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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치고 나오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끝났다’는 말과 함께 많은 부모들이 깊은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입시 격언이 ‘이제 늦게 치고 나오는 아이는 없다’이다. 10여년 전만해도 초등학교 때 까지는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때부터 치고 나와 명문대학을 가는 경우가 꽤 있었다. 필자 동생만 하더라도 초등학교 때는 들로 산으로 뛰어 다니다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공부하기 시작하여 S 대에 가서 유전공학 박사가 되고, 지금은 미국 듀크 대학의 박사 후 연구과정에 있다. 필자 주변의 많은 지인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런 사례를 들며 아이를 믿고 좀 기다려 보자는 이야기는 많은 부모에게 공허하게 들리는 것 같다. 여전히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아이를 계속 학원을 보내고 과외 시키며 어떻게든 한국에서는 입시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믿는 부모들이 대다수이다.
일찍 이든 늦게 든 자녀 교육의 목표가 ‘공부를 잘해서 20 대 때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인 부모들에게는 그 방법의 여러 갈래 길을 이야기 해 주는 것도 약간 무의미 하다. 어려서부터 바짝 공부 시켜서 좋은 대학에 간 일반적인 사례이외에 다른 이야기는 특별한 경우이지 우리 아이 사례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의 아이를 믿고 기다려준 부모들의 공통점은 ‘좋은 대학에 간다고 아이가 다 행복하고 성공하는 것도 아닌데, 공부와 시험에 목 멜 필요는 없다’라는 이른바 상당한 내공을 갖고 있거나, 부모가 너무 바빠서 아이 공부나 입시에 일일이 간섭할 시간이 없었다는 점이다.
하여간 요즘은 왜 늦게 치고 나오는 아이들이 없을까? 아이들이 입시에서 성과를 낸 다는 것은 결국 어느 정도 공부머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 머리가 확 드러나고, 어떤 아이들은 중학교 이후 늦게 드러나기도 한다. 이렇게 늦게 발동이 걸리는 아이들은 본인이 공부 주도권을 가질 때까지 부모가 좀 더 기다려주어야 하는데, 주변에서 조기 경쟁이 붙다보니, 이럴 마음의 여유가 안 생긴다. 오히려 천천히 될 아이를 급하게 몰아붙이고, 어려서부터 너무 일찍 문제지에 학원으로 돌리다가 아이의 공부 싹이 말라 버리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요즘 더 심각한 것은 스마트폰과 게임, 유투브 등의 디지털 미디어의 폐해이다. 옛날에 늦게 치고 나오는 아이들은 주로 자연 속에서 놀거나, 학교 공부는 안 하더라도 본인이 관심 있는 책을 열심히 봤다. 그런데, 요즘은 자연 속에서 놀려고 해도 제대로 놀 수 없고, 긴긴 밤이 심심해서 책을 보게 되는 경우도 드물다. 경박한 즐거움이 너무 많고, 한 시도 심심할 때가 없다. 결국 지금 늦게 치고 나올 수 있는 아이들이 사라진 이유는 두 가지이다. 너무 일찍 비료를 많이 줘서 노랗게 말라버리는 벼 잎처럼 사라지거나, 가라지 같은 디지털 오염에 가려 어느 정도까지 자라 주지 못하는 것이다.
늦된 아이를 기다려 줄 수 있는 방법
그러면 늦게 치고 나올지, 아니면 그냥 이대로 입시 경쟁력 없는 아이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근거로 부모가 좀 더 긴 호흡으로 아이를 기다려 줄 수 있을까? 바로 중고등학교 입시에서 승부가 나지 않았지만, 이후에 공부 발동이 걸렸을 때 제대로 공부 할 수 있는 몇 가지 차선책을 알아 두면 이런 불안한 마음을 좀 가라앉힐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 관건은 결국 돈이다. 어느 정도 자금이 있어야 아이가 늦게 자기는 로스쿨 시험 본다거나, PEET 약학 적성 시험을 보겠다고 할 때 돈 걱정 없이 공부에 집중하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공부에 관심이 없을 때, 우선은 아이와의 소통에 집중하고, 쓸 데 없는 사교육비를 많이 쓰지 않았다면, 때가 왔을 때 쓸 수 있는 정도의 자금은 충분히 마련할 수도 있다. 그리고 아래 몇 가지 대안은 그리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
재수
중고등학교 때 공부 안하고 시간 낭비하다가 본인이 생각지도 못간 대학에 가서 후회하는 아이에게 그럼 정신 차리고 1,2년 집중해서 중고등학교 6년 허송세월 한 걸 만회하게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지금은 공부 안 했던 아이들뿐 아니라, 공부 열심히 했는데 더 좋은 대학을 가려고 다시 도전하는 아이들 때문에 문이 더 좁아진 재수, 삼수를 해서 대학을 다시 도전하는 방법이다.
너무 공부가 안 되어 있으면 정말 따라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 수시는 쉽지 않기 때문에 20-30%의 좁은 정시의 문을 뚫어야 한다는 점 등 여러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아이가 자존 감이 살아있고, 동기 부여 된 상황에서 집중해서 공부 할 수 있다면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서울 지역 기준으로 통학을 하는 재수학원은 월 100만원 내외, 수도권의 기숙 재수 학원은 200만원 전후의 기본 학원비가 든다. 여기에 책 값, 모의고사 비용, 인터넷 강의(인강) 비용 등을 생각하면 월 30-40만원은 더해야 하고, 만약 지방에서 서울로 와서 고시원이나 원룸 등에 머무르며 숙소 비용이나 식사비용, 교통비가 추가 된다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통학 재수는 연 2,000 만원 기숙 재수는 연 3-4천 만 원을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되니 결국 또 있는 집안 아이들만 재수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는 초중고 사교육비로 실탄이 다 떨어진 상황에서 재수까지 시키거나, 어학연수에 유학까지 보낼 때 나오는 이야기이다. 필자가 말한 대로, 공부 안한다고 하는 아이 억지로 학원 보내거나 사교육비 쓰지 않고, 그 돈을 적금 들어 아껴 두었다면 일 년에 2-3 천 만 원 비용은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재수 방법에는 또, 독학 재수라고 학원에 다니지 않고, 인터넷 강의나 자기가 혼자 공부하다가 입시 막판에 모의고사 응시 등만 학원을 활용하는 전략도 있다. 돈도 있고 자기 의지가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돈이 없다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2015학년도에서 2017학년도까지 수능 응시생 가운데 재수생이상의 졸업생 비중은 24%에서 22%로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인원은 매년 14만 명 전후이다. 그리고 상위권 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소재 대학 신입생 가운데 재수 이상의 졸업생 비중은 33% 전후이다. 인서울 대학 신입생 3명중 한 명은 재수 이상을 하고 학교에 들어온 셈이다. 졸업생 1인당 평균 2 천 만 원의 재수 비용을 썼다고 생각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연간 2조 8천 만 원 전후의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1-2년 사회에 더 늦게 나오는 사회적 비용까지 생각하면 재수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5-6조로 계산 될 수 있다고 한다. 학벌 사회, 과열 입시 경쟁의 비용을 가정과 나라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셈이다. 좀 더 생각이 있는 가정이라면 어차피 공부가 늦었다면 재수 보다 바로 사회에 나와서 몸으로 부딪혀 보며 자기 진로를 찾게 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심샘의 Tip 재수학원
최근 최상위권권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메이저 재수학원은 대성학원, 청솔학원(강남하이퍼학원), 종로학원, 메가스터디 학원이다. 이외에 수많은 중, 소 재수학원이 있다. ‘강대’라는 별명의 강남 대성학원은 Top 3 대학과 의대, 치대, 한의대 정시를 석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년도 수능 언어, 수학, 외국어 등급 합을 4 나 5 (즉 언어 1등급, 수학 2등급, 외국어 1등급으로 4를 맞추는 식이다)로 맞추거나 자체 입학 고사를 봐야 들어 갈 수 있다. 기숙학원도 위 학원에서 운영하는 기숙학원과 기숙학원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등용문 학원 등 수 많은 학원들이 수도권에 포진하고 있다. 자세한 학원 정보는 인터넷 검색이나 학원 방문 상담 등을 통해 알아 볼 수 있다.
편입
편입은 휴학이나 자퇴로 인해 생긴 대학 3,4 학년 빈자리를 다른 학생들로 채울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보통 일반 편입은 1,2 학년을 이전 대학에 다니거나 학점 은행제로 70학점을 채운 후 새로운 대학의 3학년으로 입학하는 것을 말하고, 학사 편입은 140 학점의 4년제 대학 졸업 학점을 채운 상태에서 새로운 대학의 3학년으로 편입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편입생들은 일반 편입을 선택한다.
2018학년도 기준으로 주요 편입 대상 68개 대학의 일반 편입 정원은 일반편입 10,548명(인문 4,854명, 자연 5,694명), 학사 편입 2,955명 (인문 1,418명, 자연 1,537명)이었다. 이 가운데 서울 최고 선호 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10개 대학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외국어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의 일반 편입 인원은 인문계열 603명, 자연계열 694명 이었다.
수능에 비해서는 훨씬 좁은 문이지만, 편입의 장점 중 하나는 전형 과목이 문과는 보통 영어나 영어+국어, 이과는 영어+수학으로 공부 부담이 수능에 비해 훨씬 적다는 점이다. 물론 영어 수준이 수능 난도를 넘어서는 대학원 영어나 SAT 수준이다. 필자는 20여년의 동안 재외 국민 특례 입시지도를 하며 편입 입시 지도를 15년 이상 해 보았다. 그 동안 편입하는 학생들을 보니, 결국 위의 Top 10 대학에 가는 학생들은 Top 30 위권 안에 드는 학생들 대부분이고, Top 30 위권 대학에 가는 학생들은 Top 60 위권 대학을 다니던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1,2 년의 편입 공부로 대학 레벨을 1-2 단계를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1-2 레벨 올리고도 취업이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이다. 그렇기에 매번 강의실에서 편입은 짧고 굵게 끝내고 빨리 사회 나올 준비를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학부 간판 때문에 스펙에서 밀리고, 스펙에서 밀려서 취업이 잘 안 된다는 피해 의식이 있는 학생들에게 이런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하여간 입시 현장에서 보면 100명이 편입을 준비하면 5명 정도가 목표한 정도의 대학 상승을 이루고 20-30명은 전에 다니던 대학에 비해 1,2 단계 높은 대학에 가고, 나머지는 실패하고 이전 대학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편입 학원비용은 재수 비용에 비해서는 훨씬 저렴하다. 한 달 수강료가 과목당 30만원 전후이고, 영수 두 과목을 듣고, 교재비 등을 더해도 100만원을 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재수 할 형편이 되지 않아 편입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학생들도 많은 편이다. 그리고 편입 영어를 해 두면 나중에 공무원 영어 시험이나 각중 수험 영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공부해 보는 학생들도 있다.
심샘의 Tip. 영어만 잘 하면 편입이 수월한가요?
편입에서 영어의 비중이 절대적이고 영어가 상당히 어렵게 출제되기 때문에, 다른 과목은 못 하더라도 영어만 잘 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런식으로 생각하면 조기 유학으로 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보내거나, 영미권 대학에서 2년 정도 다니고 편입 시험에 응시하면 한국 Top 10 대학으로 쉽게 편입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선 해외파의 경우는 문법이 약하다. SAT나 GRE 수준의 어려운 어휘 암기력도 약한 편이다. 그리고 해외에서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오는 학생들은 국내 대학으로 유턴할 이유가 별로 없다. 결국 돌아오는 학생들의 입시 경쟁력이 그리 높지 않다.
이 책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 하지만,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이 영어 시험을 잘 보는 것이지, 영어 회화 좀 하고 영어 수업 들을 수준의 청취력이 된다고 어려운 영어 시험을 잘 보는 게 아니다. 최상위권 대학 편입은 해외파보다 국내 대학 Top 20 권 학생들이 1-2년 동안 고급 영어 시험공부를 열심히 해서 합격하는 사례가 훨씬 많다. 다른 과목은 못 하더라도 영어 하나만 하면 어떻게든 살길이 열린다는 막연한 생각이 현실에서는 그리 맞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심샘의 Tip 편입 수학
주요 대학 자연 계열 편입 전형 과목은 영어+ 수학인 경우가 많다. 수학의 경우 대학 수학이 시험에 출제 되는데, 수험생들은 편입 수학이 양은 많지만 수능과 같이 융합 사고를 해야 하고, 여러 개념이 얽혀 있는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충분히 공부 해 볼 만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즉, 양은 많지만 성실하게 하면 수능 수학에 비해 좀 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평이다. 그래서 필자의 제자 가운데 고등학교 때는 문과였지만, 취업을 고려해서 편입 수학을 공부하고 이공계로 진학한 학생들도 꽤 있었다.
심샘의 Tip. 재수보다 학사 편입
주변 지인들에게만 넌지시 알려 주던 정보인데, 어차피 대학을 포기하지 못하고, 재수나 삼수를 할 생각이면 삼수 이상 보다 학사 편입을 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고등학교만 졸업한 아이가 일반 편입도 아니고 어떻게 학사 편입을 할 수 있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점 은행제라는 제도가 있어서 온라인 강좌로 시간제 수업을 듣고 (1년에 최대 42학점), 독학사 시험에 응시하고 관련 자격증(최대 3개 까지 인정)을 취득하면 1-2년에 140학점을 딸 수 있는 길이 있다. 시간제 수업비용은 42학점을 다 들을 경우 200만원 전후이다. 이렇게 해서 학사 학위를 받으면 일반 편입이 아닌 학사 편입으로 편입 시험 응시가 가능하다. 그리고 경쟁률 면에서 학사 편입은 일반 편입에 의해 훨씬 낮은 편이다.
필자는 대학 2학년을 마치고 70학점을 채워 일반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 가운데 영어 실력이 너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이런 학사편입을 권하기도 한다. 다들 영어가 관건이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영어 공부부터 하기 쉬운데, 먼저 ‘자격’을 갖추고 나중에 ‘실력’을 기르는 게 편입의 정석이기도 하다. 학사 편입이 일반 편입 보다 입시 경쟁률이 낮은 것을 둘째 치고, 우선 학사 자격을 갖춰두면 최악의 경우 편입이 안 되었을 때도 최종 학력이 고졸이 아니라 대졸이 된다. 그러면 아래서 이야기 할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 등의 수많은 다른 선택지를 쓸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사실 학점 은행제는 일을 하며 공부하거나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지속적으로 하기 힘든 학생들을 위한 제도이다. 이렇게 입시 샛길로 활용하여 미안하기는 하지만, 최소한 불법은 아니다. 재수, 삼수 하고도 대학을 못 가느니, 학사 편입을 해 보고 안 되면 학사 학위를 갖는 게 학생입장에서도 나을 수 있기 때문에 몇몇 분들께만 알려 드리고 있었다.
대학원 진학
위의 편입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내용인데, 학벌이 그렇게 신경 쓰이고, 요즘 세상에 대학은 나와야 시집, 장가도 갈 수 있다고 생각 된다면 대학원이라는 옵션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 아이가 철학에 관심이 있어서 철학과에 가고 싶은데, 영어, 수학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서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다는 고민을 상담해왔다. 이 아이 부모는 어느 정도 경제적 형편도 되어서 아이가 하고 싶은 공부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가능한 Top 20 위권 대학에 가고 싶다고 한다.
지금 상황에서 수능을 봐사 대입으로Top 20 위권 대학 철학과를 가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Top 20 위권 대학원이라면 충분히 도전 해 볼 만하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의 인문학이나 순수 과학 전공은 취업이 잘 되지 않는다. 대학원을 나오고 박사 학위를 받아도, 갈 수 있는 연구직이나 교수자리도 한정되어 있다. 학부에서 20-30명 졸업생이 있다고 해도, 한해 2-3명 이상의 대학원생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인문대나 비인기 학과의 대학원 입학의 문턱은 대학에 비해 훨씬 낮다.
Top 3 대학의 인문대 대학원은 Top 20 위권 졸업생이면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다. Top 20 위권 대학원이라면 Top 50-60 위권 수준의 학부 졸업생이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다. 위의 학생의 경우 수능을 공부해서 목표한 대학에 가기가 힘들다면, 방송통신대학교나 사이버 대학교, 혹은 위에서 말한 학점 은행제 등을 활용해서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바로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 말한 대학에 철학과는 없지만 어문 계열이나 상담 심리 등 유사 전공을 하고 철학과 대학원에 진학 할 수 있다. 진학 하려고 하는 대학원 시험문제를 확보해서 공부하고 정식으로 지원할 수 있다. 밑에서 공부하고 싶은 교수님의 외부 강연을 듣고, 책을 읽고, 적극적으로 진학 의사를 밝히며 대학원 진학 자문을 구해 볼 수 있다. 많은 인문학이나 순수학문은 대학원생이 모자라고, 대학원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대학도 많다. 기본적인 자격만 갖추고, 열심히 공부하려고 하는 마음이 있는 학생을 거부할 학교는 그리 많지 않다.
최악의 경우 한국 대학 진학이 힘들다면, 학사 학위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 대학원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다른 나라 대학원도 순수학문은 학부에 비해서는 훨씬 문이 넓고, 장학금도 학부보다 많은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해당 국가 외국어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수능과 재수 삼수, 혹은 편입을 통해 2-3년을 낭비하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다.
심샘의 Tip. 방송통신대와 사이버 대학
방송 통신대학교는 직장인이나 만학도를 위한 국립 원격 대학교이다. 4개 단과대학에 24개 학과가 있다. 4년 140 학점 졸업 기준이나, 학점 은행제등을 통해 학점을 확보하고 2,3 학년으로 편입하는 방법으로 졸업을 단축할 수 있다. 입학대비 졸업생 비율은 20% 전후로 알려져 있다. 아무래도 공부에만 전념할 수 없는 학생들이 많아 졸업이 쉽지는 않다.
사이버 대학은 사립대학이 운영하는 원격 대학이고, 학부 뿐 아니라 다양한 대학원 석사 과정 프로그램도 있다. 학비는 방통대가 연간 100 만 원 이하이고, 사이버 대학도 학부는 입학금 30만원에 학점 당 6-8만원 수준이다. 한 학기 20학점을 들으면 학 학기 학비가 160만원 전후 인 셈이다. 방통대는 출석 수업도 있지만, 대부분의 수업은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된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대신, 얼마나 자기중심을 잡고, 공부하느냐가 관건이다.
유학
중고등학교 때 한국식 입시 제도가 맞지 않아, 입시로 승부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은 들고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유학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많은 경우 언어 특히 영어가 관건이 된다. iBT 토플 점수 100점 (120점 만점) 전후라면 미국 웬만한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또, 영미권 대학 뿐 아니라 영어 점수를 바탕으로 일본이나 중국, 유럽 대학의 영어 전형으로 진학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최근 이런 유학 상담을 해 주는 유학원이나 컨설팅 업체들이 많이 생기고 있으니 인터넷 검색을 통해 몇 군데의 설명회와 상담을 받으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아이가 외국에 나가 많은 유혹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잘 견딜 수 있느냐이다. 그리고 그 나라에 잘 적응하고 그곳에서 일자리를 얻으면 괜찮은데, 오랜 외국 생활 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우 한국에서 기반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이다. 최근에는 독일 등 학비가 그리 많이 들지 않는 유럽 지역의 유학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독일은 기본적으로 과학을 공부한 이과생들만 유학의 문이 열려있다.) 하지만 1세대 졸업생들의 경험을 보면, 결국 독일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살지 않는 한 독일 학위를 가지고 한국에서 생활하거나 기반을 만들기도 쉽지 만은 않다. 어느 방법을 취하느냐 보다,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는 아이의 그릇과 내공이 갖춰져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심샘의 Tip. 와세대 대학 국제교양학부(School of International Liberal Studies)
와세대 대학은 게이오 대학과 더불어 일본의 양대 명문 사학이다. 와세대, 게이오는 종종 우리나라의 고려대 연세대와 비교되기도 한다. 서울대와 같은 위치의 학교는 도쿄대와 쿄토대이고, 이 두 대학 모두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와세대 대학 국제 교양 학부는 매년 125명을 선발하고 일본인을 포함한 외국인이 지원할 수 있다. 고등학교 졸업장과 토플 등의 영어 공인 성적과 SAT나 한국 수능 점수 등이 있어야 한다. 첫 해 학비는 입학금 포함 160 만 엔, 우리 돈으로 약 1600만원 수준이다.
외세다 대학 이외에 APU(Asia Pacific University), 메이지 대학 등 몇 몇 영어로 수업하고 영어 전형을 하는 일본 주요 대학이 있다. 중국 명문대에도 이런 과정이 있지만, 중국은 졸업 후 중국에서 취업이 쉽지 않은 반면, 일본의 경우 노동 인력이 부족하여 일본에서의 취업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도 10년 후면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 되어, 취업난이 지금만큼 심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국제적인 감각도 기르고 일본 전문가로서 자리를 잡는다는 차원에서 일본 유학은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옵션이다.
새로운 선택지의 전제 조건
이전 필자의 특례 제자 중 학원 모의고사는 거의 문과 최상위권인데, 입학 자격이 상위권 몇 대학밖에 안 되는 학생이 있었다. 성적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합격을 낙관 했는데, 아쉽게도 자격이 되는 대학 3곳 모두 떨어지고 말았다. 재수와 편입 등 여러 가지 진로를 놓고 고민했는데, 부모님이나 아이는 호주 쪽 유학을 택했다. 최종적으로 호주 시드니에 위치해 있고, 세계 100대 대학에 드는 맥쿼리대학교(Macquarie University)에 입학했다. 몇 년 후 학원에 인사를 왔는데, 호주 생활도 잘 하고 있고 학점도 잘 나오고 장학금도 받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위에서 말한 많은 선택지는 이 학생처럼 공부 그릇이 있으나 시험 운이나 입시 운이 없는 경우나, 이 글 처음에 말한 대로, 공부의 때를 놓쳤지만 늦게 치고 나올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에게 의미가 있는 내용이다.
흔히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한다. 한국에서 공부가 안되고, 입시가 안 풀려서 다른 나라로 등 떠밀리다 시피애서 해외로 유학 간 아이들에 대해 안 좋은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필리핀 국제 학교에 다니다가 미국으로 유학 간 한 학생을 만나보니, 자신이 다니는 미국 대학에서 한국 유학생들 이미지는 부모가 돈이 많아 유학을 보내 줬지만, 영어도 안 되고, 공부도 안 되는 아이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프로젝트 수업에서 조를 짜는 데 미국 친구들이 서로 자기를 피하려고 했다고 한다. 나중에 이유를 물어보니, 전에 한국 유학생과 같은 조에 들었다가 자기들 학점 잘 안 나와서 될 수 있으면 한국아이와 같이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한다. 다행히 자기는 영어도 잘 하고, 공부도 어느 정도 하는 편이어서 미국 친구들이 자기 덕분에 한국 유학생 이미지가 개선되었다고 한다.
결국 국영수 문제지 푸는 공부가 안 되더라도, 아이가 자기 소신이 뚜렷하고, 어느 환경에도 적응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작은 실패를 뚫고 나갈 수 있는 근성이 있다면 수능 이외에도 수많은 선택지가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 세 가지가 빠지면 이 모든 선택지는 다시 그림의 떡이 된다. 그렇다면 초, 중등때 인지 공부가 안 되는 아이들에게 더 시켜야 할 것은 문제지 푸는 공부일까, 소신과 문제 해결 능력과 근성을 기르는 일일까?
<칼럼니스트 소개: 심정섭>
2009년 부터 텐인텐에서 "사교육비 경감", "올바른 자녀 교육"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강남에서 대학생과 고등학생에게 18년 동안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고, 이제는 영어라는 물고기 보다, 인생 경영이라는 물고기 잡는 법을 전하기 위해 공부하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주로 고3과 대학생, 임용 고시 준비생을 지도했지만, 지금의 사교육과 가정의 해체로는 나라의 비전이 없다고 보고, 사교육비 경감과 가정의 회복, 자연출산 및 부모 교육, 유대인식 독서, 토론 교육의 확산을 위한 이론을 정비하고 실천에 이르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대한민국 학군지도>>(진서원, 2017), <<초등 5,6학년 학군상담소>> (진서원, 2017), <<질문이 있는 식탁,유대인 교육의 비밀>> (예담 프렌드, 2016), <<1% 유대인의 생각훈련>> (매경, 2018) 자연교육법적인 원리에서 현재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 <<강남에서 서울대 많이 보내는 진짜 이유>>, (나무의 철학, 2014)와 유대인식 누적 암송을 통해 영어를 정복하는 방법을 제시한 <<20살 넘어 다시 하는 영어>>(명진출판, 2011)가 있습니다.
진정한 부모 교육은 태교와 출산교육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연출산 운동에도 관심을 갖고 자연스러운 탄생이야기(T-store ebook)를 쓰고 <<평화로운 출산, 히프노버딩>>(샨티, 2012)를 번역하였습니다.
현재 더나음연구소를 설립하여 뜻을 같이 하는 부모들과 더나은 육아와 교육적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유대인식 자녀 교육의 한국적 적용과, 입시교육과 대안교육의 한계를 넘어 가정 중심의 더나은 교육을 실천하는데 관심이 있고, 유대인 자녀교육의 한국적 적용을 다룬 저서와 탈무드 관련 저서를 집필 중에 있습니다
대한민국 학군지도 http://www.yes24.com/24/goods/34424634
초등 5,6학년 학군상담소 http://www.yes24.com/24/Goods/41852231?Acode=101
강남 서울대 http://www.yes24.com/24/goods/13606873?scode=032&OzSrank=1
질문이 있는 식탁, 유대인 교육의 비밀 http://www.yes24.com/24/goods/24333069?scode=032&OzSrank=1
1% 유대인의 생각훈련 http://www.yes24.com/24/goods/57840483?scode=032&OzSrank=3
심정섭의 학군과 교육 블로그 http://blog.naver.com/jonathans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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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진짜 도움이 많이 되는 글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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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둘을 둔 부모로써 공감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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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하는 내용이예요.
생각하게 만드는 말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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