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가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그 사람은 당황한 듯 해 보였지만 곧 곽가가 내민 [양배추]를 받아 들었다. 그사람은 양배추를 받다 말고 곽가를 잠시 쳐다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 하더니 입을 열었다.
"초면이 아닌것 같습니다. 지난 번 주자하씨의 일행이 아니신가요-"
"크에에엑-!"
괴성을 지르며 그 사람의 입을 막은 곽가는 식은땀을 흘리며 근을 바라보았다. 근이 턱을 잠시 매만지더니 씨익 웃어보였다.
"여자였냐?"
곽가는 재빨리 기억을 더듬었다. 락씨와 함께 있던, 자기를 본, 망토를 쓴, 그런 여자라면.
"에에이- 별거 아니잖아. 고작해 봐야 락씨의 쫄따구일텐데."
곽가가 똑바로 서서 비웃었다. 태사연은 조용히 칼집을 잡았다. 곽가가 웃었다.
"벨테면, 베어봐. 그깟 일본도로.."
[푹]
"찔렀습니다."
"크캬아아아-!"
곽가는 구멍 난 손바닥(?)을 바라보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고 그는 뼈저리게 현실을 깨달았다. 락씨도 아무나 따라다닐 수 있는게 아니군.
근이 태연히 바라보다가 붕대를 던져주었다. 곽가는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볼 기회가 없었다. 상대의 정체도 모르는 채로 묘한 기분에 휩싸여 갈팡질팡하던 곽가는 울상을 지어버렸다.
바람이 나뭇잎을 훑으며 울었다. 곽가는 숨을 헐떡였다. 지혈이 되지 않았다. 아픈 듯 움찔거리던 곽가에게 근이 다가가 붕대를 잡고 힘껏 묶어버리자 더이상 피가 흐르지는 않았지만 그는 소리를 질러댔다. 연과 근은 시끄럽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타닥대며 타는 장작에서 타오르는 불곷이 모든 것을 삼킬 듯이 넘실대며 그 매혹스런 자태를 뽐냈다.
"에,에추우-!"
곽가가 재채기를 했다. 근이 킥킥대며 웃었다. 곽가는 입을 비죽 내물고 연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그를 외면한 채 불을 쬐고 있었다.
"에추우-! 그러네, 어쩌다가 일행과, 에추- 헤어진거지? 위험, 에추- 할텐데. 아니. 너라면 에추우! 그렇지 않을지도 몰라, 에추우! 그, 그렇지만 왜지? 에추-"
곽가가 고생을 하며 그 이상한 재채기소리를 내면서 까지 말을 끝마쳤다. 여전히 망토를 눌러쓴 연이라 확실히 여자인지도 모르는 곽가는 어색하게 물으며 자신의 욱신대는 손을 우울하게 바라보았다. 연이 웃는 것 같았다.
"그건 말입니다-"
-주자하가 입을 떡 벌렸다. 난동도 부려보았으나 어쩔수 없었다. 확실한건, 악진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 운과 주자하는 돈이 사라졌다는 것에 대한 슬픔과 동시에 이상야릇한 분위기에 휩싸여 이상한 말을 중얼댔다. 락은 주점엘 갔고, 식료품을 사러 간 균과 짐꾼 천랑(무슨 미끼인지는 몰라도 참 용하다고, 운이 중얼거렸다.). 주자하와 운, 두명이서 이 슬픔을 감당하기엔 그녀들에게 슬픔이 너무 컸다. 그래서 공유자를 찾기위해 연을 찾아보았지만 그녀는 없었다. 단지 그것 뿐이였다.
"흥? 나쁜 꼬마녀석이군?"
근이 코방귀를 뀌었다. 곽가도 동의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장작을 불 속으로 던져넣었다. 연이 피식 웃었다.
"으음.. 그런데, 혹시 제갈균 씨와 형제 되십니까?"
연이 딱딱하게 물었다. 곽가는 어쩌면, 태사연에게 근을 떠맡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근 대신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연은 곽가의 이상하리만치 강한 집착에 의아함을 느꼈다.
"그렇다만. 일행 중 한명이였나보지?"
"예."
잠시 말이 없던 근은 도톰한 시가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후-하고 숨을 내쉬자 순식간에 하얀연기가 눈을 가렸다. 연이 심하게 기침을 하며 도망치듯 나무 사이로 숨었다. 곽가가 심하게 웃어댔다. 연이 망토자락을 펄럭여, 하얀 연기를 날려보냈다. 그러자 근도 웃어댔다. 연은 그들이 웃는 이유를 몰랐다. 그들이 웃는 이유는 아마 강해보이는 자의 약점을 찾아낸 자가 느끼는 감정의 공감이였으리라.
"그럼, 이쯤에서 [황개]를 향해서."
근이 시가를 불 속으로 뱉으며 씩 웃었다. 곽가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다 태우지도 않은 최고급 시가가 타들어 가는 것을 보아야 했다. 곽가는 자신의 손을 보며 상처만 없었다면 즉시 주워내겠다는 각오를 담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근이 시가를 하나 건넸다. 두툼한 느낌이 좋았다. 곽가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이, 가야지-?"
"저 말입니까?"
"응. 나 아니면 누가 데려가냐? 아니아니, 그런 표정 짓지 말어. 음- 그럼, 결정 됐다. 오늘부로 넌 내 [용병]이야."
근은 연이 [동료]라고 부탁했을 경우 무시 해 버릴 것을 잘 아는 듯 말을 돌려 표현했다. 근은 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연이 픽, 웃으며 스스로 일어났다. 근은 무시당한 손을 기분 좋게 거두어 들이며 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연이 움찔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근이 말했다.
"동지가 된걸 축하해 주지-"
"용병이라면서요-?"
근이 픽 웃었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모닥불은 서서히 사그라 들어갔고 아름답던 불은 그 종말을 맞이했다.
첫댓글 건필하세요오 ㅇㅁㅇ~/
냐암~ 좋은 소설이닷... 자주 쓰시네요... 크큭
좋아요..좋아요....=ㅁ=;; 올려야지..無 올려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