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과 하얀눈의 향연 [태백산]
산행개요
언제 : 08. 1. 25(금)
누가 : 계룡산악회원 93명
날씨 : 맑음(쾌청)
어디 : 태백산(강원 태백시, 영월군/경북 봉화군 소재)
산행거리 : 약 8.5km
산행시간 : 약 3시간 30분
산행코스 : 유일사매표소 → 장군봉 → 천왕단 → 망경사 → 반재 → 당골광장
산행정보
태백산(太白山)
태백산은 강원 태백시 문곡 소도동과 영월군 상동읍 그리고 경북 봉화군 석포면 접경에 자리 잡은
해발 1,567m의 명산이다.
태백산에서 발원하는 물이 영남평야의 젖줄인 낙동강과 우리민족의 역사와 함께한 한강 그리고
삼척의 오십천을 이루니 국토의 종산이자 반도 이남에 있는 모든 산의 모태가 되는 뿌리 산이기도
하다.
천제단을 중심으로 북쪽에 장군봉, 동쪽에 부쇠봉과 문수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암벽이 적고 경사가 완만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봄이면 산철쭉과 진달래의 군락지가 등산객을 맞이하고, 여름에는 울창한 수목과 차고 깨끗한
계곡물이 한여름 더위를 잊기에 충분하다.
또 가을은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수놓고, 겨울은 흰 눈으로 뒤덮인 주목군락의 설경을 보여 주는
곳으로 남성다운 중후한 웅장함과 포용력을 지닌 육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낙조는 장엄하여 세속을 떠난 천상계를 연상케 하고 맑은 날 멀리
동해 바다를 볼 수 있는 것도 태백산이 가지고 있는 자랑거리이다.
능선 중간에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 정상에는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왕단이 있어 매년 개천절에 태백제를 열고 천제를
지낸다.
사찰로는 망경사, 백단사, 유일사, 만덕사, 청원사 등이 있고, 정상 밑에는 단종을 모신 ‘단종비각’이
있다.
한국명수 100선 중 으뜸인 ‘용정(龍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샘물이기도 하며,
개천절에 올리는 천제의 제수(祭水)로 쓰이기도 한다.
또한 당골에는 매년 개천절에 제를 올리는 ‘단군성전’이 있다.
태백이란 말은 ‘크게 밝다’는 뜻으로 태백산은 ‘크게 밝은 산’이다.
한글로는 ‘한 배달’ 혹은 ‘한 밝달’이 되기도 한다.
예부터 우리민족은 태양을 숭배하는 ‘밝은 민족’으로 하늘에 제사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러한 제사 지내는 산을 ‘밝은 산(白山)’이라 하였다.
‘밝은 산’ 중에서도 ‘가장 큰 밝은 산’이 바로 ‘태백산(太白山)’이다.
이외에도 함박산, 작약산, 계총산이라고도 불렀으며 신라시대에는 오악 중 북쪽에 있다 하여
‘북악’이라고도 하였다.
1989년 5월 17.44㎢의 면적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소도집단시설지구에 콘도형인 태백산
민박촌을 비롯하여 숙박시설, 음식점, 야영장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석탄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석탄박물관이 있고, 겨울철에는 대규모의 눈썰매장이 개장된다.
태백산(太白山) 이야기
옛 문헌에 보면 태백산은 3개가 있는데 백두산과 묘향산 그리고 지금의 태백산이다.
문헌에 나타나는 기록을 살펴보면 -.
[환단고기]
단군 구을 임술 원년에 태백산에 ‘천제단(天祭壇)’을 축조하라 명하시고 사자를 보내어 제사하게
하였다.
[삼국사기]
일성왕 5년 10월에 왕이 태백산에 올라 천제를 지냈고, 기림왕 3년 3월에 왕이 춘천에서 태백산을
바라보고 망제를 올리니 ‘낙랑’과 ‘대방’이 항복하여 왔다.
[태종실록지리지]
태백산은 삼척부의 서남쪽에 있으며 신라 때는 오악 가운데 북악이라 하였고, 산꼭대기에 산사가
있는데 ‘태백천왕당’이라 이름 하여 여러 고을 백성들이 봄가을로 천제를 올린다.
[동국여지승람]
태백산은 삼산과 신라오악(新羅五岳)[토함산(동악), 팔공산(중악), 계룡산(서악), 지리산(남악),
태백산(북악)]에 속하며 중사(中祀)의 제를 올리던 곳이다.
[허당백집]
三道(강원, 충청, 경상)의 백성들이 산꼭대기에 천왕단을 지어 놓고 단군(한배검)을 위한 제사를
지내니 ‘천제(天祭)’를 모시고자 오가는 사람들의 어깨가 부딪치고 발뒤꿈치를 밟을 정도이다
그 밖에 ‘부도지’와 ‘척주지’ 등에도 나타나는데 태백산에서 천제를 지내던 이러한 관습은 중국의
‘천자’만이 하늘에 제사를 지낼 수 있다고 하여 통일신라 이 후 맥이 끊어졌다가 조선의 마지막
황제 고종이 등극하여 연호를 ‘광무’로 고치고 ‘원구단’을 지어 천제를 올렸으나 일제강점기에
폐지되었다.
구한말에는 의병장 신돌석 장군이 이곳에 올라 백마를 잡아 기도를 올리니 하늘이 울었다고 하며
일제강점기 때는 천평(태백산 아래)에 살던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독립을 위한 기원제를 지냈다.
지금은 태백시가 주관하여 개천절 날 ‘천제단(天祭壇)’에서 천제를 올리는 전통은 이어져 오고
있지만 국가의 공식적인 행사는 강화도 마니산에서 행하고 있으며, 태백산에서는 무속인들이
주도하는 천제(天祭)가 더 유명하다.
태백산 정상에는 3개의 제단(祭壇)이 북쪽에서 남쪽방향으로 일직선상에 나열하여 있으며 각 각의
명칭과 용도가 다르다고 한다.
첫째는 정상인 비로봉에 위치한 것으로 ‘천왕단(天王檀)’이라 하고 하늘(천신)에 제사를 지냈다.
둘째는 장군봉에 위치한 것으로 ‘장군단(將軍壇)’이라 하고 장군(사람)에게 제사를 지냈다.
셋째는 비로봉 남쪽 부분에 위치한 것으로 ‘하단(下壇)’이라 하고 땅(지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세 개의 제단을 통틀어 ‘천제단(天祭檀)’이라 한다.
문헌에 나타나는 지금까지의 기록들은 ‘태초에 환인의 아들 환웅천왕이 태백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나라를 열고 배달민족의 터전을 잡았다‘고 한 것으로 보아 문헌에서 말하는 태백산은
‘백두산’을 일컫는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으며, 지금의 태백산은 신라가 제사 지내던
주산(북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다.
남북 분단 이 후 백두산에 갈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에 의해 삼국통일을 이룩한
신라의 제례의식을 계승하여 주산의 상징성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단다.
산행여정
설화를 그리며 -.
민족의 정기와 뿌리가 서려 있는 성스러운 산 -.
더군다나 아름드리 주목이 많아 겨울 설경이 더욱 아름다운 산 -.
고사목이 된 천년의 주목은 눈꽃을 온몸으로 피운다는데...
흰 눈꽃을 피울 주목 사이로 펼쳐지는 설경과 천제단을 향한 걸음걸음 오름길의 눈꽃터널을
생각하니 그저 가슴이 설렌다.
날씨 걱정으로 저녁에 자는 둥 마는 둥 눈을 붙이고 아침 일찍부터 출발을 서두른다.
새해부터 연속 산님들로 금동이가 만차였는데 오늘은 어떨까?
산님들이 많아 예약을 받는다는 전갈도 있었고, 버스를 2대 운영해야 하니 가능한 한 많은 참여를
독려하라는 재무님의 아우성도 있었는데...
20분 일찍 나오라 해서 일찍 나왔더니 금동이는 오지 않고, 추워서 달달달....
도착하는 금동이 두 대 -.
그러나 산님들로 이 차도 꽈~악, 또 저 차도 꽈~악 찼다. (93명)
역시 태백산이 명산인 모양이다.
또다시 바닥신세, 처량하다.
오창휴게소(08:50시)에 들려서야 산님들과 반가운 인사 -.
증평IC(09:10시)를 빠진 금동이가 34번 국도를 타고 증평, 음성, 충주, 제천, 영월 쪽으로 달린다.
박달령(10:15시)을 지나 제천휴게소(10:40시)에서 찬바람 한번 쏘이고 -.
아름답던 동강(11:10시)도 얼어있고, 고씨동굴(11:15시)도 한적하다.
힘겹게 고기지재(11:20시)와 김삿갓 유적지를 지나 솔고개(11:40시)를 넘는다.
하아연 눈으로 대간(화방재)이 덮여있다.
금동이가 긴 한숨을 내쉬고 멈추며 들머리임을 알린다.
단디 준비를 하고 버스에서 내려 펼쳐진 산하를 바라본다.
눈, 눈, 눈 온통 눈이다.
여기가 신화의 땅이 아니던가.
해맞이 하러 가는 태백산인데 게으른 산꾼은 해가 중천에 있을 때 도착하누나.
신화 속에선 호랑이와 곰이 마늘과 쑥으로 고행을 하지만, 오늘 나는 초콜릿과 따뜻한 커피로
참다운 인간이 되겠다고 고행 길을 자처하고 나선다.
크고 흰 산(눈이 많은 산)이라는 태백산이 저만큼 우뚝 서 있다.
태백아~!
너는 정녕~ 오늘 우리들의 기대를 저버리진 않겠지.
민족의 영산, 태백으로 -.
유일사 매표소(12:10시)
산님들이 많아 통솔이 만만찮다.
간신히 단체사진 한방 박고, 매표소를 통한다.
이 몸이야 공짜지만(덤으로 여성한분 추가) 입장료(2,000원)가 신경 쓰인다.
지난겨울 태백에서 감동 먹었던 생각을 떠 올리며 눈길을 오른다.
오늘도 예보와는 달리 날씨가 쾌청하며 그리 춥지도 않다.
오늘 날 잘 잡았다.
온통 눈 뿐이다.
태백사 암자 표지석도 눈 속에 묻혀있다.
유일사 고개 쉼터를 지난다.
사길령 쪽에서 오는 산객들과 합쳐져 등로는 더욱 혼잡해져 아예 줄을 서서 오르게 되어
러시아워의 차량 정체를 방불하게 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한다는 곳이다.
오늘은 평일인데도 산님들이 많다.
가끔 추월하기도 한다.
산길을 오르면서 큰길보단 샛길을 찾는 버릇이 있다.
산에서 넓은 길은 편하긴 해도 재미가 없다.
좁은 산길은 미끄럽고 험하지만 나름대로 호젓하고 오줌 누고 싶을 때 주위를 크게 살피지 않아도
된다.
헌데 오늘은 눈으로 샛길이 보이지를 않아 큰 길로만 가고 있다.
많이 참고 있다.
오늘도 산으로 가는 길을 간다.
길게 뻗은 길 위로 작은 개나리 봇짐하나 둘러메고서 몸을 세우고 산길을 걷는다.
하얀 눈 위로 넉넉하게 다가오는 산의 품속으로 향한다.
오름길에 접어드니 거친 숨소리 내 귓전에 들려오고 하얀 입김은 허공으로 맴돌아 흩어지는데,
길 위에 내 육신을 내밀어가며 산등성이로 발걸음 옮겨간다.
능선안부에서 잠시 나무에 피어오른 하얀 눈꽃들을 본다.
눈이 소나무, 주목나무, 철쭉과 만나 생기는 눈꽃은 모양새도 다채롭지만 그 모양이 마치 바다의
산호초를 연상케 한다.
펼쳐지는 순백의 향연에, 와~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시선을 어느 곳에 고정시켜야 좋을지
모르겠다.
날씨도 포근(?)하고 바람도 불지 않아 모처럼 태백산의 여류를 만끽한다.
(태백하면 추위와 바람의 대명사가 아니던가?)
눈꽃이 길 좌우로 도열하고 있어 태백산 등줄기는 그야말로 ‘눈꽃터널’이다.
마치 속세와 무관한 다른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봄날엔 화사한 꽃을 피워 등산객을 유혹했던 철쭉나무가 겨울엔 칼질의 아픔을 견디며 자기 온
몸을 내주며 피운 설화로 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추위도 날려버릴 가히 환상적인 설경이 아닌가.
장군봉에서 식사하려 했으나 시간이 많이 흘렀다.
잘 다져진 눈밭에 앉아 보따리를 푼다. (13:30시)
호젓한 곳을 찾았다 싶었는데 대구에서 온 얼라들 때문에 주위가 무척 산만하다.
간단하게 행동식을 마친 후 장군봉을 향한다.
주목(朱木) 군락지 -.
나무의 기품이 당당하다.
수령이 육백 살이라는데 그 기백이 부럽다.
천년을 산다하니 아직 사백년은 더 푸르겠구나.
백년을 산다고 떠드는 인생이란 이 나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네 기운 받아 나도 좀 건강하게 살자구나.
주목을 마주하고 큰 호흡을 해본다.
그 이름도 멋있는 ‘천년의 사랑 주목’이여~!
예전엔 임금이 계신 구중궁궐에나 목재로 쓰였던 고귀한 주목이기도 하단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썩어 천년... 삼천년을 이어간다는 주목 -.
고사목이 된 주목에 핀 설화가 왜 아름다운지를 이제야 알 것 같다.
하얀 설원에서 하늘금과 어울려 여러 신기한 형상으로 다가오는 주목들 -.
지금 이 순간 주목은 나를 향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 주목 -.
조상들이 저 위 천제단에서 백성을 위해, 나라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 때 그 때에도 주목은
지금처럼 말없이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었으리라.
장군봉(將軍峰, 1,566.7m, 14:00시)
산꼭대기다.
막돌을 벽돌같이 쌓아올려 제단을 만들었다.
장군암의 뒤통수만 보여 돌아서서 앞 얼굴을 보니 돌로 만든 제단이다.
술잔과 명태포가 놓인 제단에 촛불이 타고 있다.
그 제단 앞에 한 여인이 치성을 드리며 미동도 않고 있다.
오고가는 산님들에게 눈길 한번 주질 않는다.
늘 사람들로 붐비는 장군봉은 태백산 중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실제 정상은 이곳이지만 정상석이나 삼각점은 모두 남쪽 천왕단 앞에 있다.
지도에도 이곳이 태백산으로 되어 있다.
사방을 둘러보니 북쪽의 함백산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고 그 뒤로 금대봉에서 우측으로
분기되는 낙동정맥의 줄기가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남쪽의 천왕단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돼 있는 장군단을 본다.
이 단은 천왕단으로부터 북쪽으로 300m 지점에 위치하였는데 둘레 20m. 높이 2m의 장방형으로
천왕단에 비해 조금 작으며 원형이 비교적 잘 남아 있으나 천왕단 상부에 있는 4각 제단이나
비석 등은 없다.
[태백산에 오르다]
긴 허공 곧게 지나 붉은 안개 속 들어가니
최고봉에 올랐다는 것을 비로소 알겠네
둥그렇고 밝은 해가 머리위에 나직하고
사면으로 뭇 산들이 눈앞에 내려 앉았네
몸은 날아가는 구름 쫒아 학을 탄 듯하고
높은 층에 달린 길 하늘의 사다리인 듯
비온 끝에 온 골짜기 세찬 물 불어나니
굽이도는 오십천을 건널까 근심 되네
- 근재 안 축 -
날씨가 맑아 주위 조망이 넘 좋다.
조상들의 염원과 태백의 정기가 스며있는 그 천왕단을 향한 발걸음이 가볍다.
우드둑 우드둑... 뽀드득 뽀드득...
제단을 향한 그 발걸음 소리도 흥겹다.
능선 따라 평탄한 눈길을 조금 가니 또 하나의 성을 쌓은 듯한 천왕단에 다다른다.
천왕단(14:05시)
그 너른 산정의 품안에서 작은 돌들을 모아서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천왕단이여 -.
뭇사람들이 쉼 없이 고단한 발걸음 팔아 올라와서는 하늘을 향하여 정성 가득 쌓여진 마음으로
낮과 밤을 다하여 소원을 빌었던 곳 -.
눈물겨운 사연과 사연들이 쌓이고 쌓여서 제단이 되고 돌탑이 되었을까?
너른 품속으로 사람들의 슬픈 사연과 소원성취의 애닮은 마음을 안았겠지.
눈물 사연 가득 담아 젖줄이 되고 삶의 양식이 되는 냇물이 되어 흘러갔겠지.
또 주목처럼 그렇게 삶을 살다가는 사람들을 세월의 뒤안길로 보냈겠지.
바람은 없지만 눈보라는 없지만 그래도 태백의 추위가 엄청난데 -.
제단 앞에 서니 여러 사람들이 엎드려 소원을 빈다.
저 분들은 무슨 소원을 갖고 이곳까지 왔을까?
무슨 고통이 있어 저렇게 비는 것일까?
누군들 살아감에 있어 어찌 맺힘이 없으랴.
풀어주소서, 풀어주소서 -.
천제단(天祭壇) 한가운데 세운돌에 ‘한배검’이라 새겨 신주를 모셨다.
한배검이라면 단군님이겠지.
태백산으로 내려오셨다는 전설의 그 태백이 여기일까?
천제단에 서니 동서남북으로 만산이 태백을 중심으로 줄을 섰다.
사방팔방으로 이어지는 능선들 -.
줄의 이어짐이 맥이며, 맥은 생명의 핏줄이 아니던가.
만산이 태백을 심장으로 피를 나누고 있다.
[천왕단(天王壇)]
1991년 10월 중요민속자료 제228호로 지정되었다.
높이 3m, 둘레 27m, 너비 8m의 제단으로 태백산 정상에 있다.
산꼭대기에 이와 같은 큰 제단이 있는 곳은 한국에서 하나밖에 없다 한다.
제작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수령과 백성들이
이곳에서 천제를 지냈다 한다.
위쪽은 원형이고 아래쪽은 사각형이며, 녹니편암의 자연석을 쌓아 만들었는데, 이러한 구도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사상 때문이다.
개천절에는 이곳에서 천제를 지내며, 강원 도민 체육대회의 성화를 채화한다.
태백산은 백두대간의 중추인 산으로 예로부터 정상에서 하늘에 제사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거대한 묘비명을 닮은 정상석을 두고 산님들의 소란한 쟁탈전이 지속된다.
사람들의 줄이 이어져 제대로 된 표석사진 한 장을 찍기가 어렵다.
태백산의 최고봉은 물론 장군봉이지만 오히려 천제단과 표석이 있는 이곳이 정상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산의 높이가 문제가 아니라 산에 얽혀있는 정신 때문이리라.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명산이 있고 산에는 저마다 특색 있는 표석이 있지만 태백산의 표석만큼
웅장한 것도 드문 것 같다.
큰 비석처럼 직사각형의 검은 대리석을 대패로 잘 다듬은 후 일필휘지의 명필로 음각하여 새긴
‘太白山’ 세 글자는 보는 이로 하여금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천제단 아래 넓은 터에 자리하여 주변의 경관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울 산님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
먼저들 갔겠지.
천제단에서 나를 모르는 이들 속에 섞여 있다가 당골 쪽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문수봉이야 지난겨울 만났으니 오늘은 먼발치에서 눈짓으로만 인사하자.
벌거벗은 나무들 사이로 조용히 사라진다.
단종비각과 망경사(14:20시)
산을 내려오는데 제일 먼저 단종비각(端宗碑閣)이 눈에 밟힌다.
단종의 비각이 우찌 여기에 있을꼬?
권력의 아수라장에서 제물이 된 한 왕자를 태백산에서 생각해 본다.
12살에 죽은 아버지(문종)를 이어 임금이 되었다가, 15살에 숙부(세조)에게 임금 자리를 빼앗기고,
17살에 죽임을 당한 비운의 왕 -.
어느 임금은 사랑 때문에 권좌를 버렸다 하는데 그는 권력의 희생양이었다.
단종이 영월에서 귀양살이 할 때 이곳 태백의 시골관리가 몰래 인정을 베풀었단다.
인정이 그리웠던 영혼이 죽어서 여기로 와서 태백산 신령이 되었다던데 -.
비각의 문은 녹슨 자물쇠로 채워져 있었다.
1,470m에 위치한 망경사는 남한에서 제일 높은데 있는 사찰이라고도 한다.
산기슭의 품속에 고요히 자리 잡은 산사(山寺)의 풍경 -.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소리만이 고요한 겨울의 숲을 깨운다.
작고 보잘것없는 망경사지만 추운 겨울이나 비상시에는 등산객의 휴식처로 아주 유용하다고 한다.
오늘도 많은 이들로 붐빈다.
샘터인 용정(龍井)이 눈 속에 덮여 있다.
해발 일천 미터가 넘는 높은 곳에서 솟아나는 샘물이라고 자랑한다.
물에도 나름의 기운이 있다고 하던데 -.
용정의 샘물은 나쁜 사람이 마시면 물이 검게 변한다고 한다.
나는 어떨까 싶어 한 모금 마셔보려 해도 눈 때문에 물을 찾을 수가 없다.
하기야 색즉시공(色卽是空)이라, 색이 본디 헛것인데 검다 희다가 뭔 대수겠는가.
[망경사(望鏡寺)]
대한불교 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의 말사이다.
신라 진덕여왕 6년(652년) 자장(慈藏)이 창건하였다.
자장은 태백산 정암사(淨巖寺)에서 말년을 보내던 중 문수보살 석상(石像)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암자를 지어 그 석상을 모셨다고 한다.
연혁이 전하지 않아 자세한 역사는 알 수 없으나 6.25 때 불에 타 없어진 것을
나중에 복원하여 오늘에 이른다.
건물로는 대웅전과 용왕각, 요사채, 객사가 있다.
이 용왕각은 낙동강 발원지 중 하나이다.
절 부근에 있는 단종비각에는 영월에서 죽은 단종의 혼이 백마를 타고 이곳에 와서
태백산 산신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한다.
반재(14:40시)
급경사의 하산길이다.
여기저기서 오궁썰매 타는 산님들 때문에 길이 막힌다.
하지 말라는 경고문도 있지만 걍 내비두자.
저편 산정의 끝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줄기들 -.
춥디추운 겨울동안 얼어붙었던 계곡의 얼음위로 맑게 흐르는 물줄기를 옆에 두고서 산길을 따라서
길을 내려선다.
산길은 그렇게 산의 품속에서 사람이 모여 사는 곳으로 길은 이어지고 우리도 역시 그 길을 따라
아래로 걸어간다.
또한 그렇게 겸손하게 소리 없이 아래로 흘러간다.
부지런히 다리품을 팔아가며 걷는 길섶 사이로 나무숲도 차츰 엷어지고 하늘은 그렇게 길 떠난
이들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준다.
태백산의 깊은 품속에서 산과 하나 되어 거닐기를 몇 시간이었던가,
머리속의 추억 창고에 넣어두고 먼 훗날에 시간이 흘러가면 다시 꺼내 오늘의 일들을 되새겨보면
애달픈 그리움의 마음이 또다시 생겨나겠지.
푸른 산과 하얀 산이 보고 싶으면 다시 발걸음을 하여 여기 태백산의 품속으로 돌아오겠지 -.
돌아오기 위하여 그렇게 다시 세상 속으로 나온다.
당골 광장이 보인다.
당골 광장(15:10시)
당골광장에 있는 단군성전의 뜰을 걷는다.
북조선의 단군성전은 규모가 웅장하다는데 여긴 조촐하다.
믿음과 섬김의 의례는 오히려 소박할수록 그 맛이 깊지 않을까?
단군성전 마당에 단군상이 임금님처럼 모셔져있다.
단군할배가 온통 금색이다.
추운지 하얀 눈으로 목도리를 하고 있다.
부럽다.
때 마침 눈꽃축제가 오늘부터 다음달 5일까지 열리는가 보다.
주제는 ‘눈, 사랑 그리고 환희’라 한다.
눈 축제장엔 아름답고 화려한 많은 조각품들이 눈길을 잡는다.
눈 조각 전시내용은 요렇다 했는데 -.
- Welcome to Taebaek
- 남극에서 온 뽀로로 눈 미끄럼틀
- 아기공룡 둘리 이글루 까페
- 디 워 ‘이무기’ 튜브 봅슬레이
- 태왕사신기 四神 얼음조각
- Snow Stage
- 슈렉 스노우 슬라이드
- 戊子年 쥐의 해 소원기원 쥐 조각상
- 전국대학생 눈조각 경연대회(14개조형물)
눈썰매장에는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이 넘쳐 난다.
석탄 박물관에 들릴까 하다가 지난겨울에 들렸는데 싶어 걍 포기한다.
긴 시간 순백의 나라에서 노닐다 돌아오니, 내 마음도 깨끗하게 정화된 듯 행복하다.
여정을 마치고 -.
설화와 주목을 생각하며 -.
생명의 푸른 잎사귀가 가득히 설화가 되어있다.
주목들이 길가에서 고사목이 되고, 그루터기가 되어있다.
천년의 세월을 침묵으로 살아가는 그 나무들을 생각한다.
인고의 세월 견디어 가는 주목처럼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살고 싶을 때가 있다.
욕심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지나간 세월의 아픈 상처도 속으로 삭히며...
세월의 모진 풍파 속에 비바람과 눈보라에도 꿋꿋하게 견디어 내며 눈물겹게 서있는 주목을 닮고
싶다.
올라서면 또 내려가는 삶의 세월이야 지나가면 그뿐인데...
육신 마음 가득히 솟아나는 욕심 때문에 그 마음 가눌 길이 없구나.
푸른 잎새 떨구어 내어 자연으로 되돌려주며, 생명의 눈을 감고 세월의 비바람을 의연하게
맞이하는 나무처럼 가슴적시며 사는...
그런 무심한 나무가 되고 싶다.
산의 모습도 산의 물결도 일부러 보지 않으며...
길 위에서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주목과 오래도록 같이 동행하고 싶다.
산행을 마치고 -.
예측했던 대로 주차장에서 뒷풀이가 곤란하단다.
포장마차 같은 곳을 전세 내어 한잔씩 한다.
따끈한 오뎅 국물이 얼어있던 속을 녹인다.
아지매들의 꼬심에 넘어가 오랜만에 과음 -.
출발하려는데 산님 한분이 오지를 않았다.
눈 축제장에 푹~ 빠져 있나 보다.
상월 사람들이 바쁘다 하여 한 대 먼저 출발 -. (16:40시)
먼저 출발하는 버스에 탄 이 몸은 또다시 한잔 더 -.
(오분님 때문에 뒈질뻔 했다)
동강휴게소(18:00시), 오창휴게소(20:00시)를 거치는 동안 이 차로 갔다가 저 차로 갔다가...
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그렇게, 사연 많은 태백 산행을 접는다.
산행앨범
[금동가마가 두대로 93명의 산님들이 이동했습니다. 오창휴게소에서. 08:50시]
[박달령 터널을 지납니다. 기술도 없는데 트럭이 방해를 하는군요. 10:15시]
[제천휴게소에서 찬 바람 한번 쏘였습니다. 10:35시]
[동강도 꽁꽁 얼어 있었습니다. 11:10시]
[고씨동굴 앞 다리예요, 전부 태백산 눈 축제 구경가느라고 사람하나 없었습니다. 11:15시]
[4시간여를 달려 유일사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12:05시]
[넘 많으니까 사진 찍기도 어려웠습니다]
[도립공원이라고 돈 받아 먹었습니다. 2,000원씩 - ]
[공짜 색출해 내느라고 입구가 부산합니다]
[태백사 표시석도 눈속에 푹 묻혀있습니다. 12:25시]
[500m 왔는데요, 천제단까지는 3.6km 더 가야 합니다]
[우찌보니 산대장님 보다 먼저 왔네요, 빨리 앞장 서시소~]
[계속되는 눈길에... 된비알에... 그래도 좋습니다]
[눈. 눈.. 눈... 갈대밭에도 눈이 소복하게 쌓였습니다]
[사길령 갈림길을 지나자 역시 산님들로 정체가 되고 있습니다]
[양 날개를 펴고 추월하고 있는 재무님 -. 빨리 가야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목탁소리가 태백 산하에 메아리되어 퍼집니다]
[세멘트로 발라 놓은 주목이 측은해 보입니다]
[울 산악회 골수 멤버들입니다. 없으면 큰일 납니다]
[눈을 너무 많이 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400년 더 산답니다]
[눈 식탁위에 행동식을 펼쳤습니다. 꿀 맛입니다. 13:30시]
[야들 때문에 밥 먹는 내내 시끄러웠습니다. 대구 성당에서 왔다네요. 수녀님도 보이죠]
[주목들의 향연이 시작됩니다]
[정말 대단한 생명력입니다]
[처연하기 까지 합니다]
[파아란 하늘과 멋진 조화를 이룹니다]
[죽어서도 천년을 간다는데...]
[웬지 인간의 모습이 초라해 보입니다]
[펼쳐진 산하 -, 그리고 고사목 하나 - ]
[멋지게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저 멀리 동해바다가 보일 듯 합니다]
[장군 제사를 지낸다는 장군단에 도착했습니다. 14:00시]
[무엇을 비는 것일까요?]
[천왕단까지는 300m 정도됩니다]
[지나 온 장군단의 모습이 쓸쓸해 보입니다]
[스키장도 보이네요]
[눈 덮인 산하가 춤을 춥니다]
[문수봉 줄기도 서서히 다가옵니다]
[드뎌~! 천왕단에 섰습니다. 14:05시]
[이곳에도 미동도 않고 앉아있는 여인네가 있었습니다]
[태백산 표지석은 볼수록 멋들어 집니다]
[선발팀의 모습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계속 찍어 줬는데요, 나중에 빼 달라는 통에 고만 찍었습니다]
[안축선생의 '등태백산' 시 입니다]
[문수봉쪽은 쳐다만 보고... 망경사쪽으로 내려갔습니다. 14:10시]
[단종의 한이 서린 단종비각 입니다. 14:15시]
[천제 때 제수로 쓴다는 용정입니다. 완전히 눈속에 묻혀 있습니다. 14:17시]
[온통 용의 모습을 하고 있네요]
[부처님도 눈을 한아름 안고 있습니다]
[절집에도, 범종에도, 탑에도... 전부 눈입니다]
[망경사 경내에는 산님들이 많이 모여 라면을 먹고 있었습니다. 14:20시]
[반재쪽으로 내려갑니다. 이곳에서 유일사에서 오는 이완재님과 유재만님을 만났습니다]
[마주 보이는 문수봉이 손짓하는 것 같습니다]
[급경사길이어서 오궁썰매를 타는 산꾼들이 많았습니다]
[반재를 지납니다. 14:40시]
[당골3교도 눈으로 쌓여 있습니다. 14:50시]
[어느 할매가 썰매를 타면서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눈은 나이도 잊게 하는가 봅니다]
[근처에 장군바위가 있다드만 -. 바위 모습이 신기합니다]
[비탈의 나무들이 꿋꿋하게 서 있습니다]
[오늘 회장님과 동행을 못 했는데요, 굼벵이 산님들 때문에 늘 고생합니다]
[마지막 당골교를 쓸쓸하게 건넜습니다]
[단군성전 표시석도 눈을 이고 있네요. 15:10시]
[단군 할배가 추운지 눈으로 목도리를 하고 있습니다]
[단군성전 경내가 아담했습니다]
[태백산 석장승이 길 옆에서 환송하고 있습니다]
[눈꽃 축제가 열리는 당골광장에 도착했습니다. 15:15시]
[15회네요, 1.25(금) - 2. 5(월) 까지랍니다]
[광장에 있는 눈 조각들을 한번 감상해 볼까요]
[얼음 조각도 있습니다]
[석탄박물관의 모습도 보입니다]
[로보트도 있습니다]
[와~ 큽니다]
[인자한 미소가 좋습니다]
[얼라들이 제일 좋아 하네요]
[석탄박물관에는 안 들리고 걍 스쳤습니다. 15:20시]
[인파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이곳에서 산들바람님을 만나 한번 박아(^^) 줬습니다]
[눈 썰매장에도 많이 북적댔습니다]
[울 횐님들도 '새해 목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행복한 산행되세요~!]
[당골 매표소를 빠져 나왔습니다. 15:25시]
[먹거리 장터도 열렸습니다]
[웬 개떼인가 했더니, 썰매끄는 개떼들였습니다]
[오우~ 드디어 금동이를 만났습니다. 15:35시]
[꾸역, 꾸역 산님들이 모여듭니다. 15:50시]
[뒷풀이 걱정에, 재무님이 많이 심란합니다]
[이거 한그릇 시켜놓고... 5,000원]
[주거니, 받거니... 우짜다가 고마 많이 묵어삐슴다]
[신오분님 한테 걸리면 죽습니다]
[제법 두들겨 본 젖가락 장단이었습니다]
[양여사님이라 하던데요, 몇잔 얻어 걸렸습니다]
[즈그들 한테 신경 안쓴다고 쿠사리도 먹었습니다]
[중전은 어디두고 무수리만 나와서 꽤나 좋아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금동이가 출발합니다. 16:40시]
[캄캄한 동강휴게소입니다. 18:00시]
[여기서 국시 한 그릇씩 묵었습니다. 오창휴게소(20:00시)]
[와~! 단체사진이 나왔네요, 계룡산악회 제256차 태백산 산행기념]
사랑하는 횐님들 -.
또 술을 많이 먹었네요.
담부턴 쪼매씩 묵겠습니다.
즐거운 한 주간 되시고, 다음 주엔 계룡산악회 눈 산행 제 3탄인 소백산(단양)편
첫댓글 넘,길~다! 어느 하나 빼기엔 소중한 추억 이기에,담엔 잔소리는 줄이고 사진 위주로 해야징! 태백산 상봉의 천제단에서 친구들의 안녕을 기원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