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자리 1억5000만개 만드는 '케어 이코노미'…한국도 주력사업 부상
[땅집고] 세계 각국의 돌봄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경제 영역인 ‘케어 이코노미(Care Economy)’가 주목받고 있다. 2023년 1월 다보스포럼은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케어 위기가 급속히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케어 이코노미’ 개념을 소개한 바 있다.
케어 이코노미는 보육·간병·노인 간호 등 모든 형태의 돌봄을 지원하는 유·무급 노동과 서비스를 일컫는다. 즉, 근로자의 유급 케어 서비스뿐 아니라 업무시간 외 무급으로 이루어지는 가족의 돌봄 노동과 같은 형태까지 통칭한 용어다.
국제노동기구는 2015년 2억600만 개였던 전 세계 돌봄 일자리가 2030년에는 3억5800만 개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즉, 1억52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된다는 의미다. 돌봄 경제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케어 이코노미의 글로벌 성장세…한국에서도 주력 산업으로
유엔은 케어 이코노미의 세계 규모가 11조 달러에 달하며, 이는 세계 GDP의 9%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미국 내 케어 이코노미 규모가 최대 6조 달러로 추정된다고 2022년 발표했다. 이는 미국 GDP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러한 성장세는 고령화 속도만 놓고 보면 전 세계 독보적 1위인 국내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동시에 경제력을 갖춘 ‘액티브 시니어’가 늘어나면서 요양을 비롯해 금융·자산관리, 주거, 여가·관광·문화 등 다양한 사업이 생겨나고 있다.
건설사뿐 아니라 보험, 유통 업체가 줄줄이 시니어타운 건설에 들었고, 노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늘었다. 생명보험업계 CEO들은 2024년 신년사에서 시니어 계층 대상 ‘케어 이코노미’를 중심으로 신사업에 적극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 종사자 수도 증가세다.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은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 중 하나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지난해 요양보호사 시험 응시자 수는 33만9378명으로 2019년 응시자 수(18만6561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에는 응시 접수 첫날 응시자들이 대거 몰려 홈페이지가 먹통이 됐을 정도다.
■ 국내케어이코노미시장의성장
그동안 돌봄 경제는 노인을 포함해 장애인·아동에 국한해 돌봄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시장으로만 여겨졌다. 복지 성격의 서비스라는 인식이 짙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 경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족 간병 규모는 2022년 89만명에서 2042년에는 300만명 안팎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른 경제적 비용은 최저임금을 적용해도 2022년 11조 원에서 2042년 약 3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초고령 사회 도래와 돌봄 공백 문제는 케어 이코노미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돌봄 경제 성장에 대한 준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작 시점이 늦은 만큼, 돌봄 경제 산업 기반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한국은 미국, 일본에 비해 GDP 대비 돌봄 경제에 투입되는 예산이나 비용이 굉장히 적고, 여전히 소규모 민간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며 “서비스 산업의 인력이 굉장히 부족하기 때문에 범정부 차원에서 제도와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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