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11일-12일
나눔가족 박주영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가족봉사단은 애명 복지촌을 방문하게 되었다. 포항에서 안동으로 향하는 길은 소풍을 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안동애명 복지촌의 입구에서 눈이 반쯤 뒤집어진 아이를 보고 기겁을 했다. 설마 저기에는 안가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애초에 차에서 내릴 때 그 곳을 본 것이 일종의 암시였나 보다.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예배당에서 애명 복지촌에 관련된 동영상을 보았다. 이 곳 복지촌 가족은 합창이나 춤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살고, 각자 결혼을 해서 신혼집도 꾸리고 있었다. 안내 해주시는 분의 설명에 따르면 2세는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불임 시술을 한다고 한다.
애명복지촌은 경증환자, 노인 그리고 중증환자로 구성되어있는데 나는 중증환자를 돌보는 일을 맡게 되었다. 나이가 어리다고 쉬운 일을 시킬 줄 알고 잠을 자고 있었는데 중증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어렵다는 생각과 함께 무슨 날벼락인가 싶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나 봉사활동을 가면서도 나는 너무 안일하게 쉬운 일만 찾고 있었던 것이다.
각자 방을 배정 받았는데 과제는 함께 색칠공부를 하는 것과 말동무를 해 주는 것이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사람을 좋아하는 혜연씨와 짝이 되었다. 사실 이 분들의 나이는 30대 정도 되지만 고등학생인 나를 언니라고 불렀다. 방에는 8-10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랑은 놀지 않게 통제하는 것으로 보아 자원봉사자들이 올 때마다 함께하는 순번이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그림을 그린 후 바람도 쐴 겸 산책을 하고 기념으로 폰사진도 같이 찍었다. 민정씨 같은 경우는 내 키티 모자가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같은 것을 물어보고 또 물어보았다.
"언니, 이거 팔아요? 포항에?"
"언니 더 큰 것도 있어요??"
"언니, 언니, 언니……." 솔직히 같은 물음에 같은 대답을 계속 해준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그들의 말을 알아듣는 한 모두 대답해주었다. 그 때문에 한동안 목이 계속 잠기어있었다.
색칠공부를 마치고 손을 씻으려고 하니 어떤 사람이 자기가 별무늬 옷을 입었다고 옷을 가리키기에 예쁘다고 말해주니 정말 좋아했다. 그 미소가 아직도 기억 속에 남는다. 뭔가 수줍어하는 듯 한 환한 미소……. 문득 이 시설에 있는 사람들은 칭찬 받는 것이나 인사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고 특히 예쁜 언니를 좋아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내가 예쁘다는 걸까?
색칠공부와 말동무를 마치고는 좋아했는데 역시 봉사활동의 백미인 청소가 남아있었다.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하고 이젠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다른 방으로 들어오라고 그 방 담당 복지사가 말했다. 침대 정리를 하라는 것 인줄 알고 쓱 들어가서 침대를 보았는데 거기에 사람이 누워있는 것이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 내가 하는 일은 그분을 욕실로 옮기는 작업과 목욕 후 침대에 다시 모셔다드리는 일을 하였다.
항상 지체장애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고 똑같이 대우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제 나의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 뭔가 일반인과는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부터가 거부감을 느끼게 했고 조금 무섭기도 했다. 일상생활에서도 버스 안에서 지체장애인을 만나면 슬쩍 피하게 되는 내 자신이 떠올랐다. 물론 애명 복지촌에서는 중증 환자 시설에서 인내심을 시험받는 느낌이 들기도 했으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 일을 하면서 우리가 장애인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했다. 문득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물론 거기에서는 이성적인 능력에는 문제가 없는 나병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봉사활동과 연관되어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은 우리들이 환자들을 위해 하는 일이 진정 그들의 복지를 증진 시킬 수 있는 가에 대한 의문이다. 일반인의 겉모양만 중시하는 권위주의 적인 면모가 없는 순수한 의도에서 복지책이 시행될 수 있을까? 대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장애인이 여생을 행복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살게 될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 나는 그에게 언니이고 그는 나에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동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