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내방가사연구회원 이기문 가사

나의 회상곡/이기문 안동도산 두메산골 한벽한 시골마을 산을넘고 물도건너 고계정 독가촌에 주주야야 혼자서만 산새들과 친구하던 종가종당 우영이네 형락아재 딸이라네 앞동산에 뒷동산에 가지가지 온갖나무 하늘과땅 나무들이 나의벗이 되었다네 앵도나무 푸른가지 꽃도 붉고 열매붉어 우리아배 앵도따서 처갓집을 가셨던가 정자둘레 가을국화 서리속에 향기로와 아마도 오상고절 너뿐인가 하노매라 정자앞에 쓰람매미 한여름내 울고간후 황금색잎 소복소복 내발등을 덮었다네 중양절인 단오날에 참나무에 줄을매어 군디뛰던 그시절이 언제인가 아련하다 산아래서 솟은 샘물 바다에 이르듯이 주역에서 이름따온 몽천이란 우물가에 몽매한 어린이가 성현들의 말을쫒아 학문과 덕을쌓아 실천하는 군자되리 돌을지고 모래파니 저절로 집이되고 앞으로 가고 뒤로뛰니 다리도 많았더라 한평생을 산아래의 샘물먹고 살았으니 강호의 물 얼마인지 알수가 없었구나 그옛날의 웃대선조 청간수라 이름하니 오뉴월 삼복에도 손과발이 시려웠네 지나가는 길손들이 마른목을 축이라고 조롱박 바가지를 엎어서 띄워두고 콩나물 시루를 우물가에 가져다 놓고 오미가미 몇번이고 물을주곤 하였었지 검정보자기 덮어두고 꿀밤나무 잔가지를 시루위에 덮어두면 부드럽게 잘자랐지 물흐르는 논자락 끝 미나리꽝 만들어서 버드나무 가지꺽어 울타리를 쳐놓으면 그늘아래 미나리는 사근사근 연했었지 봄부터 가을까지 두철좋은 반찬이라 뒤란에 국화꽃잎 첫물가지 오이실파 시원하던 냉챗국은 여름날의 별미여라 넉넉잖은 살림살이 산과들에 나물반찬 콩가루 묻혀찌고 기름간장 조물조물 찐감자 몇알먹고 저녁밥을 대신하며 어마께서 하신말씀 시집가면 잘살리라 이밥에 고기반찬 네마음껏 먹으리라 자애로운 어마님의 그말씀에 용기받고 동생들과 잘지내며 선하게 지내거라 그러면 복이 오리라던 예언같은 그 말씀 남의것을 부러말고 욕심없이 살다보면 언젠가 걱정없는 때 올것이라 희망주고 가세가 빈한하니 나이덕을 보려며는 스무살만 되면 일찍 시집가라 하셨다네 자랄때는 웃토계 큰집에서 살다싶이 하였것만 오늘은 제사이니 큰집으로 오라하셔 학교에서 오는길에 솟을대문 들어가며 낙동아제 살아생전 대문오냐 소문이냐 할배할매 백부숙부 한동네에 살아가며 아낌없는 사랑관심 듬뿍받고 자랐는데 작년가을 시사때에 종반들과 묘사할때 한아배 비문에는 애국지사 새겨넣고 딸네들의 정성으로 제수음식 진설하고 한량없는 사모의정 수도없이 절을하네 하늘같고 바다같은 그사랑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이 행복이 어찌내게 있었을까 자랄때엔 큰댁에서 살다시피 하였는데 단한번도 꺼리시는 기색없이 반겨주고 솟을대문 들어서면 구석구석 추억이요 가슴은 두근두근 눈물이 그렁그렁 칠십나이 다가오니 마음은 청춘이나 세월이 여류하니 몸은 늙고 병들었네 오는길에 양평줄포 형님댁에 들어가니 팔순넘어 허리귭고 너른집에 홀로계셔 자식들의 전화소식 오매불망 기다리며 찾아줘서 고맙다고 두손잡고 기뻐하네 사진한장 못남기고 돌아가신 우리부모 무슨일이 그리바빠 무지개 다리 건너셨나 애들하고 서러워라 어마아바 그리워라 내가 살아있는 동안 영세불망 하오리다. 2014년 10월 짓다. *이기문: 퇴계선생 종파 고계정 후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