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포천축구공원 A구장에서 열린 '2015 대교눈높이 후반기 전국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 32강 보인고 전에서 팀 승리를 이끌어낸 창녕고 황인범의 모습 ⓒ K스포츠티비
농어촌 축구의 후발주자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창녕고(경남). 창녕고가 우승후보 0순위인 보인고(서울)라는 '대어'를 낚아올리며 상쾌한 출발을 열었다. NO.2 수문장 황인범(2학년)의 신들린듯한 선방쇼는 보인고 격침에 중요한 잣대였다. 경기 내내 몸을 아끼지 않는 육탄방어로 보인고의 맹공을 저지하며 팀에 16강 초대장을 인도했다.
창녕고는 21일 포천축구공원 A구장에서 열린 '2015 대교눈높이 후반기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1회전에서 보인고와 득점없이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올 시즌 전-후기 리그 통합 우승팀인 창녕고는 경기 내내 보인고와 팽팽한 접전을 펼치고도 골운이 따르지 않으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집중력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기분좋은 출발을 열어젖혔다.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던 보인고를 상대로 거둔 승리라 의미는 더욱 깊다.
사실상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을 연상케한 이날 경기의 '히어로'는 단연 창녕고 수문장 황인범이었다. 황인범은 경기 내내 한박자 빠른 몸놀림과 상황 판단력으로 팀의 짠물수비를 지휘하며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상대 최전방 쪽으로 투입되는 볼을 빠르게 클리어링하며 포백 수비라인에 큰 안정감을 실어줬고, 뛰어난 공중볼 처리능력으로 상대 측면 크로스도 원천 봉쇄했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김호와 이승재(이상 2학년) 등의 유효슈팅 마저 연거푸 막아내는 등 군더더기 없는 활약을 선보였다.
황인범의 역량은 수비 리드에서도 빛났다. 동료 선수들의 집중력이 흔들릴 때 수비 위치를 다잡아준 것은 물론, 포백 수비라인까지 폭넓게 커버하는 수비 영역으로 보인고 선수들의 움직임을 적절하게 차단했다. 필드플레이어 못지 않은 발기술로 창녕고의 빠른 축구에 시발점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등 팀의 '엑스트라'를 자처했다. 경기 내내 냉정함을 잃지 않은 황인범의 '포커 페이스'는 U-18 대표 이준(3학년. 연세대 진학예정)의 빈 자리를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특히 '지옥의 룰렛'인 승부차기는 이날 경기의 최고 하이라이트였다. 고도의 심리전과 정확한 판단력으로 상대 김호와 김찬우(1학년)의 슈팅을 정확하게 막아내며 승부의 추를 창녕고 쪽으로 몰고오는데 큰 역할을 했다. 3,4번째 키커 김호승과 장민의 볼은 잡아내지 못했어도 방향을 정확하게 읽어내며 상대 벤치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황인범의 선방에 필드플레이어들은 제대로 힘을 냈다. 창녕고는 정수민, 정찬우, 황윤재, 이태영이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이변의 퍼즐을 멋지게 끼워맞췄다. 경기 내내 신들린듯한 선방쇼를 펼친 황인범이 없었으면 창녕고의 승리는 쉽지 않았을 정도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보인고보다 열세라고 판단해 팀 조직력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다. 보인고가 워낙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좋은 팀이라 위기가 많았지만, 우리 팀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줘서 승리를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압박이 강하게 들어올 때 볼을 많이 받아주면서 수비를 침착하게 이끄려고 했다. 동료 선수들이 잘 도와줘서 플레이를 펼치기에 수월했다. 승부차기는 그동안 이긴 적이 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떨어졌는데 오늘은 막상 해보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첫 경기가 늘 어려운 법인데 승리를 거머쥐게 되서 기쁘다."
사실 황인범은 지난 7월 청룡기 대회까지는 이준의 그늘에 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U-18 대표이자 190cm 장신에 뛰어난 공중볼 처리능력과 경기운영 등이 돋보이는 이준이라는 거대한 산의 존재는 황인범이 쉽게 박차고 들어오기 어려웠다. 동료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골키퍼 포지션임을 고려하면 경기 감각 부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황인범은 후반기 리그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멋지게 증명했다. 후반기 경남A리그에서 안정된 경기운영으로 팀에 통합 챔피언을 안기더니 이번 왕중왕전에서도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신흥초(現 대구FC U-12)를 졸업하고 창녕으로 축구유학(창녕중-고)을 온 황인범은 창녕의 훌륭한 인프라 속에 경기운영과 상황 판단력, 순발력 등이 몰라보게 좋아지며 기량이 급성장했다. 평소 훈련을 거르지 않는 성실함과 남다른 열정 등은 신대식 감독의 눈길을 제대로 사로잡았고, 골키퍼로선 181cm의 작은 키를 빠른 몸놀림과 경기운영 등으로 극복하며 단신 골키퍼의 선입견도 보기좋게 깨뜨렸다. 16강에서 전통의 강호 학성고(울산)와 또 한 번의 험난한 여정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첫 왕중왕전 4강 진출이라는 동기부여는 황인범의 승부욕을 더욱 자극한다.
"전반기 때는 (이)준이 형이 워낙 독보적인 존재였다. U-18 대표인데다 경험과 기량 등 모든 면에서 월등했기에 많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기 때 준이 형이 대표팀 차출로 빠지면서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작은 키를 극복하기 위해 점프력 훈련을 많이 하는 편인데 코칭스태프 분들이 많이 믿어주셔서 페이스 유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학성고는 우리가 잘 아는 스타일을 띄고 있다. 학성고가 3학년 위주로 출전해도 우리 팀이 조직적으로 잘 뭉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준비 잘해서 우리의 목표인 4강 진출을 향해 나아가겠다." -이상 창녕고 황인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