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를 희망했던 님들 중 몇몇이 개인 사정으로 불참. 김박 · 강박 등 셋이서 8시쯤 산문 주차장에서 출발. 면면을 보니, 진행자의 입장에선 후미 그룹에 대한 부담이 없어 좋다.
산문 주차장에서 본 나들목. 아파트와 숲 사이로 치고 올라감
관음암에 도착하니 예정 시간보다 약 10분 정도 지체되었다. 그래도 강박은 암자 구석구석 핧는다. 이렇게나 독실한 불자인 줄 …. 한동안 평탄한 길(그래서인지 양박은 끊임없이 조잘조잘 … ㅋ)이던 게 임도와 교차되는 지점부턴 급경사다. 헥~헥! 그래도 한라산 때와는 달리 등짐이 가벼워서 매우 흡족했다.
관음암의 고색창연한 관음보살!
암자 마당이 2층 구조이다. 보통은 만세루 세운 다음 이런 계단식 출입구를 낸다. 즉 1층은 속세이며 계단을 통해 올라오면 부처님이 계신 화엄세계란 이미지이다.
이윽고 도착한 취서산장! 가 보신 이들은 알리라. 절벽 위에 세워져 있기에 조망은 끝내준다. 안방은 자글자글 끓는다. 숨을 고르고 바로 출발했으면 싶은데, 어느 순간에 강박이 동동주 1되(만냥)와 두부김치(역시 〃)를 게사 시키고 만다(30분 정도 지체됨). 산객들이 뜸한 혹한기이기에 술이 초가 되기 직전이다.
산장을 지나자 곧 눈이 이만큼이나 쌓여 있다. 아이젠을 꺼내 신고 … 11시쯤 정상 접수. 우리 외엔 50대로 보이는 한 쌍의 남녀가 있을 뿐이다. 근데 이들은 아이젠도 없다. 어디로 올라 왔나? 물어보는 내용으로 미루어 완전 초보인 것 같다. 주변 산세를 묻고 답하다보니, 점심도 아니 가져왔댄다. 허~참! 영축 산신령인데 땡깡부릴 일 있나? 그래서 우리 일정과 코스를 소개해 주면서 준비해 간 개념도를 참고하라꼬 건네줬다. 아~ 참, 고급 정볼 또 하나 건네줬다. 함박등 → 함박재를 거쳐 백운암엘 가면 점심 공양을 공짜로, 눈치볼 필요없이 할 수 있음을 … 얼마나 고마웠든지 아줌씨는 백운암에서 배꼽인사를 하고 가더라.
요~가 그가?
백운암에는 이미 수많은 산객들이 마당에 마련된 식탁에서 떡국을 드시고 계신다. 난 법당불전함에 세종대왕을 시주하는 걸로, 강박은 떡국 배달꾼으로, 김박은 자리 지킴이로 직무를 분할했다. 아나운서 급의 낭랑한 목소리로 ‘생명의 말씀’을 틀어주고 있다. 차~암 행복하다. 역시 꽃보다 사람이 더 아름다움을 느낀 첫 번째 시간이었다. 난 떡국만 해도 많은데, 양 박은 가져온 밥까지도 한 치의 갈등도 없이 풍덩~(에구~ 똥구녕이 욕하겠수!)
주지 스님의 심성이 짐작되는 공양이다. 오대산 상원사, 지리산 법계사 등에서도 얻어 먹어 보았다.
길따라 쭉~쭉 내려간다. 어려울 것 하나도 없다. 이정표가 워낙 잘 되어 있으니 …. 비로암을 둘렀다 극락암엘 가니, 「극락영지」 위 홍예교가 일품이다. 돌을 하나하나 맞추어 기둥 없이 무지개다리를 만들어 놨다. 여성들은 잘 못 올라설 정도로, 한 가운데는 어지럼이 심했다.
용감무쌍한 김박! 실제로 올라가 보면 생각보다 어지럼증이 심하다. 기둥도 없이 돌 조각들을 끼워 맞춘 아름다운, 부처님 세계로 건너가는 다리다.
다음엔 반야암이다. 반드시 공양깐 옆 쪽문으로 나가 바로 숲길로 들어설 경우, 한 20분쯤 단축시킬 수 있다. 50대 중반의 중늙은이 둘이 체신머리없게도 암자를 관통하는 개울물 위의 출렁다릴를 타고선 알라들마냥 즐거워한다. 서축암 → 금수암 → 자장암.
자장암! 「자장동천」과 金蛙로 유명하다. 통일신라 때 자장율사가 여기서 공불 하셨는데, 공양을 위해 쌀을 씻는데, 개구리가 자꾸만 물을 흐리게 했단다. 존 말로 타이르다가 끝내는 큰 바위의 구멍 안에 가두기에 이른다. 그 개구리가 아직도 그 구멍 안에 살아 계신단다. 그래서 수많은 이들이 금와를 친견키 위해 이 암자를 찾는다. 우리의 양 박도 들여다보는 거리와 각도를 조절해 가면서 애를 써보지만, 벌레 씹은 표정이다. 소용 없슈~ 마음이 깨끗해야 …. 그러면서 4년 전 내가 금와를 친견했을 때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입을 못 다문다. ㅋㅋ
믿기시는가? 너무나 귀한 사진이다. 저작권 있음! ㅋㅋ
이젠 사명암으로 넘어가야 한다. 잘만 하몬 무려 40여 분이나 단축시킬 수 있다. 먼저 금와堂 뒤편 야산에 3층 석탑이 보인다. 그 탑에서 무명봉을 거쳐 지나야 한다. 그 탑 오른 쪽 뒤편부터 산길의 한 2~30m 정도는 길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단다. 또 암자에서 탑까지 가는 길이 없다. 그래서 주위 눈치를 살피면서 월장해야 하는데, 강박은 배낭이 나뭇가지에 걸리고 석축 모서리에 끼이면서 버벅대고 낑낑댄다. ㅋ. 내가 앞장서서 가는데, 한참을 가도 분명한 길이 안 나온다. 혹시나 하는 맘에서, 강박보고 앞장서랬다. ‘역시나’ 였다. 그래서 김박이 GPS를 켰는데, 에궁!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더라. 무명봉을 거쳐야 하기에 오르막 모드여야 하는데 내리막이었으니 … 강쌍김의 긴급 3자 영수 회담을 열고선, 우선 큰길로 탈출하기에 이르렀다. 에구~ 초대형 알바 덕에 단축은커녕 생고생만 했다. 나중에 그 산길이 사명암 대문과 함께 도로의 양쪽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하고선, 양 박은 매우 통분 애석해 하더라!
석탑에서 무명봉을 거쳐 산길을 따라오면 사명암 출입문 바로 코앞의 이런 길로 연결된다. 에고~
너무 정연한 가람 배치다. 그래서 내 혼자서만 청운교, 백운교로 부르고 있다. ㅋ
그 옛날 사명대사가 공부하셨다는 암자를 나와 오솔길을 질러(꼴랑 3분 단축. ㅋ) 백련암으로 간다. 지난 여름 한 달 보름 정도 머물렀던 요사채의 내 방 마루에 걸터 앉아본다. 특히 여름 소나기라도 쏟아질 때면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매우 평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곳이다. 처사 님과 공양주 보살님이 무척 반기신다. 신도회 회장 집과 고시생 공부방을 지나 옥련암으로 거울을 건너간다(백련암 텃밭 끝구역을 스쳐 지나가면 말라빠진 계곡이 나옴. 약 10 여분 단축)
아마도 통도사 경내 부지가 백 수십만 평쯤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곳곳에 작물을 심어놓고 있는데, 문제는 그 둘레에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둘러쳐 놓았다는 게다. 조심해야 한다. 특히 자장암, 축서암 쪽에... 잘못하다간 내일부턴 버스에 올라 껌 팔아 연명하게 될지도 모른다.
변비에 특효라는 ‘장군약수’로 유명하다. 공양칸 앞 급수대에서 물통을 채우고 있는데, 마침 주지 스님이 공양하러 나오신다. 합장을 하니 의례적으로 합장하시다가, 곧 깜짝 놀랜다. 요즈음엔 뜸했지만, 인연을 맺은 지 한 30년 정도 된 것 같다. “등산오셨습니까? 모두들 공양하러 가십시다” “예~” 했는데, 공양칸에 들어가질 않고 자꾸 주위에서 머무신다. 그래서 실은 산내 암자 순례 중인데 아직 네 군데가 남았다고 하니, 서운암으로 질러가는 길을 알려 주신다. 모른 척하고선, “아이쿠~, 고맙습니다” 캤다. 이 길은 무려 40분 정도 단축된다. 작은 법당 옆길로 들어가면 공사장이 나오는데, 왼쪽 모퉁이로 들어서면 서운암 장경각이 보인다. 하나도 안 어렵다! 길이 없다. 뻘을 지나고 경사진 토사를 허무면서 개울을 건넌다. 많이 불편타! 개별 암자들을 연계시키는 길을 큰절 차원에서 정비해 두면, 산내 암자 도보 순례가 든든한 여행상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마도 개별 암자 간에는 경쟁 등으로 네트워크이 부정적이고 폐쇄적인 성향이 많지 않나 여겨진다.
법당의 현판과 주렴을 모두 한글로 썼을 만큼 틘 스님이기에, 크리스마스 땐 '경축 예수보살 오신날' 라는 플랭카드를 내거신다.
낡디 낡은 스님 요사채 앞에 세워진 남근석! 옥련암은 충수 상으로 음기가 강하단다.그래서 ...
개울 건너면 곧 서운암 장경각이 나온다. ‘16만 도자 대장경!’ 개별 암자로서는 도저히 이뤄낼 수 없을 것 같은 대단한 역사인데 …. 난 한 댓번 들어간 것 같다. 하여 양박이나 갔다오라고 등을 떠밀었다. 대신 젊은 남녀가 데리고 온 아기 강아지와 놀았다. 날 잘 따른다. 나이가 드니, 외로움을 잘 타게 되더라. 애들은 멀리 있고 … “자기야~ 우리도 강아지나 한 바리 키우자!”
다시 한번 기억하고 싶다. '16만 도자대장경'!
영축산 정상을 배경으로 장경각 뜰에서. 꽃피고 새우는 춘삼월 호시절엔 여기서 암자 법당까지 길 양쪽에 야생화가 지천으로 자태를 뽐낸다.
암자 중 가장 초라하고 궁색하며 또 저렴한(ㅋ) 수도암 옆문(연한 푸른색의 빗살 철문)을 나서니, 암자에서 멧돼지 식사 용으로 과일과 음식 찌꺼기를 모아 놓았다. 곧 이어 멧돼지 목욕탕이 나온다. 그러고 보니 사위가 어둑어둑한, 도야지 식사시간이 다돼 간다. 어~ 비상용 호각을 배낭에 매 두었는디, 없다. 할 수 없다. 노래를 불러야지! ㅋ. 핫~ 핫~ 핫! …〔f(x)의 hot summer! ㅋ
혼자서 다니지 마시라. 껍데기에 붙은 벌레들을 퇴치시키기 위해 목용을 자주함.
이미 어두워졌기에 안양암 등을 처삼촌 묘소에 벌초하드끼 했으면 좋겠는데, 강박은 말리지 않으면 108 배라도 할 기세다. 안양암 정문을 나와 큰절 옆 개울을 스쳐가면 다리가 하나 나온다. 건넌 다음 다시 위로 역주행을 한 100m 쯤 하면, 문살이 칼라풀하여 이쁜 취운암이 나온다. 마지막 보타암엘 갔는데, 깜깜해서 뭐가 뭣인지 잘 모르겠다. 일별하고 혼자 나왔다.
이쁘지요!
여기서 산문까지 족히 30분은 걸어야 한다. 우짜꼬? 얼른 먼저 나와, 신평 콜택시(055- 367-4700)로 콜하거나 빈 택시(50% 디시)를 잡을 요량이었다. 근데, 참말로 근데~ 깔끔한 승용차가 한 대 내 앞에 서더라. 그 때까지만 해도 뭔 시츄에이션인지 참말로 몰랐다. 창문이 열리면서, “어디까지 가십니까? ” “쪼오기~ 산문요!” “타시지요” 그제서야 국가적 재난이 일어났는 양, 암자 안에서 배낭 정리를 하던 양박을 급하게 불러댔다. 비구니 스님이었다. 내 눈에는 김태희보다 더 이쁘더라. 최소 탕웨이 급은 되겠더라. 이런 저런 이야길하는데, 산문까지 금방이더라. 아~ 아쉽다! 라떼 한잔하자고 할걸 …. 전번이라도 받아놀 걸…. ㅋㅋ. 이렇게 정리를 해도 될랑가 모리겠다. 결국 남자는 잘 생겨야 한다. ㅋㅋ. 깜깜한 밤길에 우락부락한 산적 같이 생긴 사내가 게다가 먼지투성이의 산객으로 서 있었다면 또 게다가 여성의 처지로, 세워주었을까?(으흠! 으흠!) 꽃보다 사람이 … 두 번 째
근데 다음 날 출근 길, 차문을 여니 바닥에 말라버린 흙의 발자국이 요란스럽다. 왜 아니 그렇겠나? 개별 암자들이 경내 구획 정리는 깔끔하게 하면서도 암자들을 연결시켜주는 통로를 딱아놓질 않았기에 우리는 뻘밭을 헤매고 다닌 셈이다. 그러니 ….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아차~ 싶었다. 내 차보다 먼저 올라탄 비구님 스님 차는 어떤 지경이었을까? 갑자기 가슴에 큰 멍울이 생긴다. 혹시나 하는 맘으로, 부랴부랴 통도사 HP에 들어가 보았지만 자유게시판에 글쓰는 방법이 나와있질 않다. 이걸 어쩌나~ 마음이 순정한 탈속인이기에, 차량은 월매나 깨끗하게 관리해 왔을까? 어쩌나~ 나로선 별 방법이 없다. 그러니 양박께서 그 HP를 한번 더 검색해 주길 바란다. 휴~
양박이 의논을 하더만, 뒷풀이는 우리 동네가서 하잔다. 고맙네! 식당에선 김박이 한우를 시키더만, 오늘은 자기가 계산하겠단다. 우~와!(꽃…, 끝! ㅋ) 술이 몇 순배 돌고나니 석골사 팀이 도착하면서 분위기 메이커인 ‘함’이 등장하자, 식당은 우리가 전세낸 것 같이 불금보다 더 좋은 ‘일밤’은 더욱 뜨거워만 가더라.
산야가 온통 진초록으로 물든 따뜻한 봄날에 함 더 갑시다.
A조 : 풀코스,
B조: 관음암, 취서암, 영축산 정상 등을 생략한 하프(한 5 시간 정도)
첫댓글 생생한 멋진 후기입니다. 꽃피는 봄날 다시 한번 가고싶네요.
이정도면 따라 부칠것을 후회막심입니다.
등산 하면서 암자팀이 내심 부러웠는데
따스한 봄날에 어게인 한다니 꼭 참석하고 싶습니다.
너무 재미있네예 교수님.책 한권 내셔도 될듯.담엔 꼭 따라붙겠습니당 ㅎㅎ
후기를 보니 그 날 지나온 여정이 그대로 다시 생각납니다. 그라고 차 태워준 비구니 스님께 차를 더럽혔을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걱정되네요.
저는 각 암자 법당마다 무슨 특징이 있나 싶어서 부지런히 들여다 본겁니다. 15개 각 암자마다 제각각 특징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따뜻한 봄날, 암자사이는 뛰면서 다시 한번 더 갔다오입시다.
봄에 이코스(통도사 둘레길) 돌아보면 정말 죽여줍니다. 꽃피는 봄에 어게인,원 모어 타임 합시다^^
꼭! 다시하기...
예전에 홍예교 주위에 수국이 많이 피어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4~5월쯤 한번 더 해야겠네요 독자의 요구가 거칠어서.
교수님 봄날이 기다려 집니다!
통도사 암자라곤
봄이면 갖가지 야생화들이 피고, 맛있는 된장 항아리가 가득한 서운암과 배암이 자주 나오는 안양암밖에 못가봤는데...
담에 또 가신다면 따라나서겠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