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글쓰기의 세계
네이버블로그/ [나도한문장 Day11] 생동감 넘치는 글을 대화제와 비유법으로!
⑤ 생동감 넘치는 문장을 쓰는 법
웹소설을 쓰겠다고 찾아온 남학생이 있었다. 이미 몇 화를 써서 네이버에 올린 적도 있었다. 오로지 취미로 쓴다고 했다. 자신이 올린 글의 조회수가 20인 것을 보고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그냥 누가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나는 ‘조회수가 이렇게 낮으면 학생이 실망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학생의 대답은 달랐다.
학생은 군대에서 막 제대한 스물셋 대학생이었다. 연기를 전공하고 있었는데 복학하기 전에 글쓰기를 배우고 싶어 나를 찾아왔다고 했다. 학생이 홍대 쪽에 살아서 우리는 늘 그곳 카페에서 만나 수업을 했다. 남동생이 있어서 그런지 학생을 볼 때마다 귀엽게 느껴졌다. 옷 입는 센스도 남달랐다. 발렌시아가 클러치에 톰브라운 가디건을 입고 나타났던 적도 있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클럽도 자주 다니며 재미있게 20대를 보내고 있었다. 이런 학생과 함께 수업하니 나도 덩달아 어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학생이 쓰는 글의 장르는 라이트 노벨이었다. 라이트 노벨은 일본의 소설 장르 중 하나로, 가벼운 스토리와 일러스트, 쉬운 언어가 특징이다. 주로 젊은 독자들이 읽으며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 판타지, 로맨스, SF, 학원물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그의 작품 「2121년에서 왔습니다」는 미래에서 온 여고생과 모태솔로 남자가 꽁냥꽁냥하는 이야기다. 야한 장면이 안 나와 불편한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읽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고 편안해지는 글이었다. 학생은 6개월 동안 틈틈이 26편의 글을 써왔다. 작품 하나를 완성한 것이다.
작품을 완성한 후 학생은 이번에는 제대로 된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했다. 학생들 가운데 일반 소설을 쓰는 학생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 마음이 생긴 것 같았다. 내가 평소에 다양한 소설을 추천해준 것도 한몫 했던 것 같다. 학생은 꿈에 내가 나왔다며 글쓰기 선생님을 소재로 소설을 써 보고 싶다고 했다. 글쓰기 수업을 받는 학생이 공모전에 투고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소설이었다. 제목을 정하는 과정에서 이 책의 제목인 ‘잘 쓰겠습니다’가 나왔다. 정류진 작가의 소설 「잘 살겠습니다」를 패러디해 장난처럼 나온 제목이었다.
“‘잘 쓰겠습니다’ 어때?”
“오, 좋은데요?”
어느 유명한 출판사의 편집장은 자신의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의 제목은 다 자기가 짓는다고 했다. 학생들이 제목짓는 걸 어려워해 나도 학생들의 소설 제목을 지어주는 역할을 자처하곤 한다.
얼마 후 학생은 수업을 그만두기로 했다. 복학할 시기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학생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언제 한번 클럽 같이 가실래요?”
사실 나도 20대 때는 클럽을 좋아했다. 그런데 30대가 된 후로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나는 대답했다.
“그럴까?”
그렇게 학생은 막혀 있던 나의 클럽 혈을 풀어주었다. 원래 나는 학생들과 술도 자주 마시고 잘 어울리는 편이다. 그런데 학생과 클럽까지 같이 가게 되다니! 우리는 어떤 복장으로 클럽에 갈까 고민까지 했다. 입장 금지를 당하면 안 되니까. 학생이 걱정스레 물었다.
“선생님, 근데 담배 연기 괜찮으세요? 클럽 가면 담배 연기 심하잖아요?”
“괜찮아요. 저 담배 냄새 별로 안 싫어해요.”
“잘 됐네요. 클럽은 역시 담배 연기가 뭉게뭉게하는 맛이 있죠.”
‘뭉게뭉게’라는 단어를 듣자 머릿속에 둥근 구름이 퍼져나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뭉게뭉게라니, 이거 너무 좋은 표현이잖아? 언뜻 평범해보이는 표현이지만 실제로 그것을 사용하는 것과 사용하지 않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특히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묘사가 많은 웹소설을 쓸 때는 의태어나 의성어와 같은 수사법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게 좋다. 더욱 생생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결국 학생과 클럽 친구가 됐다. 인사도 “수업 때 봬요”에서 “클럽에서 보죠”라고 바뀌었다. 레슨이 끝난 후 학생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그 카페 지나갈 때마다 수업했던 날이 생각나요.”
글쓰기 수업이 좋은 추억으로 남은 모양이었다. 비록 지금은 클럽 친구가 됐지만, 나는 학생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 ‘잘 쓰겠습니다, 일탈 강사 김연준이 들려주는 솔직담백 글쓰기 라이프(김연준, 서교출판사, 2024.)’에서 옮겨 적음. (2024. 4. 2. 화룡이) >
첫댓글 솔직 담백한 글이 살아있는 글이군요..
솔직 담백하면서도
생동감을 줄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