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온 시간은 새벽 2시였다. 2시간 후 4시에 출발을 하기 위해서는 3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1시간만 눈을 붙이고 일어나기가 불가능할것 같아 아예 날을 새기로 했다.
3시가 넘어 자고 있을 녀석에게 기상을 확인하니 수화기 넘어로 촉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벽부터 여자도 아닌 남자의 촉촉한 목소리가 심히 부담스러웠다.
올림픽대로를 탔고 하남 근처가 밀리지 않으면 중부에서 영동을 타기로 했다. 호법을 못미쳐 염려했던 빗방울이 비치기 시작했다.
문막을 앞에 두고 졸음이 밀려왔고 엷은 커피향 맡으며 몇달 만에 가득 주유를 하고서 녀석에게 운전대를 넘겨줬다. 선잠이 들었는데 긴장한 탓인지 장평IC에서 눈이 떠졌다.
이 계절 이른 사건의 봉평 여행은 학교 주차장에 차를 맡기고 시작하게 된다. 여전히 효석상이 있었고 해마다 이른 가을의 축제를 치루기 위해 가설 무대도 그때처럼 설치되어 있었다.
제법 굵어진 빗줄기 때문에 사진을 찍기엔 불편한 우산을 받쳐야만 했다. 불편함보다는 빛이 없어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다는 게 더 아쉬움이 앞섰다.
바위 틈에 홀로 피어있는 한 그루 야생화도 감동이지만 군락으로 이루어진 꽃도 감동이다. 소피아 로렌이 주연했던 영화 '해바라기"에 나왔던 우크라이나 남부인 이곳 니꼴라에프 인근의 해바라기 밭도 그랬고, 남해로 흐르는 섬진강 따라 펼쳐진 광양 다압면의 '매화 마을'도 그랬고, 심학산 돌곶이 축제의 양귀비며 안개꽃이 그랬듯이 모두 군락의 황홀이었다.
봉평의 물레방아는 할일없이 물레만 돌고 있었다.
오전 계획은 대관령 옛길 따라 양떼목장까지 가는거였다. 거두어질 줄 모르는 빗줄기 때문에 급히 계획을 수정하여 예천으로 기수를 돌리기로 했다.
맛집이라고 인도해준 점심은 오랜만에 포만감을 안겨줬다.
안동에 하회마을이 있다면 예천에는 회룡포 마을이 있다. 오랜 세월동안 모두 낙동강이 만들어준 물돌이 현상으로 생긴 마을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치 벽화 같은 그림. 친절하게도 '파종 때부터 색깔이 다른 종자로 모내기를 하였다'는 안내간판으로 쉽게 궁금증이 풀렸다.
마을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예능프로에서 보여줬던 (뿅뿅)다리는 불어난 강물로 잠겨서 건널 수가 없었다. 마을 사람을 붙잡고 한참 설명을 듣고서 먼 거리를 우회하여 마을로 들어갈 수 있었다. 늦은 마을의 풍경은 명절을 하루 앞둔 분주함 없이 한가하였다. 한참을 머물다 길을 나섰다.
안동의 한 곳이라도 들러보고 싶었다. 병산서원도 좋고, 부용대도 좋고, 옥연정사, 학봉종택,퇴계종택, 청량산 오산당...... 남아 있는 시간은 어느 한 곳이라도 허락하지 않았다.
작년 10월의 마지막 날에 찾았던 곳 중의 하나가 예천의 '삼강주막'이었다.
태백에서 발원한 낙동강 소백산에서 내려온 내성천 주흘산에서 흘러내린 금천이 합쳐진 곳에 삼강주막이 있다.
복귀하는 길은 내가 운전을 하기로 하여 동동주 대신에 안주로 나온 도토리묵만 공략하고 있었다.
주막(酒幕)에서 - 김용호 -
辛卯 추석 연휴 첫날
敏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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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주도 땡겼는데 운전해야한깐 꾹 참아줬오.
서른 넘어서 운전을 시작했는데
음주와 벨트는 습관을 잘 들여놓은 듯...
군락의 황홀.......
강위에 올려둔 듯한 예쁜마을...
풍년을 소원하는 ..
물감으로 덧칠한 듯 풍물놀이를 그려놓은 들판...
한폭의 수채화...
아름답다
결국 안동까지는 못들어 갔오
10월초나 11월 초에 다녀와야 하나..
좀 지나면 코스모스 군락도 있겠다
왜 이리 설래나
봉평의 물레방아..그냥 도는것이 아니라, 물레방아 도는 내력이 있긴 있겠지..ㅎ
난 뭐 군락의 '꽃'을 봐도 크게 별 감정은 안생기는데, 저 위 예천의 회룡포 마을은 참 좋네..
바쁘다면서 싸돌아 댕기기는..ㅋ
하튼 부러운 삶이야...어느 블로거를 가봤는데, 건축하는 사람이더라..내용들이 정말 토토처럼 다양하고 깊더라..
고건축, 사진, 여행, 지도, 사찰, 역사, 산, 술, 기타 여러방면의 글들...토토처럼 종합예술인 같은 느낌~ㅎㅎ..그중 기억에 남는건,
러브 호텔의 외형건축에 대한 내용이 특이했는데...우리도 11월쯤이나 년말에 영등포 '주막'에 한번 들러보자구~
'인생'이 짠지, '소금'이 짠지~~~
......10월 마지막 주는 어떤지....ㅎ ㅎ
오죽 했으면 날밤을 새고 연휴 첫날 새벽에 출발을 했겠어?
주어진 시간은 그날 하루 뿐이고 가고는 싶고..
답은 날을 새서 가는 수 밖에 없더라고..
비가 왜 그리 원망스럽던지...
소금보다도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오랫만에 카메라 메고 ...
토욜은 건대 ..
일욜은 봉평으로 향했지
낮게 드리워진 구름.. 간간히 뿌리던 빗방울 ..
가설무대에서는 공연이 한창
터로 남아있는 충주집...나귀..소설속의 봉평 장날은 나름 그 감동 살리기에 힘을 실었고
숨이 막힐 지경의 흐뭇한 달빛아래는 아니었지만 소금을 뿌려놓은 듯한 메밀꽃은 황홀경.....
내년에는 보름달에 맞추어 와봐야겠다는 생각
그날의 예쁜감동이 다시 보여...
내 생각 많이 했지? 델꼬 올걸 하면서 ..ㅎ ㅎ ㅎ 잘했어 ^^
미리 전화하지... 가고 싶었는데.....
그래도 맘에 영과 내가 생각났다고 해서 웃어준다.
건강도 챙기길~~~
건대는 오디서 찍었어?
아무래도 일감호 주변에서 찍었을 듯하고..
봉평 다녀온거 올려줘봐
구경이나 해보좌
글도 잘생기고 댓글들도 다 잘생겨서 못생긴 나는 기죽었음~ ㅋ
넌 길쟌오~ ㅎ
내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에 ..누가 또한 담으랴 .... 좋고...ㅎㅎㅎ
새벽녘의 촉촉한 목소리의 쥔공은 바로 저 우산쓴 남자 ??
언젠가 ..올려준 봉평글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때도 그저. 사진으로 만져보고 .
글로 가슴속에 넣기만 했는데 ... 이번에도 .그래야하는 .....서글픔이여 ..........ㅠㅠ
내가 고구미를 안좋아 하쟌오
새벽의 촉촉한 고구미 목소리가 노무노무 부답스롭도만
담엔 졸대로 안할려고
언제나............ 와......
담고 갑니다.
또 오슈~ ㅎ
와 군락을 이룬 저 꽃은 메밀꽃인가..꽃으로 이룬 군락은 늘 감동을 주지..
소금보다도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며....
그짜게 있는 메밀밭도 한창이쟌어?
전주에서 가차운 고창 학원농장의 메밀밭...
봄엔 청보리밭의 푸르름도 좋고...
토토의 댓글을 보고 어제 이짜게 학원농장에 다녀왔네염...ㅎㅎ
메밀밭보다 그 옆에 활짝 핀 키작은 해바리기와 코스모스가 더 좋더라..
봉평.. 가고 싶은곳 중의 하나였는데......이제서야 시간이 나네..
아직도 저 꽃들이 저리 환하게 피어있진 않겠지?
추위에 적응 못해 탈난 몸을 추스리는 대로 나도 떠나봐야지.......
아름다운 그림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