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
일진으로 보이는 녀석 하나가 정석태와 최상만에게 뭔가를 말하고 나간다.
무슨 지시를 받았는지 녀석들의 안색이 좋질 않다.
2교시 국어시간.
담임은 재영의 입원소식 때문인지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이런 날은 떠들다 걸리면 반죽음이다.
그런데도 석태와 상만의 속닥거림은 멈추질 않는다.
" 주말에 파티를 얼마나 크게 하려고 그러는 거지?"
" 고등부 형들도 온다고 하잖아."
" 그래도 액수가 너무 커"
" 영준이 오늘 학원비 가지고 왔을 거다."
" 그 방법 밖에는 없겠지?"
" 영준이네 집 부자니까 잃어버렸다고 하면 잔소리 좀 하고 다시 줄 거다."
녀석들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
가뜩이나 예민해 있는 담임이 그냥 넘어갈리 없었다.
" 정말 짜증나게 한다. 기말고사에 나오는 중요한 내용이라고 내가 말했지.
어느 먹통이야. 누가 지금 분위기 망치고 수업 방해했느냔 말이야."
" 동혁이가 또 떠들었습니다."
한 번쯤은 의심해 볼만도 한데 담임은 수업효과만을 노린 건지 아니면
사리분별이 없는 건지 얌전한 동혁을 또 일으켜 세운다.
한 명의 희생량을 통한 적당한 타협.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고개 숙이고 비굴해 보이던 예전의 동혁의 모습이 아니었다.
" 너는 어떻게 된 놈이 수업시간마다 떠들어?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오늘은 가만히 안 두겠어. 이리 나와 "
동혁은 비어 있는 옆자리를 보았다.
그리고 벌떡 일어난 동혁은 강한 어조로 말했다.
" 선생님. 저는 한 번도 수업시간에 떠든 적이 없습니다."
" 그럼 누가 떠들었다는 거야? "
" 정석태와 최상만입니다. 이제까지는 녀석들의 보복이 두려워서
대신 혼났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겁니다."
놀라운 일이었다. 항상 상상 속에서만 말했던 그런 말들이었다.
담임은 녀석들을 일으켜 세워 꼬치꼬치 캐물었다.
분위기에 압도된 녀석들은 변명을 못했다.
더욱 화가 난 담임은 두 녀석을 심하게 매질했고
교실은 순식간에 긴장에 휩싸였다.
동혁이가 혼나고 적당한 타협 속에 수업이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믿었었던 학생들은 예상치 못 한 상황에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반 학생들 모두는 그 동안의 사실이 드러나 공범이 된 심정이었다.
쉬는 시간.
모두가 예상하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슬렁어슬렁 걸어온 석태가 동혁의 옆자리에 앉는다.
상만은 교실 뒤로 가서 청소함을 뒤지고 있다.
석태가 재영의 자리에 앉아서 동혁의 머리를 톡톡 치며 말한다.
" 네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너 더위 먹었니?"
동혁은 지금 무릎을 꿇고 빌어야 한다.
회비에 보태라며 돈까지 마련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것만이 살길이다. 그 방법 밖에는 없다.
그러나 동혁은 그 쪽을 선택하지 않았다.
" 그 자리 네가 앉을 자리가 아니야. 네 자리로 돌아가."
반 학생들은 더욱 더 심각해지는 상황에 모두 초긴장 상태였다.
역시 참을 성 없는 석태의 주먹이 동혁의 얼굴을 가격했다.
얼마나 맞아야 끝이 날까. 아니 하루에 끝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 석태에게 한 동혁의 말은 예상을 뒤 엎었다.
" 전교 짱만 믿고 까부는 등신 같은 놈들."
" 너 약 먹었지. 이 새끼 정상이 아니잖아. 너 오늘 죽어 봐."
동혁은 다시 날아온 석태의 주먹을 맞지 않았다.
왼손으로 석태의 팔목을 잡아 올린 후 오른 속으로 석태의 따귀를
세차게 갈기기 시작했다.
" 철썩! 철썩! 철썩! "
그러더니 발로 밀어 차 석태를 재영의 자리에서 뒤로 넘어가게 했다.
급하게 달려온 최상만이 마대자루를 들고 덤벼들었다.
최상만이 마대자루를 뒤로 들어 올려 때릴 자세를 취하는 순간
동혁이 먼저 상만의 멱살을 잡아 자신의 책상으로 끌었다.
그리고 녀석의 뒷머리를 움켜 쥔 채 책상으로 쳐 박았다.
머리를 세차게 책상에 박은 상만은 그 반동으로 뒤로 넘어가 쓰러졌고
녀석을 일으켜 세운 동혁이 다시 따귀를 날리기 시작했다.
" 철썩! 철썩! ...... "
긴장 속에서도 반 학생들은 그 수를 세었다. 정확히 열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모든 학생들이 얼이 나가 있었고 동혁은 침착했다.
그 믿을 수 없는 사태는 수업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면서 수습됐다.
정신을 차린 석태와 상만은 온 몸을 부르르 떨며 동혁에게 저주의 말을
퍼붓고 있었다.
" 너...너 이 새끼. 너 오늘 죽었어.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 네가 지금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감이 안 오냐? "
동혁은 그들 쪽으로 몸을 살짝 돌렸다.
그리고 한 손을 올린 후 가운데 손가락만 펴서 그들에게 보여줬다.
녀석들은 분을 참지 못하고 뒤로 넘어가는 자세를 취하며
이성을 잃었다.
동혁은 스스로도 놀라고 있었다.
힘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인 상상의 세계를 통한 자기만족.
그것을 현실에서 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용기가 갑자기 생긴 것인가. 두렵지 않았다.
언어의 마술사가 되어서 또 강한 힘의 소유자가 되어서 어떤 상대이든
제압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분명 그들의 보복이 있을 것이다.
동혁은 그것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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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09 12:57
댓글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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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혁이 엄청나게 끝내준다.
오 대단해요!!!!
오오...멋지다 ㅋㅋ이러다 동혁이가 짱되는거 아니에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