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봄이 오나요?
추가 설명: 벚꽃이 팝콘처럼 터지며 온 세상을 축복하는 4월 1일 만우절에, 이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봄이 거짓말이 아니길 바라며 씁니다.
모두 봄을 원한다.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서도 봄을 원할 것이다. 계절의 봄인지 비유적 표현인지는 몰라도 언제나 우리 민족은 봄을 원했다. 힘들고 긴 겨울이 지나면 모든 게 새로워지고 밝아졌다. 사람들의 마음까지 따스하게 만드는 봄이었다. 하지만 점점 봄은 너무 빨리 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2월에 진달래가 피고, 3월에 눈이 오고… 너무 일찍 나온 꽃들은 얼어 죽고, 너무 늦게 나온 벌들은 꽃이 없어 죽는다. 봄이 들쭉날쭉하니 겨울이 길어지고 사람들의 속이 타고 여름도 더 길게 탔다. 봄은 올까? 봄을 위한 노래가 필요하다.
우리는 언제나 봄을 위한 노래를 불렀었다. 푸른 하늘, 맑은 물, 깨끗한 땅에서 봄을 노래했다. 이 노래는 의무가 아니라 봄을 위한 선물이었다. 봄이 선물을 받으면 화답하듯 쌓였던 아픔과 단단하게 언 마음을 녹이고 모든 잘못을 봄비로 씻어주고 새로운 출발을 도와주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과거 봄이 주었던 모든 선물들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봄이 힘들게 일궈주었던 모든 것을 파괴했다. 하늘은 제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물은 탁해지고 땅은 거무죽죽 죽었다. 그런데도 봄은 우리에게 기회를 주었다. 언제나 부모님처럼 기다려주고 스스로가 깨우치게 하였다. 우린 봄이 준 기회를 버리고 하고 싶은 대로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 봄은 기다려 주면서 우리를 혼낸다. 어린아이들은 잘못된 행동을 혼내지 않으면 그게 잘못인지 모르고 계속 그렇게 행동한다. 봄이 준 선물을 부순 우리들에게 봄은 다시 우리가 직접 치우고 다시 되돌리도록 기회를 준다. 너무 오랫동안 봄이 기다려 주어서인지 봄의 친구들은 점점 사라져 갔다. 동물들은 언제나 봄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봄이 오직 인간만을 위해 천천히 오자 그 기간을 적응하지 못하고 힘을 잃었다.
봄은 결국 혼을 크게 냈다. 이제 봄을 위한 노래는 의무가 되었다. 오직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같이 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모두를 위해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럴수록 자기가 편하게 살면서 봄을 위한 노래를 작곡하기를 원했다. 봄을 위한 노래는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부르는데 혼자 다르게 부르니 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겨울은 춤을 췄다. 한 명이 모두를 힘들게 하고 오직 한 명만 중요하게 여기는 세상이 만들어졌다. 봄이었다면 모두를 위한 세상을 만들었을 것이지만 겨울은 혼자 살아가기도 벅찬 세상이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남을 밟아서라도 별을 따고 남이 고통받아도 자기만 잘 살기를 바랐다. 인간들보다 인간들에게 죽어가는 동식물들이 더 힘들었다. 사라져가는 집과 먹이, 동물들이 지구를 살리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박혀있는 벽 때문에 동식물들은 봄을 포기했다. 봄은 그런 동물들에게 힘내라고 계속 늦게라도 찾아왔다.
하지만 이제 봄은 오직 기쁨이 아니었다. 군데군데 상처를 입고 돌아왔다. 인간들은 자기들의 건강만을 위해 마스크를 썼지만 죄도 없는 동물들은 봄의 상처를 들이마셔 힘들었다. 과거와 너무나도 달라진 인간들, 너무나도 고통받는 죄 없는 동식물들을 보자니 결국 봄은 빠르게 가버리고 봄의 화인 여름이 찾아왔다. 봄의 분노는 아주 컸고 과거와 엄청나게 차이 나는 뜨거움을 보여줬다. 너무 뜨거워졌을 때면 비를 아주 많이 내리고 칼같이 날카로운 바람을 불게 했다. 인간들이 반성해야 하지만 인간들은 그럴수록 에어컨을 틀어대고 나무를 베며 봄이 주었던 영원한 선물들을 잘라냈다. 에어컨을 틀면 인간들은 시원하고 밖은 더 더워져 다음 해는 훨씬 더 더워지는 것이 되풀이 되었다. 심지어 인간들은 자신만의 단단한 성 안에서 시원하고 안전하게 지내며 동식물은커녕 더위에 물 한 모금 먹지 못하는 성 밖 사람까지 나몰라라 외면했다. 봄의 분노는 끊이지 않았고 봄의 냉랭한 계절 가을이 다가왔다.
가을은 무척 날카로웠다. 벌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줄었다. 왜냐하면 벌 받을 것은 많고 벌의 종류는 적기 때문이다. 이제 휘몰아치는 봄의 차가움인 겨울이 다가온다. 겨울은 마땅히 주어야 할 벌을 준다. 모두를 눈으로 덮고 사람들의 마음을 얼렸다. 나쁜 마음을 얼려 영원히 이 세상 밖으로 못 나오도록 하려고 했다. 따뜻한 기운도 없어지고 차가운 기운만 맴도는 것이 마치 우리 사회랑 같았다. 우리 사회랑 봄은 한편이었다.
이제 다 같이 봄을 위한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미래는 없을 것이다. 봄을 위해 하나씩, 하나씩 꾸준히 음표를 그리고 새로운 환경 기술을 발달시켜서 새로운 작사를 해낸다. 다 같이 악기를 들고 천천히 꾸준히 부른다. 처음에는 실수도 할 수 있다. 실수는 안 하는 것보다 낫다. 아무리 자기 사정이 있더라도 도전은 곧 성공을 의미하게 된다. 성공의 결과가 사람마다 다르더라도 시작을 안 한 것보다는 나았다. 계속해서 모두가 합을 맞춰 나갔다. 갑자기 안 부르던 노래를 부르려면 어려울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삶의 일부라도 포기해서 우리는 봄을 불러야 한다. 봄이 마음에 들면 저절로 찾아올 것이다.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고 틀리면 다시 하고 이상하면 수정하는 것이 계속 반복될 것이다. 노래를 부르니 바다가 깨끗해지고 땅은 푸른 꿈을 꿀 수 있게 되고 하늘은 모두가 원하던 그 모습이 된다. 모두 다 같이 봄을 위한 노래를 부르니 결국 다시 봄은 돌아오고 봄은 다시 모두에게 축복을 내려준다. 봄이 내려준 축복은 과거와 달리 너무 맛있을 것이다. 힘들어도 자기의 일부분을 포기하면서까지 봄을 위한 노래를 불러야 하는 까닭은 자기가 직접 봄이 오기를 원한다면 무작정 기다리지 말고 봄이 좋아하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 만약 내가 그 봄을 만끽할 수 없더라도 나의 노력한 영혼은 조금이라도 달라진 이 땅에 묻히며 봄도 내 이름을 기억해 줄 것이다.
진짜 우리가 봄에게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성공? 출세? 돈을 많이 벌어서 나의 버킷리스트를 완수하는 것? 지금 우리가 봄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과거와 현재는 성향이 비슷하다. 만약 봄이 소원을 이뤄준다고 하면 뭐라고 대답할까? 나의 대답은 봄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오직 자신만을 위한 봄이 아니라 봄이 옴으로써 다들 다 같이 기쁜 봄. 혼자만 생각하지 말고 옆을 봐야 한다. 가족들, 친구들, 낯선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무 한 그루, 나비 한 마리도 있다. 아무리 개미 한 마리가 작더라도 그 안에 지닌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그 작은 개미가 무엇을 해낼지도 아무도 모른다.
벚꽃이 팝콘처럼 터지며 온 세상을 축복하는 4월 1일 만우절에
이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봄이 거짓말이 아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