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사극 열풍을 주도했던 또 하나의 주역(?) <여인천하>가 22일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종영 하는 날까지도 사실을 왜곡하는 오류를 범했는데, 바로 정난정의 죽음을 음독자살이 아닌 바닷물에 몸을 던진 투신자살로 처리해 방영해 버린 것이다.
원래의 사실대로 따지면 정난정은 음독자살로 최후를 맞는데도 <여인천하>라는 제목의 드라마의 주인공 다운 최후를 맞게 해주자는 뜻에서 그렇게 처리했다고 한다.
사실 <여인천하>는 사극이라기 보다, 창작물에 가까웠을 정도로 허구적 과장이 심했다.
그것도 오직 인기몰이에 편중되어 방영하다 보니 사실과 다른 장면들이 한 둘이 아니었을 정도로 쏟아져 나왔으니까..
이것에 대해 짚고 넘어가려면 밑도 끝도 없으므로 생략하겠지만,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여인천하 만큼 우리 역사를 철저히 농락하고 또 매도한 프로그램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의 종영을 보고 문득 떠올랐던 것이 바로 몇 해전에 방영되었던 < 왕 과 비 > 라는 드라마였다. 조선 문종에서 연산군때까지의 상황을 다룬 드라마 였는데,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세조와 인수대비였다.
이 < 왕 과 비>라는 드라마도 전작 < 용의 눈물>이 끌어 모았던 많은 인기를 그 이상 끌어 보기 위해 왕위 찬탈자인 세조를 미화하고 역사적 사실과는 판이하게 다룬 장면들을 많이 방영하여 거센 비난을 샀던 드라마 였다. 그 때 그 드라마를 떠올려 보며 이 <여인천하>도 그 드라마와 시종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왕과비> 라는 드라마가 세조를 위한 드라마 였다면, 종영된 <여인천하>는 누가 뭐라해도 단연 문정왕후와 정난정를 위한 드라마였다.
문정왕후와 정난정,
물론 조선 중기를 좌지우지하던 당대 제일의 여인들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지나친 과오를 범하여 이미 당대 사가들로 부터 역사를 망친 주역들로 낙인이 찍혔다.
특히 정난정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좋지 않은 당대 사관의 평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역사의 악인으로 낙인 찍힌 인물들에 대해 여인천하는 지나치게 미화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설령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 잡는다 하더라도, 이것은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역사는 있는 사실 그대로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에서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후대에게 바른 역사를 전하기 위해 우리 선현들은 그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가?
심지어 바른 역사에 대한 소신을 지켜내기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인천하는 바로 이러한 점을 간과하면서 조선 중기의 역사를 그려 나갔다.
좀더 심하게 표현하자면 우리 선현들이 지켜내고자 했던 정직하고 충실한 역사관을 여인천하는 일거에 송두리째 무너뜨려 버린 것이다.
그동안 역사 관련 사극이 시작될 때 마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역사적 사실에 과연 얼마나 충실히 하는 가였다. 물론 드라마의 특성 상 허구가 가미되지 않을 수는 없다고 해도, 그동안 방영된 사극 가운데 역사적 사실에 충실히 하려 했던 사극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얼마전에 올린 죽산님의 글에도 언급되었던 것 처럼 우리는 다른 나라가 우리의 역사를 왜곡 한다고 해서 흥분하거나 발끈할 자격은 없는 것 같다. 우리 스스로가 역사 왜곡을 자행하는 데 어떻게 역사 왜곡을 하느냐면서 발끈할 수 있겠는가?
역사에 대해 우리는 인식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은 일절 사라져야 하며, 또 그런 시각은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인천하는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일깨워 준 드라마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