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습과학 새 연재(19) : 기초학력 향상, 동기유발이 먼저다!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교육부는 2023년 6월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획일적 평등주의에 기반한 교육정책 추진으로 교육격차는 심화되고, 공교육의 질은 전반적으로 하락’이라고 공교육 현실을 진단하고 있다. 전반적인 교육여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잠자는 교실’은 달라지지 않고 있으며, ‘지식 전달 위주’, ‘평균 수준의 교육’ 실시로 인해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잃고 그 결과 최근 6년간(’17~’22) 학생들의 학력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기초학력은 매우 중요하고 꼭 필요한 요소이다. 기초학력은 학습의 기반을 형성하며, 학생들이 미래에 더 높은 수준의 학습과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런 기초학력 저하의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고 있는데 하나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 부족’이고, 다른 하나는 ‘교사가 교육 본연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미흡’이다. 이 두 가지 역시 기초학력 저하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초학력 저하의 원인은 <물리적 환경 요인, 교육과정 요인, 학생 요인, 교사 요인 등> 훨씬 더 복합적이고 다양하다. 병을 고치려면 진단이 정확해야 한다.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습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주의력, 작업기억 향상 등 학습할 수 있는 능력(capacity)부터 갖추게 해야 한다. 교육부는 AI 튜터의 도입으로 개인별 맞춤학습을 강조하지만 학습 동기가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AI 튜터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기초학력 향상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가장 먼저 학습자의 학습 동기를 어떻게 유발할 수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학습자의 학습 동기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그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기로 한다.
1. 욕구와 동기의 이해
“수업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김선생님은 교실에 들어선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고 수업을 시작하려 하지만 교과서가 없는 학생, 필기도구가 없는 학생, 학습지가 없는 학생들을 챙기다 보면 벌써 시간이 훌쩍 간다. 겨우 분위기를 정리하고 수업을 시작하면 몇몇 학생들은 책상에 엎드리며 아예 공부를 안 할 태세이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설명을 할 때는 더 많은 학생들이 엎드리거나, 딴 짓을 하거나, 잡담을 하는 모습에 힘이 빠진다. 그나마 모둠활동을 할 때는 조금 더 참여를 하기는 하나 모둠활동마저도 안 하려고 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벌점을 주겠다고 해도 ‘그냥 주세요.’ 하는 학생, 성적에 점수를 반영하겠다고 해도 ‘그냥 0점 주세요.’ 하는 학생은 도무지 어떻게 수업에 참여시켜야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이상은 한국의 많은 교사들이 거의 매일 마주하는 교실수업 시작 풍경의 하나이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학생과 학생을 수업에 참여시키려는 교사 간의 전쟁은 매일 벌어진다. 교사는 이 전쟁에서 어떻게 승리자가 될 수 있는가? 교사는 가장 먼저 학습자의 욕구와 동기 체계를 이해하고 동기부여에 달인이 되어야 한다.
학습 동기는 학습자가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나 열정이며, 지식과 스킬을 습득하고 개인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원동력이다. 이와 같이 학습 동기는 학습에 대한 태도와 의지를 형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학습 동기가 높은 아이들은 참여도가 높고 끈기가 있으며, 학습 결과가 더 좋으며, 표준화된 성취도 시험에서도 다른 아이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인다(Pintrich, 2003).
21세기 학교가 마주하고 있는 도전 중의 가장 큰 난제의 하나로 ‘학습자를 어떻게 하면 수업에 참여시킬 수 있는가?’가 꼽히고 있다. 학습자를 수업에 참여하게 한다는 것은 학습 동기(motivation to learn)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 뇌의 가장 큰 목적은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학교에 가는 것, 수업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 것에 있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 보상을 추구하고, 자손을 남기며 종족을 번성시키는 것에 있다. 따라서 인간 역시 동물들처럼 먹이, 짝짓기, 사회적인 지위처럼 생존에 유리한 보상을 추구한다. 즐거움(쾌감) 즉 행동에 대한 보상(reward)은 진화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높은 학습 동기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간단히 답하자면 유전자와 환경, 그리고 이 둘의 조합이다. 이렇게 학습 동기에는 후성유전학(epigenetics)1이 작동한다(Jensen, 2020). 단기적인 동기부여는 사실상 감정이나 마음 상태를 관리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이에 비해 장기적인 동기유발 요인은 종종 ‘동인(drivers)’이라 불린다. 동인은 생물학적으로 추동되며, 내적 동인(예: 정통함에 이르기 위해)과 외적 동인(예: 사회적 지위를 높이기 위해)으로 나뉜다. 교육자로서는 당연히 양쪽 동인을 모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신경과학에서는 인간의 행동이 크게 두 가지 동기에 의해 촉발된다고 본다. 하나는 물, 음식, 수면, 고통의 회피와 같이 생존을 위해 필요 불가결한 것들(necessities)이고, 다른 하나는 보상(rewards)이다(Deborah Halber, 2018). 보상이란 공부를 열심히 한 결과 좋은 성적을 받아 칭찬을 받거나 상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기분 좋은 감정을 자아내고 동기를 유발하는 어떤 물건이나 대상(object), 행사(event), 활동(activity) 등도 모두 포함한다.
뇌기반 교수학습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젠슨에 따르면 뇌의 일차적인 동기 요인은 분명 ‘생존’이지만, 이러한 동기 요인은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특정 동인이 우세해지는 반면, 나머지 동인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약간 약화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유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10-12세의 어린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과 다르고, 그것은 또 이제 갓 성인이 된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과도 다르다. 이러한 발달 단계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아동의 발달 단계별 욕구
<도표 1> 발달 단계별 동인(動因)의 예(Jensen, 2020)
갓난아기의 경우 생존이 일차적 욕구이지만 1-5세의 유아는 안전과 자율의 욕구가 강하다. 엄마와 떨어질 때 울면서 떼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시기의 아동은 ‘자율’에 대한 열망도 강하다. “내가 할 거야.”라며 타인의 간섭을 배제하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이다. 6-12세 아동의 경우는 동료 집단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너랑은 안 놀 거야.”와 같이 동료들로부터 배척을 당하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자율에 대한 욕구는 갓난아기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 해당되는 열망이다. 한편 13-18세 아동의 경우 정신적으로 한층 성숙해지고 바깥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사명감’, ‘목적의식’에 마음이 움직여지며 환경 문제, 성 평등 등의 대의(大義)에 이바지하고 싶은 생각이 싹트기 시작한다. 또한 소속감 욕구를 넘어 자신이 속한 집단 내에서 자기만의 사회적 지위(social status)를 추구하려는 욕구가 생기는 연령이기도 하다.
이상과 같이 성장 단계에 따라 동기 요인이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사람의 동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선천적 요소도 있다.
2) 선천적 동기 3가지
나이와 상관없이 사람의 동기를 유발하는 것에는 다음 3가지가 있다(Jensen, 2020).
• 호기심 (그게 뭘까?)
• 예측 (그것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 자신과의 관련성 (그것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지?)
(1) 호기심
호기심은 새로운 지식, 경험 또는 자극을 탐구하려는 사람의 내적인 욕구이다. 호기심과 동기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상호작용하며 탐구와 학습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본능적인 호기심이 있으며 우리의 뇌는 사물의 의미를 배우고 발견하도록 설계되었다(Kidd & Hayden, 2015).
잠자는 교실을 깨우기 위해서는 AI 튜터의 도입보다 학습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왜 일부 사람들은 인종차별이나 차별적인 행동을 지지하거나 실천할까요?”, “왜 일부 사람들은 범죄 행위나 위법한 행동을 서슴치 않을까요? 그들은 어떤 유혹과 동기를 가지고 있을까요?”와 같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잠자는 교실을 깨우기 위해서는 수업 중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수업 전략이 필요하다.
(2) 예측
예측(anticipation)은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어떤 주제나 목표에 대해 예측을 하면, 그 결과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가 자연스럽게 유발될 수 있다. 이러한 호기심과 흥미는 학습 동기로 나타난다. 예로, 과학 과목에서 실험을 하는 수업이라면 수업 시작 전에 학생들에게 실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고, 어떤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지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이후 학생들에게 실험에 대한 자신만의 예측 내용을 작성하게 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면 이를 통해 학생들은 실험의 목적과 결과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며, 자신의 예측이 맞을지 여부 때문에 학습 동기가 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또한 실험 결과를 확인하고 예측의 정확성을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예측의 중요성과 동기와의 관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는 예측하게 함으로서 학생들의 주의와 동기를 유지시킬 수 있다.
(3) 자신과의 관련성
사람은 자신과의 관련성이 있는 주제, 목표, 경험에 우선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며 더 큰 흥미와 동기를 가지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관심사나 가치관과 일치하는 주제에 대해 노력하고 성취를 이루려는 욕구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또 과거 학습했거나 경험했던 것에 대해서도 우선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기에 이것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자신감과 동기로 작용한다. 사람은 자신과 관련된 주제나 목표가 개인적인 가치와 목적과 일치할 때도 동기가 더욱 강해진다. 이렇게 자신과의 관련성은 동기유발 요인으로 작용하여 학습자에게 더 큰 흥미와 의미를 제공한다. 예로, 사회 수업에서는 학생들에게 현실적인 사회 문제에 대해 탐구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이 속한 지역의 문제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게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과의 관련성을 느끼고, 사회적 문제에 대한 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가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AI 튜터의 도입을 통한 개인별 맞춤학습을 강조하지만, 학습 동기가 없거나 낮은 아이들에게는 수준에 맞는 과제 제공이라 해도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이는 배고프지 않은 아이들에게 밥을 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준에 맞게 가르치면 배울 것이다.’라는 교육부의 가설은 틀렸다. 대신 이 가설은 ‘배울 동기가 있을 때 그리고 원하는 내용을 원하는 방식으로 가르칠 때만 배울 수 있다.’로 바뀌어야 한다.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은 학습자의 동기이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욕구와 동기를 좀 더 세심히 살펴야 한다. 가장 먼저 충족시켜야 하는 욕구는 어떤 것일까? 욕구에도 위계가 있다.
3) 욕구의 위계
욕구에 대한 이론에는 매슬로(Maslow, 1998)의 욕구 위계, 매슬로의 욕구 위계는 틀렸다면서 변형된 욕구이론을 제안한 리버맨(Lieberman, 2013)의 욕구 위계, 그리고 글래서(Glasser, 1998)의 동기 관련 선택 이론 등이 있다.
(1) 매슬로의 욕구 위계
<도표 2> 매슬로의 욕구 위계
이는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 1908~1970)가 1943년 주창한 이론으로, 인간의 욕구가 그 중요도에 따라 낮은 수준의 욕구에서 높은 수준의 욕구로 일련의 계층을 구성한다는 내용이다. 초기에는 5계층이었으나, 1969년 매슬로가 죽기 1년 전 1계층을 추가하여 6계층이 됐고, 1990년 매슬로의 제자들이 존중 욕구(자긍심)와 자아실현 욕구 사이에 인지적 욕구(지식과 기술, 주변 환경에 대한 호기심과 이해의 욕구)와 심미적 욕구(질서와 안정을 바라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구)라는 두 단계를 추가하여 8단계로 최종판을 만들었다(위키나무, 2021-10-6 검색). 매슬로는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감과 사랑이 충족되어야 더 높은 차원의 욕구가 충족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 리버맨의 욕구 위계
<도표 3> 리버맨의 욕구 위계
신경과학자 매튜 리버맨(Matthew Lieberman, 2013)은 매슬로의 욕구 위계가 틀렸으며 위 표와 같이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사회적 배척은 신체적 고통만큼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고, 특히 10대의 세계에서 또래 집단에 소속되는 일은 배고픔 같은 기본 욕구보다 더 우선한다는 주장을 폈다(Marilee Sprenger, 2018). 신경과학자 리버맨의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받아들인다면 학습자의 학습 동기를 유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가정과 학교에서 가족이나 동료, 교사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거나 존중받지 못하는 학생이 수업에 집중한다는 것은 뇌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3) 글래서의 5가지 욕구(Glasser, 1998)
<도표 4> 글래서의 5가지 욕구
글래서는 인간은 생존을 위해 태어날 때부터 다음의 기본적인 욕구 5가지의 충족을 원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매슬로나 리버맨의 욕구 위계와 유사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욕구는 수직적 위계로 배열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그는 모든 행위는 개인에 의해 선택되기 때문에 관계의 형성(growth of relationships)을 중시하였다.
이상의 3가지 욕구 모델을 찬찬히 살펴보면 ‘사랑과 소속감’이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건강한 사회적 관계가 얼마나 기본적인 욕구이며 동기유발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따라서 학습 동기를 유발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부모와의 관계, 교사와의 관계, 동료와의 관계를 살필 필요가 있다. 건강한 사회적 관계로부터 오는 보상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정책이 실효성이 있기 위해서는 도파민 분비를 억제시키는 ‘문제 또 풀어’ 방식에서 벗어나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하는 건강한 사회적 관계부터 형성해야 한다.
욕구와 동기는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다. 욕구와 동기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상호작용한다. 욕구는 동기를 유발하고, 동기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을 유발한다. 교육자는 학습자의 동기를 이해하고, 그에 따라 학습 환경을 조성하며 적절한 동기 부여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더욱 흥미롭고 의미 있는 학습을 경험하고 개인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게 된다.
2. 동기저하의 이해
동기부여나 동기유발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동기저하에 대한 이해 역시 중요하다. 동기의 저하는 학습 태도와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자는 학습자의 동기저하의 원인과 그에 따른 대응 전략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동기저하는 크게 ‘수업 관련 동기저하’(instructional demotivators)와 ‘사회적 관계 관련 동기저하’(social demotivators)로 나눌 수 있다(Jensen, 2020).
1) 수업 관련 동기저하
수업 관련 동기저하는 수업 내용이나 수업 방식과 관련이 있다. 교과서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며 진도 나가기에 급급한 교사 중심의 수업이라면 학생들로 하여금 흥미를 잃게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는 수업 관련 동기저하의 주요 원인이고 한국의 잠자는 교실은 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중하위권 학생들이라면 과제나 학습내용이 자신의 수준보다 높아 만성적으로 인지과부하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이 역시 학습자를 무력감에 빠지게 하고 동기를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이 된다. 아울러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스타일과 수준을 고려하지 않는 표준화된 접근 역시 학생들로 하여금 동기를 잃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동기저하를 줄이기 위해서는 개별화 수업(differentiated instruction)을 통해 학생의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수업과 관련된 의사 결정이 교사 중심에서 교사와 학생이 함께 결정하는 단계를 거쳐 학생이 독립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하게 함으로써 학생의 권한을 점진적으로 넓혀 가는 점진적 책임 이양(gradual release of responsibility: GRR) 수업 모델2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2) 사회적 관계 관련 동기저하
사회적 관계 관련 동기저하는 급우들과 사회적 관계가 좋지 않거나 학습 내에서 정서적, 신체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할 때 발생한다. 특히 친구나 동료들과의 갈등, 교사와의 갈등, 사회적 차별 등은 개인의 사회적 동기를 저하시킨다. 질서 없는 교실 환경, 학생들 간의 차별, 과도한 경쟁적 환경, 노력이나 과정보다는 성과나 결과에 초점 맞추는 등의 부정적 교실 분위기 역시 학습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 최근에 공익단체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이 ‘바람직한 교사상’에 관해 실시한 설문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수업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선생님’이 1순위를 차지했다. 이를 1순위로 선택한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을 때, 한 초등학생은 “선생님이 학생들이 긴장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고 창피당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한 거 같다.”고 답했는데 이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한국의 경우 상대평가로 인한 비교나 줄세우기 문화 역시 많은 학생들에게 내적 동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3) 동기저하의 주요 요인 7가지
(1) 의미의 부재
뇌가 정보를 최초로 접하게 되면 다음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정보를 기억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하나는 “이것은 이해되는가?(Does this make sense?)”이고, 다른 하나는 “이것은 나에게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가?(Does this have meaning?)”이다. 학습에서의 의미란 이 두 가지를 말한다. 몇 년 전 핀란드 학생들의 50% 이상이 학교교육에서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한국 학생들도 고학년으로 갈수록 이와 비슷할 것이다. 의미의 부재는 동기의 부재를 부른다. 따라서 학교는 의미 있는 내용을 이해 가능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교육자들은 표준화된 교육과정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별화 수업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수업을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학습과학 연재(18): 의미가 기억을 만들고 참여를 이끈다(https://21erick.org/column/10792/)”를 참조하기 바란다.
(2) 보상의 부재
뇌의 보상 시스템은 동기와 관련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뇌의 보상 시스템은 주로 중뇌의 도파민 시스템을 포함한다. 동기 측면에서 중요하거나 만족스러운 경험이 발생하면 도파민 수준이 증가하고, 이는 개인에게 긍정적인 감정과 보상 경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보상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도파민이 분비되어 개인에게 성취감과 만족감을 제공한다. 이러한 보상 경험은 동기를 증진시키고, 개인이 더 나은 결과를 얻으려는 동기를 강화한다. 뇌는 보상 자체에 반응할 뿐만 아니라 보상이 예상되기만 해도 도파민 보상 중추를 활성화해 주의와 동기를 강화한다(Schultz, 1998). 따라서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서는 학습할 내용과 이것이 줄 보상의 연계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보상의 부재는 동기저하를 초래하게 된다.
동기를 강화하려면 다음과 같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활동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① 운동 등 신체 활동하기: 운동을 하고 나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동기가 유발되는 것은 도파민의 분비 때문이다.
② 목표를 달성했을 때를 상상하기: 도파민은 목표를 달성해서 기분이 좋아졌을 때만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목표가 달성되었을 때의 상황을 기분 좋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분비된다(Deborah Halber, 2018).
③ 예상하지 못한 보상하기: 관련 연구(Mirenowicz, J. & Schultz, W., 1994)에 따르면 보상이 예기치 않은 것일 때 도파민이 더 활발히 분비된다. 결국 깜짝 놀라게 해야 도파민이 더 많이 분비되고 동기가 향상된다.
④ 놀이나 유머가 있는 학습 환경 만들기: 즐거운 놀이나 유머는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학습자의 기분을 좋게 하고 의욕을 높인다.
⑤ 모둠학습, 팀 간의 협력이 강조되는 활동: 모둠학습이나 팀 간의 협력이 강조되는 활동은 신체 움직임을 수반하고 수업에 방해되는 부정적 감정을 씻어주기 때문에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한다. 잘 계획된 또래지도나 상호지도도 도파민의 분비 수준을 높일 수 있다.
⑥ 선택권, 결정권 주기: 선택의 여지를 주거나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때 존중받는 느낌과 함께 기분이 좋아지고 도파민 수준이 올라간다.
⑦ 심호흡이나 명상하기: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 잠깐 심호흡을 하거나 명상을 하면 고갈된 도파민이 재분비되고 집중력이 높아진다. 한 시간의 명상이 64%의 도파민 분비 증가를 가져온다는 연구도 있다.
⑧ 기분 좋은 음악 듣기: 특히 경쾌한 음악을 들으면 도파민이 분비된다. 가사가 없는 잔잔한 배경음악은 주의 집중에도 도움이 된다.
⑨ 충분한 수면 취하기: 잠을 잘 자고 나면 기분이 상쾌하고 집중력이 높아진다. 하지만 수면이 충분하지 못하거나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을 경우 집중력이 떨어지고 의욕이 저하되는 것도 도파민 분비와 관련이 깊다.
(3) 주의 산만(distractions)
주의가 산만해지는 것은 집중하고 있는 일이나 목표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거나 방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의 산만은 옆 짝의 장난, 휴대폰의 메시지나 이메일 알림, 교실 밖 소음, 예기치 않은 사건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쉬는 시간에 친구와 다투고 나서 아직 다툰 일을 곱씹는 중이라면 수업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주의 산만은 개인의 집중력을 감소시킨다. 휴대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자주 들여다보는 것이 대표적인 주의 산만이다. 주의가 산만해지면 개인은 집중력이 떨어져 학습에 대한 동기를 잃을 수 있다. 반대로 동기저하가 주의 산만을 유도할 수도 있다. 주의 산만을 최소화하거나 주의 산만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집중을 방해할 수 있는 요소들의 제거(예: 휴대폰 알람 꺼두기, 메일이나 메시지를 확인하는 시간을 정해 두기),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 및 우선순위의 설정, 효과적인 시간 관리, 주의 산만을 방지하기 위한 자기 규제 등 적절한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수업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단원의 학습 목표를 사전에 명확히 그리고 흥미롭게 제시하고 개별 내용을 이와 연결시키며 수업할 필요가 있다. 목표와 연계되지 않은 활동이나 설명은 그 자체가 산만함이다.
(4) 피로(fatigue)
피곤함은 동기저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피곤하면 집중력과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 또 피곤하면 정보 처리 속도가 떨어져 문제 풀이나 이해에 오류가 늘어날 수 있다. 이로 인해 학습에 대한 흥미와 동기가 저하될 수 있다. 피곤함의 주요 원인으로는 수면 부족, 질병, 잘못된 식단 등이 있다. 한국 청소년들의 경우 이 중 수면 부족이 피곤함의 제1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2년 통계청 사회조사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고등학생의 평일 평균 수면 시간이 5.8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적이었다. 또한 한국 청소년들의 수면 시간은 7시간 18분으로 OECD 평균보다 1시간가량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도 피곤함과 집중력 저하를 가져와 결과적으로 동기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5) 절망감(hopelessness)
절망감은 개인이 희망과 긍정적인 전망을 상실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상태를 일컫는다. 절망감과 동기저하는 상호작용하며 서로를 강화시킬 수 있다. 예로, 절망감은 동기저하를 유발하고 동기저하가 지속될 경우 절망감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학습의 기초를 놓친 학생이라면 아무리 노력해도 학교수업을 따라 갈 수 없을 때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절망감 극복을 위해서는 학교, 가정, 상담사 등의 개입을 통한 지원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성공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self-efficacy)을 심어주고, 목표 설정과 계획 수립, 긍정적인 피드백과 인정, 상담사와 전문가의 상담을 통한 심리적 지원도 필요하다.
(6)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
학습된 무력감은 절망감과 비슷하지만 절망감이 일시적인 동기저하 요인에 가깝다면 학습된 무력감은 만성적 동기저하 요인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학습된 무력감은 자신의 행동이 원하는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믿음 때문에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Maier & Seligman, 2016). 이것은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이다. 학습된 무력감은 심각하고 만성적인 상태이며, 몇 차례의 칭찬과 미소로는 치료되지 않는다(Jensen, 2020). 이의 극복을 위해서는 성공 경험의 제공을 통해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self-efficacy)과 “나는 할 수 없어”라는 고정형 사고방식(fixed mindset)에서 벗어나 “나도 노력하면 해낼 수 있어.”라는 성장형 사고방식(growth mindset)으로의 전환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 또한 성공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self-efficacy)을 심어주는 것 역시 꼭 필요하다.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워주는 방법에 대해서는 뒤에 나오는 ‘2) 장기적인 동기부여 전략’의 ‘(2) 해낼 수 있다는 믿음(self-efficacy)’ 부분을 참조 바란다.
(7) 학대(abuse)
학대는 다른 개인이 무력한 개인에게 신체적, 정서적, 성적, 경제적으로 부적절하고 유해한 행동을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대는 동기저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피해자가 학대를 경험하면 자신을 무력하고 무능하게 느끼게 되며,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훼손될 수 있다. 이는 동기를 저하시키고 학습된 무력감을 유발할 수 있다. 피해자는 무력한 상태에서 실패를 경험하고, 학습된 무력감과 절망감을 더욱 깊게 느끼게 된다. 학대 피해자에 대한 지원으로는 전문가의 상담과 심리치료, 안전한 환경과 지원체계의 제공이 우선이다. 심각한 학대가 있는 경우, 고발을 통한 법적 조치까지 고려해야 한다.
3. 동기부여 전략
동기부여 전략은 크게 단기적 전략과 장기적 전략으로 나눌 수 있다.
1) 단기적인 동기부여 전략
(1) 보상(rewards)
알피 콘(Alfie Kohn)은 자신의 책 ‘보상에 의한 처벌’(Punished by Rewards, 1999)에서 보상이 항상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적 동기를 서서히 약화시킨다는 주장을 폈는데 그의 주장은 간단하다. 사람의 수행에 대해 보상을 하면 과제의 성공적인 수행으로부터 오는 내적 즐거움보다는 보상 자체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상을 없애면 어떻게 될까? 학습자는 동기가 유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뇌는 선천적으로 보상을 추구한다. 사실 많은 교육자들은 그의 주장에 따라 최종 성과에 대한 보상을 거두고 학생들에게 칭찬을 하는 것조차 주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스펜서 캐간(Spencer Kagan, 2014) 박사는 콘의 주장을 과일반화할(overgeneralize)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특정 상황에서만 칭찬이 내적 동기를 훼손하며 오히려 칭찬이 동기를 강화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더 많다는 것이다. 실제 관련 연구(Kagan, 2007)에 따르면 칭찬이 내적 동기를 약화시키기보다는 강화하는 기제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구두 칭찬이 내적 동기를 저하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96개의 관련 연구의 메타분석을 통해 밝혀내기도 했다. 요컨대 구두 칭찬이나 긍정적 피드백을 제공할 경우 학습자는 이런 칭찬이나 피드백을 받지 못한 학습자에 비해 훨씬 더 큰 내적 동기를 보인다는 것이다(Cameron and Pierce, 1994). 보상으로서의 칭찬은 도파민 분비를 유발하여 학습자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제공하고, 동시에 학습자의 행동을 강화시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동기를 부여한다.
(2) 상태 변경(state changes)
상태 변경은 동기유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학습자의 감정, 동기, 행동은 학습자의 상태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상태 변경이란 학생의 현재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 상태를 전환하는 모든 행위를 가리킨다(Oosterwijk et al., 2012). 수업을 위해 자기 자리에 앉아 있다고 해서 학습자의 마음 상태가 모두 학습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아직 쉬는 시간에 친구와 놀거나 싸우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수 있다. 수업 도중에서 쉽게 집중력이 떨어지는 마음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때 마음 상태 변경이 필요하다. 그래서 교사를 학생의 마음 상태 관리자(mind state manager)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10-20분마다 뇌 휴식을 위한 활동(brain breaks)을 하든가 수업의 모드를 조금씩 바꾸어 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3) 암묵적 유도(nudge)
영어의 넛지는 학생들이 원하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따르도록 유도하는 방법으로, 그 의미는 우리말의 ‘암묵적 유도’나 ‘넌지시 권유하기’에 가깝다. 교실 수업 상황에서 넛지를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시선 유도: 교사는 학생들의 주의를 특정 내용에 집중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시선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교사가 설명하는 개념이나 중요한 내용에 주목하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사가 프로젝터나 보드에서 특정 부분을 가리키거나 강조하여 학생들의 시선을 그쪽으로 유도할 수 있다.
• 선택 옵션 제공: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여 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룹 활동이나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에게 주제 선택이나 방법 선택의 자유를 주어 자신들의 관심사나 아이디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더욱 높은 동기를 가질 수 있다.
• 모델링: 교사가 모델링을 통해 원하는 행동을 보여주며 학생을 그쪽으로 이끌 수 있다. 교사는 원하는 태도, 상호작용 방식, 문제 해결 방법 등을 모범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에게 올바른 행동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2) 장기적인 동기부여 전략
(1) 명확한 목표 설정(clear goal)
명확한 목표 설정은 장기적인 동기부여를 위해 중요한 전략이다. 이 전략은 개인이 자신의 노력과 행동을 목표에 집중시키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도록 돕는다. 교사는 단원 시작 전에 무엇을 왜 배우는지 성공적 배움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하고, 학생은 배우는 내용, 학습의 진전도, 다음 단계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학습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 전자를 교사 명확성이라 하고 후자를 학생 명확성이라 하는데 각각의 효과크기(effect size)는 0.75와 1.33으로 매우 크다. 이의 중요성을 감안해 명확성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실천이 필요하다.
교사 명확성(효과크기=0.75) | 학생 명확성(효과크기=1.33) |
1. 배우는 내용: “무엇을 배울 것인가?” 2. 배우는 목적: “이것을 왜 배우나?” 3. 성공의 기준: “성공적으로 배웠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 1. 배우는 내용: “무엇을 배울 것인가?” 2. 학습의 진전: “나는 잘 배우고 있는가?” 3. 나아갈 방향: “다음 단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명확한 목표 설정과 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추는 수업 설계의 대표적인 예는 단원역순설계(backwards design)라 할 수 있다.
(2) 해낼 수 있다는 믿음(self-efficacy)
‘나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은 장기적인 동기유발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능력과 노력을 통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을 의미한다. 교실 수업 상황에서 학생들이 ‘나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과 같은 전략을 시도할 수 있다. 작은 성공 경험 제공: 학생들에게 작은 단계로 나눠진 도전을 제공하여 성공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게 작은 성공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 적절한 도움과 지원 제공: 교사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도구를 제공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도움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지원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고, 어려운 과제에 대해 더욱 도전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 자기 모니터링과 목표 달성 기록: 학생들에게 자기 모니터링과 목표 달성 기록을 유도하여 성과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나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강화시킨다. 학생들이 자신의 노력과 발전을 기록하면 노력의 성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성과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다.
• 긍정적인 말과 격려: 교사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말과 격려를 제공하여 ‘나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학생들이 자신을 믿고 노력하는 것에 대한 꾸준한 칭찬과 격려는 학생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존 해티의 효과크기 연구에 따르면 ‘학생 성취에 대한 교사의 기대 효과’의 효과크기는 무려 1.29나 될 만큼 크다.
(3) 교사에 대한 믿음(credibility)
교사에 대한 믿음은 장기적인 동기유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교사에 대한 믿음은 학생들이 교사를 존중하고 신뢰하며, 교사가 제공하는 지식과 경험에 대해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사에 대한 학생의 믿음이란 ‘나의 선생님은 수업이 매우 우수해.’, ‘가르치는 일에 대해 항상 연구하셔.’ 그리고 ‘나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져 주시고 나의 성장을 위해 애쓰셔.’, ‘이번 학기에는 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실 거야.’, ‘이 과목을 김○○ 선생님으로부터 배울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야.’와 같은 것을 의미한다(Dave Stuart, 2023). 교사는 자신에 대해 믿음을 도모하기 위해 전문성과 지식, 의사소통과 상호작용, 공정성과 일관성, 학생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 영감의 제공과 긍정적인 모델링에도 힘써야 한다.
(4) 가치(value)/의미(meaning)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에 대한 가치/의미를 인식하는 것은 장기적인 동기유발에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이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을 가치롭고 의미 있게 여기면, 그 내용에 대한 학습 의욕과 참여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는 내용에 대한 가치/의미는 학생 입장에서 ‘이 내용은 내게 중요해.’ 그리고 ‘흥미롭고 유용하고 의미 있어.’, ‘이것을 배우는데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는 전혀 아깝지 않아.’와 같은 것을 의미한다.
(5) 자율성(autonomy)
자율성이란 학생들이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행동하고 학습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또한 자율성은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사와 선호도를 고려하며 학습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고, 학습 과정에서 일정한 수준의 독립성과 책임감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자율성이 동기유발에 기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자기결정성과 동기: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학습을 결정하고 조절하는 과정에서 자기결정성이 강화된다.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학습 방법을 결정할 때, 그들은 학습에 대한 자신감과 독립성을 갖게 되어 지속적인 동기 부여에 도움을 주게 된다.
• 참여와 주도성: 자율성이 높은 교실 환경에서 학생들은 활발하게 수업에 참여하고 학습에 집중할 수 있다. 자신의 관심사나 학습 스타일에 맞춰 학습을 조절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됨으로써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 자기조절과 책임감: 자율성이 높은 교실에서 학생들은 자기조절을 하게 되고 학습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태도를 갖추게 된다. 이는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동기를 유지하고 노력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6) 학생에게 책임과 권한 부여(empowerment)
학생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앞의 ‘(5) 자율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학생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장기적인 동기유발에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이는 학생들이 학습에 대한 주체성을 가지고 스스로 동기를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책임과 권한의 부여는 학생들에게 학습 활동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학생들이 학습 목표, 학습 방법, 학습 일정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런 대폭적인 권한 부여는 표준화된 교육과정의 운영 속에서는 한계가 많다. 따라서 프로젝트 기반학습 등을 통해 팀 구성원들과 공동 작업과 의사결정의 기회를 갖게 하는 것 등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학생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더라도 필요한 안내와 지원 그리고 평가와 피드백은 교사의 몫이다. 책임과 권한의 부여는 책임과 권한을 교사가 갖는 단계에서 교사와 학생이 갖는 단계, 학생들이 협업을 통해 갖는 단계, 학생이 독립적으로 갖는 단계로 점차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점진적 책임 이양(gradual release of responsibility) 수업 모델을 통해 이를 구현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자들은 ‘우리가 하는 행동 중 무엇이 학습자들에게 무력감을 주고 있는가?’ ‘우리의 행동은 어떤 식으로 무력감을 유발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와 같은 부담스러운 질문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7) 성공 경험(success)
특히 학습된 무력감에 빠져 있는 학생들에게 작은 성공 경험을 하나씩 쌓아 가는 것은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고의 약이 될 수 있다. 작은 성공 경험은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성취감 그리고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학습 동기를 유지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작은 성공을 경험하게 해주기 위해서는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은 과제를 학생과 상의해 정할 필요가 있다. 강점에서 출발하기, 과제가 부담스러우면 과제를 잘게 나누어 세분화하기, 난이도가 쉬운 것에서 점차 어려운 것으로 나아가기, 필요할 때 안내와 스캐폴딩 제공하기, 성공에 대해 아낌없이 인정하고 칭찬하기 등을 통해 점차 무력감에서 헤어나고 자존감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다.
(8) 소속감(belonging)
소속감은 개인 자신이 동료 그룹이나 공동체의 일원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이 소속감을 갖게 되면, 그들은 학습 환경에서 더욱 긍정적인 태도와 동기를 유지할 수 있으며, 학습에 더욱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소속감을 갖게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 긍정적인 교실 분위기 조성: 학생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지지할 수 있는 안전하고 긍정적인 교실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는 학생들이 자신을 편안하게 표현하고 의사소통하며, 다른 학생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 협업 및 그룹 활동: 학생들에게 협업과 그룹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여 상호작용과 협력을 촉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서로에게 의지하고 함께 목표를 달성하며 소속감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 관계 구축과 연결: 교사는 학생들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학생들을 개인적으로 알아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개별적인 상담이나 멘토링, 학생들의 관심사와 성취를 인정하는 것은 소속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 공동체 참여: 학생들을 학교나 지역 사회의 일부로 참여시킴으로써 소속감을 높일 수 있다. 학생들이 학교 행사,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 등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소속감을 형성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9) 사회적 지위(social status)
학교생활과 관련해 사회적 지위(social status)는 학생들 사이에서 인정받거나 주목받는 정도를 말한다. 이는 학생들 사이에서의 사회적인 계층 구조나 명성의 차이를 의미할 수도 있다. 학생들은 또래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데 이는 사회적 지위에 대한 갈망의 표시이다.
학교 내에서의 사회적 지위는 다양한 요소에 의해 형성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의 학업 성취도, 운동 실력, 예술적 재능, 리더십 능력, 인기 등이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를 가진 학생들은 자아 존중감이나 자신감이 훼손될 수 있으며, 차별이나 배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교사와 학교는 공정하고 포용적인 환경을 조성하여 모든 학생들이 동등하게 존중받고 자기 개발의 기회를 갖도록 지원해야 한다.
(10) 도전(challenge)
미국 교육의 경우 학습의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에게도 기대 수준을 쉽게 낮추지 말고 일반적인 학생들과 똑같이 도전적 과제를 주는 것을 특히 강조한다. 물론 너무 어려운 것은 안 되겠지만 때로는 “선생님이 이것을 내가 해내기를 기대하신다고?”라며 깜짝 놀랄만한 과제를 줄 필요가 있다. 이는 학생에 대한 교사의 기대가 높다는 것을 알려주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적적한 가이드, 힌트, 피드백 등을 주고 중간에 지원을 해주면 도전적이 과제도 의외로 잘 해낸다. 마침내 주어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끝냈을 때의 그 극적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수 있다. 비록 실패한다 해도 실패로부터 배우게 하면 된다. 이것이 성장형 사고방식이다.
도전적인 과제는 동기유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전은 학생들에게 성취감과 자기만족감을 제공하여 학습에 대한 흥미와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도전은 자신에게 더 큰 동기와 자신감을 부여하며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도전적인 과제를 제공하고, 그들의 도전에 대해 격려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참고 문헌]
• 이찬승 (2021). 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18): <원리 17> 동기는 뇌 보상 시스템(reward system)의 도파민 분비에 달렸다.https://21erick.org/column/7033/
• Cameron and Pierce (1994). Reinforcement, reward, and intrinsic motivation: A meta-analysis. Revier of Educational Research, 1994, 64(3), 363-423.
• Dave Stuart, (2023). The Will to Learn: Cultivating Student Motivation Without Losing Your Own. Corwin Press.
• Deborah Halber (2018). Motivation: Why You Do the Things You Do. BrainFacts/SfN.
https://www.brainfacts.org/thinking-sensing-and-behaving/learning-and-memory/2018/motivation-why-you-do-the-things-you-do-082818
• Jensen, (2020). Brain-Based Learning: Teaching the Way Students Really Learn. Corwin Press. p.126
• Kagan (2007). In Praise of Praise. San Clemente, CA: Kagan Publishing. Kagan Online magazine. Spring 2007. www.KaganOnline.com
• Marilee Sprenger (2018). How to Teach so Students Remember, 2nd edition. ASCD.
• Mirenowicz, J. & Schultz, W. (1994). Importance of unpredictability for reward responses in primate dopamine neurons. Journal of Neuropysiology, 1994, 72(2), 1024-1027.
• Oosterwijk et al., (2012). States of mind: Emotions, body feelings, and thoughts share distributed neural networks. NeuroImage, 62(3), 2110-2128.
• Pintrich, P.R. (2003). A motivational science perspective on the role of student motivation in learning and teaching contexts.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95(4), 667-686.
• Schultz, (1998). Predictive reward signal of dopamine neurons. Journal of Neurophysiology, 1998, 80(1), 1-27.
각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