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 개최, 국내외 과기인 3천여명 참석
▶ 7월5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1회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 개회식(대통령실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7월 4일부터 나흘간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제1회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노벨상 수상자인 배리 배리시, 콘스틴틴 노보 셀로프 등 세계적 석학들과 테트리스 회사 설립자 행크 로저스의 기조 강연을 비롯해 3천여 명의 전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5대 기술 강국 도약과 12대 국가전략 기술 목표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5일 개회식은 세계 속 한인 과학기술인들의 발자취와 성과를 공유하면서 시작됐고, 이태식 과총 회장은 개회사에서 “지금의 대한민국 과학기술은 그 어느 때보다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역할도 요청되고 있다. 과학기술은 대한민국의 산업과 경제 발전을 견인해 온 동력이었고, 앞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주역이 될 것”이라며 “이번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를 통해 더욱 활발한 공동연구와 협력의 장을 마련하고 대한민국과 세계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공동 주관한 19개 재외한인과학기술자협회를 대표하여 김영기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인사말을 전했다. 김 교수는 “현재 세계에 여러 글로벌 도전 과제들이 있다. 이는 1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글로벌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과학과 기술, 혁신이 장기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기초과학, 응용과학, 기술혁신이 함께 생태계를 잘 이뤄졌을 때 성공할 수 있다. 재외 과협 회원들이 각 나라와 한국과의 과학기술 협력과 교류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고, 이제 모든 재외 과협을 품고 시의적절하게 열린 이번 대회를 통해 더 많은 과학기술의 교류 협력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윤석렬 대통령, “젊은 과학자 글로벌 협업 적극 지원”
특별히 지난해 9월 재미 한인 과학기술인과의 간담회에서 세계 각지의 한인 과학기술인을 국내로 초청해 연구성과를 교류하는 대회를 열겠다고 약속한 바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축하하는 시간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첨단 과학기술, 또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한 것은 도전정신과 혁신 역량 그리고 탁월한 실력을 갖춘 우리 과학기술인들 덕분”이라며 “선진 과학기술 전파와 우수 인재 양성에 큰 기여를 해 준 재외 한인 과학기술인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과학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에 의해서 우리의 후생이 증대하면 그 자체가 바로 자유가 확장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만의 후생 증대와 자유 확장이 아니라, 전 세계 시민 모두의 후생 증대와 자유 확장에 함께 힘쓰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연대가 중요하다”며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이 우리의 문화와 언어와 우리의 민족관을 공유하고 있는 재외 한인 과학자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교류하고 협력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과학기술에 있어서 국제 연대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우리의 삶을 바꿀 연구에 대한 글로벌 협력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국가의 중요한 책무”라며 “우리 정부 R&D 예산이 올해 30조 원을 넘어섰다. R&D 투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에 투입되어야 한다. 젊은 과학자들이 세계 최고의 연구진들과 뛰어난 연구기관에서 함께 연구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국내 대학 연구기관이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데 주력할 것이다. 반드시 연내 우주항공청을 설립해 우리 과학기술 발전의 선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4인 4색 토크콘서트 ‘2030년 지속가능성의 전진’
개회식 후에는 ‘2030년 지속가능성의 전진 : 최첨단 기술과 과학 혁신’이라는 주제로 사이언스 토크콘서트를 열고, 다양한 연구 분야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로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첫 순서는 2011년 동양인 최초로 영국왕립학회 울프슨연구업적상을 수상한 바 있는 케이조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가 맡았다. 그는 글로벌 협력과 낭만 있는 과학자 인재 양성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 7월5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사이언스 토크콘서트(왼쪽부터) 조남준, 조광욱(케이 조), 김영기, 김기환
케이조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인류가 아직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글로벌 위기를 겪으면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됐다. 팬데믹 기간에 영국은 완전히 모든 연구실이 문을 닫았다. 길게는 1년 반, 짧게는 1년 정도 연구실이 폐쇄되면서 사이언스가 모두 멈춘 상태였지만, 지구상 어느 곳이든 열려 있는 연구실이 있었고 그곳들과 소통하면서 글로벌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하게 깨달았다”며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전 세계가 공동으로 이런 위기에 대응하고 연구하는 국제협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팬데믹 기간 동안에 우리가 하지 못했던 것이 바로 젊은 과학자들의 훈련이었다. 그 공백이 너무너무 크기 때문에 새로운 미래 전략이나 기획을 모색하기 앞서 인재 양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오랜 기간 연구계에 몸담을 수 있었던 이유로 ‘낭만’을 꼽았다. 케이조 교수는 “1987년 발표된 하나의 논문을 읽고 과학에 대한 낭만을 느껴 지금까지 뉴로사이언스 학문을 연구하고 있다. 좀 더 많은 젊은 연구자들이 낭만을 가지고 사이언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영기 교수는 2005년 호암상 과학상을 수상했고, 2024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물리학회(APS) 회장으로 내정됐다. 그는 자신이 연구하는 입자물리학에 대해 설명하면서 “27kn(킬로뉴턴) 터널 크기의 입자가속기에서 수천 명의 입자물리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계획을 세우고 설계하고, 최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들의 목표는 전 우주에서 만물을 만드는 가장 기본 알맹이를 찾아내고 그것들이 어떻게 모여서 우주 만물을 만드는지를 알아내는, 자연법칙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입자물리의 기본 법칙을 세우는데 가장 크게 기여를 한 사람으로 이휘소 박사를 꼽았다.
또 김 교수는 “20세기에 들어서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원자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입자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지금 현재로는 원자보다 10억 만 배 작은 전자가 기본 입자들이다. 이것들을 들여다 보는 것이 입자가속기의 역할이다. 아주 성능이 굉장히 좋은 현미경과 같다. 이것은 약 90년 전에 미국의 어니스트 로런스가 만들었다. 처음에는 손바닥 크기 원주의 가속기였는데 그것이 입자물리 연구를 위해 발달해 왔고 지금은 약 3만 개 정도 국가 안보와 환경, 에너지, 의료 부문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1938년 노벨상을 받은 엔리코 페르미가 미국물리학회 회장 임기를 마치면서 ‘입자물리 연구를 잘하기 위해서, 최대한 고에너지로 가야 된다. 가속기가 크면 클수록 고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크기가 지구 크기인데, 실제로 실현할 수 없으므로 가상으로 만들어 연구해 왔다. 그런데 30년 후에 작은 크기로도 고에너지를 낼 수 있는 입자가속기가 나왔다. 이는 가속기 기술의 혁신인데, 기초과학의 토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국제 협력도 중요하다. 나 같은 사람이 1,000명 있으면 똑같은 생각 밖에 못한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협력이야말로 과학기술이 빨리 발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기술과 과학의 혁신은?
▶ 7월5일 '제1회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 개회식(왼쪽부터 이태식 과총 회장,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조완규 과총고문)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선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그는 미국 UC버클리대학에서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포드대에서 재료공학 석사 후 화학공학박사를 거쳤다. 박사후과정은 의대에서 감염병을 연구했다. 이처럼 재료, 화공, 감염병까지 그 범위가 굉장히 넓고 다양하다. 그래서 ‘오늘의 재료를 가지고 내일을 준비하자’는 것이 그의 이야기 주제다.
그는 “재료의 발전과 산업의 발전이 밀접한 관계를 갖고 이어져 왔다. 그래서 지속가능성을 얘기할 때 순환경제가 자주 언급된다. 즉 모든 산업은 지구에 있는 자원을 채취(Take)해서 사용(Make)하고, 버리는(Waste) 과정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유한한 지구의 자원을 걱정하면서 나온 게 바로 순환경제이다. 하지만 리사이클 되는 재료는 10%에 불과하다. 쓰레기로 취급되는 나머지 90%의 물질을 재해석해야 한다”며 ‘크로스 이코노미’(Cross Economy)라는 새 패러다임을 화두로 제안했다.
조 교수는 “100년 전 석영은 그냥 쓸모없는 돌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반도체 웨이퍼로 개발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냈다. 또 흔히 오염물질로 취급되던 꽃가루를 활용해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현재 글로벌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상상을 통해 새로운 재료를 만들고 기존에 쓰레기였던 것이 새로운 재료가 되는 것”이라며 “크로스 이코노미는 한 마디로 디멘션을 바꾼다는 것으로 트랜스폼(Transform)하고, 크리에이트(Create)해서 멀티플라이(multiply) 하자는 새로운 공학적, 과학적 산업의 경제모델”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중국의 대표적 양자컴퓨팅 연구소인 칭화대 양자정보센터의 핵심연구자로 있는 김기환 교수가 마지막 토론자로 나섰다. 김 교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혁신적인 과학기술이 중요하다. 그리고 미래의 과학기술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인재를 양성하고 협력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태어나 2004년 물리학 박사를 받을 때까지 줄곧 한국에서 공부했다며 어떻게 양자컴퓨팅과 이온트랩 분야에 접근하게 됐는지 과정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1994년 피터 쇼우 MIT 교수가 양자컴퓨터를 만들면 소인수분해를 굉장히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것이 암호보안의 핵심이다. 그래서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암호 안전성을 위협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연구가 많이 확대됐다. 그 후 30년 가까이 수많은 과학기술자들이 연구 발전을 이뤄왔지만 지금 존재하는 암호를 위협하는 양자컴퓨터가 언제 나올지 굉장히 요원해 보인다. 때문에 당장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양자기술을 사용해서 현재 존재하는 슈퍼컴퓨터를 뛰어넘는 정도의 성능을 가진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으로 목표를 낮춰서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약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데 최적화 문제들이 양자컴퓨터와 슈퍼컴퓨터를 결합했을 때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30년 전에 처음 양자 컴퓨터 얘기가 나왔을 때 누구도 슈퍼컴퓨터와 양자컴퓨터를 합쳐서 새로운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계속해서 길을 찾아내면서 발전이 거듭됐다. 이런 분야들의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많은 인재들을 양성해서 자유롭고 활발한 토론을 통해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것이고, 그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초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4명의 재외과학기술인들이 4인 4색의 주제 발표를 마친 후 자유로운 토론이 이어졌다. 여기서 강조된 것도 지속가능한 연구환경 조성과 인재 양성의 중요성이었다. 케이조 교수는 “젊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했고, 조남준 교수는 “보상이 확실해야 된다.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플레이 그라운드를 갖춰야 된다”고 했다. 김기환 교수는 “중국의 과학시스템이 굉장히 잘 되어 있어서 단계마다 각종 어워드들이 있어서 젊은 과학자들이 자부심을 느끼면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중국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각 분야 학술발표 등 다양한 부대행사 진행
▶ 7월 7일 세계한민족과학기술인 공동협의회
사이언스토크콘서트 후에는 ‘2023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시상식이 있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탁월한 연구성과를 이룬 과학기술인에게 주어지는 올해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은 고규영 KAIST 특훈교수가 수상했다. 고 교수는 뇌 속 노폐물 배출 경로와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 생존 전략을 규명하는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인정받았고, 최고 권위의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에 성과를 발표해 대한민국 연구 수준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도 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 밖에도 이번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에서는 △우주와 해양탐사를 통한 인류의 지속가능성 확보 전략 △땅에서 하늘로, 하늘에서 땅으로 이동의 자유! 첨단 모빌리티 기술의 미래 △AI 현재와 미래 : 기술, 윤리, 사회적 영향 △첨단 지능정보사회에서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 및 그 역할 △사이버보안의 동향과 2030 국제협력 전망 △6G 통신을 위한 미래 기술 △2030년, 세계 3대 로봇강국 실현 위한 첨단 로봇 제조 분야 발전 전략 △우주 기반 관측의 현재와 미래 등 각 분야별 발제와 토론이 진행됐다. 또 세계여성과학기술인포럼과 차세대리더스포럼, 세계한인스타트업포럼, 과학외교포럼 등 국내외 기관과 과학기술인 간의 글로벌 과학기술 네트워크 구축 방안도 모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