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5주간 금요일 복음묵상
(마르7,31-37)
<예수님께서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 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셨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는데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를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시고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에파타!”하고 말씀하시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들을 수 있는 귀와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지만 때로는 들을 수 있음에도 듣지 않는 경우가 있고, 볼 수 있음에도 보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듣고 싶은 것만을 들으려 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것만을 보려고 합니다.
예전에 성령기도회에서 함께 계시던 돌아가신 김대군 신부님께서 눈이 안보이셨던 말년에 저에게 하신 이런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눈이 안보이니까 그동안 못 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구. 그리고 하느님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보이더라구.”
예전에 영화 ‘어거스트 러쉬’에서 주인공 소년이 혼자 머물면서 세상이 연주하는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아름다운 곡들을 만들어가던 모습이 마음 깊이 남아 있습니다. 그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이 든 것이 어쩌면 그와 같이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통해서 당신의 사랑을 들려주시고,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는 그것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 행복을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우리에게 오늘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통해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시며 ‘에파타’ 곧 열려라 하고 말씀해 주십니다. 우리가 진정 주님의 말씀에 따라 그동안 닫혀진 귀와 눈이 열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듣고 볼 수 있기를 바라며 함께 기도했으면 합니다.
“예수님께서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 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셨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