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지역 일기예보를 보니 대회 시작과 동시에 끝날 때까지 계속 비가 온다고 한다.
김천역에서 비옷을 사고 기차에 올라 점촌역에서 하차했다. 행사장까지 걸어갔지만 행사를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대회치곤 너무 썰렁하다. 시민운동장에 다 도착하고 나서야 대회 분위기를 그나마 느낄 수 있었다. 피부에 닿는 부분은 모두 절단한 우비를 걸치고 18시에 천천히 달려나갔다. 5km쯤 지나자 이미 땀으로 옷이 젖고 말았다. 더 이상 우비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벗어서 배낭에 넣었다. 계속하여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며 앞을 가렸다. 안경도 벗어 배낭에 넣었다.
10km cp를 지나 15km 지점에 위치한 업힐은 50호흡수를 기준으로 걷기와 뛰기를 번갈아 했다. 두번째 cp에서 오이를 먹으며 랜턴을 꺼냈다. 작년 이 지점부터 랜턴을 갖고 오지 않아서 고생했었기 때문에 랜턴을 완충하고 여분의 배터리까지 준비했다.
폭우에 안경까지 벗은데다 참가자가 많지 않아 앞의 주자가 떨어져 있으면 이 길이 맞는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행사용 차량이 비상등을 켠채로 주행하고 경찰차량이 수시로 지나가기에 주행로가 틀리지 않다고 짐작할 뿐이었다. 3cp에서는 송편을 넉넉하게 먹어뒀다. 울트라마라톤은 뛰는 것 못지않게 먹는 것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안장수가 이 즈음에서 나를 추월해갔다. 그 다음부터는 도저히 간격을 좁힐 수가 없었다.
4cp 전후해서 문경읍내로 들어왔다. 42km는 4시간 53분으로 통과했다. 나를 추월한 주가가 갑자기 걸어가면서 투덜댔다. 대회를 중단한다는 것이다. 휴대폰을 꺼내서 확인했지만 그런 메세지는 없다. 전체적으로 고지를 하던지 해야지 몇몇 주자들한테만 알려주는게 프로다운 대회운영은 아니다. 43km 지점엔 오른쪽 신복천 방향엔 아무런 길 안내 표시가 되어있질 않다. 설마하며 200~300m를 직진방향으로 주행했는데 신복천과 계속 멀어지길래 다시 되돌아왔다. 내 입장에선 작년에 참가를 했었기 때문에 주로 표시가 없더라도 길을 찾아낼 수 있지만 처음 참가하는 주자들은 이곳에서 많은 혼란을 초래했을 것이다. 나중에 회송차 안에서 43km 지점 안내표시 때문에 갑론을박 말이 많았다. 이 지점부터 앞 뒤로 주자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전세버스가 세대가 올라가고 행사차량들이 계속하여 중간지점으로 몰려드는 것으로 봐서 대회 중단은 확정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50km 지점은 정확하게 6시간 걸려 통과했다. 52km 지점까지는 약하게 경사도가 있어서 50호흡씩 걷다가 뛰는 방식으로 주행했다. 처음으로 발목에 칩을 달고 달렸지만 100km 뛴게 아니기 때문에 그 칩도 별 의미가 없어지게 되었다. 가민 시계로는 52.5km를 주행하고 6시간 22분이 찍혔다.
식사와 따뜻한 커피한잔을 마시고 회송차에 올랐다. 폭우 속에 대회진행을 계속하기엔 무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민원도 많이 올라오고,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관들이 계속 진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대회를 중단했다고 한다. 18년전 진고개-대관령 울트라마라톤도 52km를 뛰고 중단했었는데, 평행이론처럼 그때와 똑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시민운동장에 도착하여 따뜻한 물로 대충 씻은 후 5시까지 눈을 붙인 다음 점촌역 앞에 위치한 싸우나에서 제대로 씻고 나오자 몹시 배가 고프다. 6시에 문을 연 식당이 한 곳 보이길래 순대국밥을 주문하여 깨끗이 비우고 김천역 방면 무궁화 첫차를 타고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