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차넌이
차넌아~~~ 소윤이야. 잘 지내고 있어? 군대 가서 받는 내 첫 편지인데 기분이 어때? ㅎㅎㅎ 이번 주 훈련은 잘 했어? 처음 하는 훈련이라 말은 아니어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에이스라고 하는 거 듣고 마음이 진짜 많이 놓이더라. 거봐! 내가 뭐랬어. 너 잘할 수 있댔지?! 우리 창연이는 어딜 가도 칭찬 받고 예쁨 받는 좋은 사람이라서 나는 행복해.
난 요즘 생각보다는 잘 지내고 있어. 친구들이 나 힘들까봐 많이 챙겨줘서, 술자리가 너무 많아... ㅋㅎㅎ 당장 지금 금요일에 이걸 쓰고 있는데, 어제도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오늘도 술 마시러 가... 사람들이랑 노는 거 참 재밌고 시간도 빨리 가는데 그래도 창연이랑 놀 때의 그 행복은 느낄 수가 없더라. 너랑 같이 술 마시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쓸데없는 얘기 나눌 때의 그 평화로움이 너무 그리워. 냉장고에 아직도 그때 산 짐빔이랑 고드름이 있는데, 먹을 일이 없네. 너무 보고싶다 창연아.
음... 실은... 잘 지내고 있다기보단 그냥 시간을 얼른 흘려보내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나 원래 이렇게 맨날 약속 나가고 술 먹는 거 힘들어하잖아. 근데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무서워서 자꾸 나돌게 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시간이 너무 안 가. 너 없는 시간이 너무 길어. 우리 항상 같이 있었는데, 휑한 집에 들어오는 게 무서워. 그래서 요즘 집 정리도 엉망이야. 깨끗하고 넓은 집안에 혼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면 너무 무섭고 외로워. 솔직히 귀찮아서 정리 안 하는 것도 맞지만 그런 이유가 큰 것 같아. 어쩌면 나는 괜찮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픔을 직면하기 힘들어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자꾸 군대에 관한 생각을 안 하려고 해서 괜찮다고 느껴지는걸지도 몰라. 이 얘기는 처음 하는 것 같네. 그래, 창연아, 나 사실 많이 힘든 것 같다. 안에서 훈련하는 창연이가 훨씬 더 힘들고 시간도 훨씬 안 가겠지만 그래도 힘들어. 평소 손편지는 그저 일기일 뿐이지만 이렇게 진심을 꺼내려고 하는 순간 편지 쓰는 시간이 참 안 가더라. 솔직한 마음을 꺼내는 게 참 속상하거든. 그래서 여태 내 마음이 진짜로 어떤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나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네... 하긴 술 마시고 친구들이 괜찮냐고 물어볼 때 눈물부터 나오는 걸 보면 난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자기 군대 가기 전에 같이 시간을 많이 보냈던 게 조금은 위로가 돼. 외로운 순간이 오면 그때를 많이 떠올리게 되더라. 난 차넌이가 입대한 뒤로 브롤스타즈를 한 번도 안 들어갔어. 너랑 함께한 그 마지막 판을 끝으로 다시 할 생각이 안 들거든. 너랑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것들을 나 혼자 하는 게 참 속상해. 애니도 잘 안 보게 되고 말이야. 나히아도 아직 6기를 다 못 봤고, 진격거도 분명 다시 보려고 했는데 못 보겠어. 이런 감정에 무뎌지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 아직은 힘들다.
너한테 힘들다고 얘기하면 걱정할까봐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한 번은 솔직하게 말해야 좀 가슴이 덜 답답할 것 같아. 이래놓고 막상 또 알바 갈 시간, 약속 나갈 시간이 되면 밝아진 모습으로 나가겠지만 그냥 문득문득 이렇게 허한 기분이 들어. 창연아... 너무 너무 보고싶다. 너랑 같이 하던 학교생활이 너무 그리워. 실습방학이 끝난 후의 내 학교생활이 너무 두려워. 당연하게 매일매일 함께하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야 깨달은 것 같아.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 생각보다는... 정말 생각보다는 잘 지내. 아마도... 헤헤...
우리가 이 시간을 잘 버텨낸다면! 전역한 후에 차넌이가 다시 내 곁에 있어줄 수 있다면! 나는 우리가 정말로 오래오래 서로와 함께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 같이 살자는 뜻 맞아. 결... 결혼하자. 지난번에 문자 나눌 때 내가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 '내평생을너한테다줄게'였는데 너는 봤는지 모르겠네. 진심이야. 우리 항상 함께하자. 여태 많이 싸우고 많이 힘들었지만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이렇게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 보고싶다. 얼른 나와서 같이 맛있는 거 먹자...
아~ 다른 사람들이 올린 편지 보니까 다 엄청 가벼운 내용들이던데 나만 이렇게 진대 한 거 아냐?! ㅜㅜ 좀 부끄러운데... 전화하거나 손편지 쓸 땐 시시콜콜한 일상 얘기를 주로 하게 되니까 진짜 내 마음도 진지하게 한 번 전해주고 싶었어. 다음 주에 받을 손편지에는 그냥 쓰잘데기 없는 일기같은 내용만 적혀 있을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이제 이거 끝나면 폰 받겠네! 전화해서 울지 마라~ ㅋㅋ 음... 아냐 울어줘. ㅋㅋㅋ 나도 너 우는 것 좀 보자! 처음 전화할 때 너가 뭐라고 반응할지 솔직히 조금 기대했는데 아쉬웠단 말야! 나만 울고 너는 너무 신나 보이고 엄청 잘 지내는 것 같아서... 잘 지내면 정말 정말 다행이지만 그래도 왠지... 무슨 말인지 알지?! 아, 그리고 너가 써준 예약메시지는 다 잘 오고 있어. 아침에 일어나서 너한테 오는 카톡 보는 맛으로 살고, 특히 가끔 던져주는 변화구가 그 하루를 참 행복하게 만들어. 고마워 창연아. 너무 보고싶다. 아래 사진은 뭘 넣어야 좋을지 모르겠고, 요즘 찍은 사진이 딱히 없어서 그냥 예전 사진 뒤져왔다. 사랑하고, 많이 보고싶고, 좋아해. 몸 조심하고 밥 잘 먹고. 점심 맛있게 먹고 이따 전화하자! 사랑해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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