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말 워싱턴에서 G20 재무장관 회담이 열렸다. 국내 언론들은 글로벌 출구 전략과 관련한 공조가 공식적으로 파기됐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G20 공동성명에서 “그동안 취해왔던 거시 및 금융 분야의 예외적인 지원조치로부터 자국 상황에 맞는 신뢰할 만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G20 의장국으로서 국제 공조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던 한국도 기준 금리 인상을 비롯한 포괄적인 긴축 정책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런 해석은 G20 회의 결과에 대한 오독(誤讀)이라고 본다. 글로벌 불균형과 별 관련이 없는 국가들(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국가들)의 자율성은 보장됐지만, 불균형의 당사자들(경상수지 흑자나 적자 규모가 큰 나라들)에 대해서는 명확한 행동 규범이 제시됐다.
“저축을 늘리고 재정적자를 축소해야 하는 국가(경상수지 적자국)로부터 발생하는 수요 감소를 완충시키기 위해 여력이 있는 국가(경상수지 흑자국)는 국내의 성장 원천을 확대해야 한다”는 성명서 문구가 그것이다. 글로벌 공조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과 중국 등 경상수지 흑자국에 대해서는 ‘맘대로 금리 올리세요’가 아니라 내수 부양이라는, 오히려 긴축과 반대되는 포괄적인 과제가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일부 국가들이 금리를 올리고 있기는 하다. 또한 이런 점이 글로벌 공조의 파기를 의미하는 정황 증거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글로벌 위기 이후 정책 금리를 올리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6개이다. 09년 8월에 이스라엘이 금리를 인상한 이후 호주와 노르웨이 등이 뒤를 이었고, 금년 들어서는 인도와 말레이시아도 금리를 올렸다. 이들 국가 중 G20 이라는 글로벌 공조의 틀 아래 있는 국가들은 호주와 인도이다. G20 국가 중에서는 브라질도 향후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이들의 금리 인상이 글로벌 공조의 파기를 의미하는 것일까 ? 그렇지 않다고 본다.
G20 국가들 중 금리를 올리고 있는 호주와 인도는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국들이다. 앞서의 G20 성명에서 논의한 ‘저축을 늘리면서 허리띠를 졸라메야 할’ 나라들이다. 이는 브라질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한국과 중국 등 경상수지 흑자국들이 이를 따라야 할 상황은 아닌 것이다. 금년 3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외 적자를 안고 있는 국가는 저축을 늘리고 수출을 확대해야 하며, 흑자를 내는 국가는 소비와 내수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발언도 글로벌 공조의 기본 방향을 환기시켜 준다. 물론 글로벌 공조가 동아시아 국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인가라는 점에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다른 관점으로 글로벌 공조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다. 최근의 G20 회의에 대해 글로벌 공조의 와해와 동아시아 국가들의 금리 인상이 임박해 있다고 보는 견해는 올바르지 않다.
결국은 글로벌 공조가 얼마나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가가 주식시장에서는 중요할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연 초 칼럼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글로벌 금융 환경이 현재와 비슷했던 80년대 후반에도 글로벌 공조의 균열은 일시적인 주식시장 급락으로 귀결된 바 있었다. 80년대 중반이나 지금이나 미국은 대내외 불균형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80년대 중반에 허리 띠를 졸라메야 할 나라는 미국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긴축을 해야 할 미국 대신 다른 나라들이 내수 부양을 하면서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80년대 후반에도 있었고, 이를 논의한 회의가 87년 초의 루브르 합의였다. 초기에는 공조가 잘 이뤄지다가(아래 왼쪽 그림 – 루브르 합의 직후 미국은 금리를 올렸지만, 영국과 독일, 일본은 금리를 인하하며 내수 부양) 87년 하반기 공조가 깨어지면서 (미국 이외의 나라들도 금리를 올리면서 긴축으로 전환) 블랙먼데이라는 주식 시장의 대폭락이 나타났다.
연초 각종 미디어에서는 G2 리스크라는 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라는 주장이었는 데, 3월 말 이후 미국과 중국에서 나오는 뉴스 플로우는 비교적 주식시장에 우호적이었다.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이 미국을 방문했고, 위안화 절상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여줬다. 미국 의회도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을 유예했다. 3월 말 이후 글로벌 증시가 강한 반등세를 나타낸 데는 G2의 우호적인 분위기도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중국이 내수부양에 대해 얼마나 전향적인 태도를 나타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중국 위안화 절상 논의도 글로벌 공조와 경상수지 흑자국의 내수 부양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조가 원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른 나라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중국은 그 스스로가 내수 부양에 대한 필요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5~6월은 원활한 공조보다 다소의 불협화음이 노출될 수 있는 시기이다. 중국의 3월 무역수지는 적자로 반전됐다. 반면에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다시 커지고 있다. 내수 부양이나 위안화 절상과 관련해 다소의 마찰음이 나올 수 있는 시기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 경우 G2 리스크는 다시 한번 주식시장에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위기 이후 실물 경제나 금융 시장의 움직임에는 관료들이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 나오는 뉴스들에 대해 관심을 곧추세워야 할 시기이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성공투자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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