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이이이이익- 콰앙!!
'칼... 프...'
"라시아아아아아아안!!!!"
벌떡!
...꿈이었나.
영원히 함께 한다면
written by. seaya-윤슬(세윤)
밤새 악몽을 꿨다.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상의를 벗고, 샤워를 했다.
"후우~"
몇번째나 시달리는지 모르겠다. 반년전, 라시안이 차에 치여 죽었다. 그것도 나때문에. 차에 치일뻔한 날 구하려다, 자신이 대신 죽었다. ...슬프다. 하지만 이제 울지 않는다. 라시안이 죽기 전 그렇게 말했으니까.
[칼... 프... 울지... 마.]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보았다. 하지만 내 얼굴근육은 내 맘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한껏 뒤틀린 입술이 비웃는 표정을 지었으니까.
'하... 이게 무슨 추태냐, 정말. 정신차려, 칼프 루니퍼스.'
찬물을 틀어 밀려오는 잠을 깨고, 수건으로 젖은 연두빛 머리카락을 탈탈 털며 나오자, 나를 반기는 것은 진동하며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였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칼프 루니퍼스입니다."
그러자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숨도쉬지 않고 말한듯 다급한 목소리.
-엑소시스트칼프루니퍼스맞습니까?-
...뭐라는 거야. 아... 이런 타입 귀찮은데.
"엑.소.시.스.트. 칼.프. 루.니.퍼.스. 맞.습.니.다. 그쪽은 무슨 일인데 그리 다급하신지?"
-저희집에귀신이나왔어요!와서퇴치해주세요!될수있으면빠르게요.수고비는십만원이면되겠습니까?-
"위치는 어디죠?"
-서울특별시************입니다만지금빨리오실수있나요?-
"...가까운 거리군요.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아... 피곤한데. 그래도 10만원이 어디냐. 당장 튀어가야지. 나는 내가 손수 제작(?)한 퇴마복을 입었다. 딱히 거창한 건 없고... 그저 평범한 청자켓이다. 그런데 왜 퇴마복이냐 하면은... 이 청자켓을 만든 옷감에 내가 부적의 힘을 넣었다는 거랄까. 그때문에 이 옷을 입고 있으면 내 근처에는 영혼들이 얼씬도 못한다. 나는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섰다.
* * *
띵동~ 띵동~
"계십니까."
띵동~ 띵동~
"계십니까~"
띵동~ 띵동~ 띵띵동~
"계십니까아아아아!!!"
...말해두지만, 나는 결코 인내심이 많은 성격이 아니다. 그렇기에 초인종은 그만 누르고 문을 두드리는 쪽을 택했다.
쾅!! 쾅!! 쾅!!
"문 열어어어어어!!!"
그제서야 집 안에서 사람이 있는 소리가 났다.
"지, 지금 나갑니다아아!!"
우당탕, 퍽!! 콰직... 쾅!!
...아니, 나오는데 대체 왜 우당탕에 퍽하고 콰직하는 소리가 나는거야?
끼이이익-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어린애였다. 많아봐야 16살 쯤...? 나와 같은 연두빛 머리카락에 귀엽게 생긴 그는, 집안으로 나를 안내했다. 나는 차분한 발걸음으로 그의 집에 들어갔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여기저기 보이는 이삿짐들이었다. 이것때문에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건가.
"이사오셨나요?"
"네~ 칼프 루니퍼스씨. 저는 시란 드랜하이라고 합니다아~ 그런데 누구신지?"
...뭐야?
"저.는. 엑.소.시.스.트. 칼.프. 루.니.퍼.스.라.고. 합.니.다.만. 그쪽이 절 부르셨지 않습니까?"
나는 소파에 다리를 척 꼬고앉아(내 신경이 지금 많이 뒤틀렸단 소리다.) 말했다. 그러더니 그 사람이 취하는 태도가 더 가관인 것이...
"응? 내가 왜 불렀지?"
...라는 거였다. ...이 꼬마가 지금 장난하나... 그래도 나는 십만원이라는 기회를 놓칠 순 없었기에 다시 조용조용 설명했다.
"집에 귀신이 나오셨다면서요. 지금 장난전화한 겁니까?"
나는 점점 비틀려 올라가는 한쪽 입술을 내리기 위해 애쓰며 물었다. 그러자 돌아오는 답변은...
"응~ 맞다!! 내가 그랬었지? 아, 저쪽 방이에요. 전 뭘하면 되나요?"
응~ 맞다아? 맞다아?? 이제야 생각이 난 거냐!!! ...라고 소리쳐주고 싶었지만, 고개를 갸우뚱하다 손바닥을 짝 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기에, 넘어가주기로 했다. 나는 따라들어오려는 귀여운 그를 거실 소파에 앉혀두고 방을 향해 들어갔다.
"들어오실 필요 없습니다."
달칵- 끼이이...
* * *
방에 들어가자마자 흐릿하게 보이는 영혼은 내 생각보다 꽤나 컸다. 적어도 20대 중반에 죽은 것 같은데...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뭐, 내 알바 아니지만. 나는 부적을 여러장 꺼내들고 영혼에게 날렸다.
슉- 슉- 슉-
연속해서 3장을 날렸건만, 그 영혼은 살아있을 적 운동선수라도 되었는지 매우 날렵하게 부적을 피했다. 그리고 방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목검을 잡고, 나에게 던졌다.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내 이마에서는 욱씬거리는 통증이 느껴왔다. 남자로써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나는 애기처럼 보드랍고 얇은 피부를 타고났다. 피부가 얇기에 상처를 많이 입는다. 갑자기 이런말 하는 이유가 뭐냐고? 살짝 문질러본 내 이마에서 뜨끈하고 붉은 액체가 흘러내렸기 때문이다. ...육신 잃은 하찮은 영혼 주제에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꽤나 진상 영혼이구만. 죽었으면 사후세계에나 갈 것이지, 왜 이러고 있담? 나 역시 방 한구석에 처박혀있던 야구배트를 들었다. 귀여운 그의 물건을 허락도 받지 않고 쓴다는 것에 잠시 양심의 가책이 느꺼졌지만, 지금은 저 썩을 놈의 영혼을 처리하는게 가장 먼저다. 나는 야구배트에 부적을 여러장 붙였다. 그리고... 휘둘렀다. 부적을 붙인 무기는, 영혼에게도 타격을 주기에 경쾌한 타작음이 울렸다.
퍼억-
나는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있지, 내 신조가 뭔지 알아?"
그리고 야구배트를 강하게 휘두르며...
"맞은 것은 배로 돌려준다는 거다, 이 멍청한 영혼xx야!!!"
빠아악- 퍽!! 콰직!! 콱!! 쾅!! 퍽!! 퍼억-
여러번 영혼을 엄청난 파워를 실어 가격하니, 그 영혼이 두 손을 들었다. 흐음... 항복이라고? 미안하지만 어쩌지? 난 너를 용서해줄 생각이 없는걸. 내 소중한 얼굴에 한줄기 피가 내리게 하다니... 넌 오늘 두번 죽는 거야.
나는 생긋 웃으며 다시 야구배트를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다시 영혼을 내리치려는 찰나, 밖에서 귀여운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요오~ 칼프씨~ 언제 끝나요? 벌써 10분이 훨씬 넘었는데요?"
...정신없이 때리다보니 벌써 10분이 넘었나보다. 그럼 이쯤에서 마무리해야겠지. 나는 품에서 부적을 꺼내어 두 손에 잡은 뒤, 가슴 근처에 천도(天道)진을 그렸다. 그리고 부적에 내 기운을 불어넣고는 영혼에게 던졌다. 얼핏 본 영혼의 얼굴이 왠지 편안한 표정인데다 내가 아는 사람과 닮은 것 같아 잠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에이, 그녀석이 여기 있을 리가 없잖아. 죽은지 오래됐는데.'
나는 애꿎은 머리를 벅벅 긁고는 그 생각을 떨쳐냈다. 그리고 영혼을 향해 소리쳤다.
"천(天)계의 왕(王), 천왕(天王) 옥황상제여!! 여기 이곳에 그곳으로 천도(天道)되지 못한 어린 영혼이 있나니, 그 넓은 아량을 베풀어 영혼을 천도(天道)해 주소서. 천도(天道)하라, 영혼이여!! 그곳에서 다시 깨끗하게 정화되어 이승으로 내려오라. 천도(天道)!!"
슈우우우-
영혼의 발 밑에, 내 가슴에 그린 천도진이 새겨지더니 그곳에서 정갈한 새하얀 빛무리가 터져나와 영혼을 감쌌다.
'드디어 다했다!!'
감출 수 없는 뿌듯한 마음에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의뢰주인 귀여운 그가 있는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방에서 나오자마자 그는 내게 달려와 물었다.
"귀신 퇴치는 다 하셨나요?"
"네. 그리고 한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일단 영혼을 천도(天道)하긴 하였으나, 영혼이 사후세계로 가기엔 시간이 좀 걸립니다. 내일쯤이나 되서 방에 들어가세요. 그전에 들어가면 영혼에게 육신을 빼앗길 위험이 있습니다. 아직 천도되지 못한 영혼은 인간의 육체를 탐하기 때문이죠. 아시겠습니까?"
그에게 주의사항을 일러주고 나는 그의 집을 나섰다. 물론 돈도 받고 말이다. 주머니도 두둑하고 발걸음도 가벼우니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계속해서 의뢰가 들어온다면 좋을텐데. 후후-
* * *
달칵- 끼이이...
시란 드랜하이는 칼프 루니퍼스에게 지어주던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우고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귀신이 나온다던 방에 들어가보았다. 예상대로, 영혼은 천도진에 묶여 있었다. 영혼은 시란 드랜하이를 보고 웃어주었다.
[다시 뵙는군요, 드랜하이님.]
영혼의 인사를 받고 놀랄 법도 한데, 시란은 그저 묵묵히 영혼을 바라보았다. 영혼은 아무래도 상관없는지, 계속 말을 이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작스런 제 부탁이 마음에 안 드셨을 지는 몰라도... 칼프는 마음이 여리거든요.]
영혼의 입에서 엑소시스트 칼프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제가 칼프를 구하고 나서 사후세계로 갔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니까요. '칼프가 나를 따라서 죽으면 어쩌지?'라고...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죠? 하하- 하지만 칼프는 그럴 가능성이 있어요. 어릴때부터 칼프와 저는 죽마고우였으니까요. 칼프가 무사한 걸 알았으니, 이젠 얌전히 사후세계로 갈 수 있어요, 저승사자 드랜하이님.]
엑소시스트 칼프의 이름을 아는 영혼은, 반년전 차에 치여 죽을뻔한 칼프를 구한 그의 친구 라시안 밀트였다. 그리고 시란 드랜하이는, 죽은 라시안을 사후세계로 데려가려는 저승사자였고. 그러나 라시안이 칼프가 걱정된다며 저승사자에게 말도 안되는 부탁을 하여 지금 이렇게 이승에 남아있는 거였다.
라시안의 영혼이 후련하다는 표정을 만면에 띄우고 사후세계로 건너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아파트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끼이이이익- 콰아앙!!!
...그 순간, 라시안의 표정이 빠르게 굳었다. 방금 아파트로 나간 사람은 다름아닌 칼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그럴 리가 없어. 칼프가 죽을 리가 없다고!!
라시안이 머리를 부여잡고 여러 생각을 하고 있을때, 침묵을 지키고 있던 저승사자 시란이 입을 열었다.
"...죽었군요. 라시안 밀트, 칼프 루니퍼스는 반년 전 죽었어야 하는 영혼입니다. 하지만 당신때문에 그 시기가 늦춰졌고요. 운명을 바꾸는 기운을 가진 라시안 밀트... 당신은 사후세계로 가면, 처벌이 내려질 겁니다. 그럼, 이제 칼프 루니퍼스의 영혼을 데리러 가 볼까요."
저승사자 시란은 오열하는 라시안을 애써 무시한 채 주머니에서 반짝이는 유리병 2개를 꺼내, 라시안의 영혼을 봉인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에는 칼프의 영혼을 불러들여 봉인했다.
그리고 사후세계로 이동하며 중얼거렸다.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하여 제가 베푸는, 마지막 정입니다. 이래뵈도 저 역시... 인간이었기에 그 마음을 잘 아니까요. 시란 드랜하이라... 제 친구 시란의 이름을 따온 이름이죠. 제 진짜 이름은 세메이온 라울인데... 언제 이 이름을 들어본지 기억도 안 나네요. 두 사람, 영원히 함께 한다면... 아니, 함께 하도록 힘써 드리겠습니다. 저도 제 오랜친구, 아스카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었으니까요."
fin...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으어... 쓰던 '옆집의 세마족'은 안쓰고 숲클 팬픽이나 끄적이는 잉여 세윤입니다...
그냥 갑자기 필이 딱!! 꽃혔어요. 그리고 파바박 쓴 조그마한 숲클 팬픽...
냐하... 역시 제 어휘력은 딸리는 군요... 흑... 그, 그래도 재밌게 봐주세요...^^
그리고 옆집의 세마족은 고, 곧? 조, 조만간? 나, 나중에? 일주일 후? 어, 어...(어물어물
언젠간 올라올 겁니다.^^(상큼한 거짓말
재밌게 봐주시고 작가에게 댓글은 필수랍니다!!
작가의 힘은 댓글에서 나오는 거랍니다?!
그, 그리고 원한다면 에필로그도 써드릴 의향이...(워, 원하시는 분은 안 계시겠지만서도...
*마지막에 저승사자가 중얼거린 말이 뭔지 모르시겠다구요?
사실 저승사자는 세메이온 라울입니다^^ 옛날 인간이었고, 아스카와 친했지만 저승사자가 되고나서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시란 드랜하이 행세를 하고 있는 중이구요.
공백제외-4092자
첫댓글 호호 댓글달러 왔습니당!!!!
역시...이곳에서도 시란의 건망증은...허허
역시 아르케님밖에 없으십니다!! 허허허... 시란의 건망증...
세온이 시란 흉내라니요!! 그 점잖은 세온이..... 잘 봤습니다
그냥... 질러보고 싶었어요<퍽
감사합니다^^
오옷! 엑소시스트칼프! 너무 좋네요.
그까지만 좋고 나머지는 안좋죠 ㅠㅠ 아무튼 감사합니다!
검사 완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