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시대를 지나 베토벤으로부터 시작되는 낭만시대에는 작곡가들이 각기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모두가 낭만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슈만은 그의 삶과 음악에서 누구보다 더욱 로맨틱했다.
그는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나 훗날 평론가로 활동했고 법률을 전공했지만 음악에 대한 갈망으로 뒤늦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가 손가락을 다쳐 작곡가로서의 삶으로 전환했다.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와 법정투쟁 끝에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도 했고 작곡가로서도 명성을 떨쳤지만 끝내는 정신병으로 40중반의 나이에 사망했으니 이만큼 로맨틱한 삶을 산 작곡가는 다시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음악에는 '환상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경우가 많다. 초기작인 피아노곡으로 환상소곡집 Op.12와 환상곡 C장조 Op.17도 있지만 별칭이 없어도 그의 곡들은 '낭만적 환상'이라는 말에 어울린다. 교향곡 중에서는 4번에서 그런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고 각 하나씩 있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협주곡에서도 슈만의 '낭만적 환상'은 살아 있다.
슈만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작곡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 A단조>를 토대로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은 그의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피아노 협주곡 사상 몇 손안에 꼽는 명작이다.
물론 나는 이 곡을 좋아하지만 드라마틱하게 우리에게 다가온 유작 바이올린 협주곡 또한 좋아한다. 그가 말년의 정신병 상태에서 작곡된 것으로 여겨진 바이올린 협주곡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낭만적 환상'이 살아있는 곡이 아닐까?
* 이 곡은 슈만 사후 80여년이 지나서야 극적으로 나타났다. 곡이 사장된 이유나 발견과정 그리고 드라마틱한 초연과 이후 멘델스존의 곡을 대체하기 위한 히틀러의 의도적 문화정책 등 이 곡은 여러모로 극적인 에피소드를 갖고 있다.
나는 처음 이 곡을 접하면서 d단조의 화음에 확 끌렸었다. 베토벤의 5번 협주곡의 화음이 새로운 세상을 향해 문을 열어젖힌다면 슈만의 이 곡은 먼 허공을 향해 아스라히 퍼져 나가는 느낌이 든다. 외로이 떠나는 슈만의 영혼이 세상을 향해 안녕이란 인사를 하듯......
그런가 하면 제2주제는 또 얼마나 아련한 그리움을 노래하는가? 이 주제는 3악장에서 활발한 무곡 리듬으로 다시 나타나 이 세상에서의 소풍을 즐겁게 회상하는 것이 아닐까? 상상해보곤 한다.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즉흥 환상곡(C#단조)'은 쇼팽이 남긴 4곡의 즉흥곡 중 4번째에 속하는 작품이다. 쇼팽이 파리에 거주할 때 작곡한 작품으로 현란한 즉흥성 때문에 ‘즉흥환상곡’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곡이 너무도 환상적이고 아름다워서 쇼팽 자신도 가장 아끼는 작품이었다고 한다. 감상적이었던 쇼팽은 자신이 죽으면 '즉흥환상곡'을 소각시키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아무튼 쇼팽의 생전에는 발표되지 않았던 '즉흥 환상곡'은 사후에 발표되어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쇼팽의 대표적인 명곡으로 남게 됐다.
쇼팽의 '즉흥 환상곡'을 듣고 있으면 말 그대로 즉흥적인 막연한 감상이 솟아오른다. 특별히 슬픔이라든가 기쁨을 표현하고 있지는 않으나 '즉흥 환상곡'만큼 또한 인생의 막연한 슬픔과 기쁨을 표현하고 있는 곡도 드물다 하겠다. 현란하게 울리는 건반음은 울분의 표출, 세계에 대한 외로움… 그 비극을 잊고자하는 자기 최면처럼 들리기도 한다.
곡은 빠른 속도에서 급격히 슬픈 곡조로 바뀌어 마치 먼 방랑의 여정이라도 떠나고 싶은 서정적 황홀경의 극치를 이룬다. 은빛 찬란한 선율미는 먼 꿈속을 헤매다 다시 환상적 선율로 끝맺게 된다. 마치 가을의 미학이라고나할까… 질풍으로 치닫고 황혼으로 되돌아오는… 쇼팽만이 줄 수 있는 피아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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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pin: Impromptu No. 4 in C-Sharp Minor, Op. 66 "Fantaisie-Impromptu" · Maria João Pires https://youtu.be/5GQt2cdHZ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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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인상파에 합류하지 않은 스캔들의 화가 마네의 작품세계 Édouard Manet Realist/Impressionist pai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