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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의 선비 집안은 이 같은 풍속으로 우리의 전통과 가풍을 이어갔습니다. 이제 궁금증이 좀 풀리셨는가요?”
지난 7일 오전 안동 민속촌길 13번지 안동민속박물관.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 속에서도 전시관은 호기심 충만한 눈빛으로 가득 찼다. 30대 중후반부터 60대 초반까지 중장년들의 눈빛이다.
하지만 경북지역의 전통문화를 체득하려는 눈빛과 귀 기울임은 흡사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궁금증 해소에 목말라 하는 어린 아이들의 그것과도 같았다.
안동포와 관련된 유물이 전시된 곳에 이르자 여성들의 눈빛이 유독 더 빛난다.
“안동포는 지추리베, 생내기라고도 하며 조선 초기 이후 가장 대표적 여름옷감 또는 도포감으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조선의 여인들은 안동포를 정성스럽게 제작해 홑바지나 적삼을 만들어 지아비와 시아버님에게 줬었지요.”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이 끝나자 이들은 “아∼”하는 탄성과 함께 유물을 둘러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토대로 이들은 그 옛날 안동 여인들의 고충과 양반과 서민들의 문화생활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대구일보가 마련한 ‘제2회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에서 입상한 수상자들. 경북의 전통문화를 좀 더 알리기 위해 대구일보가 주최한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시상식과 팸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이날 서울과 부산, 경남, 울산, 충북 등 전국 각지에서 안동을 찾았다.
안동민속박물관 관람에 앞서 이들을 맞은 것은 월영교. 안동댐 옆에 위치한 월영교는 ‘달빛이 드는 다리’라는 뜻을 가진 낭만적인 공간. 한국에서 가장 긴 목책교로 중간에 월영정이 있다. 월영정을 지나 다리 끝쪽에서 왼쪽으로 100m 정도 가면 안동민속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팸투어 참가자들은 청명한 가을 날씨 속에서 월영교와 주변 풍관에 매료됐다.
김만년씨(경기 고양)는 “안동에 이렇게 경치 좋은 목책교가 있다는 게 놀랍다”며 “월영교의 풍광에 매료되고 박물관을 둘러보니 역시 한국의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명칭에 걸 맞는 도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축제, 왕이 되는 마법!’을 슬로건으로 진행되는 ‘2011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강변축제장을 찾았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한국 전통탈의 매력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각종 무형문화재 공연을 지켜봤다.
특히 경남 통영시에 전해 내려오는 민속가면극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6호인 ‘통영오광대’ 공연을 보며 양반을 풍자하는 탈춤극의 진수를 만끽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태평소와 북, 장구, 꽹과리, 징 등의 반주에 맞춰 어깨춤을 추기도 하는 등 신명나는 한판 놀이에 푹 빠졌다.
팸투어 이틀째인 지난 8일에는 이육사기념관과 도산서원, 하회마을, 병산서원 관람 등이 이어졌다. 특히 이육사기념관에서 참가자들은 숙연한 마음을 품고 저항시인 이육사(1904∼1944) 선생의 문학정신과 항일정신을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육사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영상물 관람에 이어 선생의 외동딸인 이옥비 여사의 짧은 인사말을 듣는 시간도 마련됐다.
“아버지는 양복을 즐겨 입는 멋쟁이셨습니다. 저를 특별히 귀여워하셔서 모자와 구두 등을 어린 저에게 사다주곤 하셨지요. 제 이름이 왜 옥비(沃非)인 줄 아세요? 아버지께서 평소 자신이 살고 싶어 했던 삶을 고스란히 이름으로 저한테 물려줬기 때문입니다. ‘기름지거나 비옥하게 살지 말아라’. 이 신념이 옥비라는 이름에 담겨져 있지요. 제가 4살 때쯤 아버지는 짚단으로 얼굴이 가려진 채 포승줄에 묶여 어디론가 끌려가셨는데 그게 저와 마지막….”
참가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 여사가 아버지를 회상하며 말끝을 흐린 순간이었다.
한 참가자는 “20여년 전 학창시절에 배운 ‘청포도’와 식민지하의 강렬한 저항의지가 녹아든 ‘광야’와 ‘절정’의 시 구절이 다시 한 번 떠오른다”며 “오늘의 이 기억을 소재로 해 훗날 수필의 소재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퇴계 이황 선생의 14대손으로 신의와 의리가 강한 선비의 표본이신 분의 따님을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사진촬영을 청하기도 했다.
이육사기념관 관람에 이어 참가자들은 퇴계 이황의 위패를 모신 도산서원과 하회마을을 관람했다. 이날 관람의 백미는 단연 ‘하회별신굿탈놀이’. 안동 풍천면 하회리에 전승돼 오는 이 민속가면극에 참가자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파계승(破戒僧)에 대한 조소와 양반에 대한 풍자 등이 경북북부지방의 사투리로 이어지자 하회마을 상설공연장은 웃음과 신명으로 넘쳐났다.
수필대전에서 장려상을 받은 남택수씨(대구 중구)는 “서민문화의 진수를 만끽한 것 같다”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참가자들은 병산서원 관람을 마지막으로 1박2일 일정의 안동지역 팸투어를 마무리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팸투어를 “잊지 못한 추억” 혹은 “경북의 전통문화를 이해한 소중한 시간”으로 정리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과 참가한 강희숙씨(부산 남구)는 “통영오광대 가면극과 하회별신굿탈놀이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특히 같이 데려온 딸에게 교육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고, 행사를 마련해 준 대구일보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남승렬 기자 pdnamsy@idaegu.com
사진설명 : 하늘은 높고 더 없이 청명했으며, 강물은 잔잔했다. 안동 월영교는 그렇게 그들을 맞았다. 문학과 전통문화 체험을 접목시킨 새로운 형태의 수필 공모전인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팸투어가 열린 지난 7일 수상자들이 안동 월영교를 건너고 있다. 대구일보 주최로 8일까지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수상자들과 지역 문인 등 60여명이 참가해 ‘안동의 가을’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