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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인터뷰] ‘배터리 남방한계선’ 깨고 대한민국 미래 깃발 올린다
By 피렌체의 식탁
전북은 그간 정체된 지역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작년, 최연소 도지사의 등장으로 조짐이 달라졌다. 전라북도를 신성장산업 1호인 이차 전지의 요람으로 만든다는 게 김관영 지사의 목표다. 전북은 ‘새만금’이라는 큰 땅과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양대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김 지사. 새만금 조성 후 10년간 1백만 평의 산업 용지가 분양됐는데, 최근 1년간 그만큼이 추가 분양됐다고 전한다. 중국 업체들도 고립과 장벽을 피해 서해안 새만금을 타진하고 있다. 전북에 기회가 온 것인가. 직접 물어봤다. [편집자 주]
✔ 2024년 ‘특별자치도’로 출발… 스스로 책임지며 발전하는 전북의 새 엔진 기대
✔ ‘RE100 산단’ 보유한 유일 지자체… 지속 성장 가능한 특별자치도
✔ 반도체 이은 미래 먹거리 ‘이차 전지‘… 기업 요구 인력 5천 명, 고용도 여기서
✔ “새만금이 어떠냐고요? 십자형 도로 따라 내부 구경까지 해보면 알아요.”
✔ 인구 180만 명에 유·무형문화재 105건… 동학 후예가 사는 아름답고 강한 전북
<피렌체의 식탁>과 인터뷰하는 김관영 전북 도지사
취임 1주년, 5개 대기업 유치 목전
신혜선: 안녕하세요, 도지사님. 곧 취임 1주년이시네요. 축하드립니다. 민선 8기 전북도지사로서 첫해 보내신 소회를 말씀해주신다면요? 특히 전북도는 내년부터 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발하는데요.
김관영: 작년 6월 1일 선거에서 당선됐습니다. 전국 최고 득표율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 그다음 날부터는 압박감과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만큼 무거운 자리입니다. ‘도민들이 왜 나를 뽑아주셨을까?’ 생각해 봤을 때, ‘무너진 경제 좀 살려달라’ 그리고 ‘전북의 자존심을 좀 세워달라’ 이런 도민들의 명령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어떻게 수행할까 저 나름대로 참 열심히 뛰었습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전북특별자치도는 전북 발전의 새로운 엔진이 될 것 같아요. 고도의 자치권과 전북만의 특례들로 좀 더 특별하고 전북다운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신혜선: 선거 당시 제시하신 공약을 토대로 지난 1년간의 성적표를 매긴다면, 몇 점쯤 될까요?
김관영: 수험생이 자기 점수 줄 수는 없어서 조금 민망한데, 90점은 줄 것 같은데요.
신혜선: 이유도 말씀해 주시겠어요?
김관영: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이보다 더 열심히 하라고 해도 안 될 것 같아요. 몸에 이상이 생기려다 말다 하는 경계를 지나면서 일하고 있으니까요. 객관적인 지표를 말씀드리면, 최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주관한 ‘2023 민선 8기 전국 시‧도지사 공약실천계획서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종합 SA’ 등급을 받았습니다. 공약은 도민과의 약속이고 약속을 지키는 것이 도정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기업 다섯 개 유치하겠다’고 공약하고 당선돼서 기업 유치하는 데 가장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남은 10점은 도민들이 봤을 때 소통이라든가 인사라든가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것들은 앞으로 채워나가야죠.
신혜선: 전북도에 기업 유치하는 데 집중하셨다고 하셨는데요. 다 성공하셨나요?
김관영: 임기 내에 전북도에 5개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는데, 현재까지 두산, 한솔, SK, LG 이렇게 네 곳을 유치했습니다. 나머지 한 곳은 협상 중이고 곧 협약할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 안에 5개는 달성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일 년 반 동안에 다섯 개 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목표를 좀 더 높게 잡았어요. 임기 내에 열 개 유치하자.
직원은 아이디어 내고, 도지사는 PT하고
신혜선: ‘직원은 아이디어 내고, 도지사는 PT하고.’ 지난 1년 전북도청의 변화에 놀랍고 신기했어요. 어떻게 직접 PT까지 하실 생각을 했나요? 또 막상 해보시니 어떠셨나요?
김관영: 첫 번째로 PT에 나섰던 게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유치’였습니다. 새만금에 센터를 유치하면 국가 예산 1조 원에 민간 투자까지 포함해 최대 6조 원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었어요. 욕심이 났습니다. 취임 전부터 직원들과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유치 전략을 준비했어요. 그렇게 발표일이 다가오는데 PT를 담당한 공무원이 긴장하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그 부담을 제가 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PT 발표에 도지사가 나서는 일은 없다고 다들 말리더라고요. 심사 당일, 심사위원 앞에서 제가 발표하고 질문도 직접 다 받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최근에도 이차 전지 특화 산단 관련 발표 심사에 직접 나섰습니다. 도지사가 나서서 전북의 진정성과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자는 취지에서였습니다. 몇 주간 주말도 없이 열심히 준비했어요. 발표 분위기도 좋았고 전북도민의 열망을 잘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신혜선: 그런 변화가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김관영: 두 가지 효과를 봤어요. 하나는 실제 효과에요. 실무자들이 하는 것보다는 도지사가 발표하면 훨씬 절박하게 보이고 가능성이 1%라도 높아지지 않겠어요? 그런 생각이었죠. 직원들이 ‘도지사님이 직접 나서서 떨어지면 망신입니다’, ‘지사님 얼굴에 완전히 먹칠하는 겁니다’ 이런 말을 하기도 했지만, 뭐가 중요해요? 자존심을 내세울 때가 아니잖아요.
다른 하나는 내부 효과에요. 이차 전지 특화 산단 발표 심사 때, 20분 발표를 위해 직원들 앞에서 스무 번 리허설했습니다. 또 준비하면서 열 명에서 열다섯 명이 모여서 논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도지사가 저렇게까지 하는데 우리도 좀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느냐’ 식의 자극을 주고 싶었어요. 특히 성공의 스토리를 하나하나 축적해 나가고 싶었고요.
신혜선: 자극이요?
김관영 도지사가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 TF팀과 함께 PT 발표 최종 리허설을 하는 모습 (사진: 전라북도)
도민들에게 1등의 경험을 주고 싶어
김관영: 네. 제가 느끼기에는 전라북도에 있는 많은 사람이 1등의 경험이 부족해요. 그래서 1등의 경험이 조금만 축적이 되고 에너지가 쌓이면 분명히 전라북도에 계신 분들의 저력이 폭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 전라북도 계신 분들이 동학혁명의 주체예요. 우리 도민들한테 얘기해요. 당신네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 중 한 명은 당시 접주 내지는 집강소에 가서 직접 깃발 들었던 분이다. 혁명의 피가 흐르고 있는데 계기를 좀 만들어보자. 누가 만들어요? 도지사가 열심히 만들어야죠.
신혜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직원들도 변화할 수밖에 없었겠습니다.
김관영: ‘도지사가 저렇게까지 죽자사자 하는데 우리도 조금 해보자.’ 이런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누구나 마찬가지잖아요. 동기 부여가 되어야 하는 거죠. 특히 지난번에 사무관 253명을 대상으로 벤치마킹 프로젝트 하나씩 다 발표하라고 했어요. 그중에 열 명 승진시키겠다고요. 여기서 촉발된 아이디어 경쟁 등이 생겨서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좋은 아이디어와 성과를 내는 사람은 분명히 승진도 빨라질 것이다’ 하는 시그널은 1년 동안 제가 주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조금씩 느끼고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여당과 동행…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명예 도민증 수여해
신혜선: 직원이 낸 아이디어 하나만 소개해 주신다면?
김관영: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명예 도민증을 수여한 일이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호남 동행 의원 제도’라는 것을 만들고 있어요. 호남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없다 보니까 다른 지역의 국회의원들에게 ‘제2의 지역구’를 호남에 만들어 주는 거죠. 이분들이 군수님들이나 시장님들이 찾아가면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에요.
우리도 도움을 받고 있는데, 이분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관한 아이디어를 한 사무관이 냈습니다. 그분들에게 명예도민증을 주자는 거죠. 그분들 다 모아놓고 감사의 뜻을 표하고 명예 도민증 드리고요. 그분들을 우리 도의 특별한 분으로 모시면 국회에 가서 국민의힘 도움 받을 일도 많은데, 그분들이 다 도와주시고 할 거 아닙니까?
전라북도 도의원 40명 중 37명이 민주당입니다. 국민의힘, 딱 한 명이에요. 명예도민증을 주려면 도의회가 승인해야 하는데, 하마터면 부결될 뻔했어요. 도의원들은 잘 이해를 못하셨어요. 저는 사실 당연히 통과될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깜짝 놀랐어요. 20대 19로 통과됐어요. 통과되고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제가 여의도에 가서 명예도민증을 드렸는데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솔직히 작년 예산 확보할 때 그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15만 원짜리 명예 도민증 상패 하나 드리고 15억 원 이상 기여했다고 봐요.
신혜선: 한국 정치 현실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네요.
김관영: 네. 협치와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 정치 문화가 더 성숙해지면 좋겠습니다.
새만금, 이차 전지 산업의 메카 될까?
신혜선: 이번엔 전북도의 살림살이를 좀 살펴볼게요. 우선 새만금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어요. 새만금을 이차 전지 산업의 메카로 키우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계십니다. 지난 1년간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을까요?
김관영: 이차 전지는 전기자동차의 필수 부품입니다. 반도체에 이어서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소재죠. 그런데 이 이차 전지 기업들이 새만금에 빠르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정치 시작하고부터 새만금 지역의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에 새만금의 부침을 목격했습니다. 조선소 새로 유치했을 때 최고점을 찍었다가 그다음부터 고꾸라지면서 암흑기에 들어갔거든요. 한 십여 년을 어렵게 버텨왔습니다.
그런데 왜 이차 전지 기업들이 새만금을 찾을까? 생각해 보니까 새만금처럼 넓은 땅이 대한민국에 없어요. 지금 이차 전지 기업들이 옛날에는 2만 평, 3만 평 땅을 찾으면 충분했는데, 지금은 최소한 5만 평, 10만 평 땅을 찾아야 해요. 즉각 땅을 내놓을 수 있는 데가 새만금밖에 없어요.
그리고 세제 혜택이 주어져요. RE100이 가능하고 전력, 공업 용수, 폐수 처리같은 유틸리티 기반이 갖추어져 있기도 하고요. 기업들이 와서 활동하기에 적합한 여건이 조성되니까 기업들이 몰리기 시작했는데, 최근 3년 동안 23개의 기업이 약 7조 원 정도 투자했어요.
신혜선: 산업통상자원부의 이차 전지 특화 단지 유치 공모에는 새만금 외에도 울산과 경북 포항, 상주, 충북 오창 등 5개 지자체가 지원했죠? 다음 달 중에 결과가 나올 텐데요?
김관영: 작년 말 정부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 단지 추진을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해 온 것이 있으니까 직원들에게 이차 전지 분야 공모에 도전하자고 했습니다. 직원들 말을 들어보니 도내에 관련 기업이 있긴 하지만 대기업이 없어서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공모 준비를 하라고 했습니다. 공모 마감인 2월까지 어떻게든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약속했어요. 새만금 지역에 투자하는 기업에 법인세 등을 5년간 면제해주는 새만금 특별법 개정안도 통과시켰습니다. 그랬더니 실제로 기업들이 오기 시작했어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지이엠(GEM), LG화학과 절강화유코발트 같은 유력 기업들이 새만금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결국 특화단지 공모도 계획대로 하게 됐습니다.
신혜선: 이차 전지 특화 단지가 되면 도에 어떤 효과가 있는 건가요?
김관영: 새만금이 이차 전지 특화 단지로 지정되면 현재 전국 2.7% 수준인 전북의 GRDP(지역내총생산) 비중이 2028년경에는 3.5%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탄소 산업과 자동차, 특장차, 조선, 농기계 등 전북의 주력 산업과 연계 효과도 있을 거예요. 또 7년 뒤 2030년까지는 입주해 있는 기업, 입주하겠다고 약속한 기업들이 쓰고 있는 땅이 약 120만 평 정도 되는데, 저는 앞으로 이게 200만 평 내지는 300만 평 추가로 늘어나지 않을까 예상해요.
신혜선: 그렇게 되면 새만금 부지 전체에서 몇 프로 정도를 차지하게 되나요?
김관영: 그렇게 되면 새만금 전체가 약 500만 평 정도 개발될 텐데, 그중에서 약 250만에서 300만 평 정도는 이차 전지가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하죠. 저는 충분히 메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북도가 좀 약한 거는 인력 양성 체계예요. 포항은 포스텍이 있고 울산은 유니스트가 있고 대전과 청주는 카이스트가 있는데 전북은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없어서 더 좋은 체계를 만들 가능성도 있는 거예요.
‘남방 한계선 있다’는 비관론 깨고 싶어
신혜선: 실제 시장에서 ‘이차 전지 산업은 남방 한계선이 있다’, 즉 핵심 기업이 교육이나, 주거 환경 등의 이유로 경기 남부 이하에 단지 조성을 하기는 힘들다는 비관론이 있죠. 그것을 깨보시겠다는 말인 거죠?
김관영: 네. 맞습니다. 전라북도의 농과대학교, 농생명대학교가 다섯 개 있습니다. 지난주에 5개 대학교의 대학생들 300명과 토론을 했어요. 학생들 대부분이 서울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대학교 졸업하면 수도권에 취직해야지’ 이렇게 생각해요. 제가 호소했죠. ‘서울 가고 싶지? 내가 서울에서 35년 살아봤는데, 나 지금 여기가 더 좋다야~. 앞으로 더 잘 살게 만들어 줄 테니까 가지 말고 나랑 같이 이 동네에서 같이 한번 해보자’고.
한 시간 동안 강의했는데 끝나고 한 학생이 ‘지사님, 저 오늘 지사님 강의 듣고 전북에 뿌리내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는 거예요. 저 응원하려는 빈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너무 기뻐서 어깨동무하고 그랬죠. 근데 이 말을 제가 다섯 명한테 들었어요.
청년들이 집값과 물가가 비싼 수도권으로 가는 이유는 분명하죠. 일자리와 교육 때문이잖아요. 기업과 대학을 지방으로 보내면 인구 감소, 지역 소멸의 위기는 상당 부분 해소될 거예요.
도지사가 되고 나서 국내 30대 대기업 관계자들을 거의 다 만났어요. 전북에 투자해달라고 하면 대부분 비슷한 말을 해요. 전북에 가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느냐,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전북엔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인력 양성해야죠.
신혜선: 어떻게 인력 양성을 하실 건가요? 고용 창출이 가능할까요?
김관영: 새만금에 들어오겠다고 약속한 기업에 이차 전지 특화 단지 발표를 준비하면서 전수조사를 진행했어요. 당신들이 향후 5년간 필요한 인력을 전부 적어내 봐라. 연도별, 연차별로. 필요한 현장 인력, 공정 인력, 핵심 인력 수도. 그랬더니 5천 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5천 명 중에 약 4천 명 정도가 현장 인력이에요. 현장 인력은 마이스터고등학교나 폴리텍대학교에서 주로 충당이 돼요. 그러니까 그런 인력 양성 체계를 저희가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죠.
신혜선: 타 지역 학교 졸업생들이 올 수도 있겠네요?
김관영: 당연하죠.
전북 미래농정 MZ세대 타운홀미팅에서 대학생들과 현장 대화의 시간을 갖는 김관영 도지사 (사진: 전라북도)
마지막 물은 최소한 물고기가 살 정도로
신혜선: 지금까지 좋은 얘기만 했는데, 배터리 산업 특성상 화학물질을 다뤄야 하는데요. 환경 문제, 지역 주민들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의심할 수밖에 없어요. 이런 거에 대한 대안, 특히 새만금은 그동안 친환경적인 이미지였는데, 도민들의 우려를 덜어드릴 방법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김관영: 군산 지역에 화학 관련 회사가 많아요. 관련 사고도 몇 번 났어요. 그래서 나름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유치한 이차 전지 기업들은 나라에서 정하는 환경 기준을 엄격하게 지키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 스스로가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지금은 해외 경쟁력이 떨어져서 대부분 지키려고 해요. 그럼에도 우리는 감시자로서 역할을 해야 하죠. 일단은 대규모 공동 폐수 처리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특화단지로 선정되면 약 200만 평 정도의 이차 전지 기업이 들어와도 문제가 안 될 정도의 공공 폐수 처리장을 새로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기를 통해서 나가는 마지막 물은 최소한 물고기가 살 정도가 될 수 있도록 하려고요.
신혜선: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실제 비즈니스를 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
김관영: 네. 지자체가 투자해서 해결해 줘야죠. 공업 용수, 전력 그다음에 폐수 처리까지. 이 부분은 유틸리티인데, 유틸리티가 제대로 구비되지 않으면 기업이 올 수 없어요.
신혜선: ‘지속가능한발전’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지속가능성’은 기업뿐만 아니라 각 도시에서도 내거는 구호가 됐어요. 도시가 백년을 넘어 천년 도시로 가기 위해선 지금 말씀하신 환경 문제나 일자리가 기본일테고, 문화적인 영역의 공적 서비스 쪽도 준비를 하셔야 될 것 같아요.
김관영: 제가 군산 국회의원 하다가 도지사가 되면서 느낀 것은, 전라북도가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과 자산이 굉장하다는 겁니다. 이것을 어떻게 산업화시키고 관광 자원화시켜서 많은 사람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할까, 그리고 계속 보존시켜 나갈까. 큰 숙제가 맞습니다. 제가 두 개의 큰 축을 가지고 전라북도를 경영하고 있는데요. 하나는 전북을 대한민국 농생명 바이오 식품 분야 수도를 만들겠다. 또 하나는 문화 관광산업 수도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농업 산업화를 위한 삼각축 갖춰… 새만금을 물류 거점으로
신혜선: 전라북도가 각 산업에서 왜 경쟁력이 있다고 보시나요?
김관영: 먼저, 전북이 농사짓는 인구가 7.1%로 전국적으로 인구 대비 가장 많아요. 그리고 농업을 산업화하려면 필요한 게 세 가지입니다. 연구개발시설과 생산·가공 기지, 그리고 수출 단지이죠. 전북은 이 모든 것을 갖춘 곳입니다. 농촌진흥청과 산하 기관 등 5개 국가 기관과 41개 연구 시설이 전북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연구 인력만 1,800명입니다. 여기에 김제 스마트팜과 새만금 용지의 30%를 차지하는 농생명용지가 생산기지 역할을 합니다. 1단계 분양이 완료되고, 2단계 사업이 국가첨단산단 후보지로 지정된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는 가공 거점이 되겠죠. 공항 건립이 무산되면서 20년간 방치됐던 김제 공항 부지를 최근 종자 산업 혁신 클러스터로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국가경쟁력이 된 종자 주권을 전북에서 지킬 수 있을 거예요. 또, 새만금 항만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처럼 ‘식품 허브’항으로 만들어서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특히 이번에 농림부에서 그린 바이오가 앞으로 미래의 먹거리인데, 이걸 6개 분야로 나누어서 집중적으로 키우겠다 하고 그중에 거점이 되는 동네를 발표했어요. 전라북도가 이 중 네 개를 차지했어요. 종자 산업 클러스터, 식품 산업 클러스터, 동물용 의약품 클러스터, 미생물 클러스터까지. 그야말로 농생명 바이오에 관해서는 우리가 실제로 앞장서고 있다는 거죠.
신혜선: 문화적인 측면에서는요?
김관영: 국가에서 지정한 인간문화재, 도에서 지정한 인간문화재, 무형문화재가 있죠. 전라북도는 인구 180만 명인데 105건이에요. 경기도가 인구 1,400만 명에 85건입니다.
전라북도가 무형문화재에 관한 자산이 얼마나 풍부합니까. 절대적으로도 대한민국 1등이고 상대적인 숫자로 보면 월등하게 1등입니다. 그래서 이를 어떻게 전수하고 보존시켜 나갈 것인가, 또 이를 어떻게 관광 자원화할 것인가? 우리로서는 큰 과제죠.
이러한 장점을 살리는 관광 상품을 본격적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전통 공연과 음식, 태권도 등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는 해외 문화‧스포츠 단체를 대상으로 도내 단체 교류와 함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특수목적 관광단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나면서 특수목적 관광이 더 활발해질 거예요. 7월에는 중국과 미국, 멕시코 등에서 3천여 명의 태권도 수련생이 전북을 찾습니다. 8월에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라고 야영 활동을 위해 세계에서 4만 3천 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전북을 찾을 예정입니다.
‘특자도’ 되는 전북, 더 이상 남 탓할 수 없다
신혜선: 발표하실 일이 더 많아지시겠어요. 저만해도 전북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이 많으니 더 열심히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내년부터 전라북도가 전북특별자치도로 출범하죠?
김관영: 네. 특별자치도가 되면 고도의 자치권과 실질적 지방분권을 보장받습니다. 전북은 강원도와 함께 전국에서 광역시가 없는데요. 지난 정부에서 ‘전라북도 어떻게 할래? 광주·전남에 붙을래? 혼자 한번 해볼래?’ 그래서 ‘저희끼리 한번 해보겠습니다.’라고 했죠. 강원도도 혼자 해보겠다고 하고요.
신혜선: 결정 과정이 어떻게 되었나요? 투표 같은 걸 하신 건가요?
김관영: 투표는 안 했지만 많은 정치인이 모여서 공감대를 형성한 거죠. 그래서 대선 공약에도 여야가 다 넣은 거고, 법이 통과됐어요. 전라북도 인구가 176만 명입니다. 넉넉히 180만 명인데, 우리나라에서 세계적 흐름상 꼭 해야 하는데 사정상 쉽지 않은 것들을 전라북도를 테스트베드화해서 집중적으로 해볼 수 있는 겁니다. 여기서 잘 되면 전국으로 확산시킬 수도 있고요. 농생명 바이오, 식품, 문화, 관광 이런 분야가 대표적이죠. 이차 전지와 관련해서도 전라북도가 가지고 있는 주요한 장점들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권한을 전라북도지사가 갖고 와서 책임 있게 하는 것이죠.
신혜선: 일단 가장 큰 법은 통과가 됐고, 시행령을 비롯해 추가적인 법 정비가 필요할 거 같은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김관영: 현재는 겨우 집 기둥만 세운 셈입니다. 특별자치도에 걸맞은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려면 구체적 특례를 담은 전부개정(해당 법령의 전부를 개정하는 방식)이 필요해요. 연말까지 법률 개정안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케이팝 국제교육도시 및 특구 지정, 농생명과 재생에너지 등 지역 특화산업 육성과 관련된 특례들을 마련해서 법 조문화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특자도가 되면 우리는 그 누구도 탓할 수 없습니다. 대신 많은 분의 조언을 받아서 전라북도에 도움이 될 만한 것과 우리가 치고 나갈 수 있는 것들을 집중적으로 한번 해보자는 거죠.
신혜선 메디치미디어 미디어본부장과 인터뷰하는 김관영 전북 도지사 (사진: 백범선)
특례 법안 맛보기, 인도의 IT 인재가 전북으로?
신혜선: 특례 법안 중 몇 개만 맛보기로, 이것만은 특자도가 되는 순간 실현하겠다는 것이 있으신가요?
김관영: 지금 해외에서 이민 받으면 비자를 누가 줍니까? 법무부 장관이 주죠. 만약 도지사에게 권한이 생기면 제가 전라북도에 어느 부분에 이민자가 가장 필요한지, 농촌인지, 기업인지? 필요한 인력을 회사별로 분석하고 연도별로 계산하는 거죠. 전라북도 인구 180만 명 중 10%인 18만 명을 제가 이민 받겠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인도의 IT 인력 데려다가 여기다 IT 특성화 대학 만들겠다는 식으로요.
신혜선: 쉽게 설명하면 이민자가 한국으로 들어올 때 그동안은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법무부가 발급했는데, 이제 ‘내가 전북도에서 살겠다’ 하는 순간 전북도 이민청 같은 데서 발급하는 거죠? 책임도 도에서 지고.
김관영: 네. 제가 기업 유치를 하려고 보니까 인력 양성을 하려면 대학교하고 충분히 협력해야 해요. 지금은 교육부 장관이 갖는 권한인데 필요한 과를 빨리 만들고 없애고 구조조정하고. 이런 권한도 도지사에게 필요합니다. 제가 총장과 협력해서 빠른 처리를 할 수 있게 되고요.
신혜선: 중앙부처에 있는 행정의 여러 역할이 지자체로 넘어가네요.
김관영: 네. 이번에 강원도가 한 것처럼 환경영향평가 말이죠. 환경 훼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개발과 보존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위스에 가보면 그 높은 산에 케이블카와 산악 열차가 있지요. 우리나라는 사실 산악 열차를 생각도 못 하게 하고 있는데, 지금은 고령자가 많아서 그분들 접근권도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겨울 산 한번 보고 싶은데, 나이 65살 넘으면 못 올라가요. 산악 열차가 있으면 올라갈 수 있잖아요. 그리고 지금은 옛날처럼 석유나 휘발유 때면서 올라가는 산행 열차가 아니고 전기차로 갑니다. 오염도 없어요.
새만금, 전국에서 유일하게 RE100 가능한 산업단지
신혜선: 전북특별자치도만의 지향점은 어디인가요? 도를 위해 생태적으로, 문화적으로 특별히 다지고 있는 점이 있다면요?
김관영: 아까 말씀드린 농생명 바이오 식품, 문화 관광이 있죠. 또 신재생 에너지 집적화 단지 클러스터라고 새만금이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지정받았어요. 여기에서 태양광, 해상풍력, 수소 생산 같은 것을 하도록 돼 있어요. 이것이 다 탈탄소잖아요. 저는 이것을 생명 경제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사람을 살리는 경제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생명 경제 도시를 지향하자. 이차 전지 특화단지를 만들려고 하는 이유도 이것과 연결돼 있어요. ‘RE100’이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가능한 산업단지라는 거죠.
신혜선: 현재 RE100 유일하게 가능한 지자체다, 이렇게 말해도 되나요?
김관영: 괜찮아요. 왜냐하면 실제로 2년 전에 새만금이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RE100 산단으로 지정받았어요.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단지로 이미 지정이 됐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전북이 가는 길, 대한민국이 가는 길이 될 수 있도록
신혜선: 지자체 수장 중 가장 젊으신 걸로 압니다. 국가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직접 PT도 하셨는데, ‘젊은 전북도로 오면 이게 좋다’, 로컬에서 미래를 꿈꾸는 젊은 층과 예비 창업자에게 ‘전북도 영업 1호 도지사’로서 PT 한다 생각하고 한 말씀 해주시지요.
김관영: 지방, 지역에 대한 편견을 벗어보길 권해요. 곳곳에 다양한 기회와 보석 같은 삶의 순간이 있는 곳이 바로 지방입니다. 제가 20년 지방 살다가 서울에서 35년 살다가 다시 지방으로 돌아와서 도지사하고 있는데요, 어디든지 장단이 있죠. 그리고 젊었을 때는 큰물에서 놀고 싶다든가 하는 서울에 대한 로망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다만, 긴 인생을 살아봤을 때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 또 영향력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이에 관해 한번 생각해 본다면 전라북도가 결코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봐요.
문화생활이 힘들 것이라는 생각도 오판입니다. 전국 지자체 중 지역문화종합지수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히는 게 전북의 전주와 완주예요. 삶의 질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아요. 특히 그동안 대한민국이 제조업의 경쟁 속에서 성장해왔는데, 전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제조업이 비교적 발달하지 않아서 환경이 깨끗해요.
그래서 저는 단순히 ‘앞으로 큰 비전이 있다’, ‘새만금이 전라북도의 미래다’, 이렇게 말하지 않아요. 1억 2천만 평이라고 하는 땅을 어떻게 우리가 개발하고 세계인들에게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대한민국 전체의 경쟁력이 한 단계 올라가느냐 아니면 우리가 그대로 주저앉느냐, 이런 문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올해 경제 성장률 예상 성장률이 2%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이를 뛰어넘으려면 새만금에 우리가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처럼 식품 허브항을 만들고 수출하고 이차 전지 산업 만들고. 이런 것들이 어우러지면 새만금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을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새만금 방조제 (사진: 전라북도)
신혜선: <피렌체의 식탁>에 오랜만에 지자체 수장님이 오신 거예요. 저희 칼럼 보는 독자분들이 1만 5천 명 정도 되십니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하시죠.
김관영: 저도 <피렌체의 식탁> 구독자입니다. 필자분들도 수준 높은 글을 많이 기고해 주셔서 저도 정책이나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데에 참고하는데요. 아마 <피렌체의 식탁>을 접하시는 분들은 적어도 대한민국의 미래에 관해 다른 사람보다는 고민을 많이 하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들께 꼭 권하고 싶은 것은 새만금에 꼭 한번 와보시라.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오셔서 새만금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주십시오. 과거에는 외부만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 지금은 내부에 십자형 도로가 생겨서 새만금 내부에 직접 가볼 수 있어요. 1억 2천만 평의 땅이 얼마나 큰지 직접 눈으로 한번 보시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눈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피렌체의 식탁> 독자 정도 되면 엄청난 상상력이 발동될 거라고 봐요.
신혜선: 메디치미디어에 여행사업팀이 있는데, 유람단 하나 만들까요?
김관영: 대환영입니다. 꼭 한번 오세요. 또 지자체장으로서는 수도권과 지방이 균형 있게 발전하는 것이 대한민국 전체의 발전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몸도 어느 곳이 너무 비대하면 불균형이 생겨서 반드시 탈이 나거든요. 지금 대한민국이 그런 상황인데,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지방 분권을 통해서 지방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방 시대를 열어가는데, 어떻게 열 거냐? 전북특별자치도가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전북이 가는 길이 대한민국이 가는 길이 되게끔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신혜선: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도민들께도 한 말씀 하시죠.
김관영: 무엇보다도 성공의 경험을 도민들이 자주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의 대소와 경중을 떠나서 자꾸 성공하고 1등을 하는 일이 잦아지면 저절로 흥이 나고 욕심이 생기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무엇이든 전북이 1등 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지도록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도민들도 함께 뛰어주신다면 성공의 길은 더욱 활짝 열릴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신혜선: 바쁘신 데 <피렌체의 식탁>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김관영: 네. 고맙습니다.
대담=신혜선 메디치미디어 미디어본부장
정리=김동희 에디터
사진=백범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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