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각) 무슬림 테러리스트들의 무차별 기습 총격을 받고 편집장 등 12명이 사망한 프랑스 언론매체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는 시사 만평으로 유명한 주간지다.
최근 4만 5000여부를 발행해온 이 주간지의 이름 샤를리는 유명 카툰 캐릭터인 찰리 브라운(Charlie Brown)에서 따온 것이며, 창간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던 샤를르 드골을 풍자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엡도는 주간지(weekly)라는 뜻이다.
1969년 창간, 1981년 폐간, 1992년 재창간을 거친 이 주간지가 테러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비하하는 만평을 실었다가 편집국이 무슬림들로부터 화염병 공격을 받아 일부가 불타기도 했다.
샤를리 엡도는 2012년 9월에는 무함마드를 벌거벗긴 누드 만평을 게재, 테러를 우려한 프랑스 정부가 한동안 20개 이슬람 국가에 있는 자국 외교공관과 문화원을 폐쇄하기도 했다.
샤를리 엡도의 풍자가 얼마나 도발적이길래 이런 사태까지 벌어진 것일까. 국제적으로 화제가 되고 논란을 불렀던 대표적인 만평 13개를 꼽아보았다.
2011년 발행된 한 호는 제호를 ‘샤리아 엡도'로 바꿔달았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Sharia)“를 빗댄 것이다. 그리고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초빙 편집장'으로 표시했다. 이 만평에서 무함마드는 ”웃어죽지 않으면 회초리 100대"라고 말하는 모습을 그렸다. 당시 이 만평은 이내 주간지의 웹사이트 해킹을 초래했고, 편집국에 방화 사태까지 불러왔다.
같은 해 또 다른 호의 커버스토리 만평은 “사랑은 증오보다 강하다"라는 문구와 함께 무슬림 남성이 샤를리 엡도의 남성 만평 만화가와 침을 흘려가며 깊은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묘사했다.
2006년엔 커버 스토리 만평 그림에 ‘근본주의자들에 압도당한 무함마드'라는 제목과 ’바보 천치들에게 사랑받기는 정말 어려워'라는 설명과 함께 울고 있는 무함마드의 모습을 그렸다. 이 호의 만평 그림들은 원래 덴마크 일간지 율란츠 포스텐이 게재해 논란을 일으켰던 것들을 옮겨실은 것이었다. 무슬림 단체들은 당장 샤리아 엡도를 고소하고 나섰으나, 2007년 결국 주간지의 승소로 끝났다.
2009년 이 주간지의 한 호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 것을 빗대 ”백골이 되어 마침내 백인이 되는 꿈을 이루다“라고 희화화했다.
지난해 10월 1일자 이 주간지는 또 다시 무함마드를 만평으로 신랄하게 풍자했다. 국제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IS)‘의 한 요원이 무함마드의 목을 베면서 ”이 신앙심 없는 놈"이라고 꾸짖는다. 이 만평의 또다른 말풍선에는 ’무함마드가 되살아난다면' 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샤슬리 엡도는 2013년 한 커버스토리 만평때문에 파리의 형사법원에 제소를 당했다. 이 만평 그림설명에는 “꾸란(이슬람교 경전)은 헛소리다. 꾸란이 총탄을 막아주지는 못한다”고 돼 있어 이슬람 신도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2010년 9월의 한 호는 프랑스 정부가 무슬림 여성들의 복식(服飾)인 부르카, 눈을 제외한 얼굴가리개 니캅 등의 착용을 금지한 것을 빗대 발가벗은 여성 만화를 그려놓고, “부르카를 입게 하라, 몸 안에!”라고 써놓았다.
2012년 9월에 나온 만평은 프랑스가 20개 이슬람 국가 주재 대사관, 영사관, 문화센터, 학교들을 모두 폐쇄하는 조치를 내리는 사태를 불러왔다. 이 만평은 당시 두 편의 인기있던 영화를 풍자에 이용했다. 사지가 마비된 백인 남자 부자가 간병인으로 가난한 흑인 남자를 고용한 내용의 프랑스 영화 ’The Intouchables‘, 리비아 벵가지 학살극을 불러온 반(反)이슬람 영화 ‘Innocence of Muslims’를 뭉뚱그려 한 유대교도가 휠체어에 한 무슬림 남성을 태워 미는 모습을 그려놓고 ‘놀리지 마시오'라는 설명을 붙여놓았다.
샤를리 엡도의 만평 주제는 한계가 없었다. 2001년 9·11 뉴욕시 테러가 벌어지고 몇 달후 나온 이 주간지의 한 호는 이슬람 테러조직 알케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놓고, “나는 손을 대지 않았다" 라며 9·11 테러 성공을 자랑하는 모습을 풍자했다.
2006년엔 미국문화를 비아냥댔다. 프랑스 TV방송 TF1가 미국의 리얼리티쇼를 방영하기로 한 것을 비난하며 ”리얼리티 TV TF1의 최신작’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리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가 “나는 스타란 말이다. 나를 여기서 구해다오"라고 울부짖는 모습을 리얼리티쇼 처럼 묘사해놓았다.
이 주간지는 교황도 만평의 제물로 삼았다.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콘돔을 부여잡고 ”이건 나의 몸이다"라고 외친다. 2010년 교황이 콘돔 사용 동의에 관한 헷갈리는 성명을 낸 것을 적나라하게 비난한 것이었다.
2011년 5월의 한 호는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을 미국 행정부가 공식 발표한 것을 만평으로 다뤘다. 이 만평은 빈 라덴이 사망 이후 지금까지 추앙받고 있는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옷을 입은 모습을 그려놓고 “빈 라덴은 죽지 않았다. 살아있다"는 제목으로 풍자했다.
2012년 11월엔 동성 결혼 합법화 법안에 대한 만평에서 ‘성부’, ‘성자’, ‘성령’이 ‘삼각관계'에 빠져 난잡한 관계를 하는 모습을 그려놓고, ’(동성 결혼은 속임수라고 말한) 벵 트롸 추기경은 세 명의 아버지가 있다. 성부, 성자, 성령!’이라는 제목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