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글쓰기의 세계
티스토리/ 내면의 불꽃을 깨우는 동기부여
⑧ 솔직하게 말하면 배가 아파요
글쓰기 강사들이 강연이나 강의 후에 듣는 가장 뿌듯한 말은 무엇일까? 바로 ‘수업을 듣고 글을 쓰고 싶어졌다’라는 말이다.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나 글을 쓰다가 막힌 사람을 다시 쓰게 만드는 힘. 이것을 ‘글쓰기 동기부여’라고 한다. 아무리 좋아해도 지그 지글러처럼 유명한 동기부여 연설가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나도 그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동기를 끊임없이 부여하고 있다.
동기부여는 대상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글쓰기에 관심이 없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글쓰기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거나 안 좋은 감정들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반면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창의성과 자유로움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글쓰기를 좀 더 즐기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감을 갖고 쓰는 일에 재미를 붙이게 된다.
때로는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정도 글이라면 나도 쓸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되는 작품을 읽었을 때, 새로운 경험을 글로 옮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을 때, 그리고 가까운 사람이 책을 냈을 때다.
『취미로 글쓰기』라는 에세이를 전자책으로 2023년 3월에 냈다. 가르치던 남학생들에게 책이 나왔으니 한 권씩 사달라고 홍보를 했다. 그런데 남학생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축하한다는 말이 아니었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부러워요.”
“솔직하게 말하면 배가 아파요.”
나는 어릴 적부터 친구들에게 질투를 많이 받아왔다. 밥을 굶어가며 다이어트로 날씬한 몸매를 유지했을 때도 여학생들의 시기를 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정신건강 검진을 받았을 때 편집증 수치가 굉장히 높게 나왔다. 편집증이란 대상에게 적의가 있다고 판단해 끊임없이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는 증상이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밥그릇을 뺏길까 봐 조마조마해 한다. 게다가 집에서는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 낀 둘째여서 악착같이 자기 밥그릇을 챙겨야 하는 입장이었다. 학생들의 예상치 못한 말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나는 쿨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뭐가 부러워요. 입금하면 다 내줘요.”
맞는 말이다. 자비출판은 입금하면 거의 다 책을 내 준다. 내 돈 주고 내가 낸 건데 왜 남의 질투를 받아야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비출판을 한 것은 자신의 글을 세상과 공유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글쓰기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을 기울였으니,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받는 것은 당연했다.
나는 선생님으로서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글쓰기 선생님은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꿈을 향한 동기부여를 제공해야 한다. 내가 책을 낸 게 학생들에게 자극이 됐다면 이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사건 이후 강연을 나가면 이런 질문을 한다.
“여러분, 주변에서 책을 낸 걸 보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대부분 반응은 이렇다.
“대단해 보여요.”
“저는 못 할 것 같아요.”
“자랑은 다른 차원의 사람 같아요.”
단체 강의여서 그런지 남학생들처럼 배가 아프다고 솔직하게 대답하는 분은 없었다. 나는 그때 이런 말을 했다.
“주변에서 책을 낸 걸 보는 게 가장 큰 글쓰기 동기부여가 될 수 있어요.”
며칠 후 남학생들이 찾아왔다. 자기들도 선생님처럼 책을 써보고 싶다고 했다. 전자책에도 이렇게 질투심을 느끼는데 종이책을 출간한 사람들을 보면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가야 할 정도일 것 같다. 하지만 ‘글 변비’에 걸린 학생들이 다시 글을 쓸 수만 있다면 이런 식의 질투는 기꺼이 환영한다. < ‘잘 쓰겠습니다, 일탈 강사 김연준이 들려주는 솔직담백 글쓰기 라이프(김연준, 서교출판사, 2024.)’에서 옮겨 적음. (2024. 4.19. 화룡이) >
첫댓글 부러우면 글도 되지요
저는 울기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유럽엔 잘 도착하셨는지요?
좋은 여행길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