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REN’S VOICE ▶▶
집에 있으면 장난감도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고 냉장고에서 먹을 것도 맘대로 꺼내 먹을 수 있고 늦잠도 잘 수 있는데, 도대체 왜 유치원에 가야 해요? 왜 동생은 집에 있고 나만 가야 해요? 나 보내고 동생이랑만 맛있는 것 먹고, 재미있게 놀려고요? 나도 엄마랑 더 놀고 싶어요.
MOMMY& DADDY’S VOICE ▶▶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맛있는 급식도 주고, 선생님이 재밌게 놀아도 주는데 도대체 왜 안 가려는 거야? 이러다 우리 애만 바보 되는 거 아니야. 이러다 학교도 안 가겠다고 하면 어쩌지? 두 돌부터는 또래 관계가 사회성 발달에 중요하다는데…. 억지로라도 보내야지 어쩌겠어. 다 너를 위한 거란다, 아가야. ▣ 엄마, 사회성이 중요해요? 내가 중요해요?엄마는 아이가 유아기관에 잘 안 가려고 하면 우리 아이만 뒤처지고 바보가 될 것 같다고 느낀다. 만 2세만 돼도 엄마들은 아이가 어딘가를 다니지 않으면 왠지 뒤처지는 느낌이 들면서 두려움이 생긴다. 앞으로도 아이가 이런 식으로 단체학습을 할 때마다 힘들어하면 어떡하지? 혹시 이 모습이 사회 부적응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너무 확대 해석을 한다. 그런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만큼 많지도 않다. 그보다 너무 일찍 보내서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아이가 유아기관에 가기 싫어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나만 빼놓고 엄마랑 동생이 둘이서만 재미있게 놀까봐요”, “엄마는 집에서 놀면서 나만 공부하라고 그래서요”, “나만 일찍 일어나야 해서 싫어요”, “자꾸만 정리하라고 해서 싫어요”, “낮잠 자기 싫은데 자꾸 자래요”, “먹기 싫은 걸 먹어야 해서 싫어요”, “선생님이 무서워서 싫어요” 등이다. 물론 그렇다고 사회성을 기를 기회인데 안 보낼 수야 없지만, 아이에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도 잘 헤아릴 필요가 있다.
유아기관은 만 3세에 오후 2시면 집에 오는 반일반 정도를 보내는 것이 적당하다. 오전 9~10시에 등원을 해서 오후 2시 정도까지 또래와 지내며 질서나 규칙을 배우도록 한다. 이 시간은 아이가 큰 문제가 없다면 좀 힘들어도 또래와의 관계를 경험하는 것이 옳다. 36개월 이전까지는 보통 아이가 부모와 일대일의 관계이다. 아이들이랑 같이 있어도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지, 또래와 있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아이는 자꾸 선생님이랑 관계를 맺으려고 든다. 만 36개월이 넘으면 조금씩 또래와 주고받는 놀이가 생겨나기 때문에 상황이 된다면 만 3세 이후에 보내는 것이 좋다. 물론 부모의 직장 때문에 좀 더 일찍, 좀 더 오래 맡겨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본다. 그런 상황이 아닐 때는 너무 일찍, 오랜 시간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아기관에 다니는 것은 아이가 꼭 겪어내야 할 스트레스인 동시에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 터닝포인트이기도 하다. 분리불안이 심한 아이는 조금 더 천천히 보내도 된다는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만 3세 정도면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관을 선택할 때 주의할 점은 시설이나 교육 프로그램보다는 교사를 보고 보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어린 나이에 너무 교육 프로그램이 쫀쫀하게 짜여 있는 곳으로 보내면 아이가 힘들어한다.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해서 한 가지 놀이를 진득하게 할 수가 없다. “여러분, 자유놀이 시간이에요. 마음대로 노세요” 해놓고선, 10~20분 정도만 지나면 “자, 이제 정리하세요”라고 한다. 다음 스케줄로 진행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한 가지 놀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것을 감안한 스케줄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짧은 놀이시간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때문에 유아기관을 선택할 때 얼마나 시간표가 쫀쫀한지, 무엇을 가르치는지, 어떤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지에 집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요즘은 유아기관들 사이에 과잉 경쟁이 일어나 점점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려고 하는 것 같다. 그 프로그램의 스케줄을 다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은 유치원 생활이 너무 바쁘다. 시간마다 끌려 다니는 수준이다.
아이는 한 놀이를 지속하면서 놀이가 확장되고 구조화되고 체계화되는 경험도 해보아야 한다. 그것도 교육이다. 하지만 요즘 유아기관에서는 그런 교육을 할 수가 없다. 바쁜 유아기관 스케줄은 얻는 것도 있겠지만, 잃는 것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보통 3~4세 정도 되는 아이들은 기본 질서를 배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밥 먹을 때 손 닦는 것, 제자리에 잘 앉아서 골고루 잘 씹어 먹는 것, 떨어진 것 주워 먹지 않는 것, 친구하고 놀이를 할 때 순서를 기다리는 것, 친구가 먼저 가지고 노는 것을 뺏지 않는 것, ‘줄 서세요’라는 지시에 따라 줄을 서는 것 정도만 배우면 된다.
처음 유아기관에 다니기 시작할 때, 우리 아이가 ‘참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면 아이의 스트레스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같은 반 아이들 중 정말 버거운 아이가 있으면 참는 아이는 정말 괴롭다. 유아들은 행동이 유난히 크거나 친구를 괴롭히거나 장난감을 자주 뺏어갈 때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럴 때 교사가 자꾸 참으라고 하면 스트레스는 더 가중된다. 그나마 밖으로 표현하는 아이는 이런 상황에서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싸움을 해서라도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하지만 참는 아이는 그야말로 꾹 참아 스트레스를 점점 키운다. 대부분 참는 아이들은 유아기관 입학 초기부터 너무너무 적응을 잘한다는 말을 듣는다. 이런 경우 엄마들은 교사의 말만 믿고 반일반을 보냈다가 덜컥 종일반으로 늘려버린다. 이렇게 되면 잘 가던 유아기관은 물론이고, 놀이터에도 안 가려고 하기도 한다. 이때 아이에게는 두 가지 마음이 있다. ‘착하게 참고 해봤자 상황만 더 힘들어지니 아예 아무것도 안 해버리겠다’는 것과 ‘나도 말썽을 부리는 편이 낫겠다’는 것이다. 적응을 잘 해야겠다는 동기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아이에게 자주 물어봐야 하다. 그런데 물어볼 때는 요령이 필요하다. 참는 아이에게 “너 힘들지?”라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어린이집 다니는 것이 힘든 일이 많지?”라고 말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참는 아이들에게는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잘 참는 아이는 “너 힘드니?”라고 물었을 때, “네 힘들어요”라고 대답하기가 너무 어렵다. 동생을 미워하는 것이 빤히 보이는데도 “너 동생 미워해?”라고 물으면 “아니요”라고 대답한다. “네 동생, 어떨 때 보면 되게 얄미울 때도 있지 않니?” 이러면 “네”라고 대답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면 그 감정을 좋지 않은 감정이라고 생각하여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다.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았는데, 힘들어한다면 며칠 안 보내도 된다. 종종 유치원에 며칠 안 보내는 것을 세상이 끝장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엄마들이 있다. 트러블이 있어도 잘 이겨내고 잘 다니기를 바라고, 그것이 아이에게 더 큰 도움이 될 거라라고 여긴다. 이런 엄마들의 마음속에는 ‘한 번 받아주면 계속 그럴 것이다’라는 명제가 있다. 습관이 돼서 툭하면 안 가는 아이가 될까봐 걱정하는 것은 알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습관은 한 번 받아준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어떻게 다루냐에 달려 있다.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는 최대한 진솔하게 대해야 한다. “엄마, 나 오늘 어린이집 가기 싫어”라고 했을 때, 가볍게 “그래, 그럼 가지 마”라고 하는 것도 문제지만, 아이가 “이만저만해서 오늘은 정말 힘들어”, “엄마, 걔가 어린이집만 가면 나를 때리는데, 선생님한테 얘기해도 소용이 없어”라고 말할 때는 아이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그냥 보내서는 안 된다. 엄마는 “어린이집은 힘들어도 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은 네가 더 많이 힘든 것 같아. 네가 더 중요하지, 어린이집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니야. 어린이집에 다니는 사람이 바로 너이기 때문에 중요한 거야. 네가 힘들다면 엄마도 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 그 친구가 너를 자꾸 때리면 어린이집 선생님하고 엄마가 의논을 해봐야 되겠어. 오늘은 좀 쉬어보고 다시 얘기를 해보자.” 이렇게 대처하면 아이에게 나쁜 습관이 생기지 않는다. 아이가 유아기관에 가는 것을 너무 싫어하면 이렇게 얘기해주고 며칠 쉬게 하는 게 맞다. 아이가 떼를 피우느라 안 가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안 보내는 것이 맞다.
아직 아이가 어려 정확하게 확인하기는 힘들지만, 아이가 지속적으로 가기 싫어한다면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의 적응능력에 문제가 있든, 유아기관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쫀쫀해서 아이가 버겁든, 또래와 무슨 일이 발생했든, 유아기관 교사와 힘든 일이 있든, 아이의 발달에 문제가 있든
뭔가 있는 것이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찾아보려고 해야지 무턱대고 밀어붙이면 안 된다. 궁극적으로 엄마의 목표는 유치원이 아니라 ‘아이’이다. 유치원이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가 다니기 때문이다. 유치원 다니는 것보다 내 아이가 더 소중한 것이다. 그런 생각을 꼭 하고 있어야 한다.
아이가 유아기관 생활을 잘하려면, 아이 입에서 “우리 선생님은 나를 정말 예뻐해”라는 말이 나와야 한다. 아이들은 교사가 너무 무서울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4세반에서 5세반 올라갈 때 교사들이 좀 엄해진다. 이때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나를 찾아온 아이 중에도 그런 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는 또래관계에도 별 문제가 없었다. 아이는 4세반일 때 집에서 초콜릿이나 사탕을 싸 가지고 가서 반 친구들과 나눠 먹곤 했다. 4세반 교사는 아이의 행동에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5세가 된 후에도 아이는 똑같은 행동을 했다. 그런데 5세반 교사는 지나칠 정도로 무섭고 엄격하게 아이의 행동을 제재했다. 이런 행동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며 야단까지 쳤다. 이뿐 아니라 사사건건 규칙과 규율을 강조했다. 아이는 4세반에서는 줄곤 칭찬만 들었었는데, 5세반에서는 매일매일 지적을 받고 혼이 났다.
아이는 5세반이 되고 얼마 안 되어 유아기관에 안 가겠다고 버티기 시작했다. 교사에게 특별히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엄격하고 무서운 경우 엄마도 대처하기가 무척 난처하다. 아이를 때린 것도 윽박지른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항의할 수도 없다. 교사를 만나 아이가 무서워한다고 말하면 열이면 열 “이 나이에는 이런 규율을 배워야 한다”라고 말하기때문이다. 차라리 교사가 누가 봐도 아이에게 나쁘게 대한 것이라면, 아이도 엄마도 당당할 수 있다. 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이는 ‘저렇게 나쁘게 대하니까 내가 힘들지’ 하면서 자기를 합리화시킬 수 있는 분명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엄마도 기관을 찾아가 항의를 해서라도 아이를 빼내 올 수도 있다. 그런데 교사가 지나치게 엄하고 무서운 것이 문제일 때는 아이가 마음을 둘 곳이 없어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안 가
겠다고 하는 것도 안 통하고, 교사한테 말해보겠다는 엄마는 오히려 설득당해서 “네 나이에는 그런 것을 꼭 배워야 한다는데 어쩌겠니?”라고 말한다.
이런 경우는 엄마가 용기를 내서 유아기관에 찾아가야 한다. 교사를 만나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잘못 가르친다는 뜻도 아니고, 기본 교육방침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그래도 얘기를 나눠야 할 것 같네요. 생각보다 아이가 선생님을 많이 무서워해요. 아이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선생님의 의도가 아무리 옳아도 모든 아이에게 똑같은 효과를 낼 수는 없지 않을까요?”라고 말을 꺼내야 한다. 그리고 “혹시 우리 아이가 선생님이 엄격하게 다뤄야 할 정도로 지나친 문제행동이 있으면 얘기해주세요. 집에서 잘 지도를 해보겠어요”라고 자꾸 이야기를 해야 한다. 만약 아무리 얘기를 해도 개선이 안 된다면 유아기관을 바꿔야 한다. 유아기관의 교사는 아이가 생애 처음으로 만난 ‘권위자’일 수도 있다. 이 일을 잘못 거치면 지나치게 반항적인 아이가 될 수 있다. 외부의 힘이 강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도 강하게 나간다. 그러지 않던 아이가 매사 대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경우는 아이가 심하게 위축된다. 자기주장도 잘 못하고, 유아기관만 갔다 오면 기운이 없다. 이것은 이후의 삶에도 내내 영향을 끼친다.
아이가 교사를 무서워할 때 부모는 아이에게 조심해야 할 말이 있다. “선생님이니까 선생님 말 잘 들어야지” 이런 말은 안 된다. 그렇다고 “그 선생님 뭐 그러냐?”라고 흉을 보라는 것도 아니다. “선생님이 지나치게 엄한 면이 있는 것같네. 네가 좀 무섭겠다”라고 얘기하고, 이 상황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지 핵심을 가르쳐준다. “엄마 보기에는 선생님이 너한테 이런저런 것을 가르치시려고 그러시는 것 같은데, 좀 잘 설명해달라고 엄마가 얘기를 할게. 무섭게 하는 것이 꼭 효과적인 것은 아니니까 엄마가 선생님한테 얘기를 할게. 그렇지만 너도 이런 것들은 선생님이 지켰으면 하는 규칙이니까 지켰으면 해.” 이렇게 다뤄주면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아이가 좀 더 유연해질 수 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접하는 모든 사람을 선택할 수는 없다. 세상에는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많다. 결국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들에 대한 대응이다. 어떤 유형의 사람을 만나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 사람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무서운 교사를 만난 경험이, 아이가 대인관계에서 유연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부모가 잘 도와주도록 한다.
첫댓글 나두 집에 있는것이 좋앗는데
잘보고가요
잘보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