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기르는 순간부터 당신은 그들의 노예가 된다.
전원생활 중 즐거운 생활 일순위는 역시 토종닭을 길러서 유정란을 먹고 백숙을 해 먹는 맛이다. 그것도 기른 엄나무와 산더덕, 옻나무를 넣고 가마솥이나 황토발라 장작불에 백숙해묵는 맛이란 으으으 넘 조아 그런데 몇 년 해보니까 그건 정말 한순간 낭만일 뿐 현실은 전투였다.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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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주변의 적들이 넘 많아 거의 너구리 승냥이 고양이 삵들의 밥이 되고 말았다.
어느날 거실에서 닭장을 보니 닭들이 이상하게 모두 울타리 기둥 꼭대기에 한 마리씩 앉아 있었다.
마치 솟대처럼 울타리 기둥 꼭대기 마다 앉아 있는 것이 희한하여 이유를 알아보니 짐승들에게 안 잡혀 먹으려고 필사적으로 기둥꼭대기로 올라가 앉았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밑에서 고양이가 그 꼭대기를 쳐다보며 기둥을 두 발로 긁고 있는기라... 닭을 협박하는 기라...
으이고 눈물나는 장면이여.. 저것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죄는 내가 받을 겨 니들 기른죄...
절대 닭은 못키워유...
둘째는 그 넘들 밥주느라고 어디 여행한번 못간다
누군 자동 사료공급기를 사두라고 하는데 그런 것 하려면 뭐하러 전원생활 하누?
몇 년 전 이쁜 강아지 두 마리 사서 여행 가는라고 밥하고 물 잔뜩 넣어 주고 갔다 왔더니 두 마리 다 죽어 있었다.
전문가에 물었더니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단다. 배터져 죽었대...정말 보니 배터져 죽었다.
불쌍한 내 강아지... 그러니 어딜 가유... 차라리 안 기르고 말지...
셋째는 사료값이 너무 비싸 감당이 안된다.
해마다 사료값이 올라서 닭 10마리 기르려면 한달 사료값이 26,000원 일년이면 31만원이 넘는다.
그 돈으로 차라리 토종닭 한 마리면 15,000원 인데 사먹고 말자. 때려치웠다.
사람들은 야생으로 기르면 사료 안주는 줄 안다.
천만에 만만에 말씀...사료 안주고 못길러요... 그것도 미국산 유전자 조작 사료 꼭 줘야 짐승들도 잘 커요...
주식은 유전자 옥수수사료이고 간식으로 애들이 산에서 머머 먹을 것 주워 먹는기라...
그러니 어차피 옥수수 사료 먹이는 것 이젠 안기르고 사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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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는 관리하는데 장난이 아니다.
뭐 전문 농장을 하는 경우야 그것이 밥줄이니까 거기 매달리지만 난 매일 출근을 해야니까.
아침이면 우리 관리 마릿수 세어보고 문열어 풀어놓고 저녁이면 불러들여 마릿수 세보고 문 닫아 놓고
나는 집오리들은 하늘을 나르는 오리처럼 못나르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잘 날아간다 때론 저 앞산으로 다 날아갔다가 밤새 어떻게 귀신 같이 집으로 찾아온다. 오리는 어지간해서 죽는 일이 없는데 닭은 잘도 죽는다. 이래서 죽고 저래서 죽고...
낭만이 아닌 장난이 아니다.
바빠 죽겠는데 개들은 개대로 밥달라고 낑낑대고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닭들은 닭대로 그런데 오리가 제일 지랄맞다. 아예 방문앞에 와서 아침이면 떼거리고 꽥! 꽥! 아효 시끄러워 그리고 여기저기 똥에 냄새에 에라 모르겠다 하루 걸러뛰고 밥 안주면 고양이는 집나가 일주일 만에야 돌아오고 오리는 개울가로 산속으로 다 기들어가고 개들은 동네 밖으로 나가 나를 찾으로 다니다가 차에 치어 죽고... 증말 개판 오분전이다....낭만은 출장가고 짜증 피곤 기르지 맙시다... 집 지키는 개만 두어마리 기릅시다.
다섯 번째는 연못파고 금붕어 기르지 마슈
지는유 연못을 파고 수련을 심고 비단잉어와 금붕어들을 수백마리 길렀는데 그러니깐 2년 정도는 정말 환상이었다.
수련은 제주도 여미지 것과 양지화원 등과 자연늪지 등에서 훔쳐온 것 등 정말 가지가지 꽃들을 사기도 하고 자리이동도 하여 길렀다. 가히 무릉도원이었다...그리고 비단잉어는 진천에 가서 고급으로 그리고 장사들한테 이것저것 색깔별로 심지어는 고속버스기사에게 부탁하여 서울에서 버스편으로 받아다가 수백마리를 길렀어요.
그리고 낚시하여 잡아 놓기도 하고 그 잡은 것을 다시 낚시하여 잡기도 하고 연못은 나의 오락실이었어요.
그런데 하루는 장사갔다가 와보니 연못에서 철썩철썩 대는 소리가 나는 겨... 무슨 일인가 가만가만 가보이 오 마이갓!!
뭔가가 연못을 다 뒤집어 놓고 있는겨... 일단 돌을 집어 던졌지 그러자 뭔가가 어둠속으로 팍! 사라지는겨...
그것이 뭔지는 몰러유... 담 날 날이 밝고 연못을 살펴보이 아! 이런 젠장맛을!! 요기조기 붕어들이 죽어있고 수련 아가씨들은 목이 다 잘려 능지처참... 이고 뭐고 개판이 된겨...
아랫집 아저씨가 올라와서 하는 말이 낮에 보니까 두루미들이 와서 금붕어들을 단체로 회식하고 있더래...
그리고 뭐라나 오리들이 고기들 잡아먹느라고 신바람이 났더래유...
그래요 정말 그래요...
두루미와 수달 너구리등이 다 잡아먹고 야생오리들은 해마다 나의 연못에 날아와 물고기란 물고기는 흔적도 없이 말아 드셔요... 처음 두해만 좋았다... 결국 연못 쬐끔만 남겨두고 다 메꾸었다...
여섯 번째 산골에서는 농사 져서 먹을 생각 당초 마셔
여기는 고랭지 무공해 배추를 많이 심는다.
감도 심는다. 고구마도 심는다. 정말 몇 년동안 같은 시간들이 흘렸다. 그 농사지어 먹는 맛 특히 고구마 겨울철 난로에 고구마 구워먹는 맛은 정말 낭만+알파+베타+감마+델타 ㅎㅎㅎ
그러던 어느날 아침 고구마 밭을 둘러보는 순간 나는 내 눈을 간첩으로 의심... 이건 뭐여?
아이구 멧돼지란 노무스키 그 엄청난 힘에 그만 감탄을 하였다. 200평 고구마 밭이 쑥대밭이 되었다.
발자국이 장난이 아님 내 손바닥보다 크다. 어르신들이 그러는데 200킬로그램이 넘는단다.
사람을 받으면 내장이 튀어나온단다.
잠깐 고라니 이야기도 좀
무공해 고랭지 배추를 해마다 200포기 심는데 11월 둘째주 김장을 예약하고 이것저것 일주일동안 준비해 가지고
토욜에 김장하려고 밭에 올라가 보이...이런 열여덟...대체 어케 됭겨?
배추가 밑둥만 남고 다 죽사발이 되었네?
낫으로 정교하게0 잘라간 듯... 이게 무슨 조화?
바로 고라니즐이 일년 동안 애지중지 길러온 배추 그것도 무공해 무비료 배추를 다 쳐 잡쉈다우... 안돼유 안돼유 이건 아니자나?
이상 낭만 없음... 실지 전투임..
시골로 내려와 요딴 꿈 꾸고 기신 분들 잘 참고 하셤...
첫댓글 좀 과장된 표현도 있지만 동물을 기를 때 이런 애로점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