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증명이 아니라 헌신을 요구한다. -기독교유신론만이 존재에 답을 줄 수 있다.
【 <교회와신앙> "언제부터인가 대학은 진리를 잃어버리고 서열을 중시하는 무한경쟁 시대로 돌입해, 취업과 연구비 경쟁 속에서 구성원 사이의 관계는 깨어지기 시작했다. 베리타스 포럼은 물질 만능주의에 종속되어 가는 대학 사회를 향해 대학의 본질을 묻고 본래의 모습을 되짚어 보는 기회로 마련됐다. 대학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인간과 사회의 총체성을 진지하게 연구하고 토론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베리타스 포럼 대회의 취지를 설명한 고려대 조영헌 교수(역사교육)의 글의 일부이다.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amennews.com%2Fnews%2Fphoto%2F201805%2F16348_23211_2811.jpg) | | ▲베리타스 포럼이 지난 5월 24일 고려대 법학관에서 개최됐다. ⓒ<교회와신앙> |
첫 베리타스 포럼 코리아의 첫째 날인 23일엔 '포스트진리 시대에서의 진리'라는 주제로 영국 기독학자 오스 기니스 박사의 강연이 있었고, 둘째 날인 24일 오후 6시엔 ‘존재하는 것들: 과학자와 철학자의 기독교적 사유’라는 주제로 고려대학교 법학관 5층에서 대학생들 300여명을 대상으로 열렸다. 청어람ARMC 양희송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포럼에서 우종학 교수(서울대 천체물리부)는 ‘우주가 던지는 진리에 대한 질문과 사유’, 강영안 교수(미국 칼빈신학교 철학신학)는 “왜 무엇이 존재하는가?”라는 주제로 각각 강연했다. ◇우종학 교수, “우주가 던지는 진리에 대한 질문과 사유” 먼저 우종학 교수는 <공부하는 그리스도인>(도널드 오피츠, 데릭 멜러비, IVP)의 서문에 쓴 자신의 추천사를 통해 “대학에서 교육과 추구하는 지식을 추구하는 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마치 대학은 스펙을 갖추고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직업훈련학교와 같다”며 “대학은 더 이상 진리를 추구하는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리 삶의 근원적인 문제, 목적, 가치로서의 진리’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본다”고 서두를 열었다.
우 교수는 “오늘날의 과학은 많은 영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천체물리학의 발달은 인간의 인식의 지평을 획기적으로 확장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면서 “과학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반면 신앙은 초월적이고 비이성적인 영역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불편한 시선을 깨고 기독교의 사유방식이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어떻게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신앙과 과학이 답변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우주가 보여주는 5가지 특성에 대해 우 교수는 △백억 광년 이상의 크기와 시공간의 광대함과 경이로움 △예측 가능한 우주의 수학적 특성과 과학적 합의 도달 △빅뱅이론과 같은 우주의 팽창, 우주의 우발성과 지성의 출현, 현재는 초지성의 출현까지 예측 △이성으로 파악한 수학과 경험으로 인간의 이성과 우주는 공명할 수 있는 가능성 △누군가가 우주의 상수를 통해 생명체와 인류가 탄생하도록 만들어 놓은 우주의 역사 등이 의미심장하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특히 과학주의 무신론자인 도킨스는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신은 누가 만들었는가?’라고 질문한다. 하지만 경험적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현대과학은 이런 형이상학적인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없다. 비판적 실재론적 견해에서 과학은 절대적 진리라기보다 잠정성과 가변성이 있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우 교수는 “기독교 유신론에서 우주는 창조주의 뜻과 의지, 창조주의 성품을 반영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졌으며, 창조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신의 성품을 닮은 우주의 특성과 인간의 이성이 공명하며 우연히 발생하는 우발성의 작동원리까지 설명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또 “신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는 없을지라도, 과학주의와 증거주의를 넘어서서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이 우주를 좀 더 이해하고, 삶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며 통일되게 잘 설명해 준다”면서 “진리에 대한 믿음은 명제적 동의가 아니다. 진리는 증명이 아니라 헌신을 요구한다. 진리가 주는 가치에 헌신할 때 우리는 진리에 이르게 된다”고 주지시켰다.
◇ 강영안 교수, “왜 무엇이 존재하는가?” 강영안 교수는 “인간의 비참함과 위대함이 있다”는 파스칼의 '팡세'의 내용을 소개하고,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왜 무엇이 존재하는가?’하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이 우주의 광대함에 비하면 인간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인간은 생각 속에 전체 우주를 담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 놀라움과 당혹감을 갖게 된다”면서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물음에 대해 반실재론, 자연주의, 유신론적인 답변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 박사는 반실재론은 하이덱거의 형이상학 입문에 보여지는 ‘왜 무엇이 없지 아니하고 있는가?’라는 라이프니츠의 질문으로 시작된다고 소개했다. 세계가 보여주는 구조와 성질은 그 자체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 자신이 만들어낸 것.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구성주의와 인간주의 관점이 프로타고라스에서 칸트로 이어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리처드 로티는 ‘진리란 우리 동료들이 우리가 하는 말에 동의해 주는 것’(what our peers will let us get away with saying)이라고 했다. 믿어 주면 되지, 객관적인 실재인지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것. 하지만 "로티의 주장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도 부정할 수 있게 된다는 것과 실제로 참인가 거짓인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믿어주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교수는 지적.
존재하는 것에 대한 두 번째 대안은 자연주의. 강 교수는 “자연주의는 신과 같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은 오직 자연밖에 없다고 본다"며 "인간은 인간의 필요나 욕망에 전혀 관심이 없는 거대한 우주의 지극히 미미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과학주의, 유물론, 물리주의에 기반을 둔다"고 소개. 이 사상은 에피쿠로스, 데모크리토스, 포이어바흐, 콩트 등이 주장했다. 하지만 존재하는 것들이 물리적이고 자연에 속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관점은 인간의 인식의 능력, 도덕적 능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설명할 수 없으며 우리의 삶의 의미와 목적과 지식을 탐구해 가는 지적 행위에 대해 허무주의에 빠지게 한다는 게 그의 통찰이다.
궁극적인 대안인 기독교적 유신론에 대해 강 교수는 “인간은 하나님의 설계와 계획으로 하나님을 닮은 존재로 창조되었다. 시작과 끝이 없고 인격적인 하나님이 존재한다. 하나님은 신체가 없는 인격이다. 이 하나님은 전능하며 전지하고 완전하게 선하신 분이다. 하나님은 세계를 만드신 분”임을 역설했다.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amennews.com%2Fnews%2Fphoto%2F201805%2F16348_23212_2833.jpg) | | |
강 교수에 의하면 인간의 특별한 위치는 인격적인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으로 창조되었다는 데 있다. 그래서 하나님과 이웃을 알고 사랑할 수 있으며 하나님이 지은 세계를 알고자 하고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진리를 갈구하고 진리를 찾아 나서는 지적 노력과 추구로서의 기독교 창조 이념은 △학문과 삶에 경험의 중요성 △진리 또는 참된 것의 존재론적 근거 △삶의 의미와 목적을 제공해 준다.
특히 “존재론적 근거에서 지적 탐구는 선한 것, 한 사람 뿐 아니라 공동의 삶 공동체적 주체적 노력이 개입된다. 주체와 대상,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 인간은 참됨(truth), 아름다움(beauty), 선함(Goodness), 진리와 진실(truth), 화평과 평화(peace), 정의와 공의(justice)를 추구하는 존재”라고 그는 갈무리.
한편, 베리타스 포럼은 1992년 하버드대학에서 시작돼 북미와 유럽의 200여 개의 대학에서 2천 번 이상 진행되어 세계적인 기독 지성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인생의 가장 곤혹스런 질문들을 던지고 토론하는 장이자, 용기 있는 대화를 추구하는 베리타스 포럼은 대학들이 진리(라틴어, Veritas)와 같은 삶의 근본적인 질문들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혀서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돕는다.
강영안 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네덜란드어와 철학을 공부하고 벨기에 루뱅대학교 철학과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쳤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에서 칸트 연구로 철학박사를 받았으며, 네덜란드 레이든대학교, 성강대학교, 미국 캘빈신학교 등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기독교철학, 철학신학, 기독교변증학, 기독교윤리학, 일상철학이 현재 주요 관심사다.
공동저서와 번역서를 포함해 20여 종의 저서가 있으며 대표적으로 <인간의 얼굴을 가진 지식>(2002), <타인의 얼굴: 레비나스의 철학>(2005), <신을 모르는 시대의 하나님>(2007), <칸트의 형이상학과 표상적 사유>(2009), <믿는다는 것>(2018) 등이 있다. 현재 미국 칼빈신학교 철학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우종학 교수는 예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UC Santa Barbara와 UCLA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로 주된 연구 분야는 거대블랙홀과 은하 진화이다. 나사(NASA)가 젊은 연구자에게 주는 허블 펠로십(Hubble Fellowship)과 한국천문학회가 중견연구자에게 수여하는 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2015년에 연구와 교육을 목적으로 비영리단체 <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설립해 과학과 기독교 학제 간 대화를 증진시키고 있다. <천체물리학지>를 비롯한 국제적인 학술지에 100편 이상의 연구논문을 게재했으며, 저역서로 <블랙홀 교향곡>(2009), <무신론 기자, 크리스챤 과학자에게 따지다>(2014 확대개정판),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2017)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