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방을 좋아한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0대 후반부터 다양한 스타일의 가방을 수집하고 있다. 이렇게 저렇게 매년 가방을 사들이고 수집하다 보니 어느 순간 가방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됐다.
“제가 이번에 명품 가방을 큰맘 먹고 지를 예정인데요, 어떤 브랜드를 사야 할지 모르겠어요. 요즘 대세는 뭐예요?”
한 직장 동료가 쉬는 시간에 내 자리에 찾아와 쑥스러워하며 물었다. 자신도 이제 20대 후반에 접어들었으니 제대로 된 명품 가방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보니 고민이 많이 되고 도통 어떻게 장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어느 매장을 돌아보면 좋을지, 어떤 스타일이 무난할지, 처음 명품 가방을 장만할 때는 비용을 얼마나 들이면 좋을지 등도 덧붙여 물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가방에 얽힌 내 첫 추억이 떠올랐다.
남들 다 들고 다니는 명품 가방, 나도 하나쯤은 장만하고 싶다는 욕심에 몇 날 며칠을 고심하다 루이비통 매장을 방문했다. 왜 하필 그 브랜드였느냐고 묻는다면,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자주 봐온 제품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왜 그 가방을 마련해야 하는지, 크기는 어느 정도가 좋을지,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 등의 구체적인 계획 없이 무턱대고 매장에 들어서던 그날의 긴장과 떨림을 아직도 기억한다. 고급스런 정장 유니폼을 차려입은 매장 직원들과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가방들이 ‘너 오늘 처음 왔지? 명품이 뭔지도 모르지?’라고 말을 거는 것 같아 주눅이 들었다. 워낙 비싼 백들이다 보니 어떻게 착용해야 할지도 고민스러웠다. 동의 없이 그냥 둘러봐도 되는 것인지, 매장 직원에게 허락을 받고 착용해봐야 하는 건 아닌지 의아한 데다 종류는 또 어찌나 다양하던지 뭐부터 봐야 할지 난감했다.
무조건 많이 구경하고 많이 들어보고 많이 조사해야 본전 쏙 빼는 명품 가방을 장만할 수 있다. 명품 가방이라고 다 엣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구찌 등의 명품 브랜드를 찾는 여자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Sold Out!’이라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순식간에 완판되는 제품들도 적지 않다. 명품 가방을 향한 여자들의 무조건적인 열망과 로망이 시공을 초월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충족되어야 할 욕망이라면, 손에 넣는 그날까지 꿈꿀 수밖에 없는 ‘명품 가방’이라면,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장만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달 치 월급과 맞먹는 목돈을 탈탈 털어 마련한 가방인데 금세 질리거나 자신의 스타일과 따로 논다면 큰 낭패이기 때문이다.
만일 명품 가방을 구입할 계획이 있다면 가방에 안목이 있는 친구와 함께 자주 윈도쇼핑을 다닐 것을 권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고가의 백들이 죽 전시돼 있는 매장을 드나드는 것은 생각보다 진땀 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직접 수많은 가방들을 보면서 어떤 브랜드의 제품에 마음이 끌리는지, 어떤 디자인이 실용적일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브랜드마다 추구하는 이미지와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적합한 가방을 찾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발품을 팔며 많이 들어보는 수밖에 없다.
대충 낙점해놓은 가방이 있다면 인터넷을 통해 가격, 상품 후기, 의상과의 매치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매장을 실제로 방문해 다양한 스타일의 가방을 들어보며 자신과 어울리는 가방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이것저것 비교하며 장시간 매장에 머물기에는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이때 유명 쇼핑몰을 참고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요즘 쇼핑몰들은 판매 의상을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다양한 명품 가방과 액세서리를 함께 코디해 여러 장의 사진들을 전시해놓기 때문이다. 이 같은 쇼핑몰을 참고하면 자신이 즐겨 착용하는 의상과 찰떡궁합을 자랑할 만한 가방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명품 가방을 처음 장만하고자 하는 여성이라면 꼭 귀띔해주고 싶은 방법이다.
싫증나지 않고 오랫동안 사용할 가방을 찾는다면 뭐니 뭐니 해도 좋은 가죽을 쓴 가방이 최고다. 좋은 가죽을 쓴 가방일수록 디자인은 심플하고 실용적인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고의 가죽을 자랑하는 제품들은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하고 있으니 아무리 변하지 않는 가치를 추구한다 한들 2030 여성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만족스러운 질감과 색상을 선보이는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는 코치(Coach)인데, 최근에는 컬러풀한 패브릭 백에 집중하고 있지만 본래 두꺼운 소가죽이나 물소가죽 가방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더욱이 코치 제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위기와 스타일의 가방이 많아 각 연령대에 맞는 선택이 가능하다. 최근엔 명품 브랜드마다 자신들의 자리를 대신할 세컨드 명품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어 오리지널 제품의 절반에 미치지 않는 가격으로도 명품 수준의 품질을 보장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명품 가방 구입에서 가장 심사숙고해야 할 것은 ‘구입의 목적’이다. 한마디로 이 가방이 어떤 용도로 쓰일지, 왜 필요한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아무런 목적이나 이유도 없이, 친구 따라 강남 가다시피 장만한 가방은 오히려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진정한 ‘잇 백’은 금방 불타오르는 폭죽 같은 사랑이 아니라 오랫동안 은은하게 타오르는 모닥불 같은 사랑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런 모닥불 같은 ‘잇 백’은 언제나 아름답고 환상적인, 영원한 로망이어도 좋다.
|Tip. 명품 가방 싸게 사는 비법|
○● 공항 면세점
샤넬, 루이비통 등 절대 세일하지 않는 브랜드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유일한 쇼핑 창구가 바로 이곳 공항 면세점이다. 하지만 출국 시 US 400$ 이상의 물품을 구매하여 입국할 때 다시 가지고 들어오면 세관 신고를 해야 하는데, 400$를 제외한 금액에 대해 과세가 부여된다. 명품 가방의 경우 통상 세율이 20%이므로 결과적으로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것과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외국에 체류하는 가족, 친구 등에게 맡겨놓았다가 (출국 시 구입한 제품은 선물용으로 인식되어 세금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그들이 한국에 입국할 때 다시 받을 수 있다면 면세점만큼 저렴하고 안전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도 없다.
○● 호텔 면세점 & 백화점 면세점
해외여행 계획이 있다면 사전에 호텔과 백화점 등의 면세점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각 면세점마다 멤버스 카드를 발급해주는데, 롯데 면세점의 경우 누적 금액에 따라 실버 회원과 골드 회원 카드를 발급해준다. 이 회원이 되면 세일 기간에도 5~15%의 추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동아 면세점은 구매 금액에 상관없이 그날 바로 멤버스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고 5%의 추가 할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또한 호텔 면세점의 경우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물기 때문에 최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프랑스 여행 중 정기 세일
프랑스는 연간 두 번의 세일을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보통 4주에서 6주간으로 겨울에 한 번, 여름에 한 번 한다. 여름 세일은 6월 말이나 7월 초에 시작해서 8월 중순에 끝나고, 겨울 세일은 1~2월 사이에 진행된다. 가격 할인율은 매장과 브랜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0~50%를 할인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 기간 중 프랑스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빅 찬스!
○● 중고 명품 숍
압구정 로데오 거리, 명동 번화가, 분당 정자동 카페 골목 일대에 중고 명품 숍이 밀집되어 있다. 말이 중고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가방들이 제법 있을 뿐 아니라 흠집 없이 사용한 제품들도 상당수다. 가격은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가격의 50~70% 정도. 제품의 상태와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다양하다. 중고 숍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 반드시 정품 인증서를 확인하자.
○● 국내 백화점의 해외 명품 세일 기간
해외 명품 브랜드는 매년 6월과 12월에 정기 할인 행사를 한다. 해당 시즌의 신상품을 소진하기 위해 할인 판매하는 만큼 유행에 뒤처지지 않은 제품을 20~50%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세일 초반 2~3일 안에 인기 상품은 모두 소진되므로 서둘러 움직여야 원하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