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U2 베스트 앨범 가사 한글번역을 맡았던 밴드 "Deafening Street"의 기타리스트 이상헌입니다.
열흘이 채 안되는 기간과 저의 미숙함이 낳은 한참 부족한 번역이기에, 이를 조금이나마 변명하는 한편, U2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이해하시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자 이런 글을 부칩니다.
보노의 가사가 워낙에 심오하고 한편으로는 매우 모호한 구석이 많아서 번역을 내놓는다는 자체가 정말 부담스럽고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유니버설 코리아측의 이번 의도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았고, 저 또한 반평생 동안 쌓아온 U2 및 보노에 관한 자료와 그 이상의 애정을 한번쯤 정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결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전문번역가는 아닙니다만, U2 라이센스 음반에 처음으로 수록될 가사번역을 U2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맡게 되는 것을 제 자신이 우선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참고로, Special Korean Edition(Local Edition)은 저가형 음반으로 번역이 수록되지 않고, "Standard Edition"에서 한글 가사번역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 다져온 제 생각뿐 아니라, 주위에 저 이상으로 U2를 심오하게, 그리고 마음으로 이해하는 여러 분들과, U2에 관심이 많으신 문학 전공 교수님께도 자문을 청했습니다. 또한 프랑스어 번역본과도 일일이 대조했습니다.
특히 이번 번역에 중점을 둔 사항은,
첫째, 무엇보다 원문에 충실한 번역을 시도했습니다. 우리말 어법이나 표현에 어긋난다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시엔 영어식 표현을 택했습니다. 또한 우리말로 옮기면 어색하나, 노래의 특성상 반복되는 어구들도 최대한 살렸습니다. 상투적으로 굳어진 몇몇 번역어를 탈피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둘째, U2 및 보노의 평소 음악적 성향 - 호소하는 분위기, 종교적인 부분 등 - 과 각 노래의 분위기 등을 반영하여, 어조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전곡에 걸쳐 존칭을 사용하는 것이 호소하고자 하는 의지를 살릴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일부 자조적인 대목에서만 반말을 섞었습니다.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 같은 '가스펠'을 의식한 노래에는 극존칭을 택했습니다.
배경지식이 필요한 곡들이 많은데, 사정상 간단한 주라도 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만, 모르는 분들이 나중에라도 그것들을 전해들으시고 저의 의도를 이해해 고개를 끄덕여 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이 작업은 이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곧 오픈할 저희 밴드 카페 상에서 계속 수정, 보완될 것이고, 다른 곡들의 번역도 수시로 추가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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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카페 - 아일랜드의 고공정찰기 U2 - 에서 운영자로서, 혹은 운영자 이상의 열혈 회원으로서 활동한지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누가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면, 'U2카페에 가보면 알 수 있다'고 농담할 정도로 열성을 다했고, 그만큼 시간적, 금전적 손실도 감당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카페 활동을 통해 U2에 대한 애정도 이전보다 훨씬 더 커졌고, 여러 가지 경험들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2003년부터 2005년 사이에 제가 주도했던 2,3차 유투 파티와 1,2차 트리뷰트 공연을 치르는 동안, 정말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고 뜻깊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어느 카페보다 우월하다고 자신할 수 있을 만큼 소수라도 정말 화목하고 친밀한 분위기였지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카페에 소홀한 주요 회원들에게 매번 직접 연락을 돌리고 사람들을 일일이 챙기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행사에도 주요 회원님들만은 꼭 참석시키고 싶었으니까요.
한번 행사를 치르고 나면 몇 달간 U2를 멀리할 정도로 심신을 쏟아부었지만, 이내 기운을 내서 또 다른 일들을 벌이곤 했지요. 그 결과 카페도 내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카페 분위기는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저 만이 느끼는 생각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몇몇 회원 분들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도 늘어갔습니다. 기존에 쌓여왔던 불만도 덩달아 커졌고 카페에 대한 애정은 줄어만 갔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이 카페가 양적으로 더 확대되는 과정에서 감내해야 할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할까요.
솔직한 말씀으로, 지난 3차 트리뷰트 공연 - 제 스스로 마지막이라 공언했던 -을 마치고 난 뒤 제 자신을 카페 운영자라고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이번 가사 번역도 U2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한 명의 열혈 팬으로서 작업한 것이지 카페 차원에서 맡은 것은 아니라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카페 회원 분들께는 의식적으로 자문을 구하지 않았고, 제 주위 분들 안에서 해결하려 했습니다.
그간 카페내에서 쌓아온 추억들을 정리한 뒤 저는 곧 카페를 탈퇴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탈퇴 후에도 지난날의 추억들은 언제나 좋은 모습으로 남을 것입니다. 카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어려운 글에 감히..뭐라 말을 할 입장이 못되는 것 같아....한참 망설였는데요..너무 가슴이 아프네요..보아온 것만 오래라서..감사하게만 생각해올 뿐이었어서 말이죠.. 맨마지막줄만 어떻게 지우실 수는 없으신건지........에구...
탈퇴반대! 프라이드님은 있으셔야 됩니다ㅜ
안녕하세요? 지난 번 'U2 음악에서의 기독교는 문학적 표현 에 불과한가'라는 주제로 논쟁을 벌였던 딜런입니다. 일단 수고많이 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결과물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귀한 작업을 시도하신 님께 감사드립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아... 형... 이렇게 가시면 어떻해요... ㅡ ㅜ" 오늘 형들이랑 형얘기 많이 했는데.. 너무 안타까워요" 형이 번역해놓은 가사도 오늘 보았는데... ㅜ ㅠ
번역하신 가사 잘 봤습니다. 첫눈에 봐도 정말 공들여서 멋진 작품을 만드셨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진짜 고생 많으셨어요...
고생하셨다는 말밖에 해드릴수가 없네요. 프라이드님 까페는 떠나지 마시구요.(비록 눈팅회원에 가깝지만..) 제가 두번정도 밖에 보지 못했지만 감동받았던 님의 열정이 까페에 퍼져나갈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합니다. 주문한 앨범이 도착하는데로..눈 부릅뜨고 가사를 보고 느끼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눈팅만 하고 가는 회원인데.. 이번 음반은 반가운 선물이 있는거 같아 기분좋았는데..님의 노력이 있었네요... 소중하게 보겠습니다...^^
아아..이런..
아쉽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프라이드40 님께서 이만큼 키워놓은 U2카페.....모든 분들이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수고 했다"라는 말보다 "고맙다"고 인사합니다. "Deafening Street" 홧팅~~~~~~~
이곳을 너무 늦게 알게된 것도 안타까운데..프라이드님까지 떠나신다니 너무 안타깝네요. 그래도 유투 카페와 D.S. 모두 쭉 응원하겠습니다.
아 같은 u2팬으로서 댓글읽는것도 즐거웠는데 가버리시다니 아쉽네요..시디 주문하고 왔습니다. 가사 감사히 생각하고 볼게요!~
고마웠어...나두 음반 볼때마다 존심이 생각날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