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땅 감 이야기>
내가 어린 시절, 우리 고향에서는 토마토를 「땅 감」이라고 하였다. 꼭 감처럼 생겼는데 나무가 아니고 초본(草本)으로 땅에 들러붙어 열린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 아닐지....
나는 실물의 토마토를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보았다. 우리 동네는 당시 과수원이 많아서 과수원에서 열리는 여러 과일들은 이름은 물론이려니와 미묘한 맛의 차이까지 알았을 뿐더러 어찌 재배하고 어찌 수확하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내가 강릉 농고 병설 관동중학교에 입학하던 해 초여름 쯤 이었던가, 학교가 끝나고 강릉중학교 앞을 지나오다가 보니 어떤 아주머니가 학교 앞 길가에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첨보는 과일을 다라(盥<たらい:일본말>/대야)에 담아놓고 팔고 있었다.
빨갛게 익은 것이 감처럼 생겼는데 감보다 훨씬 더 크고 무척 맛있게 보였다.
“아주머이요, 이기 뭐이요”
“니 이그 츰 보나? 이기 땅 감이라는 기잔나...., 참 맛있사.”
“이그 한 개 울매요?”
“4원이야, 한 개 주래?”
“야, 한 개 주.”
이렇게 해서 그 시절 귀한 돈이 어디서 났었던지 배포 크게 한 개를 덥석 샀는데 아주머니는 칼로 쪼개주며 설탕을 찍어 먹으라고 한다.
우선 칼로 잘라주는 것부터 이상했는데 자른 면에 푸르딩딩한 물이 흐르는 것이 먹음직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색달랐는데 설탕을 찍어 먹으라고 하는 것이 더욱 이상했다.
“뭔 과일에다가 설탕을 찍어 먹나??”
우선 설탕을 찍지 않고 한 입을 덥석 베어 물었다가 질겁을 했다. 도대체 과일 맛이라고 할 수가 없는 첨 맛보는 이상한 맛으로 도저히 목구멍으로 넘길 수가 없다.
냄새도 비위가 뒤틀리고, 밍밍한 것이 입속에서 그냥 뭉개지며 미끈거리고.... 아삭아삭한 사과와 배, 복숭아에 익숙한 나에게는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맛이었다.
그렇다고 그 귀한 돈으로 산 것을 버릴 수도 없고.... 들고 오며 오만상을 찡그리며 몇 쪽을 강제로 삼키다가 결국 길 옆 풀 속에 내 던져 버리고 말았다.
아아~~, 아까운 내 돈....
나는 요새 잘 익은 토마토를 사다가 믹서에 갈아서 아침으로 한 잔 마시는 것이 낙이 되었다. 비타민이 듬뿍 들어 있는 과일 중의 과일이 토마토 아닌가?
토마토는 케찹으로, 샐러드로.. 많은 요리에 주재료로 사용되는데 주성분인 「라이코펜」은 노화를 방지하고 전립선암, 유방암, 소화기계 암을 예방함은 물론 뇌졸중, 심근경색도 예방하는 등 그 효능이 널리 알려져 자연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과일 중 하나로 분류된다고 한다.
(토마토는 과일이 아니고 채소로 보는 것이 맞다는 미국의 대법원 판결(?)이 있어 과일이냐 채소냐의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한다.)
첫댓글 아...그기
땅감이구만요.
지는 츰 들어보는 말이라서.
우리 어릴찍에는 도마도...라고
불르고, 토마토라고 쓰고요 ㅎ
마자요. 설탕을 하얗게 뿌레서 먹었지요.
많이 좝쏴요~~~
그 아주머이가~ 울 어머이 일찌도.....
아, 이걸 땅감이라고 불렀군요.
이게 홍시하고 정말 비슷하죠.
그래서 토마토를 우리나라 표준말로는 '일년감'이라고 하지요.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국어책에도 토마토를 '일년감'이라고 했어요.
짐작에 5학년 때였는데, 1967년 1학기인지 2학기인지 그건 기억에 안나구요.
토마토라고 쓰고, 도마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도마토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강원도 경상도 사람들이 주고 도마도, 도마토라고 하잖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