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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비검객ㆍ20ㆍ비무：劍客 ）]

 …………………………… 몸 속 가득 퍼져가는 붉은 사랑의 침전은, 아픔인 줄 모른채 타들어 가고있었다 ……

환상幻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아무런 감흥도 없이 서있던 사내에게 들이닥친 것은 낙뢰落雷와도 같은 충격이었다. 누군가가 눈 앞에 서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경외감敬畏感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강江은 눈 앞의 소년을 조용히 바라보았고, 그도 자신에게 눈을 두었다. 시선이 교차하였으나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 강은 그저 입을 꾹 다문 채로 그의 시선을 받아쳤다.

귀기貴氣어린 눈이 저를 담는 모습에 묘한 청량감淸凉感이 들었다. 서늘한 무언가가 가슴을 꿰뚫는 기분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가 아무 말도 내뱉지 못한 채 다시 입술을 잘근거리며 깨물었다. 떠나게 두어서는 안된다는 막연한 느낌에 그는 두 눈을 깜빡이다가 손에 들고있던 것을 내밀었다. 기계적으로 따올리던 꽃들이 한 손 가득히 시들어가고 있었다.

　　　　　" ……………… 그러니까, "

바짝 말라버린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 강의 목소리는 공허한 울림을 내고는 스러졌다. 손에 온기가 느껴지자 환상인지 진실인지 분간할 수 없을정도로 붕 떠있던 기분이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 듯 급락急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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