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판타지] 운현궁의 봄 [01]

[망상.]

*



"헤에. 여기가 어딜까나."


나는 고개를 둘러 주위를 바라보았다.


온통 새카만 곳. 위도 아래도 구분되지 않는 이상한 곳이었다,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은.


꿈인가? 손을 들어 볼을 꼬집어봤다. 얼마나 세게 꼬집었는지 볼이 아려왔다.


으음, 그럼 꿈은 아닌 것 같은데 말야.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걸까?


나는 오랫만에 나름 심각하게 생각을 했다.


방학이라고 디립따 퍼자다가 봄이의 문자를 받고 점심도 안 먹고 카페에 가서 2년만에 봄이를 만났고,


내가 심한 말을 하자 카페에서 나간 봄이를 뒤따라갔다가… 아. 나 차에 치였지.


그럼 죽은 건가? 어제 빌린 만화책 반납 못 했는데..우이씨,연체료 붙겠다.


아니지.. 이젠 상관없나? 죽었으니까. 나는 한숨을 쉬며 앉았다.


바닥은 말캉말캉한게 꼭 젤리같이 기분이 나빴다. 하아, 근데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는거지?


"죽었으면 환생을 시켜주던가!!! 아님 지옥에 빠치든지! 그것도 아니면 엄~청나게 적을 확률이지만

천국에 보내주던지! 이게 뭐냐고오!!!!"



나는 빽 소리를 질렀다. 그 때, 내가 싫어하는 소리 중 하나인 여자아이의 코맹맹이 소리가 들렸다.


"신야니임-"


그 소리는 꼭 귀에 직접 속삭이는 것 같았다. 아우씨. 이건 또 뭐야? 내 이름은 어떻게 안거지?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바라보았지만 소리의 주인은 어디에도 없었다.



헉...그럼 귀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몸에 닭살이 돋아났다. 으아악! 난 귀신이 제일 싫다고오-!


누가 좀 살려줘어~!!


"신야님~."


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리고 내 앞으로 내 손바닥만한 붉은색 구체가 날아왔다.


그 구체는 비틀거리며 내 얼굴 바로 앞까지 와서 펑 하고 터졌다.


붉은색 연기가 주위로 퍼져나가는 가운데에 조그마한 여자아이의 인영이 흐릿하게 보였다.


시간이 지나자 연기는 다 사라졌고 여자아이의 모습이 확연히 보였다.


이뭐병. 설마 빨사모-빨강색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었던거냐...


그 여자아이는 온통 빨강색으로 도배되어져 있었다.


피부도 옅은 붉은빛이 감돌았고 눈과 머리카락색은 당연지사 빨강색.


옷은 간편한 원피스 차림이었는데, 어디서 살인을 하고 왔나-.


원피스 색은 피가 굳은 것같은 진한 붉은색이었다.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신발은 나름 귀엽게 생긴 얼굴과 안어울리는 붉은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어림잡아보기에 그 하이힐의 굽은 9.4cm는 거뜬해 보였다. 나는 나도 모르는 새 썩소를 지었다.


"넌 누구냐?"


" 네에! 저는 신야님을 안전하게 성으로 데리고 오라는 명을 받은 으음~....."


붉은색으로 도배된 아이는 인상을 찌푸렸다. 왜 그러지? 아이는 한참이 지나서야 손뼉을 치고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 ㅡ 화야란이라고 합니다아!"


……이름이 기억 안 난거였냐!!! 뭐야, 저 띨빡이는!!!! 이젠 내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래, 화야란. 물어볼게 있어."


"꺄아~ 뭐든 지 물어보세요~"


그 화야란이라는 아이는 눈은 빤짝였다. 나는 최대한 억지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나 죽었어?"


"네에-"


"그렇구나..그럼 넌 뭐지?"


"까르륵~ 신야님 바아~보~!아까 말했잖아요!전 신야님을 성으로 데려가기 위한 존재라구요."


...내가 아무리 바보라도 자기 이름도 까먹는 너한테 만큼은 그런 소리 듣고 싶지않거든?!!


" 내가 왜 니가 말한 그 성이라는 곳에 가야 하는데?"


"환생하기위해선 성에 계시는 마리안느님에게 가야니까요.

이 세계의 주인이신 마리안느님만이 죽은 영혼을 다시 환생시킬 수 있거든요."


호오, 그렇군. 그럼 이 꼬맹인 저승사자같은 역할이구나..근데 마리안느라니 이름 센스 한 번 죽이네.


"그렇구나..그럼.. 혹시 봄이라는 여자애도 죽었니?키는 나보다 조금 작고 검은색의 긴 생머리를

가지고 있는 아이인데…"


"글쎄요오, 한 번 다른 애들한테 물어볼게요!"


화야란은 눈을 감고 뭐라 중얼거렸다. 그리고 화야란의 몸에서 붉은색의 빛같은게 뿜어져 나오더니


곧 여러갈래로 나뉘어져 사방으로 날아갔다. 화야란은 다시 눈을 뜨고 생긋 웃었다.


" 그런 애는 아무도 맡지 않았다는데요? "


"헤에, 그 빛같은 거로 연락하는거야?"


"네! 그 외에 물어볼 것이 없으면 곧 장 성으로 워프하겠습니다아-. 제가 꼴지에요오~

다른 애들은 벌써 맡은 영혼을 성으로 보내고 놀고 있다는데...빨리가요 신야님!"



화야란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말을 했다. 윽, 침튀겼잖아! 뭐. 어쨌든 봄이가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자아 그럼 갑니다아!"


언제 그렸는지 내 발 밑으로 붉은형광색의 마법진-아마도?-이 있었다. 그 마법진은 밝게 빛났고


나는 청룡열차를 타는 기분은 맛 봐야했다.


으아악! 이게 뭐야아! 오바이트 나 올 것같아아!!


" …끝! 도착입니다아!"


화야란은 밝게 웃으며 뒤돌아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거의 죽을 상으로 그녀를 원망스런 눈길로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오바이트 할 뻔 했다.


화야란의 웃는 얼굴을 싸다구 쳐주고 싶은 마음을 꾹꾹 짓누르며 화야란의 뒤로 세워진


거대한 닭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이봐, 저 건 뭐야?"


"성이요."


에엑? 저게 성이란 말야? 성이란 자고로 뾰족뾰족한 탑이 많은 엄~청나게 거대한 건물이 아니었나?

내 놀란 표정에 화야란은 키득거렸다.


"마리안느님이 닭의 광팬이거든요, 호호. 겉보습은 저래뵈도 안은 멀쩡하답니다!"


.......나 갈래. 차라리 그 검은 공간에 있는게 백배나아!


나는 뒤로 주춤거렸다. 화야란은 계속 쿡쿡거렸다.


"열어라 참깨!"


화야란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주문을 외치자 닭의 머리가 우리 쪽으로 내려오더니 입을 쩌억 벌렸다.


화야란은 입 안으로 폴짝 뛰어들어갔다. 에에ㅡ, 나도 가야는건가?


나는 조심스럽게 발 한 쪽을 내밀었다.



펑!



갑자기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나며 무언가가 내 머리를 쳤다.


"아얏!"


나는 머리를 문지르며 내 알흠다운 머리를 치고 땅으로 굴러떨어진 무언가를 주었다.


그 무언가는 화야란의 크기만한, 그러니까 내 손바닥만한 엄청나게 큰 무지개빛 구슬이었다. 구슬의 가


운데에는 치킨집마스코트같은 괴상한 닭한마리가 축 당 첨!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있었다.


"이게 뭐지?"


머리를 문지르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자 화야란은 눈을 빛내며 소리쳤다.


"꺄아!신야님 좋겠어요오~!"


"좋아? 뭐가? 구슬로 머리통 쳐맞은게?"


"아뇨오~! 그 구슬말이에요! 원래 영혼이 이 곳에 들어오면 닭은 구슬 하나씩을 주는데

총 4가지색으로 나눠져있어요. 붉은색구슬은 꽝. 푸른색구슬은 다음 기회에. 노란색구슬은 실패."


"...뭐야, 글자수만 다를 뿐 의미는 같잖아.그래서? 요건 뭔데?"


나는 무지개빛 구슬을 보며말했다. 휘야란은 괜히 무게를 잡았다.


"그리고…마지막으로 무지개빛구슬은...."


"그래. 무지개빛구슬은?"


"그러니까..."


"말해."


"음음, 그러니까요오~아! 무슨 소원이든 하나씩 들어주기에요~ 와아, 제가 이 일을 맡은 지 어언 2개월.

그동안 다른색 구슬만 봤는데 드디어 무지개빛 구슬을 보네요~ 꺄아아~ 자랑해야지!"


"소원? 누가? 니가?니가 주는 거라면 사양하마."


나는 피식 웃었다. 자기 이름도 잊어버리고 말은 안했지만 분명 무지개빛구슬이 뭘 의미하는지도

잊어버렸다가 기억난거일거다. 그런 애 한테 무슨 소원을 말하리!


"에헤헤ㅡ.전 아니고~ 마리안느님이 직접 들어주신답니다! 마리안느님이 계시는 방은 왼쪽 길로

가다보면 나와요. 보면 알아챌 거랍니다,호호.

그럼 신야님! 제 임무는 여기까지이니 부디 개미나 바퀴벌레같은 거로 환생하지마시길. 그럼 안녕히!"


그렇게 화야란은 나에게 다가 왔을 때와 같은 붉은색 구체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서 여전히 위태롭게


길을 날아갔다.


"어? 야! 보면 안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큰 소리로 부르자, 붉은색 구체는 급기야 뿅!하는 귀여운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에효...왼쪽이랬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늘어뜨리고 왼쪽으로 걸어갔다.


왼쪽 길로 들어서자 보인것은 천장에 붙여진 거대한 안내표지판이었다. 내용은 이랬다.


┌
　　초절정 귀염둥이 마리안느의 방은 이 곳이랍니다! →
　　　　　　　　　　　　　　　　　　　　　　　　　　　 ┘


안내판이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석을 엄청 쳐바른 삐까한 문이 보였다.


물론 그 문에는 닭대가리가 그려져있었다. 화야란이 말 한 그대로네.


정말이지 딱 보니까 알겠다. 나는 문을 두세번 두드린 뒤 문을 밀었다.


"어라라?"


이상하게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뭐야 이거?! 내 인상은 저절로 찌푸려졌다.


침착하게 생각하자, 침착하게.


자, 이건 미는게 아니라 당기는 거일지도 몰라! 그래, 바로 그거야!


나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손잡이를 당겼다.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그럼 열려라 참깨!"


아까 전 화야란이 이 닭으로 들어올 때 외친 주문을 외쳤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열었으나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들어가는건데?!!!!"



쾅쾅!


결국 폭팔한 나는 문을 발로 찼다.


"…아야야..."


하지만 보석으로 만들어진 단단한 문은 끄덕도 안하고 내 연약하고 가냘픈(?) 발만 저릿해졌다.


"씨이..."


내가 울먹이고 있을 때, 내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나보다 아주 약간 큰 키를 지닌 귀엽게 생긴 남자애가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잘랐는듯 길이는 들쭉날쭉하다만 부드러워보이는 금발과

햇빛을 한번도 보지 않은 듯한 창백한 피부.

그는 특이하게도 오드아이였다. 왼쪽눈은 레몬빛, 오른쪽 눈은 기묘한 빛을 띄는 청록빛.

반짝반짝한 금발이 아니라 조금은 어두운 갈색빛을 내는 금발이어서 마이너스 10점이지만

쨌든 귀여운건 귀여운거다. 거참, 근데 여자같이 생겼네. 치마만 입으면 여자라할정도로.......아악!

이야기가 왜 이쪽으로 샌거야!! 무튼간에 저게 감히 날 비웃어!! 귀여우면 다 용서가 되는 줄 아나?


"우씨, 뭐야 넌!"


남자아이는 계속 키득 거리며 문을 열었다.


"헹. 그 문은 저~얼대 안 열리는....헐."


내가 열었을 때완 달리 문은 아주 쉽게 열렸다. 그렇다. 문은 미닫이였던거다!


그럼 손잡이는 왜 달려있는건데!!! 나는 소리없이 절규했다.


"안들어와?"


남자아이는 어느 새 웃음을 그치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니 들어가!들어간다고!"


나는 허둥지둥거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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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어쩌다보니 엄청나게 길게 써버렸다는;ㅅ;.


저 미닫이문이야긴 어떤 만화책에서 본 것같은데...[먼산]


무튼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새콤마녀]

색다른 소설이네요 음 이런말 제가 하면 작가님이 불쾌할수도있지만 한말씀 올리겠습니다 소설은 재미있네요 그렇지만 뭐랄까요...음...작가님께서 쓰시는 단어들이 별로 파워풀하지않단것입니다. Imagery 가 그렇게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아서......덜덜;; 혹시 불쾌하시거나 언짢으시다면 쪽지를 날려주시가바랍니다.

[망상[忘傷]]

어머나 불쾌하다뇨'ㅅ'* 오히려 조언 해주셔서 감사한걸요:D

[키위허브]

재밌어재밌어-_-*

[망상[忘傷]]

꺅 고마워 언니/ㅂ//

[초절정이티♡]

엄청나게 길게 써서 너무 좋아요~ 재밌어요 주인공 너무 귀여운데요?ㅋㅋ 좋은걸로 환생하길ㅋㅋ

[망상[忘傷]]

아하하 감사합니다:)

[리샤이안★]

재밌어요...ㅋㅋㅋ 너무나...주인공 너무 좋아요, 거기다가 닭 성이라니..ㅋㅋㅋ

[망상[忘傷]]

감사해요/ㅂ//** 사실 그 때 닭이 엄청 먹고 싶어서(.) 문득 정신을 차리니 어느 새 닭성이 되어버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