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5가 데뷔했을때 풍기던 강인한 이미지는 독창적인 주행성능과 더불어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적어도 출렁거리는 서스펜션을 기본으로 오프로드를 넘나들 수 있다는 SUV들이 시장을 판치던 환경에서 X5에 쏠리는 시선이 남다는 것은 당연한 일. 기자가 처음 X5를 접했을때 4.4엔진의 박진감있는 주행성능과 놀라운 핸들링에 매료된 바가 있는데 어느덧 페이스 리프트를 거쳐 2세대까지 등장했으니 세월의 흐름 만큼이나 많은 것들이 바뀐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시장은 변화됐다. 오프로드를 가볍게 다닐수 있는 SUV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도심에서 주로 이용되는 SUV의 환경을 감안해 그에 맞는 셋업을 취하기 때문이다. 그럼 새로운 X5를 만나보자. 2세대 X5는 디자인부터 확 바꿨다. 전면 마스크는 강인한 이미지를 크게 부각시키는데 촛점을 맞췄고 컴팩트 SAV인 X3의 것을 응용한 느낌이 크다. BMW 전통의 키드니 그릴은 여전히 존재감을 표명하지만 직선을 강조한 본닛이 역동적인 인상을 잘 살려낸다. 헤드램프를 얇게 만들어 표적을 노리는 맹수와 같은 느낌도 부여했다. 물론 제논라이트는 기본사양. 범퍼의 디자인도 바꿨고 현대적인 세련미를 적절히 조화시켜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구성으로 한번 더 거듭나고 있다. 측면 라인도 직선을 강조한다. 프론트 팬더부터 이어지는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은 도어 캐취를 지나 리어팬더까지 연장된다. 휠 하우스를 가득메운 18인치 휠은 차체에 비해 작아보이긴 하지만 성능을 끌어올리는데 문제가 없다. 후면 디자인은 X3를 그대로 카피한 느낌이 들지만 같은 회사(BMW)의 모델을 응용한지라 카피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많이 닮았다. 디자인의 완성도는 올라갔고 이전 모델과의 차별성도 분명하다. 실내는 최근 BMW의 주장을 그대로 담고 있다. 5시리즈 등 최신 모델에서 보아왔던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담고 있으며 최신 BMW 모델에 탑재되는 변속기 레버도 눈에 띈다. 깔끔한 인터페이스를 비롯해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았고 더불어 스포티한 느낌을 부르는 것 역시 BMW의 모델답다. 스티어링 사이즈도 적당해 조작시 거부감이 없다. 간혹 너무 큰 스티어링 휠을 장착한 SUV들도 만날수 있는데 핸들의 조작량이 많아진다는 것은 아무래도 불편함을 초래한다. 물론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주장하는 BMW가 이런 스타일을 만들어 낼리도 없겠지만. 변속기 레버는 새롭다. 상단에 주차용 버튼이 마련되었고 전자식으로 작동되어 편하다. 차량이 멈춰만 있다면 버튼만 누르면 주차가 끝나기 때문이다. 물론 별도로 마련된 주차 브레이크 역시 전자식이다. 변속기 레버는 SMG와 같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방식을 사용하며 후진시 측면을 버튼을 눌러 작동시킬 수 있다. 오작동을 막기 위한 것이다. 중립(N)과 주행모드(D) 사이에서는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조작이 가능하다. (참고 : 레버 상단의 주차 버튼은 주행시는 동작하지 않으며 차가 완전히 멈출 경우만 작동합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메뉴얼 모드도 지원된다. 기존 모델처럼 좌측으로 당겨주면 되는데 터치감이 부드럽다. 또, 빨라진 변속기의 반응과 어울어져 맛깔스럽고 쉬운 변속이 가능하다. 중앙에 마련된 암레스트에 팔을 올리고 손목의 스냅만으로 모든 조작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경쟁모델과 비교할 때 크게 유리하다. 국내에 우선 데뷔한 모델은 3.0 디젤 모델인데 기존 X3에 탑재되는 엔진과 달리 출력을 올린것이 특징이다. 같은 출력을 지녔다해도 문제가 없지만 보다 큰 출력을 발생시켜 윗급 모델만의 특별함을 살렸다. 뒷좌석 공간은 넓다. 넓은 뒷좌석으로 소문난 아우디 Q7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단, 7인승으로 만들어졌음에도 국내 사양은 5인승이라는 점이 아쉽다. 물론 넉넉한 트렁크 공간을 확보하긴 했지만 7인승을 요구하는 고객층도 많다는 점을 감안해 보다 빠른 데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트렁크 공간은 합리적이다. SUV들이 저마다 공간활용성을 내세우고 있는 현실이지만 박스형의 넉넉한 트렁크 공간은 화물 적재시 분명히 유리한 점이 많다. 물론 2단으로 오픈되는 게이트도 편리한 화물 수납에 도움이 된다. 스페어 타이어를 삭제해 트렁크 하단에 짐을 수납할 수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의외로 넉넉한 공간이라 지저분한(?) 짐들을 적재하는데도 이용될 수 있겠다. 타사와 달리 리프트를 달아 커버를 손으로 지지하고 있지 않았도 된다는 점도 이점. 주행에 들어가자. 서울 시내의 간선도로의 느낌은 조금 단단한 편이다. 가속페달을 밟아 힘차게 전진하면 단단하게 느껴지는 서스펜션으로 인해 조금 예민한 반응을 보여준다. 물론 X-Drive와 DSC등 첨단 장비를 달아 안정감은 높지만 분명 단단한 느낌이 크다. 물론 깔끔하지 않은 노면의 문제이기도 하다. 적어도 정비가 잘된 고속도로에서는 안정감 있는 모습으로 고속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으니까. 가속력은 뛰어나다. 235마력의 디젤엔진은 초반 반응부터 후반에 이르기까지 힘의 하락을 허용치 않는 느낌이다. 기어비도 짧아 초반부터 박진감 있게 밀어붙이고 2단기어 이후 활발한 속도 상승을 보인다. 최대토크는 약 53.1Kg.m에 달해 수치적으로 볼때 5리터급 가솔린과 맞먹는다. 꾸준히 상승하는 속도는 190km/h를 전후해 조금 추춤하는 느낌이 있지만 어느덧 210km/h를 마크한후 움직임을 멈춘다. 최고속 주행시 209~210km/h 사이를 오가며 스피드 리미터가 작동하고 있음을 한번 더 일깨워준다. 물론 스피드 리미터가 작동해도 급격한 출력 하락을 보이지 않고 부드럽게 제어를 해주기 때문에 운전자가 놀라는 일은 없다. 물론 속도계를 직접 볼 필요도 없다. BMW가 자랑하는 HUD(Head Up Display)가 마련되었으니까. 완전히 정면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피드 미터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숙일 이유가 없어 안전운전에 도움이 된다. 조금 더 최고속이 늘어나도 좋겠지만 덩치 큰 SUV로는 최상의 성능이다. 이제부터 BMW가 자랑하는 SAV, X5의 진짜 실력을 가늠할 차례다. 이곳은 코너가 깊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하는 와인딩 로드. 출력이 높아 고속 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차라도 밸런스가 좋지 않으면 큰 코를 다칠수 있는 곳이다. 잠시 식혀놓았던 엔진을 켜기 위해 시동버튼을 누른다. 시트 포지션도 타이트하게 조율한다. 변속레버도 확인하고 스티어링 휠도 한두번 돌린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도 점검했다. 아이들링시 소음은 많이 억제되었다. 외부에선 디젤 특유의 소음이 들리지만 실내에선 가솔린과 다를바 없는 고요함이 흐른다. 우선 테스트는 DTC만 Off 시킨다. DSC의 기능이 제한된다는 메세지가 뜬다. 물론 HUD를 통해서다. (DSC를 완전히 끄고 주행해도 안정감은 뛰어나다. 단, DSC를 예방차원으로 놓고 DTC만 끄고 박진감 있는 주행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안전하면서도 빠르고 경쾌하게 달리는데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자 짧은 기어비의 영향으로 강한 토크감과 더불어 차체가 밀려나간다. 2단 변속. 반응이 빠르다. ZF제 미션을 사용하는 것은 같다지만 이번 변속기는 최신 모델에 해당한다. 보다 여유롭게 토크를 받아 칠수 있고 변속 시간도 대폭 축소해 첨단 변속기라 불리는 SMG나 DSG가 부럽지 않다. 쉬프트 다운시 rpm을 보상하는 부분은 아쉽지만 변속 시간 자체의 향상으로 큰 불만은 없다. 코너를 앞두고 브레이킹. 브레이크에 대한 신뢰도는 높다. 적어도 2톤을 넘어서는 차를 제어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브레이크 성능인 만큼 이 부분을 소홀히 하면 안전상 문제가 따르게 된다. 하지만 엔트리급 모델이라도 브레이크 만큼은 탄탄하게 조율하는 것이 BMW 다운 스타일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단지 걱정이라면 성능이 좋은만큼 소모도 빠르다는 것 뿐. 운전자의 지침에 따라 완벽한 속도제어가 이뤄지면 어느덧 코너가 눈앞에 펼쳐진다. 스티어링을 부드럽게 감으면 라인을 따라 흐르는 롤러코스터 마냥 부드럽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 등 특정 현상이 일시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뉴트럴한 반응이다. 앞서 DTC를 꺼두었기 때문에 박진감있게 치고나가는 맛도 쏠쏠하다. 단, 타이어 그립은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255mm에 달하는 타이어는 넉넉한 사이즈임에도 코너 진입시 생각보다 속도를 많이 떨어 뜨려야 한다. 왠만한 코너에선 타이어의 스키드음이 계속해 따라올 만큼 전반적인 X5의 성능에는 조금 못 미치는 경향이 있다. 코너를 감싸안고 재가속에 돌입하면 4륜구동 모델 특유의 박진감이 전해진다. 가속페달을 전개하고 있지만 완벽한 트랙션 확보로 코너 탈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황에 맞춰 적절히 구동력을 분산시키는 X-Drive는 주행성능 향상과 더불어 운전자에게 자신감도 선물한다. 뉴트럴한 반응으로 운전을 할수 있어 어느 영역에서도 자신감 있는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단, 코너를 돌아나갈때 의외로 롤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간선도로에서 느껴지는 서스펜션의 단단함은 보이지 않고 부드럽게 수축한다. 스포츠를 지향하는 BWM의 SUV라면 조금 더 하드해도 좋을텐데. 혹은 타사와 같이 에어서스펜션을 통해 상황에 맞는 댐핑 압력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겠다. 다시금 가속이 진행되며 rpm이 오른다. 수동모드로 설정을 했지만 변속레버를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쉬프트업이 진행되고 있다. 기어비가 짧아 한단 정도 높여 다음 코너에 진입해도 문제가 없지만 조금 더 운전자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을 늘려주면 좋겠다. 적어도 수동모드에서는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변속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앞서 말한 변속기의 깔끔한 반응과 빠른 속도가 이런 불만을 상쇄 시킬만큼 탄탄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어 그다지 큰 불만이라 말하기는 어렵겠다. 주행성능은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90점 이상을 줘도 부족하지 않다. 정통 스포츠카라면 모르지만 분명히 SUV로써는 상당한 실력을 과시해내기 때문이다. 단, 경쟁 모델을 의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우디 Q7을 비롯해 벤츠 ML 역시 녹록치 않은 상대는 아니다. Q7은 넉넉한 공간과 콰트로를 기반으로 주행성능을 뽐내고 있고 에어서스펜션도 기본으로 달고 있다. ML 역시 에어어스펜션을 달고 있고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부각한다. 카이엔 역시 탄탄한 성능을 뽐낸다. 그렇다면 조금 더 스포티해져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차가 타사의 모델이라면 이와 같은 욕심은 필요치 않다. 하지만 BMW가 아닌가? 적어도 운전자에게 믿음을 주고 안정감 있고 빠르게 달릴수 있는... 또한 그렇기에 운전자가 자신의 운전실력이 좋다고 착각할 만큼 뛰어난 온로드 주행성능을 무기로 내세우는 BMW라면 조금 더 단단한 조율을 통해 차별화를 꾀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이 변했다. SAV라는 장르를 X5가 개척했지만 현재 여기저기서 온로드 중심의 SUV를 만들어 도전을 해오기 때문이다. 순수한 X5는 만족감이 큰 모델이다. 가솔린 모델이 또 다른 즐거움을 전할수도 있겠지만 3.0 디젤은 충분한 만족감을 주었고 즐거운 드라이빙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가솔린에서 상상하기 힘든 연비의 이점은 또하나의 선물이었다. 하지만 2% 부족하다는 생각은 왜일까? 시장서 경쟁하는 유사한 컨셉의 경쟁 모델이 많아졌기 때문은 아닐까?
|
오토뷰 김기태 PD [autojoins@join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