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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안전 지키는 긴급재난문자 발송체계와 대피요령은?
- 국민생활과학자문단, 제11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 개최
지난 5월 31일 새벽 북한 발사체 발사와 관련한 서울시의 긴급경보 발령에 따른 여러 논란들이 국내 경보시스템의 취약점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은 6월 15일 ‘국민안전에 필요한 재난문자 메시지 및 대피요령’을 주제로 제11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를 개최했다.
▶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가 발제 중이다. |
손미현 서울 무학중학교 교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크라운지에서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가 주제 강연을 했다. 이 교수는 먼저 재난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재난의 사전적 의미는 ‘뜻밖에 일어난 재앙과 고난’이다. 일반적으로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구분하는데 자연재난은 태풍, 홍수, 가뭄 등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를 뜻하고 사회재난은 화재, 붕괴, 폭발, 환경오염 등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는 사고를 뜻한다는 것.
이 교수는 “법적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재난은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난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며 “자연재난 대책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서 재난과 사고의 유형을 60가지로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가 국민안전 재난문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국민안전 재난문자는 어떻게 발송되나
그렇다면 재난문자는 누가, 어떤 기준에 의해서 발송하는 것일까. 재난문자방송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 해제할 수 있으며 현재 보건복지부, 환경부, 기상청 등 행정기관과 공항, 철도공사 등 공공기관 등이 위험하거나 위급한 상황에 사용할 수 있다. 이것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재난예보 경보체계 구축 및 운영, 재난문자방송에 대한 기준과 운영을 정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항은 행정안전부 예규인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서 제시하고 있다.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자연재난인 경우에는 예보나 경보주의보가 발령됐을 때 주간이나 야간에 어떤 식으로 발송해야 된다는 발송 기준들을 정하고 있다. 사회재난에는 각각의 재난 상황에 대한 위험경보가 발령됐을 때 재난문자를 발송하도록 하고 있다. 감염병이나 방사능 물질이 누출됐을 때는 누출을 매우 빨리 알려야 하기 때문에 경고 문자를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민방공 경보, 즉 전시상황과 같은 안보의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문자를 발송할 수 있는데 5월 31일 발송됐던 긴급문자가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그럼 재난문자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재난문자방송은 그 위험성과 긴급성 등 경중에 따라 ‘위급재난’, ‘긴급재난’, ‘안전안내’로 구분된다. 위급재난의 경우는 가장 높은 위험 상황으로, 전시상황 또는 유사상황이다. 긴급재난은 테러, 방사성 물질 누출이 예상되는 경우다. 안전안내는 재난경보, 주의보 등이 발령했을 때에 해당된다.
이 교수는 “공습경보, 경계경보, 화생방경보, 경보해제 등 위급도에 따라서 단말기 알림 소리가 약간씩 다르다”며 “경보음이 60dB 이상, 가장 크게 울리는 상황이 위급재난 문자다. 이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휴대폰에서 수신 거부를 해놓을 수 없고 당연히 자동으로 모든 국민한테 발령이 된다”며 “공습경보가 발령될 때는 관공서나 지자체가 물리적으로 사이렌을 함께 울리도록 되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계경보는 적의 공격이 예상될 때 혹은 우리가 대피를 하거나 경계 준비를 해야할 때 발령되고, 공습경보는 적의 공격이 임박했거나 진행될 때, 군사적인 움직임이 진짜로 포착됐을 때 발령된다. 화생방은 화학제 살포와 같은 것이 탐지되거나 화생방 무기 공격이 있을 때 음성방송이 나가도록 되어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민방공 발령 시 사이렌 소리에는 차이가 있다. 경계경보 사이렌은 평탄음 1분이고 공습경보는 파상음 3분으로 5초 상승, 3초 하강한다. 재난위험경보는 파상음 3분으로 2초 상승, 2초 하강한다. 이 교수는 “공습경보는 조금 더 묵직한 남성적인 느낌이 있고, 재난위험경보는 조금 더 여성적으로 오르락내리락이 가볍게 진행된다”며 “평상시에 사이렌 소리를 들어보면서 구분할 수 있도록 익숙하게 해보는 것도 재난시 대비에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손미현 서울 무학중학교 교사와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가 대담 중이다. |
재난문자에 위험 원인과 대피장소, 대피방법 표기해야
재난문자 발송 방식은 어떻게 될까. 재난문자는 휴대폰의 CBS(Cell Bradingcasting service)의 기능을 이용하여 발송한다. 단말기 단위가 아닌, 네트워크의 셀, 즉 기지국 단위에서 메시지를 발송해주는 시스템이다. 개별 사용자에 대한 구분이 없고, 해당 기지국 내에 있는 모든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전파된다.
이 교수는 “일반 셀로러망의 경우는 동시 사용자가 증가하면 트래픽이 발생하나 CB시스템은 트래픽이 걸리지 않아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즉시 전달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며 “다만 메시지 길이를 영문자 기준 93자로 정해져 있어서 메시지에 많은 정보를 담고 싶어도 최대한 줄여서 간략한 정보를 제공하다 보니까 받아보는 사람들은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재난문자 발송체계는 어떻게 될까. 미국의 경우는 EAS(Emergency Alert System)를 운용하고 있다. 단계도 4가지다.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 발령하는 ‘긴급행동통보’와 대규모 피해 발생시 발령하는 ‘위험경보’, 그리고 민간긴급메시지, 아동 납치와 실종 상황 등에 발령하는 ‘엠버 경보’ 등이 있다. 유럽은 각 나라 별로 재난경보문자발송 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독일, 프랑스 등은 2022년부터 CBS 방식의 재난문자 발송체계로 전환한 바 있다.
특히 재난 상황 대처를 많이 해야 했던 일본의 경우는 J-Alert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진, 쓰나미, 탄도미사일 발사 정보뿐만 아니라 극한 날씨와 기타 위협 등을 빠르게 전파하고 있다. 위성 기반으로 경보를 전 국토로 보내는 방식이다. TV, 라디오, 이메일, CBS, 지역방송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다. 2011년부터 영어, 한국어 등 5개 국어로도 경보가 송출되고 있다.
그렇다면 논란이 됐던 5월 31일 경계경보 발령이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오발령 관련 논란에 대해서 이 교수는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발령 기준에 대한 약간의 해석 차이로 인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행안부에서는 지자체에 발령 요청을 하면서 서울은 경보 지역에 해당이 안 된다고 했다.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경보를 발령함’이라는 것에 서울시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서울시는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경보를 발령하라고 했으니까 선제적으로 발령을 했다는 것이다.
위급재난문자의 내용에 관해서도 이 교수는 “위험 상황의 원인과 대피 장소, 대피 방법 등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시민들의 혼란과 불안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동일한 상황에서 발령된 일본의 재난문자에는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 건물 안 또는 지하로 대피하시오’라고 되어 있었다. 서울시 재난문자는 ‘휴대폰 재난문자 방송 표준문안’에서 정해놓은 내용을 그대로 발송한 것이기 때문에 행안부에서는 이번 상황을 계기로 문자 내용을 보완키로 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가 경계경보 발령 시 행동 조치에 대해 설명 중이다. |
경계경보 발령하면 아파트 지하나 지하철 역사로 신속 대피
그리고 경계경보 발령 직후 상황 확인을 위한 인터넷 검색 폭주로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가 트래픽 증가로 접속 장애가 발생했는데, 동일한 상황에서 일본 NHK방송은 홈페이지 접속량 폭주를 대비하여 긴급재해용 경량화 페이지로 전환됐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일본은 여러 재난들을 겪으면서 비상시에 정보를 확인하려는 사람들의 접속이 폭주하니까 그것을 대비해서 셧다운이 되지 않도록 경량화된 홈페이지로 정보를 제공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우리도 이런 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 교수는 경계경보 발령 시에는 신속한 행동 조치가 필요하다며 행동 요령도 소개했다. 먼저 TV, 라디오 등을 통해 경계경보 발령과 현재 상황 확인한다. 가까운 대피소 확인하고 대피소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또는 지하철 역사 등으로 대피한다. 대피 후 재난방송을 통해 상황을 주시하고 그 지시에 따라야 한다. 이때 안전한 대피방법은 엘리베이터 대신 비상계단을 이용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도보로 가는 것이다. 운전 중 대피 시에는 차를 갓길에 주차 시키고 도로 정차 시에는 키를 꽂아둔 채로 대피한다. 화학물질 누출 상황인 경우에는 호흡기를 보호하면서 높은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그럼 재난 상황을 대비해 평상시 준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이 있을까. 이 교수는 “가까운 대피 장소와 대피 경로를 미리 확인해 놓는 것이 좋다”며 “비상시 대피 물품도 준비해 두고, 가족과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신분증과 연락처 등도 준비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각종 재난 대비 행동 요령과 안전에 대한 정보는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과 재난정보 포털앱 ‘안전디딤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각 지자체 홈페이지도 참조하면 좋다.
3~4일 정도 버틸 비상식량 담은 생존가방 유효
강연 후 이영주 교수는 손미현 교사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평소 시민들이 재난 안전과 관련해서 갖고 있는 궁금증들을 풀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대피소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 이 교수는 “지하철 역사와 같은 민방위 대피소는 전시 공격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지하 공간이라 공습경보나 경계경보에는 민방위 대피소로 이동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침수와 같은 재난 상황에는 지하로 대피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재난 상황에는 그 재난의 특성에 맞는 대피 장소를 찾아야 한다”며 “평소 재난 상황에 맞는 대피 장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해 놓는 것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재난 시 정보 제공의 문제점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 교수는 “재난이 발생하면 지역의 전화량이나 정보 이용량이 폭주하게 되어 통신장애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과부하가 걸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급 통신망을 개설하긴 하지만 어쨌든 한번 셧다운이 되면 상당히 어려움들이 있다”며 “휴대폰 문자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빨리 제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사전에 재난 시 행동요령을 숙지하고 있다면 정보 검색 없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다. 따라서 미리 재난 상황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생존 가방에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 교수는 “꼭 필요한 것들만 준비해야 한다. 비상상황에 대한 정보 획득을 위한 라디오나 비상용 배터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상식량은 보관기관이 긴 초콜릿이나 비스켓 정도로 준비하면 좋다. 우리나라는 도시화가 되어 있어 장기간 고립되는 경우가 없다. 때문에 3~4일 정도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안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경보 자체도 중요하지만, 경보가 울렸을 때 바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오경보가 아닐까 하면서 정보 검색에 우왕좌왕하기보다는 경보가 울렸을 때 즉각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제 어디로 대피하라고 누군가 알려줘야 행동하는 수동적 재난 대응은 안 된다. 재난과 위급상황에 나를 대신해서 지켜줄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 스스로 안전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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