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연의 향기
詩 최마루
젊은 날 한때 자랑스럽게도 웅대한 포병이었습니다
입대 후 첫 훈련 중 대포소리에 내장이 뒤집혀졌고
순식간에 대추씨만한 대포알이 진기만 했습니다
특히 티엔티 사격명령은 영혼에마저 전율이 일어났고
목표지점에 초탄명중은 과히 찬란해보였습니다
당시 뼛속까지 온통 강인한 군인이어야 했기에
지독한 군기는 상상을 초월했으니 아직도 꿈속에서
우렁찬 야포소리가 간헐적으로 으르렁만 거립니다
아득한 저 멀리에서
지프차 한 대가 황소처럼 달려오자 전포대원들의
칼같은 거수경례는 또 하나의 장엄한 대포소리였습니다
순식간 적의 초토화에 군단장님의 미소가 흩날리고
이미 땀방울에 젖어버린 군복과 군화 소총까지
뜨거워지는 철모조차 잠시 휴식 군령 중이었음에도
그 열기마저 휴전선너머 간담을 서늘하게만 하였으니
오늘까지 내 위로의 삶에 위대한 자극이 되어버렸습니다
* 포연(砲煙) : 총이나 포를 쏠 때에 나는 연기를 말함
* 강원도 양구에서 군복무기간 동안 계절마다 계속된 훈련 중에
1990년 어느 봄날
평생토록 기억될 일주일간의 야외 훈련을 냉엄하게 명 받았습니다
그날은 내 젊은 날의 한때를 180도로 각색하게 하였고 훈련 내내
엄청난 비에 온통 젖어서 그야말로 녹초가 되어버린 상태로 오로지
군기 강인한 군기만으로 혹독하게 버텨내었던 참혹한 시각들이었으며
진절머리나는 기억들이 배암처럼 스물거리더니
마치 어제처럼 서서히 떠오릅니다
허리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방대한 비로 말미암아 온통 젖어버린 군복/
3분 만에 밀어 넣어야하는 전투식사/대충 졸음만 쫓은 채로 계속하여
이동 이동 이동/대소변조차 마음대로 편히 할 수 없었던 기막힌 시간들/
밤낮없이 날아오는 조급한 무전들/공중으로 날아다니는 야삽과 몽둥이들/
무지하고도 엄청난 욕설들/살아있는 군기와 군가들/복명복창/뽀글이 라면/
아구창이 박살나도 관심 밖의 눈빛들/엄청나게 지쳐만 가는 고통의 시간/
어디서나 악과 깡을 주문하며 춤추던 군화/시야마저 흐릿하게 젖어버린 산야에
온 새벽을 지새우고 나도 모르게 피가 흘러도 입술로만 문지를 뿐/
별도 달도 귀찮은 몽롱한 육체로 급기야 안경다리가 부러져 난감하던 때/
풀벌레소리 낭창하게 들려오고/순식간에 포사격준비에 사주경계태세 완료/
군생활 중 오로지 어머니어머니 생각에 또 입술 꽉 깨물며 참고 참았으니
당시는 현역 군인이었기에 무조건 인내해야만 했고 흠씬 두들겨 맞아도
온전히 군기란 미명아래 무조건 무의식의 마네킹처럼 버텨야했습니다
포병부대의 위력은 그 양과 무게와 엄청난 파괴력 등 실로 대단하더군요
이처럼 누구나 없이 전포대원들의 강인한 정신력으로 악과 깡을 키워놓고
곧은 기세로 철벽같이 곤두세워서 작전임무에 충실하였습니다
하여 명령에 죽고 사는 군인인지라 자정이든 새벽이든 무조건 명령이라면
강인한 정신력을 다해 목숨을 걸고서라도 악착같이 수행해야했습니다
이후 야전포병부대에 근무 중 전방을 향하여 밤낮없이 쏘아대었습니다
당시 괴수 김일성의 혹이 점점 커져 심각하다고들 했지만 제21사단의
추진 포대인 제1포대 알파 포대원들은 안중에도 없이 명령대로 쏘고
또 쏘아 올렸습니다
물론 각 포병 대대 연대의 포대원 전체가 훌륭하게 임무수행을 하였고
특히 자정 즈음 조명탄을 쏘아 올릴 때는 더없이 장관이더군요
제대 전날까지 비사격 훈련에 이어 북으로 거침없이 마구 쏘아대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쏘아 올린 우렁찬 야포소리에 공산주의를 격멸하는 데는
진심 흥분 했었고 아직도 위대한 포병이었음을 나는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불철주야 고생하시는 전군의 국군 장병 여러분!
늘 무운과 함께 강건하십시오!
시인 최마루 절도있게 거수경례 올립니다
하나 둘 삼 넷 오 여섯 칠 팔 아홉 공
~ 탄 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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