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TV 시대, 지상파 방송에 도전장을 내미는 새로운 미디어들이 늘고 있다. 과도기의 정점, 새로운 매체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시청자의 오감을 만족시켜줄 양질의 콘텐츠다.
사회 전반에 걸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방송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방송의 디지털화는 고화질, 고음질의 고품질 방송 서비스의 제공을 가능케 했을 뿐만 아니라 급격한 채널의 증가와 신규 플랫폼들이 등장했다. 일례로 손 안의 TV라는 DMB의 등장과 인터넷을 통한 텔레비전 시청이 가능한 IPTV 서비스가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방송의 디지털화를 통해 가능하게 된 다채널화와 그에 따른 다양한 전문 채널의 등장은 보다 분화된 수용자들의 취향이나 요구에 따른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하게 됐다. 이제 시청자들은 뉴스를 보기 위해 밤 9시면 텔레비전 앞에 앉는 수고를 덜어도 되고, 보고 싶은 드라마를 놓쳤을 경우에도 주말 재방송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즉, 이제 시청자들은 지상파 채널 5개를 두고 ‘무엇을 볼까?’라는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 개에서 때로는 수백 개의 채널 중 언제 어디서 무엇을 볼 것인지 고민하게 된 것이다.
상황이 변하면서 가장 위기의식을 느끼는 곳은 바로 지상파 방송사들이다. 기존의 독점적 지위는 흔들리고 있으며, 10대와 20대 시청자들을 타 매체로 빼앗긴 채 40~50대 시청자들만이 기존의 지상파 방송 충성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고정된 편성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난 시청자들을 가장 먼저 유입하고 있는 곳이 바로 케이블 TV다. 관습화된 편성, 식상한 내용에서 벗어나고 싶은 젊은 시청자들은 보다 특화된 채널과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케이블 TV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존에 지상파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채널로 인식되던 케이블 채널들이 <프렌즈>나 <섹스 앤 더 시티> <위기의 주부들> <24>와 같은 유명 해외 드라마 시리즈를 비롯해 <배첼러> <도전! 신데렐라> <아메리칸 아이돌> 등의 리얼리티 쇼를 수입하는 데 앞장서면서 케이블 TV가 신규 프로그램의 유통창구로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 유명 프로그램의 수입에서 나아가 최근 들어 케이블 TV는 자체 콘텐츠 제작에도 눈을 돌리고 있으며, 국내 유수 외주제작업체들과 손을 잡고 케이블 TV에서 먼저 방송을 하거나 케이블 TV로만 방송되는 프로그램 제작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1,600백만 가입자를 확보한 케이블 TV의 성장에 그 기반을 두고 있으며, 여기에 튼튼한 자본구조를 가지고 있는 복합 방송채널 사용사업자(MPP, 혹은 MSP)의 등장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대표적인 MPP인 CJ미디어 계열사나 온미디어 계열사들은 탄탄한 자본력과 영화제작 및 유통으로 다져진 기반을 바탕으로 그동안 콘텐츠 공급 및 제작의 독과점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던 지상파 방송사 영역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드라마의 외주제작이 활발해지면서 보다 새로운 소재,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를 제작하고 유리한 판권확보를 원하는 외주제작사가 유통창구를 케이블 TV로 돌리면서 케이블 TV의 성장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제 케이블은 지상파 채널의 보완재로써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 콘텐츠를 생산, 공급하는 주 매체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지상파의 위기와 케이블의 성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신TV 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위기를 맞은 지상파가 기존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것도, 이제 막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케이블이 제 목소리를 내며 확고한 지위를 구축하는 것도 모두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누가 먼저 수용자의 요구(needs)를 파악해 그에 걸맞는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 공급하느냐가 중요하게 된다. 방송과 통신영역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방송통신 융합 미디어가 등장하고 이러한 수용자 맞춤형 콘텐츠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방송사업자들은 콘텐츠 제작과정에 수용자의 참여를 독려하거나 수용자의 의견수렴을 통한 피드백 과정을 거쳐 쌍방향성을 확보한 콘텐츠의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향후 ‘디지털 온리’ 방송시대를 대비한 디지털 콘텐츠 제작 인프라를 구축하고 노하우를 쌓는 것 역시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다.
콘텐츠의 제작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바로 콘텐츠의 유통이다. 디지털화에 따른 플랫폼 및 채널의 증가로 인해 콘텐츠의 유통경로가 증가한 만큼 보다 체계적인 유통전략을 마련하는 것 역시 디지털 방송시대를 맞이하는 방송사업자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흔히 우리는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 있어 원소스 멀티유즈를 염두에 두게 된다. 콘텐츠의 멀티유즈를 위해 콘텐츠의 계약 및 제작단계에서부터 2차 유통을 염두에 두고 권리에 대한 규정을 정하는 한편, 추후 유통을 위해 기존 콘텐츠 재편집이 가능한 형태로 기획하는 것 역시 검토해야 할 점이다. 여기에 콘텐츠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유료 서비스의 개발 및 유료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 역시 새로운 텔레비전 시대를 맞이하는 방송사업자들이 해야 할 소임 중 하나라 하겠다.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노력 역시 콘텐츠의 유료화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므로 이에 대한 방송사업자와 정부의 노력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이제 방송의 디지털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고, 신규 방송 서비스들은 안정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DMB 서비스의 상용화에 따라 이동 중에도 방송시청이 가능해졌으며, IPTV는 방송과 통신의 개념 가운데서 새로운 영역을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케이블 TV 역시 기존의 지상파가 독점적으로 누렸던 콘텐츠의 제작 및 공급영역에 진출을 시도하면서 신TV 시대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각 방송사업자들은 기술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야 함과 동시에 수용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콘텐츠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신TV 시대, 시청자인 우리는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라는 혜택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