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시작하자마자 정말 혹독한 나날들의 연속입니다...3일부터 9일까지 놀고싶으면 푹~~~놀 수 있는 기회지만 우리들에겐 그닥 반갑지만은 않은 징검다리의 연속...그래도 가정의 달이라는 생각을 가지고서 아이들 이사랑 사무실 수리에 고생한 집사람을 "모.시.고" 5,6,7일에 운좋게 걸린 콘도 덕분에 여행을 떠났습니다...
워낙 운동을 좋아하는 집사람인지라 코스에 걷는 길을 끼워넣고서 계획을 짠 결과
문경새재 - 오미로제공장 견학 - 수안보(1박) - 하늘재길 - 충주 중앙탑공원 돌아보기 - 술박물관 견학 - 삼탄유원지 - 주천 다하누마을(점심) - 법흥사 올라보기 - 평창(1박) - 영월 영모전 - 남한강 드라이브길 - 집
이런 빡빡한 표가 만들어졌습니다...그래도 기분만은 즐겁게 나서야죠...
5월 5일 어린이날 아침 새벽부터 서둘러 출발했지만 김천-상주에서 벌써 밀리더니 문경새재 주차장은 벌써 북새통입니다...
아래주차장에 차를 대고서 더위 대비 물이랑 챙겨 오랫만에 새재길 트래킹을 시작합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가면서 웃음이 터져버린...진짜 신고하면 우짤라고예...?ㅎㅎㅎ
문경새재길을 걸어본다는 것은 역사호 타임머신을 타고 가는 것과 같습니다...
곳곳에 이 길의 역사와 현장을 마주치기 때문에 앞과 밑만 보지 말고 좌우로 살피며 걸어볼 일입니다...
여기는 임진왜란 당시 신립이 이끄는 주력부대가 이곳 새재를 지키지 않고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치게 되자 여기에 남아 끝까지 항전하다 처참하게 최후를 마쳤던 신길원 현감과 그의 부하들을 기리는 비입니다...
새재박물관 뒤로 주흘산이 오랫만에 찾아온 나에게 반갑게 손짓이라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젠 널찍하게 정비된 관광용 길을 따라 많은 인파와 더불어 조령을 향해 올라갑니다...
문경새재, 즉 조령(鳥嶺)을 넘는 길은 경상도 남부와 한양을 잇는 가장 최단거리의 길이었기에 예로부터 많은 보부상들이나 과거를 보러 가는 사람들, 관헌들의 파발마, 군사들의 이동으로 이용되어왔던 길입니다...
마침 오늘은 이곳 문경 도자기 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전시품들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부근에는 예로부터 도자기를 많이 구워왔고 지금도 그 맥을 이어가는 요(窯)들이 엄청 늘어났네요...
일본인들이 사죽을 못쓰는 이라보나 구기보리 계열의 멋진 찻잔들이 점차 그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듯합니다...
이제 첫 관문인 주흘관(主屹關)입니다...
아이들이 아직 초등학생이었던 더운 여름날 이곳으로 왔다가 드라마 '왕건'을 촬영하고 있기에 구경하다 아들녀석이 넉살좋게 몇몇 탤런트들과 사진을 찍는 행운을 누렸던 기억도 납니다...ㅎㅎ
1관문을 지나면 좌측으로 세트장이 있습니다...
처음 드라마 '왕건' 촬영을 위해 만들어졌다가 지금가지 여러 사극과 영화의 세트장으로 활용되고있고 주말이나 연휴에는 이렇게 관광객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지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이곳으로 빠져버립니다...
우리는 어느새 조금 조용해진 오솔길을 자분자분 걸어올라 갑니다...
경사도 완만하고 어떤 분들은 맨발로도 걸어서 갈 정도로 정비가 잘 되어 있지요...
맨먼저 보는 지름틀바우...각도가 영 안맞아서 그렇지만 과거 기름을 짜는 특과 똑같이 생긴 바위인지라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섭다리입니다...나무와 나뭇가지들로 얼키설키 만들어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다리인데, 여름의 장마때 앞해의 것은 떠내려보내고 장마가 끝나면 다시 만들었던 1년용 다리입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공로(公路)였기에 여기에는 역원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아래쪽인 조령원터입니다...
돌로 성곽을 쌓듯 담장을 둘러둔 것이 군사적인 의미도 있었다는 듯합니다...
주된 길을 살짝 벗어나 나있는 샛길들도 있습니다...
과거를 보러가던 이들이 생각에 잠겨 걷고 싶을 때...천주교도들이 검문을 피해 다니고자 했을 때...암행어사들이 몰래 다니고자 했을 때...ㅎㅎ
한참을 올라가다보니 큰 정자가 나타납니다...교귀정(交龜亭)...
신.구 관찰사들이나 현감들이 여기서 업무인수인계를 하고 간단히 연회를 즐기곤 했다는 곳입니다...
확실히 한양 - 경상간을 잇는 주된 공로이다보니 이런 것들이 있게 마련이지요...
산불됴심비입니다...
지금이야 '산.불.조.심'이라 적고 있지만 이곳을 넘어다니는 민초들까지 잘 이해하라고...그리고 꼭 지키라고 언문으로 '산.불.됴.심'이라 쓰고 있네요...
비록 인공적인 것이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오면서 흘린 땀을 일거에 식혀주는 시원한 폭포가 있어서 한참을 머물렀다 시원한 물도 한 모금 마시고 다시금 길을 올라봅니다...
그렇게 이런저런 것들을 구경하며 오르니 어느새 2관문인 조곡관(鳥谷關)입니다...
경치가 좋은 곳에 앉아 있군요...
2관문 이후로는 정말 조용한 길이 되어 진짜 트래킹을 즐기는 분들만 올라옵니다...
여기는 이진(二陣)터...
원래의 신립장군 휘하 제 2 진이 여기에 있었다던 곳입니다...
1진은 아래 1관문에 있었는데, 부하들의 만류를 뒤로하고서 모두 탄금대로 옮겨 진을 쳤다가 왜병들에게 참담한 패배를 당하게 되죠...
이곳의 나무들은 또다른 상처를 입고 있습니다...
일제시대때 이곳에 빽빽했던 소나무들마다 생채기를 내어 송진을 받는 바람에 그 흔적들을 아직도 그대로 안고 살아갑니다...
제 3 관문인 조령관을 내려오면 맨 먼저 만나는 역원이었던 동화원...
지금은 휴게소가 되어 여전히 손님들을 받고 있습니다...
예쁘게 정원을 잘 가꾸어 두었더군요...
동화원을 지나면 경사가 살짝 급해지고 길도 약간 좁아지면서 마지막 관문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마지막 관문인 조령관입니다...
시원한 고개마루턱에 자리잡고 있고 경상도와 충청도를 이어주는 관문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그 옆 마패봉으로 가는 길목에는 산신각이 있어서 과거에는 도적떼나 들짐승으로부터 안녕을 빌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한참을 앉아 쉬다가 다시 슬렁슬렁 걸어서 내려옵니다...
잠시 샛길로도 걸어가보기로 합니다...
금의환향길이라 하는데, 과거에 급제하여 기쁜 마음을 안고 속닥하게, 혹은 암행어사 명을 받고서 몰래 내려가던 샛길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추측하도록 해두었네요...
샛길이 이렇게 더 오붓하고 고졸하지만 아깝게도 그 길이가 짧아서 곧 원 길에 합류하고 맙니다...
하지만 몇 군데 더 있어서 내려올때는 이렇게 샛길을 이용해보는 것도 재미있겠지요...
다시 입구 쪽으로 가까워지니 아침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네요...
내려오는 쪽에는 과거 이곳을 스쳐간 관리들의 소위 공덕비나 영세불망비들이 죽 늘어서 있습니다...
진짜 목민관의 마음으로 공덕을 세우고 마을 사람들이 잊지못해 불망비를 세워준 것은얼마나 될런지...?
심지어 이 비석거리 끝에는 철로 만든 비도 있습니다...영원하라고 말이죠...
왕복 15km의 길을 걷고 내려오니 2시가 넘는 시각...문경약돌돼지 고추장숯불구이에 된장 한 그릇으로 밥을 먹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서양식 와인발효 시스템을 갖추고서 오미자로 와인을 만드는 오미로제(Omyrose) 공장을 견학하러 갔습니다...
우리나라의 위스키 마스터 브류어로 유명한 이종기 사장님이 세운 오미로제 공장...
유럽의 일급 레스토랑에서는 꽤 정평이 나서 수출도 되고 있는 오미로제 와인이 저 오크통속에서 익어갑니다...
오미로제와인중에서 가장 좋은 스파클링 와인을 병숙성시키는 곳입니다...
오늘은 이종기 사장님이 안계셔서 인사를 못드리고 왔는데, 계셨으면 같이 한 잔 나누면서 담소를 나누었을지도...
인품이 참 좋은 분이라 좋은 경험들을 많이 이야기해주십니다...ㅎㅎ
오늘은 안마셔본 스틸와인을 사서 이제 숙소로...
언제나 이동네에 오면 마셨던 연풍막걸리를 사러 연풍면소재지까지 갔었는데...아...! 작년에 문을 닫았답니다...ㅠ
'박통식' 75% 소맥분이 든 연풍막걸리는 참 시원하고 목넘김이 좋은 막걸리였는데...
아쉬움을 안고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은 수안보 상*수 호텔 부근의 오랜 능이버섯전골집으로 갑니다...
작년부터 능이버섯을 맛보지 못한 터라 늘상 수안보에 오면 먹는 버섯전골에 오늘은 능이를 부탁해봅니다...
쥔장도 씩 웃으면서 능이를 좀 더 넣어주시네요...
연풍 막걸리의 아쉬움을 충주 탄금대 막걸리로 2% 모자란 듯 달래봅니다...
첫댓글 문경새재길은 걸어본 적이 잇는 데, 언제 한번 맨발로 또 걷고 싶네요^^ 사모님 사랑이 넘치시네요!!
저도 담엔 맨발로...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