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 10차 : 계리재~유수교]
▣. 산행일 : 2010년 3월 6일(토)
▣. 산행지 : 계리재~남해고속도로 진주 IC~실봉산~유수교)
▣. 참가자 : 덕칠이 11명
▣. 날 씨 : 흐림 & 오락가락 비 살짝 but 산행하기 좋은 날
▣. 기 타 : 교통편 (28인승 우등고속/이재모기사님)
목욕탕 (진주시내)
음식점 (촉석루 옆 원조장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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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간별 소요시간
04:28 계리재 좀 아래 관봉초 이정표 도로
05:17 가족농장팻말 2차선 도로
05:30 새말원 팻말
05:52 장화석氏 산불감시초소
06:20 와룡산 정상부
06:53 금부도사 묘 (휴식)
07:07 모산재 (2차선 도로)
07:23 남해고속도로 밑 첫번째 지하통로 통과
07:33 화원마을입구 4차선 대로
어린이 놀이터 식사
08:53 아침식사후 출발
09:43 "←함촌마을 →산강마을 ↑낙남정맥" 이정표3거리
09:45 전망대 정자
10:06 실봉산 정상 (185m)
10:27 임도 (←해돋이쉼터 →심대마을 이정표)
10:54 2차선도로
11:04 축사옆 시멘트 길
11:23 1049번 도로
11:47 묘목 단지 오르막길
11:54 171봉 前 매화나무 밭 사잇길
12:09 171봉
12:28 홍부경보시설물(빨간색)
12:37 유수교
총 8시간09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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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출발할 때 남쪽에 비 소식이 있는 것 같아 지난 겨울 심설산행 장비로 개발한 초특급 울트라
캡숑 방수대책을 세워 갔건만 현지에 도착해보니 바닥에 물기만 슬쩍 비치고 만다.
아쉬움이 남아 이왕 가져온 장비를 등산화에 장착하고 가보았지만 비는 커녕 발에 땀만 더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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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산행은 내내 100m~200m의 구릉성 非山非野 지대를 오가는 트래킹 산행이 펼쳐진다.
산행적 가치는 거의 없는 코스라 지역 산꾼들은 물론 동네 주민들도 잘 찾지않는 길을 낙남정맥이랍시고
정맥꾼들만 열라게 헤매고 다닌다.
하지만 다시 돌아보면 그 길은 정맥 마루금이 우리 생활 속에 가장 깊이 들어와서 산과 삶이 하나가
되어 질박한 세상사가 펼쳐지고 있는 정겨운 곳이다.
감나무밭, 매화밭 사이를 지나가는 정맥길은 농부의 땀이 진하게 배어있는 農路이고,
어린이 놀이터옆을 지나가는 마루금은 아이들이 매일매일 지나다니는 정겨운 등하교 길이다.
산자락에 등때기 부벼대고 사는 사람들의 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스토리 넘치는 정맥길이 오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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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 - 관봉초교 이정표가 있는 도로
지난 주에 들머리 알바하느라 익숙해져버린 계리재 너머 그 "관봉초교" 이정표...
도로에서 짧게 올랐는데 벌써 산 정상이고, 정상너머로는 감나무밭 길이 이어진다.
산등성이 너머 멀지않은 곳에 진주시내 불빛이 훤하고, 진흙이 잔뜩 묻은 발밑은 이미 묵직하다.
밭을 지나 내려오면 "가족농장" 팻말이 붙어 있는 2차선 도로가이다.
* 가족농장 팻말 있는 2차선 도로
도로를 건너 다시 산 능선으로 올라서면 또 감나무밭이 펼쳐지고, 산자락 속에 포근히 담겨
반딧불이 마냥 몇개의 노란색 불빛을 내보내고 있는 자그마한 마을 곁을 지나간다.
* 산속 마을의 불빛
어둠속이지만 가까운 도시의 불빛때문에 산능선이 하늘과 경계를 이루는 空地線이 잘 보이고,
산인듯 아닌듯 싶은 지형속에서도 그다지 헷갈리지 않고 마루금을 찾아갈 수 있었다.
밭 언덕위 창고 옆에 난 시멘트 길로 내려섰다가 바로 좌측 산길(밭길)을 따라가니 "새말원"
이라는 장승 팻말이 나오는데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농장이려니 싶다.
* 새말원 장승팻말 - 밤에 혼자 지나가다가 놀랄 수도 있겠다...
인적소리에 놀라 컹컹거리며 푸드득 날아오르는 까투리 소리에 사람 또한 놀란다.
구릉지대의 솔숲과 밭 사이를 지나가는 시멘트 길은 어둠과 적막속에서도 한없이 정겹다.
밭 가운데 난 시멘트길 3거리... 진행방향의 마루금 길을 버리고 아랫쪽으로 우회를 하기에
의아했으나 곧 이해가 되었다.
마루금 방향의 밭 끝은 그냥 내려오기엔 약간 난감한 축대가 있어서 부득불 약간 우회한것이다.
다시 맞은편 밭을 올라서면 창고가 나오고 훨씬 더 커진 진주 시내의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
* 구릉 위의 창고.. 저 위에서 시멘트길 말고 좌측 밭길로 들어가야 함.
좌측 空地線 끝에 옥탑같이 생긴 산불감시초소가 뚜렷한데 그 인근에는 나무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모여있는 곳을 보았더니 다소 민망할 정도로 유난히 꼬추를 강조해놓은
작은 목각이 길가에 서있다.
그 앞 시멘트 도로에는 그 자리에서 각 방위별로 조망되는 산이름을 둥그렇게 적어놓았고
길옆에는 오가는 정맥꾼들이 걸어놓은 리본을 수집하여 빨랫집게마냥 줄지어 걸어놓았다.
* 언덕위의 작은집.... 산불감시초소
* 뭐하는 짓이여... 팬티라도 입혀놓지..
* 방위별로 적어놓은 주위의 산들 - 낮에 갔으면 딱 좋았을 것을...
이 "개념있는" 산불감시초소... 찬찬히 보니 깔끔하기 그지없다.
어쩐지 이 구간 지나는 산행기마다 이곳(장화석씨 산불초소)이 언급된다 했더니 그럴만도 싶다.
길은 대나무숲을 지나 93.8m짜리 와룡산 정상부를 향해 완만히 이어진다.
이 지역 명산 반열에 드는 同名의 사천 와룡산과는 비할바가 아니겠지만 울창한 대나무 숲
사잇길은 근처 어딘가에 봉황이 숨어있는듯, 복룡이 누워있는듯 깊이감이 있다.
* 와룡산 대나무 숲길
길가 전신주에 "↖삼각점" 표시가 있기에 그 방향으로 굳이나 올라서 보았더니 대나무 숲 사이에
폐 철탑의 흔적인 콘크리트 더미들이 들어차 있어서 삼각점이 얼른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이곳을 지나면 다시 감나무 밭.... 언덕을 오르니 농막이 나오고 우측 정상부 길로 올라섰다.
오름 길 옆으로 가시 울타리가 있던데 먼저 가던 분들이 마침 가시울타리 좌측으로 진행하다가
정상부에서 다시 가시울타리를 넘어오는 수고를 해야했다.
* 가시덤불을 넘어오시는 탱크회장님
길은 급히 우측으로 꺽여지고 이제는 여명을 지나 날이 훤히 밝아졌다.
더 이상 산길이라 말할 수 없는 그야말로 "밭길"을 따라 가다 매화꽃도 보고 동백이라 하기엔
잎사귀가 많이 달라보이는 붉은 꽃도 눈에 띈다.
* 이젠 날이 밝았습니다...
그리고 나타나는 넓직한 묘는 특별한 치장은 없지만 어쩐지 절제된듯한 포-쓰가 느껴진다.
크지만 단정한 비석에는 "금부도사 김해김공 묘"라 심플하게 적혀 있다.
어쩐지... 중앙에서야 종5품에 해당하는 그리 쎈 벼슬은 아니겠지만 지방에서는 위엄있고
당당한 벼슬일 것이다.
* 금부도사 묘
* 금부도사 묘 비석
* 휴식중
다들 모여 한동안 쉬다가 출발... 바로 그 아래는 "경연당 거사님 묘"가 더 크고 화려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어쩐지 위엄은 없어보인다. 그래도 비석 뒤편에는 효령대군 자손으로 적혀있다.
내려선 2차선 도로는 모산재. 바로 아래 마을이 지척이다.
너무도 완만하여 "재"라고 하기에 좀 그렇지만 엄연히 分水嶺을 이루는 정맥 마루금의 고개이다.
* 모산재 내리막길 .. 저 아래는 도로
다시 올라간 봉우리는 진주 IC 로 내려서기 전 마지막 봉우리이다.
남쪽과 서쪽, 북쪽 조망이 다 터져 있고 여기서 당연히 지리산도 보여야 하나 흐린 날씨로
視程이 그리 길지는 않아 인근 산줄기 조망에 만족해야 했다.
* 진주 IC 내려가기 전의 조망
* 진주IC를 향해 하산
산을 내려오면 고속도로 밑 통로길을 하나 지나고 다시 진흙밭 언덕빼기를 넘는다.
이어서 나오는 매화밭에는 희고 고운 매화꽃들이 가지마다 빼곡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 고속도로 통로를 지나 다시 진흙밭을 넘고..
* 매화나무 밭을 지납니다.
* 고속도로 지하통로를 네개쯤 지나야 합니다.
또 한번 고속도로 밑 지하통로를 지나면 차들이 분주히 다니는 4차선 대로 옆 인도가 나오고
지하통로를 하나 더 지나 "화원마을"로 이어진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좌측에 곰탕집, 정면에 삼계탕집 간판이 눈에 띈다.
이 구간은 빈손으로 와서 아예 여기서 곰탕 한그릇씩 먹고 쉬엄쉬엄 가는 것도 좋겠다.
* 화원마을 어린이 놀이터
길 옆에는 자그마한 어린이놀이터가 있고 그 속에 넓직한 정자마루도 있다.
좀 더 지나 아침식사를 하려다 옅은 비가 흩뿌리는 것 같아 정자마루에서 아침을 먹었다.
큰 코펠 2개에 라면을 넣고 끓이는데 이 정도 날씨에도 고압가스가 나가면서 가스통이 차가워지니까
버너 불빨이 영 시원찮다. 이래서 버너 차저가 필요하구나 싶다.
탱크회장님이 가스통을 마구 흔들어대자 불길이 확 살아난다.
역시 비박산행 경험이 많으시니 수가 다양하시다.
* 아침식사중
식사후에는 실봉산 오름길이 이어진다.
185m에 불과한 산이라 그저그럴 것으로 생각했는데 마을에는 실봉산 안내도가 따로 있을 만큼
이 동네에선 대접받고 있는 산이다.
* 아침식사후 출발
* 실봉산 가는 길 - 부드러운 솔밭 길도 지나고
* 진흙길도 지나고
* 시멘트 길도 지납니다.
길 중간에는 큼지막한 전망대 정자가 따로 설치되어 있는데 별 특색이 있다기 보다는 뒷짐지고
편안하게 산책삼아 오르기 좋은 산인 것 같다.
정상에서 잠깐 노닥노닥... 생강나무 꽃이 피기 시작한다.
* 정자도 있고..
* 두릅밭도 있고
* 낙엽길도 있지요
* 쨘! 드뎌 실봉산 정상..
* 생강나무 꽃이 피고 있네요.
내려오다 만난 임도에는 "←내동 해돋이쉼터와 →심대마을" 이정표가 있다.
좀 더 올라가면 경전선 내동터널 인근인데 정확한 터널위는 우측으로 약간 떨어진 봉우리쪽이다.
지도를 보니 좌측 정맥 마루금과 우측 터널 위 봉우리 산줄기는 "유수교" 앞쯤에서 만날 것 같다.
정맥길로 진행하면 곧 아스팔트 도로가 나오고 뻥뚫린 구릉지대가 눈앞에 펼쳐진다.
정맥 마루금은 도로 위를 그대로 따라가다가 축사 앞에서 산길로 이어진다.
길 우측에 새로 짓고 있는 큰 집이 하나 있는데 생긴걸 보니 영락없이 황토찜질방이다.
* 뻥 뚫린 정맥 마루금
* 길따라 갑니다...
* 저 위 고개마루에서 내려왔습니다.
멍멍이들이 지키는 축사옆 밭으로 올라섰다 다시 내려오면 2차선 도로...
1049번 지방도인데 이게 조금 전 그 도로와도 서로 연결된다.
* 1049 지방도
이제 벌써 오늘 산행의 마무리 단계.. 앞에 보이는 봉우리 두어개만 지나면 유수교 앞이다.
묘목밭 사잇길로 오르는데 여우비처럼 엷은 빗줄기가 스쳐가며, 순간 온 세상을 박무가 낀 듯
살짝 회색빛 스크린을 쳐 놓는다.
이 묘목밭 위는 의외로 조망이 좋다.
사방 조망도 좋고 바로 앞에 있는 171봉(오늘의 마지막 봉)으로 가는 길은 매화밭인데 꽃이 피면
매화 터널이 될 것같다.
* 매화밭 & 탱크회장님... 저 뒷산이 오늘 구간의 마지막인 171봉
* 소원님 & 선옥님
마지막으로 오른 171봉은 그나마 오늘 산행중 가장 산에 오르는 맛을 보여주는 듯 가팔라서
콧김까지 씩씩거리며 올라야 한다.
봉우리 정상에서는 솔가지 사이로 加花江 줄기와 남해가 조망된다.
* 앞쪽 물줄기가 가화강, 그 뒤 산줄기 너머가 남해.
여기서도 한참 쉬며 행렬을 재 정비하여 모두 함께 유수교를 향해 내려간다.
빨간색 홍수경보탑을 지나 내려가면 진양호에서 남해쪽 가화강으로 인공수로를 판 곳이 보인다.
* 홍수경보탑 - 진양호에서 인공수로로 물 뺄 때 아랫 마을 주민들에게 경고방송용입니다.
* 남쪽 지방이라 그런가 대나무가 쭉쭉 뻗었습니다.
* 유수교 내려가는 길 - 저 아랫 쪽이 물길입니다.
대간,정맥중에서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다리를 건너게 되는 이곳 유수교는 진양호 수위조절을 위해
낙남의 물을 정맥 마루금 너머로 넘기는 그야말로 "무너미 고개"이다.
정맥 줄기를 끊어 만든 인공수로의 兩岸에는 인대와도 같은 두꺼운 화강암 암반이 드러나 있어
이곳이 결코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 없는 물줄기임을 증명하고 있다.
* 다음 번 정맥길은 건너편 언덕을 넘어갑니다.
처음보는 地層구조라 그런지 숱하게 보아왔던 도로 절개지의 속살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아마도 우리가 지금껏 걸어온 대간과 정맥의 산줄기 밑 지층에도 저와 같은 암반 줄기가 쇠심줄마냥,
대동맥마냥 수천km를 잇고 있을 것이다.
이곳 유수교앞에서 잘라진 정맥 마루금에 대한 짠~함보다 저 수로 아래에서도 이어질 산경
(山經/산뿌리) 의 위대함을 짜릿하게 느끼며 오늘의 정맥길을 마감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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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로 돌아와 눈에 띄는 목욕탕에서 씻고 촉석루 옆 원조장어식당에서 흐르는 남강을 보며
장어구이로 뒷풀이를 하였다.
이곳은 백두대간을 시작하기 전인 2002년 어느때쯤인가 회사 직원들과 지리산 종주산행을 하고
서울 올라가는 차를 놓친 김에 아예 1박을 하며 퍼질러 놀고 갔던 곳이다.
지금같으면 어림없는 얘기지만 여기서 장어먹고 2차, 3차.. 진주시내에서 언냐 나오는 노래방까지
쓸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등산복입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