연상할 수 있지만 우리 것이고 우리차실에는 참으로 잘 어울린다. 차실에 두는 받침대의 높이는 앉아 있을 때의 눈 높이가 가장 적당하다. 받침대위에 올려놓는 도자기, 분재 이것들이 놓여지는 위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이 높이가 좋다. 그것은 우리의 차생활이 평좌식이기 때문에 다화(茶花)나 명품들을 앉은 상태의 눈높이로 감상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또 감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서서 볼 수 있는 전시장에서는 전시물을 눈 높이에 맞춰 높게 전시하는 경우도 있다. 전등걸이(선등)는 실용성도 중요하지만 예술성이 더 중요시된다. 우리의 옛 실내등걸이는 조명을 목적으로 실생활에 쓰였기 때문에 모두 눈 높이었지만, 지금시대의 등걸이는 조명기능 보다는 장식성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때문에 조형미를 살려 높게 한 것도 시원스런 느낌이 있고 특색이 있어서 좋다.
칠기 다관 나무로 다관을 만들고 그 위에 옻칠을 한 것을 칠기다관이라 한다. 도자기와 마찬가지로 기능성과 예술성이 있어야 한다. 옻칠다기는 먼저 잘 건조된 나무로 기능에 맞게 형태를 만들고 옻칠을 한다. 도자기에 칠을 한 것도 좋지만 나무에 옻칠을 한 것은 세월이 가면서 독특한 옻의 색상으로 인해 칠기다관이 무척 아름다워지게 된다. 옻칠은 오래 전부터 써왔으나 생산되는 칠의 량이 적고 칠 공정이 까다로워 귀중품이나 고급품에만 사용하였다. 지금도 칠 량이나 도장 방법이 별로 개선되지 않아 칠기다관 제작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다관의 재료로 쓰는 나무는 비교적 단단한 물푸레나무나 괴목을 주로 쓰는데 이것들은 나무무늬가 좋다. 나무로된 옻칠다기는 세월이 가면서 옻의 발색(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배어나는 색상)과 목리가 잘 어울려 도자기에서 느끼지 못한 은은한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준다.
다식그릇 다식그릇이라 하여 따로 만들어진 것은 없지만, 다식을 만들거나 준비해서 담아 둘 수 있는 작은 함지박, 합, 그리고 이것들을 덜어 손님 앞에 놓는 작은 접시 같은 것이 있다. 다식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담는 그릇 또한 중요하다. 먹는 음식은 어떠한 것이나 담는 그릇에 따라 먹음직하게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게 보이기도 한다. 우리의 옛 목물 중 작고 둥근 함지박이나 사각함지박, 뚜껑이 있는 도자기나 나무로된 합에 정갈하게 다식을 담아낸다면 이것은 우리의 미감(味感)을 돋우게 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손님 앞에 다식을 낼 때 쓰는 작은 다식접시는 입맥거리접시, 앞접시라고도 하는데 행다를 하거나 손님을 접대할 때 많이 쓰는 다구이다. 이것들은 도자기나 나무, 두꺼운 종이로 마들어 칠을 했고 형태는 둥근 것, 사각, 육각, 팔각 등이며 현대의 장인들이 각자 자기 개성을 살려 다양한 형태로 만들고 있다.
옛 목기는 어디에 두어도 조화롭지만 다실 분위기에는 더없이 잘 어울린다. 버려진 기물들을 닦고 다듬어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행다는 멋스러움을 더하고 차실은 운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목물(木物)들은 예나 지금이나 다른 공예품에 비해 따뜻한 보살핌 없이 태어난다. 그것들은 가장 원시적인 노동을 요구한다. 누구도 산고의 과정을 알려고 하지 않지만 태어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소목장은 가슴에 멍을 안고 하나씩 하나씩 이 분야를 떠나간다. 소목장의 무심한 숨결이 살아있는 나무공예품을 도자기처럼 아껴주고 찾아주지 않는다면 명물은 결코 탄생하지 않을 것이다.
월간다도 2002. 12.
# 여기 올려진 글은 "월간다도"2002. 2 ~ 2003. 1 까지 "다구열전"에 연재한 것의 일부입니다.
첫댓글카페지기가 얼마나 공갈 협박을 하였으면 남들 곤히 자는 새벽에 일어나 글을 올리시고 계실까!다른 운영자분들도 많은듯 한데 언제나 이쁜 파아란님만 고생을 하는것 같고 오호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늘 자정이 넘어도 파아란님은 들어와 계시는거 같던데 새벽까지 지키고 계시는군요.오호! 오호!
에구~~ 바위솔님께서도 제 나이가 되어 보세요(29살땐 몰라요),, 새벽잠이 없어져요,, 그리고 제가 초저녁잠 때문에 컴 끄는것도 잊고 그만 건망증이 도진것까지 고렇게 퍼뜨리면 나쁜사람이에요,,// 그러니깐 늙으면 어찌해야 한다든데... 에구...,아무래도 제 나이를 공개해야 할까봐요, .....
첫댓글 카페지기가 얼마나 공갈 협박을 하였으면 남들 곤히 자는 새벽에 일어나 글을 올리시고 계실까!다른 운영자분들도 많은듯 한데 언제나 이쁜 파아란님만 고생을 하는것 같고 오호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늘 자정이 넘어도 파아란님은 들어와 계시는거 같던데 새벽까지 지키고 계시는군요.오호! 오호!
에구~~ 바위솔님께서도 제 나이가 되어 보세요(29살땐 몰라요),, 새벽잠이 없어져요,, 그리고 제가 초저녁잠 때문에 컴 끄는것도 잊고 그만 건망증이 도진것까지 고렇게 퍼뜨리면 나쁜사람이에요,,// 그러니깐 늙으면 어찌해야 한다든데... 에구...,아무래도 제 나이를 공개해야 할까봐요, .....
ㅋㅋ 거 참! 위 사발장에서 잔 하나 꺼내 ㅍ님께 차 한잔 내서 위로할 생각은 안 하시고.. 하기사 윗글도 위로는 되겠다마는.
내 마음이 시커매서 그렇남? 나만 사발이 안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