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287개 교통전광판에 나오는 교통상황이 올해 5월부터 빠르고 정확해졌다. 그 이유는 택시 때문이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그동안 민간업체에서 교통정보를 제공받았다. 민간업체 교통정보의 정확도는 90% 수준이었는데, 5~10분 정도 시간차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5월부터 서울시내를 달리는 1만9천대의 법인택시에 부착한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시내도로 통행속도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실제 도로를 주행하고 있는 택시들이 10초마다 보내는 위치값으로 도로를 주행하는 데 걸리는 통행시간을 3분 단위로 생산하는 원리다. 정확도는 94%다. 이렇게 택시에서 파악된 교통정보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도착시간 안내 △대중교통별 통행시간 비교 △혼잡구간 안내와 같은 맞춤형 교통정보 서비스로 제공된다.
디지털 태코미터의 등장, 택시업계 뒤흔들다
서울시가 법인택시를 통해 교통정보를 모으고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은 택시 태코미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모든 법인택시에 미터기를 디지털로 교체하도록 했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이 아닌 디지털운행기록계가 결합된 새로운 방식의 미터기다.
'통합형 디지털운행기록계'는 1초 단위로 주행속도부터 분당 회전수(TPS)·방위각·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 차량운행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디지털운행기록계와 주행거리·요금·결제방식 등 택시 요금계를 결합한 장치다. 기존 카드단말기에 부착한 통신망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 택시 태코미터를 보면 택시 운전기사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올해로 여든일곱, 택시 태코미터
택시 태코미터의 나이는 올해로 여든일곱이다. 일제 강점기에 처음 태어났다. 당시 경성시내를 달리던 택시는 고급 대절자동차(콜택시)였다. 택시 차량으로는 한 대에 3천원가량 하던 미국 포드사의 차량이 주를 이뤘다. 택시요금 3원을 내면 서울시내 어디든 갈 수 있었다. 그러다가 1926년 경성역(서울역) 건너편에 위치한 아사히택시에서 처음으로 택시요금기를 설치한 차량을 선보였다. 차량 뒷바퀴 회전수로 거리를 계산하는 지금의 타코미터와 원리는 같지만 기계식이어서 요금이 올라갈 때마다 '찰칵' 하는 기계음을 냈다. 최초의 택시 미터기는 2마일(3.2킬로미터)에 기본요금 2원을 받고 추가요금으로 0.5마일(800미터)당 50전씩 가산하도록 설계됐다. 당시 손님들도 지금처럼 택시미터기의 숫자가 올라가는 것에 가슴을 졸였다. 유일하게 택시미터기가 설치된 아사히택시를 탔다가 미터기의 '찰칵' 하는 소리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아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내리는 일도 부지기수였다는 기록이 있다. 결국 아사히택시는 손님들의 승차 기피로 넉 달 만에 택시미터기를 없앴다.
택시미터기는 해방 이후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46년에는 택시미터기 요금이 4킬로미터당 50원, 초과시 1킬로미터당 20원이 부과됐다.
62년에는 국산 택시미터기가 개발됐다. 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62년 1월1일부터 택시미터기 보급을 위해 택시미터기를 부착한 택시에 한해서만 인상된 택시운임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택시미터기를 통한 택시운임제도가 정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85년 8월에는 전국 택시요금이 거리와 요금을 따로 계산하는 상호병산제가 도입되면서 전기식 미터기로 교체하는 바람이 불었다. 이때도 정부는 전기식 미터기를 장착한 택시에만 인상된 요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92년 택시요금제는 또 한 번 큰 변화를 맞는다. 지금과 같이 거리와 시간까지 합산하는 동시병산제가 도입된 것이다. 정부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둔 2001년부터 택시 영수증 발행을 의무화했다. 2007년에는 신용카드로 택시요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개발된 카드 택시미터기가 등장했다. 움직이는 택시에서 통신망을 이용해 실시간 정보 전송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특히 내비게이션 보급과 함께 택시 태코미터의 진화가 빠르게 이뤄졌다. GPS 장치를 장착한 택시 태코미터는 운행위치와 거리·요금정보를 바탕으로 운행 시간대와 정차시간·이동거리·최고 속력·손님 좌석문 개폐시간 정보까지 섭렵하는 장치로 발전했다.
도로교통안전법 개정, 디지털운행기록계 장착 의무화
2009년 개정된 도로교통안전법은 택시업계에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몰고 왔다. 개정 도로교통안전법의 핵심은 2011년 1월1일 이후 신규로 등록하는 차량에 표준화된 운행기록장치 부착을 의무화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버스와 법인택시는 지난해 말까지, 화물자동차와 개인택시는 올해 말까지 디지털운행기록계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디지털운행기록계는 1초 단위로 운행정보를 기록한다. 속도와 분당 회전수·방위각·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 4가지 정보를 최대 6개월까지 보관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행정보는 0.01초 단위로 기록된다. 이러한 운행기록을 이용하면 운전기사가 언제 과속이나 급제동을 하는지, 앞지르기를 얼마나 자주 하는지, 하루 운행구간이 어디인지,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어디인지 등 사소한 운전습관부터 교통사고 다발지역의 문제점까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KT와 교통안전공단이 손잡고 사업용 차량의 운행기록을 실시간 분석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교통업계 빅데이터로 자리 잡았다.
법인택시 영업정보, 서울시 손바닥에
서울시는 한발 더 나아가 이러한 운행기록 정보와 택시 요금정보를 통합한 '택시운행정보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말 선보인 이 시스템으로 서울시는 법인택시 운전자의 기본 정보는 물론이고 차량상태·현재위치·운행기록을 즉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법인택시 2만2천827대에 부착이 마무리됐고, 올해 말까지 개인택시 4만9천471대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5일 해당 시스템을 이용해 서울지역 법인택시 실태를 공개했다. 법인택시 노동자가 하루 평균 10시간40분을 일하고 평균 사납금으로 1인당 10만8천900원을 내고 있으며, 시간당 운송수입은 1만4천500원으로 한 달 평균 수입이 187만원이라는 내용이었다.
베일 속에 있던 택시회사의 영업정보도 평균치를 냈다. 법인택시당 일평균 주행거리가 총 221킬로미터이고, 이 중 손님을 태우고 영업하는 거리는 전체 운행거리의 64%이며, 승객이 지불하는 평균 요금은 6천원이라는 것이다. 이어 평균 차량 가동률 72%, 신규입사자의 1년 이내 퇴사율 38%와 같은 세세한 정보가 서울시 손바닥에 들어간 것이다.
전액관리제 인프라 구축 완료, 남은 것은 정치적 결단
태코미터의 진화는 택시 노동자에게 ‘실시간 감시’라는 족쇄가 될 수 있다. 한편에서는 택시 노동계의 오랜 숙원인 전액관리제 시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끝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택시노동자가 최저임금을 받는 대신 사납금을 내고 남은 운송수입은 가져가는 사납금제도는 택시노동자의 처우개선에 발목을 잡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는 택시노동자가 모든 운송수입을 회사에 내고 월급을 받는 형태다. 97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전액관리제 시행근거가 마련됐지만 운송수입 관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사문화된 지 오래다. 배중철 교통안전공단 운행기록분석 담당교수는 “택시요금기와 통합한 디지털운행기록계의 장착된 택시는 시동을 거는 순간 1초 단위로 모든 운행기록과 영업기록을 기록하기 때문에 전액관리제 시행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 교수는 “현행법에 운행기록정보는 교통안전 관리의 목적으로 사업주가 6개월 단위로 보관하고 행정관청의 요구가 있을 경우에만 제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처럼 행정관청이 법인택시의 영업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어 전액관리제 시행이 여전히 택시 사업주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택시노조연맹 서울본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법인택시업체로부터 영업정보를 받는 대신 이를 근거로 처벌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안다"며 "전액관리제 시행은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정보시스템에 참여한 법인택시업체에 대해서는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위반 단속대상에서 제외하고, 민원에 의한 단속이나 처분도 유예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는 시스템의 기능과 범위를 확장해 운송수입금 투명성을 토대로 하는 '택시운수종사자 처우개선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최근 택시업계의 요금인상 요구에 대해 "종사자 처우개선 없이는 불가하다"며 반려했다. 택시 노동계의 오랜 꿈인 전액관리제가 서울에서부터 정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첫댓글 긍께....
평균요금 6,000원이니깐..... 그 이하 요금은 택시강도란 말도 되는거 맞씀네까요? 나으리님?
6,000원이하 택시강도들에게는 인사 안한다고 서비스니 뭐니 좀 말하지마시와요. 서비스에는 무료서비스와 유료서비스는 있어도. . 적자서비스는 없을 거같은디...ㅎㅎㅎ
글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입도 막힙니다요.... 법인택시기사 월수입이 187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