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화기념관 및 이장가문학관, 이상화묘소를 참배하기로 하였습니다.
수비문학회원들의 단체 입장을 환영하기 위해 경주 이씨 종가댁 후손이 나와서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을 위해서 생수와 음료수를 준비하고 맞아 주었습니다.
형님 이상정 장군과 형수 권기옥여사, 이상화시인, 권기옥여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파일로트였습니다.
아래 원고는 상화시인의 형님 이상정 장군의 육필 원고입니다.
효도병풍
1926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느가> 를 천도교 종합잡지 [개벽]에 발표, 그 다음 달로 [개벽]지는 일제에 의해 폐간됩니다.
시인 이상화 시인의 유품은 육필 서신이 한 장 있을 뿐 더 보이지 않고 경주 이씨 집안 어른들의 유품만 있었습니다.
기념관에서 나와 이장가의 문중 묘원으로 갔습니다. 그곳에 시인 이상화 시인의 묘가 있습니다. '이장가'라는 현판 아래로 안채로 들어가보니 '남재', 남재는 이장가의 재실(齋室) 입니다.
이장가에서 나와 땡볕 아래로 좀더 걸어가자 제각이 나왔습니다.
이장가의 가족묘 배치도를 보고, 시인 이상화 선생의 묘소를 찾아갔습니다. 급경사진 곳에 모신 가족묘들, 모두 4줄로 되어 있고
상화선생의 묘소는 제 4줄, 오른 쪽에서 2번째에 있었습니다.
거친 화강암에 '월성 이공 상화지묘'라는 석비. 그 옆에 오석( 烏石) 에 새겨진 '민족시인 이공 상화지묘'라는 큼직한 비석도 있었습니다.
땡볕 아래에서 휴대폰 인터넷 자료를 불러내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동행한 유인실 선생과 함께 읽었습니다. < 나의 침실로>도 역시 긴 시작품인지라 몇 연만 골라서 읽었습니다. 이장가 문중 묘소에는 유인실 선생과 나 둘만 있어서 서둘러야 했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나의 침실로>
이 상화
― 가장 아름답고 오랜 것은 오직 꿈 속에만 있어라-(내 말)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련도다.
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遺傳)하던 진주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아, 어느덧 첫닭이 울고―뭇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 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로 가자, 침실로―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욱―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맘의 촉(燭)불을 봐라.
양털 같은 바람결에도 질식이 되어 얕푸른 연기로 꺼지려는도다.
‘마돈나' 오너라, 가자, 앞산 그리메가 도깨비처럼 발도 없이 이곳 가까이 오도다.
아, 행여나 누가 볼는지―가슴이 뛰누나,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마돈나' 날이 새련다, 빨리 오려무나, 사원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
네 손이 내 목을 안아라. 우리도 이 밤과 함께 오랜 나라로 가고 말자.
‘마돈나'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다리 건너 있는 내 침실 열 이도 없으니.
아, 바람이 불도다.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무나. 나의 아씨여, 네가 오느냐?
‘마돈나' 가엾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
내 몸에 파란 피―가슴의 샘이 말라 버린 듯 마음과 목이 타려는도다.
‘마돈나' 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 갈 테면 우리가 가자, 끄을려가지 말고!
너는 내 말을 믿는 `마리아'―내 침실이 부활의 동굴임을 네야 알련만……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엮는 꿈, 사람이 안고 뒹구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으니.
아,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마돈나' 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 어둔 밤 물결도 잦아지려는도다.
아, 안개가 사라지기 전으로 네가 와야지.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비록 땀바가지가 되어서, 제일 늦게 전용버스에 올랐지만, 그래도 무언가 해냈다고 하는 흐뭇함이 있었습니다.
1920년대의 대표적인 항일 민족 시인 이상화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고, 그 앞에서 그분의 대표작 두 편을 소리내서 읽었다는 것이, 그리고 그 뙤약볕 아래서 시작품을 함께 소리 맞추어 읽어준 유인실 선생에게도 고맙기 그지 없었습니다.
대구수목원으로 갔습니다.
점심은 '닭올닭' 삼계탕 집에서 먹었습니다. 수백 명의 단체급식에 삼계탕이라니 ! 진행자 측에서 많이 고심했으리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들, 좋은 이야기, 좋은 놀이, 좋은 풍경, 좋은 생각, 좋은 음식으로 채워진 1박2일의 문학모임과 여행이었습니다.
13시 15분에 식당에서 출발, 서울 압구정역 도착하니 17시 정각이었습다.
동행한 원석문학회 문우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대구, 수비문학상 수상식 및 세미나" 2023. 08.19~20
퇴고: 2023. 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