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치는 시인의 시 같은 삶을 보노라면,
왠지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이 생각난다.
양들에게 풀을 뜯기며 산을 오르내리는 목동의 외롭고
낭만적인 삶이 벌치기 시인의 삶과 겹쳐서 떠오른다.
그 때문일까. 그가 등단한 지 햇수로 15년 만에 낸 첫 시집
<오늘은 이 산이 고향이다>의 앞머리를 <별>이라는 제목의
시가 장식하고 있는 것은.
“생각하기보다 기도하기로 한다/기도하기보다 미소짓기로 한다/
미소짓기보다 손을 잡아주기로 한다”(<별> 전문)
30년 가까이 벌을 치며, 사람보다는 꽃과 자연을 벗 삼아 온
시인의 고독과 진정이 느껴진다.
벌들이 꿀을 따 모으는 동안 나흘에서 일주일까지 적막한 곳에서
한뎃잠을 자며 생활하다 보니 그에게는 자연을 관찰하는
남달리 예민한 촉수가 생겼다.
그러나 어린이의 마음은 다시 하늘의 마음과 통한다.
단조롭고 반복적인 양봉 일에서 그는 삶과 죽음, 개화와 낙화의
분별을 넘어서는 한소식을 얻는다.
“나는 눈보라처럼 날리는/아카시아 꽃잎 사이를 가는 사람/
꽃보라처럼 날리는 생을/괴로워하지 않는다//
아카시아 꽃 시들어도/벌이 있어 꿀이 있어/꽃은 지지 않는다/
꿀 먹은 사람 속에서/아카시아 꽃 다시 환하게 핀다”
(<꽃은 지지 않는다 - 양봉일지 9>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