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간 부엌의 장인, 공양주 이야기 공양간에서 밥을 짓거나 살림을 책임지는 사람을 절에서는 ‘공양주’라고 한다. 절에서 먹는 밥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고 헛배가 부르지 않는다. 몸에서 “정말 좋아!” 하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양 절 음식은 담백하고 건강하다. 마음 푸진 공양주 보살이 지어주는 밥을 만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이 책은 평생을 절집 공양간에서 보낸 국보급 공양주들의 애환과 절집 사람들의 일상을 찬찬히 둘여다본다. 공양간에서 무던하게 일하는 이 ‘밥을 짓는 수행자’의 이야기다. 공양주란 불법과 가까운 인연을 맺어야 제대로 해나갈 수 있는 ‘수행’이다. 스승과도 같은 공양주들이 일러주는 것은, 밥 짓는 법이 아니라 마음을 짓는 법이다. 한량없이 자신을 낮추는 마음, 늘 감사하는 마음, 너와 내가 둘이 아닌 마음……. 헤아릴 수도 없이 다양한 ‘마음 요리법’을 그들은 공양간의 일상에서 무언(無言)의 습(習)으로 보여준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 속에 어우러진 삶의 의미와 행복한 마음 짓는 법도 생각하게 해준다.
절간 부엌의 장인, 두 할매의 공양간 북한산국립공원 초입 광륜사에서 수십 년 세월을 여일한 초심으로 스님들을 시봉해온 칠순의 할매들이 있다. 평생을 ‘장좌불와(눕지 않고 앉아서 수행함)’와 ‘일중식(하루에 한 끼만 먹음)’을 실천한 청화 큰스님의 밥상을 챙겨온 자성월 핼매와 그 할매의 오른손과 같은 부공양주 공덕심 할매의 이야기.
자성월 할매 송광사 스님의 딸로 태어나 13세 때부터 공양간 살림을 시작한 공양주. 한국 불교계의 큰 어른인 청화 스님을 시봉했으며, 큰스님이 주석한 태안사와 성륜사에서 지내던 시절 인연 속에서 ‘스님들의 어머니’로 통하기도 했다. 잠깐 무언가 조몰락거리는 듯하면 반찬 서너 가지를 뚝딱 만들어낸다 하여 일명 ‘조물락 보살님’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공덕심 할매 수십 년간 공양간 살림을 통해 하심(下心)을 습(習)으로 익혀버린 내공의 도력이 지리산의 도인 못지않다. 충청도 사람답게 여유로운 성품을 지녔으면서도 호기심 많고 짓궂고 넉살 좋은 할머니다. 여러 절의 공양간을 떠돌며 지낸 모진 세월 속에서도 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만년 소녀와 같은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타고난 농사꾼, 전여사의 공양 매 끼니 정성으로 밥을 짓는 수행을 일평생 한다면 도라도 깨치지 못하랴만, 공양주로 산다는 건 웬만한 인연이 아니고는 힘들다. 공양간의 고된 일상도 행복한 업으로 생각하는 전정희 여사는 공양간의 ‘밥 짓는 수행자’다.
전정희 여사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는 공양주. 유쾌하고 화통한 성격이 매력이다. 같은 전라도 사람도 알아듣기 힘든 진한 남도 사투리와 재치 넘치는 입담, 푸진 인심으로 절에 오는 사람들에게 웃음과 편안함을 선사한다. 아무리 힘든 상황도 긍정적이고 밝은 사고로 용기 있게 헤쳐 나가는 지혜를 지녔다. 농사를 짓는 한편, 산으로 마를 캐러 다니며 아이들을 키우고 중풍으로 앓아누운 남편을 20여 년 동안 수발할 만큼 속정 깊고 의리 있는 여장부다.
고산(高山)에서 온 천진불, 티베트 스님들의 공양간 부산 토성동 고갯마루에 위치한 광성사에는 멀리 인도 다람살라에서 건너온 티베트 스님들이 있다. 공양간에 무시로 나타나는 개미 떼를 일러 티베트 스님들은 ‘중생’이라고 한다. 하찮은 미물도 우리와 다름없는 중생으로 생각하는 보리심이 티베트 스님들의 공양간 살림살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남 스님 넉넉한 풍채만큼 온화한 성품을 지녔으며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15세에 인도로 망명해 할머니의 소원대로 달라이라마를 뵙고 출가했다. 티베트의 5대 불경을 공부했고, 인도의 데붕 라퇴 사원에서 10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한국에 온 지 6년째이며, 한국에서 생활하게 된 것을 그저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거의 모든 음식이 입에 잘 맞아 전생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따시 스님 안경을 걸치면 영락없이 간디가 되는 따시 스님은 한국에 온 지 1년 반쯤 되었다. 작은 체구에서 넘쳐나는 재기 발랄함과 타고난 낙천성은 사막에 혼자 떨어져도 즐겁게 살아갈 정도.
로남 스님 11세의 어린 나이에 티베트에서 인도로 망명했으며, 달마를 쏙 빼닮았다. 아이보다 더한 순수함과 미소는 스님의 트레이드마크.
밥 한 그릇 속에 생명을 담는다 “우리가 먹는 밥 한 그릇 속에 담겨진 한 톨 한 톨의 곡기가 우주요 교감이다. 그 한 톨의 곡식에 물이, 불이, 마음이 담기면 생명이 살아난다. 피가 돌고 눈빛이 살아나며 맥박이 뛴다. 함영의 이 책을 보고 팔뚝에 힘차게 뛰고 있는 맥박을 보는 것과 같다. 깊고 음습한 곳에 묵묵히 밥 짓는 공양주는 어둠을 밝히는 빛이며, 그들의 손길에 와 닿는 음식의 재료들은 우주 자연의 합창소리다. 향기다. 사랑이다. 전설이다. 깨닫고 깨닫지 않고는 개인의 몫이요. 보리밭 밟고 가는 노력처럼 추위 걷어낸 봄밭이 마냥 사랑스런 감동이 되는 것은 밥을 창조하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 산당 임지호(자연요리연구가, 화가) 추천사 중에서
몸에 좋고 만들기도 쉬운 사찰음식 & 다이어트 요리 30가지 정성을 나누고 자연을 나누고 생명을 나누는 것이 바로 사찰음식의 진수다. 사찰에서는 밥을 먹는 것도 수행이다.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담백한 맛을 내는 사찰음식의 비법과 약이 되는 음식 비법을 소개한다. 사찰음식을 독자가 직접 만들어볼 수 있도록 공양주에게 직접 받은 레시피를 함께 실었다. 잊혀가는 전통 음식에 대한 상식과 요리법이 시골 아낙들의 정서와 손맛 그대로 소개되어 있으니 건강한 식단을 꾸미는 데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전정희 여사와 선덕행 보살의 음식 만드는 설명이 우선 박자도, 음정도 착착 맞아떨어지는 것이 판소리 중 한 소절을 듣는 것 같다. “어이, 배추가 오나 보네. 경운기 소리가 나는 걸 보니”로 사설이 시작되고, ‘소금 뿌려’ 중중모리, ‘무채 써는’ 자진모리를 지나 “나는 갓이랑 미나리부터 씻어놓고 다시마 물 안쳐서 찹쌀 풀을 쑬랑게, 통과~” 얼쑤, 잘 넘어간다. 전정희 여사와 선덕행 보살의 합이 잘 맞는다. 두 할머니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소림 무술이 횡행하던 시대에 태어나셨다면 아마도 소림파와 무당파의 거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칼 갖고 뭣에 쓸랑가, 모기 대가리도 못 치것네.” “뭐시여?” “내 손바닥에서 나오는 3년 묵은 장풍 맛을 볼랑가?” 우리는 굿이나 보고 뒤풀이로 떡이나 먹으면 될 터! 예부터 고수는 절에서 내려오더라구!!!
- 전유성(개그맨) 추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