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西安)은 옛 서주(西周)의 수도였던 호경(鎬京)에서 당의 장안(長安)에 이르기까지 1,100년 동안 13개 왕조의 수도였던 곳이다. 중국 3,000년 역사의 박물관이다. 서양의 로마에 버금가는 동양의 성도(省都)이다.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진(秦)의 수도였고, 중국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당의 수도이기도 했다. 나는 시안에 갈 때마다 시의 중심인 종루(钟楼) 부근 성시주점(城市酒店)을 숙소로 잡는다. 무엇보다도 교통이 편리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그런데 왜 시안 중심에 회족 집거지가 있는가? 잠시만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중국 실크로드의 출발점인 이곳에 그 길을 따라 회족의 문화가 들어왔다. 그리고 이 문화는 신라 계림(경주)으로 이어진다. 당은 한때 나당 연합군을 결성하여 고구려를 멸망시키고(668년) 신라가 통일을 이루는 데 힘을 합했다. 시안과 계림은 당시 문화의 소통 라인을 구성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흔적은 아직도 생생하다.
시안 시내에 이슬람 사원이 있다. 이름은 청진사(淸眞寺)이다. 시안에 가면 누구나 들르는 시장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무슬림을 회족(回族)이라 부른다. 약 981만 명으로 소수민족 중 4번째로 많은 인구이다. 중국의 소수민족은 55개인데, 전체 인구 중 92%가 한족(漢族)이고, 나머지 8%가 소수민족들이다. 인구 순서로는 좡족(壮族)과 만주족, 회족 그리고 묘족(苗族)이다. 소수민족 중에는 좡족(壯族)과 우리말 발음이 같은 장족(藏族; 티벳족)도 있다. 좡족은 광서(廣西)에, 장족은 서장(西藏)에 각각 자치구를 이루어 살고 있다.
기원전 2세기 한나라 때 외교관이었던 장건이 앞서 이 길을 개척했다. 한 무제가 흉노를 관리할 군사적 목적으로 장건을 보낸다. 물론 흉노를 관리하는 데 지나치게 정력을 낭비한 것이 그가 망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무제는 흉노족을 토벌하면서 정치적-문화적으로 절정을 이룬다. 이 실크로드를 통해 들어온 회족 문화가 신라 계림까지 들어온 흔적이 바로 경주시 외동읍 괘릉(원성왕릉)이다. 이 왕릉은 현존하는 왕릉 중 미학적으로 가장 잘 완성된 능이다. 이 능은 유해(遺骸)를 수면 위에 걸어 안장(安葬)했다고 해서 ‘괘릉’이라 불린다. 괘(掛)는 ‘걸다’는 의미이다. 원성왕은 신라 38대 왕으로 재위 기간이 785년에서 798년까지다. 왜 이 왕릉에 서 있는 무인석(武人石)이 회족의 모습인지에 대해서는 논란거리다. 여하튼 신라가 중앙아시아와 페르시아와도 교역했으리라는 짐작은 가능하다.
2019년 12월 31일, 진시왕 무덤인 병마용 1호 갱에서 220여 구가 추가적으로 발굴되었고, 놀라운 것은 금제 낙타도 함께 발굴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10년간 이루어진 3차 발굴 성과라고 한다. 나는 이곳을 다섯 번 정도 간 것으로 기억이 된다. 갈 때마다 나는 1호 갱의 아직 발굴되지 않은 영역에서 연구원인 듯 보이는 몇 사람이 느린 행동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을 그저 영혼 없는 관광객의 눈으로 보는 둥 마는 둥 스쳐 지나쳤다. 그러면서 ‘중국인들은 서두르지 않는구나! 우리 같았으면 벌써 다 파헤쳤을 건데!’라고 속으로 웅얼댔던 나였다. 그들의 느림의 철학이 새삼 새롭다. 발굴된 금제 낙타는 진나라 시기에는 낙타가 없었던 만큼, 한나라의 실크로드가 형성되기 이전 진나라 때부터 서역과 교류를 했다고 추론할 수 있는 학문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언제부터 관람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벌써 호기심이 발동한다. 아래 사진을 찍은 것이 2011년이니까 2019년 발굴 성과를 발표하기 위한 10년간 연구 초기 단계의 모습이다. 그때 그냥 찍어 놓은 사진이 새삼 의미를 갖는다.
첫댓글 _()()()_
원성왕릉이 회족과 관계있네요.
부리부리한 무인상이 기억납니다.
명멸하는 역사가 경이롭습니다.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
수교 1년전인 1991년도에 당시 교원 해외연수단의 일원으로 시안에 다녀 왔지요. 그땐 사전 준비없이 무더운 날씨에 바쁜 일정으로 걷고 또 걸었던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마치 살아있는 듯한 무장군인이 도열해 있는용마갱을 본 기억이 아직도 뚜렷합니다.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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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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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