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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들어선다는 입춘(立春)을 맞이한 지도 보름이 지났고,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며칠 남지 않았다.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는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시작되는 절기다. 반짝 추위가 남아 있긴 하지만 날씨가 풀리고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우수에는 보리밟기 풍속이 있다.
요즘은 보기 어려운 풍경이지만 농사와 관련된 세시 풍속을 들여다보면 재미있기도 하고 배울 점이 많다. 겨우내 땅이 얼면서 보리 뿌리와 흙 사이에 서릿발이 서게 되는데 날이 풀리면서 녹아 뿌리가 공중으로 들려지게 된다. 힘겹게 겨울을 나야 하는 보리는 보리밟기를 해주면 뿌리가 잘 내리고 튼튼하게 자라게 된다.
학교도 2월 한 달 열심히 보리밟기를 하고 있다. 12월을 연말연시라 하지만 학교는 3월에 시작해서 이듬해 2월에 학사일정이 끝나니 2월이 연말연시인 셈이다. 학년말 업무들을 마무리하고 맞이한 겨울 방학은 쉼(休)과 충전의 시기이다.
겨울 방학은 재충전을 위한 멈춤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새 학기 마중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기도 하다. 2월 초순까지 중ㆍ고등학교 신입생 배정 발표가 났고, 초ㆍ중등 교사의 전보 인사가 마무리되었다. 새 학기를 꾸려갈 교원과 학생들이 정해졌으니 한 해 농사를 준비해야 할 때다.
필자의 학교에서도 특색있는 학교 교육과정 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다. 학년말에 실시한 2023학년도 교육활동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 많은 학생과 학부모는 생활교육과 인성교육을 더욱 내실화 시켜줄 것을 희망했다. 교육공동체의 다양한 요구와 `2024 울산교육 기본 계획`을 바탕으로 학교 역점 운영 사업과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학생 생활 규정이었다. 관련 `고시`에 근거하여 지난 12월에 교육공동체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고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통해 학생 생활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개정된 규정을 충분히 홍보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지켜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2월 중에 이루어지는 교사들의 업무 분장은 희망서를 바탕으로 조직하게 되는데, 업무 곤란도가 높은 학생부 업무를 기피하는 것이 늘 고민이었다. 다행히 2024학년도부터는 학생부 업무 경감을 위한 지원이 강화된다. 학교폭력 업무부장 및 업무 담당 교사의 수업 지원과 전담 조사관제 운영이 그것이다.
2024학년도부터는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제가 도입되어 학교폭력 업무에 대한 교사 부담이 대폭 줄어들고 사안 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은 말 그대로 사안 조사만을 전담하는 역할을 하고 나머지 절차는 기존에 해오던 대로 학교에서 담당 교사가 업무를 처리하게 되는데 매스컴을 통해 소식을 접한 사람 중에는 교사가 맡았던 학교폭력 업무가 아예 없어진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으로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제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할 경우 다풀림톡을 통해 학교에서 지원청으로 사안을 접수하게 된다. 지원청은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에게 사안을 배정한다.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이 담당 학교 학교폭력 책임교사와 소통하여 사안을 조사하고 조사보고서를 작성한다. 조사보고서를 학교로 발송하면 학교에 설치된 전담 기구에서 학교장 자체 종결이나 심의 여부를 결정한다. 심의위원회 결과 조치 사항도 학교에서 기존의 방식대로 이행하게 된다.
전담 조사관 지원 자격을 보면 전ㆍ현직 교원, 경찰, 법조인, 청소년지도자 등으로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고, 또 학교 현장을 처음 접하게 되는 조사관도 있어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 역량 강화 연수를 통해 변화하는 학교폭력 대응 전문성을 확보하고 학생과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만 전담 조사관제가 그 빛을 발할 것이다.
학교의 연말연시 2월, 겨우내 얼었던 흙을 밟아 땅과 뿌리를 다지듯 희망찬 새 학기의 시작을 위해 단디 준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