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성묘
그러셔야지요
예순일곱 해 동안
썩은 풀더미 같은 세월 지고 사셨으면
이제 다시 펴시는 세상은
꽃비단 이부자리를 깔으셔야죠
백석 천주교 공원묘지
이름부터가 아름답지요
<하늘의 문>
초등학교 시절
보리밥도 감지덕지 배고팠던 시절
고운 옷 차려입고 나들이할 짬도 없이
참기름 망태기 들고 행상
이집 저집 종일토록
다리품 파셨던 어머니
해 떨어저서야 힘겹게 집에 오셔서
"얘야, 다리좀 주물러 다구" 하셨죠.
엄니
얼굴 가득하던 먹구름 씻어내고
웃음 활짝 펴드리려고
하늘의 문 햇빛 밝은 곳
남향받이 아늑한 곳에
꽃비단 이부자리 펴드린 것 아니것어요
엄니
유난히 꽃을 좋아하셨지요
내년에 봄이 오면
온 산에 꽃들 서로 앞다투어 피어나서
엄니 시름 풀어 드릴거에요
아버지 산소에
잡풀도 뽑았어요
좋아하시는 노랑 국화꽃
한 다발이랑
싱그러운 배
노랗게 익은 감
잘 영근 대추
붉게 물든 사과
집사람이 준비해 왔어요
엄니 며느리가요
약주 한잔 드시면서 천천히 드세요 .
엄니
큰놈 축구하다
다리를 크게 다쳤어요
뒤꿈치가 조각났데요
수술한 지 3개월 지났는데도
뼈가 붙지 않아 걱정이 커요.
뼈 세쪽을 철사로 묶었는데
복숭아뼈 부위라서 잘 붙지 안는데요
어쩌면 재수술 받아야 한다니 속이 타요
그리되면 직장은 어찌 되는 건지
요즘 며늘아기가 많이 힘들어 해요
내일은 큰놈 집에 다녀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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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벌초
하늘의 문을
다녀가는 그대는 누구신가
욕 없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잡’ 없는 세상이
갈수록 멀어지는 듯합니다.
오나가나 주차 전쟁 험악한 소리
세상은 그렇게 어렵습니다.
하늘의 문 중턱 양지바른 곳
아버님, 어머님 누워계신 자리
무성한 잡초 바람을 타고 있었습니다.
인적 없이 적적한 자리에
잠시 다녀간 사람이
무슨 소리를 들었다 하니
마른풀이 실없다 하겠습니다.
땀삐질 벌초, 아직도 그만한 힘을 주셨으니
부모님 은덕이겠습니다.
큰놈,작은 놈 함께 벌초하기는
30년만에 처음입니다.
맑끔해졌어요.시원하시죠?
사과 배 곳감 송편 포 단촐하게 차려놓고
청주 한잔씩 따라 올리고 꾸벅 절을 했어요
애고, 힘들었지만 마음은 홀가분해졌습니다.
앞으로 몇해나 더 잡초를 뽑아드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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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약산 둘레길
항암치료후
다시 일어나 걷는 건
오늘로
4개월만입니다.
약산 둘레길엔
갖가지 나무들이 있어요.
개암나무,오리나무,
참나무,소나무
도토리나무 ,상수리나무,
생강나무,늬티나무
약산에 나무들만
고마운 것이 아닙니다.
맑은 공기, 밝은 햇살이 고맙고
예쁜 야생화. 산새 소리,
시원한 바람
청량한 약수가 고맙습니다.
약산 둘레길
오늘 따라 매미 소리 우렁찹니다.
맘껏 푸르름을 내뿜으며
치유의 손길을 뻗어
나를 감싸주는 나무들을 보면
참 고맙고
한 편으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나는
너희들 한테
물 한 모금 준 일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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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수호천사
나를 바라 보는
당신의 눈빛에서
사랑을 읽었습니다.
혈액암과의 사투를 벌릴 때
내 곁을 떠나지 않고
기나긴 날들 한시도 빠짐 없이
병실을 지켜준 당신
온 갖것을 챙겨주고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
내 손을 꼭 잡고
성모님께 매달리며
묵주의 기도를 바쳤던 당신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였습니다.
오랜 기다림 속에
피어난 난초꽃처럼
순결한 당신
수 많은 말들로
표현해도 다 못할 고백
당신은
나의 수호천사
당신을 사랑합니다
만월산 천년 바위
태양에 녹아
흙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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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월 장미꽃보다 아름다운 당신
나는 보았습니다.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목련꽃 향기 흩어지던 그날밤
청순한 두눈은 별처럼 빛나고
백목련 꽃잎 따라 흐르는 엷은 미소
내 가슴에 스며드는 당신의 온기
나는 지키렵니다.
당신에 대한 사랑을
닫혀진 내마음에 다가온 당신
사랑의 온기가 잔잔히 퍼져
사군자같은 청순함
시월 장미꽃보다 더 고운 자태이어라
출산 중에 죽은 왕비 무무 타즈를 위하여
사자한 환제가 22년에 걸쳐 지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타즈 마할
장미를 유별나게 좋아하는 당신
색색으로 피어나는 장미원 뜨락
분수대와 연못이 이웃해 있는 통나무집
아름다운 꿈의 궁전
타즈 마할보다 더 아름답게 꾸며
당신께 선물하고 싶소.
6.고향 마을
충청도 송악 청석골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림처럼 펼쳐진다.
먼 산 하늘 아래
시원한 소나무 밭
집 뒤 언덕바지엔
복사꽃이 만발하고
건너편 소나무 숲 밑으론
시냇물이 종졸
송사리 잡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7
. 애덕의 고개/임기석
새남터 무딘 칼을 쥔 12명의 망나니
춤추는 망나니들 앞에 내던져진 김대건 신부님
그의 입에선
"난 준비되었다. 어서 베어라.
내가 어찌하면 너희가 쉽게 벨 수있겠느냐? "
여덟번째 칼날에
흠결없이 25세 나이로 치명당하셨다.
국사범이란 죄명으로....
미리내 청년 이민식은
치명한지 40일이 지난 1846년 10월 26일
파수군들의 눈을 피해 몇몇 교우들과 함께
시신을 한강 새남터 백사장에서 빼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시신을 가슴에 안고 등에 지고
험한 산길로 밤에만 걸어서
닷새째 되는 날인 10월30일
이곳 미리내 야산 애덕고개를 넘었을 것이다.
얼마나 가쁜 쉼을 몰아 쉬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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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수동 은행나무
오늘 나들이의 백미는
장수동(長壽洞)은행(銀杏)나무였다.
인천시 기념물 제12호인 이 은행나무는
수령 800여년으로 기록되어 있다.
은행나무는 곧게 뻗어 올라 가는 것이 보통인데
이 나무는 능수버드나무 같기도하고
큰 느티나무 같기도 한 것이
모양새가 참 특이하다.
은행나무는 낙엽침엽 교목으로
사찰이나 향교 뜰악에 많이 심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은행(銀杏)이란 이름에서 행(杏)은 살구나무를 뜻함인즉 ,
열매가 겉으로 보기에는
살구같이 생겼으나 과육을 제거하고 볼라치면
은백색의 종자가 나온다는 뜻에서
은행나무라 붙였다고 전해져 오고 있다.
이 은행나무는
높이 30m 둘레 8.6m 수령 800여년에 달하는
장수한 나무로 5개의 가지가
균형을 이루며 펼쳐저 있어 아름다움을 뽑내고 있다.
예전에는 이곳 장수동 마니골 주민들이
음력 10월에 음식을 차려놓고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였고 집안의 액운이나
마을에 돌림병이 돌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제물을 차려 놓고 치성을 올렸다고 한다.
백내장 수술을 한 친구,막막 수술한 친구
비록 지금은 한쪽 눈이 보이지 않지만
두달 후면 정상 회복 된다니 다행이다.
무릅관절로 장시간 걷기 불편하다는 친구 부인 등등...
어찌 보면 옛날 젊었을 때 모습
30대 초반 그 쌩쌩했던 몸 놀림이 엇그제 같은데....
가족같은 친구들
더는 아프지 말고 늘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프면 자식들 한테 구박받을테니까...
저 은행나무도 우리의 마음을 알까?
어쨋든 오늘은 부인들이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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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국화꽃 향기
-인천대공원 가을꽃 전시회에 붙여-
깊어가는 가을
오색찬란하게 물들어가는 계절
어느새
국화꽃 향기가 몸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평화,순정,고결,청순,절개하면
꽃 중에 꽃, 국화를 빼놓을 수 없겠지 싶다
꿈에서 국화를 보면
부부나 연인사이가 좋아진다고 했던가
오늘 국화를 주제로한
각양각색의 작품들을 보았다
입국작(入菊作)과 다륜대작(多輪大作)
고즈넉한 분위기의 항아리
옛 추억의 물레방아 하며
바람소리가 들리는 대나무 숲
나라사랑 뜨거운 하트를 보았다
이토록 아름답게 키워서
출품한 사람들의 애씀이 고맙고
국화차 향기 살포시 따라준
자원봉사자 여인의 미소 띤 손길이 고마웠다.
그 어느 해보다 마음 따스한 전시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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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미리내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 때 이곳으로 숨어들어 여기저기 흩어져 화전을 일구고 살았는데,
밤이면 달빛 아래 불빛이
은하수처럼 보여 이곳을 미리내라고
불리우게 되었다고 한다.
은하수를 일컫는 순 우리말 -
미리내 흙냄새 물씬 풍기는
투박하고 순박한 산골 사람들 ,
독 짓고 밭 일구던 신앙인들의
삶의 터전이 이곳 미리내였다.
오늘 난 하느님이 부르신다면
기꺼이 순명할 수 있을까?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삶을 살고 있나?
오늘 애덕 고개를 숨가쁘게 넘고
십자가의 길을 걷고 나니 마음이
싱그러워졌다. 연두색 나뭇 잎새 만큼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