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미분양 아파트는 진주다. 진주는 아무나 캘 수 없고 아무나 가질 수도 없다. 그만큼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 미분양 아파트는 구입 조건 및 세제 혜택에 있다.
하지만 일단은 신중한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어떤 미분양을 고르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단점이 상대적으로 적고, 입주 시점에는 단점이 사라질 수 있는 물건을 고르는 것이 지혜다.
결국 진흙 밭에서 진주를 찾는 심정으로 철저히 분석한 뒤 구입해야 한다.
1. 구입 목적을 분명히 정한다
미분양 아파트와 상가를 살 때는 직접 입주 또는 입점할 것인지, 투자 목적인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입주용이라면 가격과 대금 납주 조건을 최우선 요인으로 삼아야 한다.
층이나 향이 덜 좋더라도 생활권에 맞는 곳을 고르면 된다. 투자 목적이라면 개발 잠재력이 높은 곳을 선택해야 한다. 주변에 혐오시설이 들어서 있거나 들어설 예정인 곳은 피해야 한다.
2. 분석 및 평가표를 만든다
미분양 아파트에서 진주를 찾으려면 두 가지를 점검해 미분양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미분양 아파트 평가표’를 만들어 B씨처럼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보면 더욱 좋다. 두 가지 체크포인트는 시장 상황과 해당 상품의 객관적인 가치다.
분양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데도 미분양이 되었다면 일단 선택 대상에서 빼야 한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는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잘못 판단하거나, 분양업체가 마케팅을 소홀히 해서 미분양이 났을 수도 있지만 상품의 가치가 낮은 경우가 더 많다.
시장이 침체기일 때는 상품의 객관적인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상품의 질이나 입지여건은 괜찮은데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미분양이 났다면 이는 길게 보고 구입해야 한다. 이 경우는 상품 자체의 문제보다는 시장 상황 때문에 미분양이 생긴 것이다. 미분양의 원인이 구조적이지 않고 한시적이다.
이러한 유형의 미분양 아파트는 시장 여건이 조금만 나아지면 눈 깜짝할 사이에 팔려 나간다. 웃돈까지 붙는다. 누가 보아도 미분양이 될 아파트가 아닌데, 전체 분양 시장의 영향을 받아 남아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아파트는 시간이 문제이지 결국은 제 값을 찾아간다. 이것이 미분양 아파트 구입의 포인트다.
다만 알짜 미분양 아파트라 해도 가치를 인정받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수도 있으므로 자금계획을 잘 세워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하고 나서 하루하루 시세 변화에 관심을 갖고 조바심을 내면 큰 열매를 맛보지 못한다.
3. 지금보다는 미래의 가치로 평가한다
미래 가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전철 철도 도로가 뚫리고 아파트 단지 주변에 역사가 들어서면 주거환경이 몰라보게 나아진다. 교통이 좋아지면 상권이 형성되고 인구가 늘어난다.
집을 사려는 수요가 당연히 증가한다. 발전 전망이 밝은 곳에 생긴 미분양 아파트는 일반인들의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가치를 발산한다.
예를 하나만 들자. 서울 강서구 등촌동과 화곡동의 공항로 주변은 지금은 지하철 노선이 없다. 하지만 2007년에는 지하철 9호선이 완공되어 역사가 곳곳에 들어선다.
이 노선은 여의도와 강남으로 연결된다. 이들 지역에서 입주 시기가 2005~2007년인 아파트나 상가가 미분양 되었다면 입주 및 완공 시점을 기대하고 미분양 물량을 잡아두면 된다. 이 정도의 예측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일반인들도 할 수 있다.
미분양 아파트나 상가를 구입할 때는 메모지를 꺼내 입주 시점의 상황을 그려보라. 어렵지 않게 판단이 선다. 입주 시기에 장점이 많을수록 매입 가치가 있다. 점수는 단지 규모, 주변의 편의시설, 학군, 쾌적성, 교통망, 시공사 브랜드 등의 항목별로 매긴다. 입주 시점에 다른 단지와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다면 더 좋다.
4. 대단지 미분양 물량을 노린다
단지가 크다는 것은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지만 분양 시장 침체기에는 되레 미분양 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공급 물량에 비해 사려는 이들이 적어 물량을 소화하는데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단지의 미분양 물량은 길게 보면 유망하다. 시장이 회복하면 단지가 크다는 것은 가격 상승의 재료로 부각된다. 따라서 미분양 아파트를 살 때는 같은 값이면 대단지가 낫다.
지금은 입주해서 값이 꽤 오른 대단지 중에는 분양 초기에 미분양으로 애를 먹은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삼성, 마포구 중동 현대,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분당신도시 백궁역 주변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대표적인 예다.
5. 미분양 가구 수를 파악
미분양 가구가 너무 많으면 투자 가치가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입주 후에도 시세가 약하다. 이런 아파트는 결정적인 단점을 안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므로 구입 조건이 아주 파격적이지 않다면 구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하러 가면 일단 좋지 않은 동·호수부터 권하므로 더 나은 물건이 없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분양업체는 좋은 물건부터 팔고 나면 나머지 물건은 악성 미분양으로 남게 되므로 인기 없는 동·호수부터 팔려고 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분양업체 직원이 내놓는 물건을 덥석 계약하지 말고 ‘좋은 물건이 아니면 계약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집요하게 요구해야 한다. 어차피 미분양 물건을 구입하는 주도권은 소비자가 쥐고 있으므로 분양업체에 끌려 다닐 필요가 없다.
6. 분양이 잘 된 아파트의 미분양 평형은 놓치지 말라
아파트 전체의 계약률은 높았는데 일부 비인기 평형이 미분양된 경우가 있다. 이때는 주저하지 말고 구입해야 한다.
다른 평형이 모두 팔렸다면 단지의 전체적인 평가는 좋다고 볼 수 있다. 향과 층이 좋지 않거나, 틈새 평형이어서 미분양 되었다면 시간이 문제지, 결국은 다른 평형과의 가격차를 좁힌다.
입주가 다가올수록 저평가 요인이 걷히고 선호도도 높아진다. 특히 단지 전체의 물량이 귀할 경우에는 인기를 모으기도 한다. 비인기 평형은 이런 때 파는 게 요령이다.
7. 계약 마지막 날에 모델하우스를 방문
청약률이 100%를 넘었다고 해서 계약률이 100%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동·호수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갑작스런 사정이 생겨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이 간혹 있다.
미계약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정식 계약기간의 마지막 날 모델하우스로 찾아가 현장소장에게 구입 의지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 예비 당첨자 배정까지 끝난 경우라면 현장에서 상담 후 곧바로 계약을 해도 된다.
미분양 아파트는 건설업체가 선착순으로 임의 분양하므로 적극적인 의사를 표현한 사람이 유리하다.
간혹 분양업체들이 일부러 미분양 물량을 숨기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빨리 팔기 위해 계약금을 들고 찾아온 손님에게 분양한다. 전화로 문의하면 없다고 말하지만 직접 찾아가서 계약금을 보이면 없다던 물량도 내놓는다.
8. 건설업체의 건실성도 중요하다
재무 구조가 건실하지 못한 업체가 분양하는 아파트가 미분양 물량까지 많을 경우 공사 도중에 부도날 확률이 높다. 금리가 낮아 건설업체의 부도율이 낮아지고 있으나 제조업에 비해 건설업체는 부도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건설업체가 부도나면 공사가 늦어져 입주 때까지 마음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아파트는 분양 보증 대상이므로 입주 지연 등의 손해만 감수하면 되지만 상가는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
9. 지방의 미분양은 입주 시점까지 기다려라
지방은 아파트 공급이 포화 상태이므로 초기 분양률이 낮다. 부산 대전 등 일부 광역시는 새 아파트의 인기가 살아나 미분양이 많이 생기지 않지만 대부분의 지방 도시는 입주 시점에 가서야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게 현실이다.
소비자들이 이를 알고 입주 시점에 가서야 미분양 주택을 계약한다. 사실상의 후분양제다. 느긋한 자세로 기다렸다가 입주 3~6개월 전에 구입하는 것이 낫다. 그만큼 중도금 이자 부담을 아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