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초산장 이야기 1202회 ) 밥이 약이다
2022년 8월 20일, 토요일, 흐리고 비
아침부터 비가 떨어지고 있다.
오랜만에 산장에서 비를 볼 수 있겠다.
어제 들어와서 일을 다 해놓았기 때문에
느긋하게 쉴 생각이다.
얼마 전부터 아침에 일어날 때
바로 일어나지 않고
두 손바닥으로 온몸을 두드린다.
그러면 잠을 깨울 수 있고
아직 눈 뜨지 않은 세포를 일으켜 세운다.
이걸 해보니 몸으로 좋은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몇 달째 계속하고 있다.
이걸 5분 정도 한 다음에
본격적인 스트레칭을 한다.
모관운동 500회, 금붕어운동 100회,
오뚝이 운동 16회, 발목펌프 운동 150회,
발끝치기 500회를 마친 뒤에
국민체조를 하고 나서
덤벨운동 240회로 마무리 한다.
국민체조도
기존 운동과는 좀 다른데
좌우 노젓기 운동이 있고
머리 휘돌리기는 어지럼증 예방을 위해
40회를 하고
허리 강화를 위해
좌우 몸통 흔들기와
등배운동을 16회 실시한다.
날마다 스트레칭을 하고
주 2회 산길을 걷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아픈 데 없이 건강한 편이다.
아는 후배가 최근에 대장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학 동기중에도 위암에 걸린 사람이 둘이나 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병을 다 막을 수는 없지만
평소에 밥만 신경을 써도
어느 정도는 예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밥은 약이다.
하루에 세 번은 꼭 먹어야 하기 때문에
잘만 먹으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나는 대장암 내시경을 안 하는 대신에
날마다 밥할 때 신경을 쓴다.
율무와 고구마는 꼭 넣는다.
그 외 연자육, 수수, 산수유, 보리, 콩 등을 섞어서
약초물로 밥을 안친다.
차조기 가루와 뽕나무 가루를 한 스푼씩 넣고
아로니아도 한 줌 집어넣는다.
이렇게 지으니 이건 그냥 밥이 아니라
거의 약이나 다름없다.
밥하는 게 조금 번거롭기 때문에
유여사한테 맡기지 않고
늘 우리집 밥은 내가 하는 편이다.
이런 밥을 먹다가
식당 밥을 먹으면 금방 허기를 느낀다.
아프고 난 뒤에 후회하고
아무리 좋은 것을 먹어봐야 이미 늦다.
조금 귀찮더라도 건강은 건강할 때
신경 써서 지켜야 한다.
저수지 둑 공사는 2주째 계속하고 있다.
시멘트를 부어 굳혀가며 공사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다.
그전보다
더 튼튼한 둑이 만들어질 듯 하다.
지난주에 밭을 갈아 무씨를 뿌렸는데
벌써 돋아났다.
밭이 작아서 하나 더 만들고
무씨를 뿌렸다.
토마토와 오이가 있던 밭은 말끔히 정리했다.
더 놓아두고 싶지만
밭이 넓지 않으니 철거할 수밖에 없다.
다음주에 배추 모종을 심으려면 미리 거름을 넣어
뒤집어 놓아야 한다.
토마토와 오이가 마지막까지
한 알이라도 더 열매를 맺으려고
안간힘을 다한 모습이다.
고맙고 미안하다.
어린 모종을 심어
본전은 충분히 뽑았다.
나를 위해 고생한 토마토와 오이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빨간 고추를 지난주에 다 땄는데
또 많이 열렸다.
따서 반으로 잘라 볕에 말렸다.
다 안 마르면 집에 갖고 가서
건조기로 말릴 것이다.
가지는 여전히 많이 열리고 있는데
나물로 먹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가지 김치를 담았다.
가지나물과는 사뭇 다른 맛이고
지금도 맛이 있지만
익으면 발효가 되어 더 맛이 있을 것이다.
가지 역시 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좋은 채소다.
상추는 벌써 많이 커서
곧 꽃대가 올라올 것 같아
어린 모종을 5천원 어치 사다가
빈 자리에 꽂아두었다.
이렇게 하면
늦가을까지는
상추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깻잎은 심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씨가 떨어져서 무성하게 자랐다.
몇년 전에는 깻잎이 나더라도
빳빳하고 억세어서 먹기가 곤란했는데
요새는 크고 부드러워서 맛이 있다.
나는 이걸 보고 깨달았다.
동화 배우는 거나 밭을 일구는 거나 이치는 같다는 것을.
초보 때는 아는 게 없으니 동화가 잘 안 써지고
써봐야 졸작밖에 안 된다.
하지만 밭을 자꾸 일구다 보면
거름이 들어가서 흙을 좋게 하고
잡초도 나중에는 삭아서 영양분이 된다.
산장을 오래 가꾸다 보니 전체적으로 흙이 좋아져서
들깨씨가 어디에 떨어지거나 잘 크는 것이다.
동화 왕초보도 책을 읽고 남의 말도 듣고
경험이 쌓이다 보면
차차 늘기 마련이다.
우리 밭의 들깨잎이 무성해지듯이.
부전시장에서 전어와 병어회 두 팩에 만 원을 주고 사와서
상추, 차조기, 삼백초에 싸서 맛있게 먹었다.
나는 양이 많지 않아서
두 팩이면 근 다섯끼를 먹을 수 있다.
회를 사오면 반찬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하우스 안의 한낮 기온이 조금 내려갔다.
그전에는 34도까지 올라갔는데
어제는 30도, 오늘은 비가 오니 28도다.
폭염이 한풀 꺾여서 견딜 만 하다.
다음주가 처서니까
서서이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