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집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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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아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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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 깍두기 담으시는 할아버지(서빙담당)-77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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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값을 지불하니 거스럼돈을 할머니한테 바꾸어달라는 할아버지,
씽크대 안에 핏물을 빼고 있는 돼지머릿고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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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세팅된다
청양고추와 파를 썬 것을 보면 할머니의 쏨씨를 알 수 있다. 연로해도 깔끔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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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히 담겨져나오는 머릿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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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죽겠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정도로 내 몸이 말이 아닌데
어제도 새벽에 일찍(?) 들어온 은평구에서 가장 바쁜 박여사(와이프)가 침대에 누운 채로
출근하는 나보고한 마디 던진다.
"자기야, 오늘 점심은 꼭 [왕국밥]에서 먹고 글 좀 써주라~!"
레드콤플렉스 심각한 자들이 가장 혐오하는 여러 집단들 중에 우리 마누라도 좌장우장 하는지라
나도 한 때 뻘건물 좀 먹어봐서 음주가무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혹 맛집 탐방기라도 써주면 좀 일찍 들어올라나?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내 신세가 좀 비참하다
까다롭다는 말은 어디에 적용되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사람에게 적용되면 좀 까칠하거나 피곤한 스타일이라는 의미일테고,
일에 적용되면 좋게 말해서 깔끔하다는거고,
입맛에 적용되면 탁월한 미적감각을 말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위 세가지 모두 좋은 평은 받기 힘든게 사실이다.
"까다로운" 사람은 어디에 해당되건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서는 한마디로 '밥맛없는' 족속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그 중에 나는 첫번째와 마지막의 예에 해당될 듯한데... 슬프다 내게 돌아올 세간의 평가가...)
그러나 나는 "까칠하다"라는 의미를 좀 달리 생각한다
소위 "사람좋다"는 양반들은 이 "까칠한" 사람들의 덕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대외적으로는 "사람좋다"는 양반들이 칭찬을 받고 있지만
이면을 들여보자면 "까칠한" 사람들이 음으로 양으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이 "사람좋은" 양반들을 서포트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까칠이들의 음덕이 사람좋은 양반들을 양생하고 있는 셈인데
따지고 보면 까칠한 사람들이 더 서민적이고 민중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노조를 만들자면 사람좋은 양반들이 아닌 까칠한 양반들이 만들 일이다.
지금도 그렇다
이 까칠하기 그지 없는 나(그것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한테 이런 부탁을 하고
저것(?)들은 읽기만 하면 그만이니...
각설하고...
이 [왕국밥]집은 은평구 수색동 수색기차역 맞은 편에 말 그대로 허술하게 자리잡고 있다
역마살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소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다 보니
나라 곳곳에 아직은 숨겨진 비경이나 감동을 주는 곳을 몇 군데 알고 있는 까닭에
음식계에서도 '주목받지 못하는 고수들이 아직 남아 있지는 않을까?'하는
내 소신이 딱 맞아떨어진 곳이 바로 이 [왕국밥]집이다.
내 하는 일이 회원제 상업까페를 운영하고 있는지라
창고같은 사무실에 전철타고 버스 갈아타고 두세 시간 걸려 와서는
제품을 실제로 보지 않고서는 도무지 믿지를 못하는 까칠의 극치를 달리는 양반들이
이리저리 다 뒤지고는 고작 양말 한켤례 사가기도 하고,
혹은 강남에서 외제차 몰고, 혹은 의정부, 포천 등에서도 오곤 하는데
이 분들 까다로움과 까칠함이야 내가 인정하는 바이니 더 이상 닐러 무삼하리요~
그래도 오는 손님 대접해야 하니 그 때 내가 주저않고 가는 곳이 바로 이 [왕국밥]집인데
이 회원님 반응 한 번 살펴볼까나
허름한 입구, 꾀죄죄한 분위기의 내부에 먼저 얄궂은 눈알 휘돌리고,
잠시 후 비틀거리며 음식을 들고오시는 서빙 할아버지 자태에 몸둘 바를 모르더니만
(올해 77세된 할아버지가 서빙을 하시는데 아마 대한민국 최고령 서버가 아닐까...
뜨거운 국물이 펄펄 끓고 있는 국밥그릇을 양은 식판에 담아 비틀비틀 다가오시는 모습에
처음 온 손님들은 혹시라도 넘어지거나 쏟을지 몰라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쳐다보곤 하는데
아직 한번도 그런 적은 없다. 80세까지는 아마 서빙을 하실 것 같다)
혹시나 싶어 청양고추와 새우젓, 그리고 직접 저민 다데기를 맑은 국물에 넣고 휘휘 저어
그 까칠한 회원님 제 아가리에 한 국물 떠넣는 순간~!
까칠대마왕의 표정이 마치 한마리 사슴처럼 순하디 순한 감동으로 급변한다
그 때, 찬스를 놓지지않고 내가 슬쩍 묻는다
"먹을만 합니까?"
"아우~ 정말 끝내주네요.
할아버지, 여기 막걸리 하나 주세요!"
겨우 양말 하나 샀는데 맛있는 국밥까지 사주니 이 까칠대마왕, 그저 감동이다.
그 이후로는 나와 거래를 트고 있는 거래처 양반들처럼
내한테 들렀다하면 이 국밥집에 들리는 것이 정례화가 되었다
(강남에서 일부러 이 국밥을 먹으러 와서는 나를 불러내는 회원들때문에
일하다 말고 달려가 에미에비도 모른다는 낮술에 취한 적도 있었음을
이 자리를 빌어 부모님께 이실직고합니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 중에 아주머니 두 분이 계시는데
이 분들 몸이 실해 삼겹살류의 구운 돼지는 없어서 못먹지만
소위 "물에 빠진 돼지"는 질색을 하는 분들인데도 이 국밥만큼은 말끔하게 비우는 걸 보니
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이 [왕국밥]을 개괄적으로 얘기하자면
재료는 소, 돼지 중에서 돼지이며,
텁텁한 순대는 전혀 들어가지 않았고,
밥을 말아주는 밀양이나 부산식이 아닌 따로 국밥이다.
주방을 보면 항상 핏물을 빼고 있는 돼지머리가 싱크대에 물과 함께 담겨져 있는데
이는 매일매일 싱싱한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드문드문 내장을 쓰지만 돼지 대가리가 주된 재료다)
내가 생각하는 맛있는 돼지국밥은 이렇다
첫째, 냄새가 안나고
둘째, 기름기가 없으며
셋째, 국물이 달고 구수하면 된다.
(우리가 등짐지는 보부상이 아닌 이상 양의 많고 적음과
국밥이라는 어감이 주는 그 토속적인 분위기상 인테리어나 종업원의 친절함을 일단 제쳐두기로 한다
그리고 얼큰하게 만드는 것과 짭조름하게 하는 고추나 다데기, 또는 간으로서의 새우젓깔도
차지하자)
마지막으로, 사골은 은은히 우려내어야 한다
그런데 이 [왕국밥]집은 일단 이 네가지 모두를 충족한다.
그래서 국밥 맛이 갖춰야할 모든 것은 다 갖춘 셈이다, 감히 장담한다
식탁에 후추가루병이 놓여져 있지만 나는 이 집에서 후추를 넣어본 적이 없다
국물에 기름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파와 청양고추, 다데기, 새우젓을 곁들이면
연탄불로 은은하게 우려낸 국물은 짭조름하니 얼큰하고 달콤하면서도 구수하다
정말이다
그런데 이 식당, 좀 교만하다
일단 간판에 전화번호가 없다(물론 나는 알고 있다)
손님이 귀찮은 건지 차마 거기까지 신경을 쓰기 싫은 건지...
(사실은 간판에 전화번호가 없는 지도 모르고 계셨다)
둘째, 인테리어에 무관심하다
사실 이런 집이 너무 깔끔하면 멋이 없다, 헌 술은 헌부대에...
셋째, 연로하신 할아버지께서 직접 서빙을 하니
돈 내고 음식 먹는 손님들이 영~ 불편해 죽을 지경이다
넷째, 수시로 문을 닫는다(열고 싶을 때만 연다)
두 분의 연세가 연세이니 만큼 몸이 아플 때는 문을 닫는다고 하셨다
(올들어 부쩍 잦아지셨다, 걱정이다)
음식은 문화다
의,식,주 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소중하고도 훌륭한 문화다
담배가 그 자체로 문화를 만들지 못한 것과는 달리
술과 음식은 뗄레야 뗄수가 없는 문화코드의 중요한 요소이다.
스스로 음악가, 미술가, 시인, 소설가 등등의 문화의 상류코드를 자부하는 사람들,,
그들의 작품이나 인격에서 자본주의 끝단을 편승하여 달리는 느낌만 있는 반면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는 주인장 내외,
이 두 분이 만들고 서빙하는 정갈한 국밥에는
몇 해 안남은 목숨,
내 일년 같은 두 분의 하룻동안의 정성과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사람들아,
이 허름한 국밥집이 재개발되어 페밀리 레스토랑으로 변신하기 전에,
두 분 연로하여 문 닫기 전에 어서 가보시라
가서 일단 한 번 먹어보시라
먹어본 사람은 알것이다
세상사 팍팍한데 비마저 내려 괜시리 술 한 잔 생각나는 날,
이 [왕국밥]집을 그냥 지나치기가
첫 휴가 나온 일병이
홍등가 불빛 지나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이 글은 홍보를 목적으로 한 글이 아닙니다
제 와이프가 음식과 관련한 글을 부탁해서쓴 글이므로 그냥 가볍게 읽으시고
인물들은 약간 재미나게 표현했는데 혹시 당사자 회원님들(?)은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음식맛은 진짜입니다
[왕국밥] 은평구 수색동 수색기차역 맞은편
전화번호 : 02-304-3364 / 국밥가격 : 7,000원
첫댓글 저에게 쪽지 오면 들르는 카페인데(꽤 장사를 잘 하는 카페입니다-강추)...
진작에 알았으면 지난번 서울시계종주하고 나서 여기에서 뒷풀이를 하는 건데 그랬습니다.
이것때문에 그 먼 데까지 가기도 그렇고...
글 내용대로 매장방문해서 양말 하나 사고 사장님한테 국밥이나 얻어먹으로나 갈까나!!
회장님 그 산길 아카시아꽃이 필 때면 아주 좋다는데...지금이 제 철아닌가요?
공지 한번 치시죠?
저도 한번 가서 냄새안나고, 기름기없고 구수한 돼지머리고기랑 국물 먹고싶어요.
방금 점심먹고와서 읽었는데도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나무님 윗 글은 제가 쓴 글이 아닙니다.
예... 곧 올리겠습니다.
와 가고 싶은디~ 언제 같이 가요 한살림 대장님~~
물대장님 내년 아카시아 필 때까지 기다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